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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교훈 벌써 잊은 국토교통부…자동차 늦장 리콜 확인조차 안해 (조선일보 2014.08.09 18:30)

세월호 교훈 벌써 잊은 국토교통부…자동차 늦장 리콜 확인조차 안해

 

현대자동차(005380) (228,500원▼ 3,500 -1.51%)가 미국에서 구형 제네시스의 브레이크 관련 결함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늦게 리콜을 했다는 이유로 18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국민 안전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미국 정부는 리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세월호 사태에도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 리콜 절차나 사후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 늦장 리콜에 美 정부는 180억원 과징금, 우리 정부는 “처벌 기준 없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7일(현지시각) 현대자동차가 2009~2012년에 생산한 제네시스 4만3500대를 제때 리콜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1735만달러(약 18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결정했다.

구형 제네시스 모습/조선일보 DB
구형 제네시스 모습/조선일보 DB

 

현대차는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 모듈레이터 안에 들어가는 브레이크 오일이 강판과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 부식이 생겨 브레이크가 제때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2012년에 인지했다. 하지만 2013년 10월에서야 리콜을 실시한 점이 문제가 됐다. 또 자동차 판매사원들에게 브레이크액만 바꿔 줄 것을 지시했다는 점도 과징금의 이유가 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도 같은 문제로 2007년 12월 24일~2012년 3월 18일 사이에 제작된 제네시스 9100여대에 대해 리콜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안전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늦장 리콜인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토부 자동차 운영과 윤진환 과장은 “현대차가 미리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만약 알고도 늦게 리콜을 했다고 해서 처벌을 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제네시스는 리콜과 관련해 국토부는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리콜 절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올해 5월 감사원은 현대차가 제네시스 결함 사실을 차량 소유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음에도 국토부가 아무런 관리 감독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리콜 대상인지 알지 못해 문제 차량 950대 중 24.7%(235대)만 수리를 받았다.

이후 3개월이 지났음에도 국토부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아직 현대차에 과징금이나 징벌적 제재를 취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콜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추가로 국토부 쪽으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 세월호 사태 잊히니 안전 관련 정책 개선도 소홀

세월호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세월호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하지만 교통안전을 전담하는 국토부는 세월호 사태 이후에도 과거와 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리콜과 관련해서는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는커녕 자동차 제작사를 감싸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쏘렌토 열선 결함 부분 모습/조선일보 DB
쏘렌토 열선 결함 부분 모습/조선일보 DB

국토부는 지난 5월 ‘쏘렌토R’의 앞유리가 열선 과열로 인해 파손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용인했다. 고속주행 중 앞유리가 깨질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국토부는 “모든 차량의 유리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어서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라며 무상수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는 아주 작은 결함도 전면 리콜을 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싼타페의 경우 도로 제설용 소금이 바퀴와 연결된 코일스프링을 부식시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리콜을 시행했다. 쏘나타는 브레이크 오일이 새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문제가 발견되는 것에 대해 리콜한 바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리콜 실시 기준이 국민 안전에 맞춰져야 하는데 정확한 규정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사안에 따라 국토부가 다른 결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