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 미/자 동 차

[시승기] '상어 이빨' 라디에이터 그릴 바꾼 신형 'K9' (조선일보 2014.01.31 05:05)

[시승기] '상어 이빨' 라디에이터 그릴 바꾼 신형 'K9'

 

북악스카이웨이 초입에 위치한 성북동의 한 저택 앞에서 촬영한 2014년형 K9의 우측 전면부 이미지/진상훈 기자
북악스카이웨이 초입에 위치한 성북동의 한 저택 앞에서 촬영한 2014년형 K9의 우측 전면부 이미지/진상훈 기자


기아자동차(000270) (54,000원▲ 300 0.56%)가 지난 2012년 5월 출시된 K9은 처음 기대와 달리 기아차에 큰 실망을 안겨준 차다. BMW 5시리즈를 타깃으로 성능을 혁신한 K9을 선보였지만, 지난해까지 판매실적이 1만2600여대에 불과했다.

기아차 관계자들은 K9의 실패에 대해 “외부 디자인에 대해 혹평이 많았고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주행성능과 승차감, 정숙성 등은 어디에 내놔도 빠질 게 없는 차”라고 말했다.

K9이 지난 2년간의 부진했던 성적을 뒤로 하고 올 초 새롭게 탈바꿈해 돌아왔다. 앞부분의 그릴 등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일부 외관의 디자인을 바꾸고, 내장재와 중앙 계기판의 그래픽 등 내부 품목도 고급스럽게 손을 봤다.

새로운 디자인과 낮아진 가격으로 올해 ‘대반격’의 새 역사를 쓸 지도 모를 2014년형 K9의 모든 것을 낱낱히 살펴보기 위해 ‘3.8 노블레스’ 모델을 타고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를 주행해 봤다.

◆ 가속페달 밟아도 소음·진동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숙함

K9의 전면부 이미지
K9의 전면부 이미지


K9을 타고 달리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상당히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시동을 건 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내부에서 회전하는 엔진으로부터 약한 진동이 느껴지지만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시속 80㎞로 주행할 때는 물론,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로 속도를 올리며 가속 페달을 밟아도 K9은 별다른 잡음을 내지 않은 채 정숙함을 유지했다.

2014년형 K9의 핸들과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등 내부 이미지
2014년형 K9의 핸들과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등 내부 이미지


K9은 직접 운전을 하는 오너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주로 뒷좌석을 이용하는 기업 경영자나 임원, 고위 공무원 등 높은 연령대의 이용자도 타깃으로 개발한 차다. 이들에게 정숙함은 장점으로 꼽힐 만하다.

2014년형 K9의 측면부 이미지
2014년형 K9의 측면부 이미지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후륜구동 차량답게 뒷좌석에서도 묵직함이 느껴지고, 직선주로와 곡선주로에서 모두 안락한 느낌을 줬다. 접지력이 좋아 내리막 곡선도로에서도 안정감있는 주행이 가능했고, 코너를 돌 때 쏠림도 거의 없었다.

가속력도 기대 이상이다. 시승차인 K9 3.8 노블레스의 최고출력은 334ps, 최대토크는 40.3㎏·m으로 기본제원 자체가 이미 높은 사양에 속하지만, 시동을 건 후 시속 100㎞까지 속도를 높일 때는 마치 얼음 위를 지나듯 매끄럽게 힘을 받았다.

주행모드를 ‘정상’에서 ‘스포츠’로 전환한 이후에는 더욱 탄력을 받고 치고 나갔다. 스포츠모드 전환 이후 속도를 붙이자 소음이 나오긴 했지만, 시끄럽다고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 오르막길에서는 힘에 부친 느낌, 빙판길에서 브레이크 밀린 점도 아쉬움

북악스카이웨이 갓길에서 촬영한 2014년형 K9의 좌측 후면부 이미지
북악스카이웨이 갓길에서 촬영한 2014년형 K9의 좌측 후면부 이미지


그러나 K9은 오르막길에서 취약한 후륜구동 차량의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평지에서는 매끄러운 가속력을 뽐냈지만,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에 들어선 후 가속페달을 밟자 힘에 부친듯 꾸준한 가속력이 유지되지는 않았다. 눈이 채 녹지 않은 오르막길에서 가속페달을 밟자 소음도 커졌다.

2014년형 K9의 본네트 이미지
2014년형 K9의 본네트 이미지


◆ 그릴 디자인 교체 후 전체적인 인상도 바뀌어내부는 BMW와 비슷한 느낌

디자인은 앞부분 그릴을 바꾼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구형 K9의 경우 가운데가 움푹 파인 라디에이터 그릴을 두고 ‘상어이빨 같다’, ‘대형세단치고는 싸구려 느낌이 난다’는 등의 비아냥을 들었지만, 2014년형 K9은 그릴의 높이와 좌우 폭을 키우고 모양도 전체적으로 긴 타원형에 가깝게 만들어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2013년형 K9(좌측)과 2014년형 K9(오른쪽)의 전면부 비교 사진. 그릴이 바뀐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2013년형 K9(좌측)과 2014년형 K9(오른쪽)의 전면부 비교 사진. 그릴이 바뀐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이 밖에 LED 포지션 램프의 길이가 한층 길어지고 방향지시등의 위치가 밑으로 이동하는 등 헤드램프의 모양도 바뀌었다.

내부도 많은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기능의 조작버튼을 배열하고 자재도 고급스럽게 가다듬었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화면 등을 담은 9.2인치의 대형 모니터가 탑재돼 있는데 변속기와 컵홀더 주변에 배치된 원형 다이얼 뿐만 아니라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으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2014년형 K9의 기어와 원형 제어버튼. 전체적으로 BMW와 비슷한 이미지다.
2014년형 K9의 기어와 원형 제어버튼. 전체적으로 BMW와 비슷한 이미지다.


앞, 뒷문 상단은 크롬라인과 나무 재질의 우드그레인으로 감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자주 동승하는 사람의 체형을 기억하도록 하는 ‘조수석 메모리 시트’ 기능 등 부가기능도 탑재했다.

2014년형 K9의 운전석 도어 내부 이미지. 좌석 위치 조작버튼이 문에 위치한 것이 이채롭다.
2014년형 K9의 운전석 도어 내부 이미지. 좌석 위치 조작버튼이 문에 위치한 것이 이채롭다.


내부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BMW와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을 줬다. 대시보드(운전석과 조수석 정면의 각종 계기판과 모니터가 배치된 부분)의 배열과 버튼의 모양, 구성 등은 BMW 7시리즈와 비슷하고, 원형 다이얼의 모양과 변속기 등도 BMW의 iDrive 모델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BMW의 일부 차량에 탑재돼 있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후방주차시 차량의 움직임을 위에서 촬영한 듯한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어 주차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화질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2014년형 K9의 적재함
2014년형 K9의 적재함


기아차는 2014년형 K9을 내놓으며 일부 모델에서 가격도 인하했다.

기본 ‘3.3 GDI 프레스티지’ 모델은 2013년형보다 176만원 내린 4990만원으로 결정됐다. 한 단계 높은 ‘이그제큐티브’는 5590만원으로 기아차가 동급의 경쟁차종으로 삼는 BMW 528i의 가격 6790만원과 벤츠 E300 엘레강스 가격 6740만원에 비해 약 1200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최고급형인 ‘3.8 GDI RVIP’ 모델의 가격은 7830만원으로 8000만원선을 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