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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창조경제

제2부, 빅데이터 빅뱅 ⑥ 의료 (매일경제 2013.08.30 00:13:04)

제2부, 빅데이터 빅뱅 ⑥ 의료

가족력·유전자 맞춤진료…빅데이터로 난치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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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김선진 씨(가명ㆍ34)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생후 8개월 된 아이가 망막모세포종에 걸린 것이다. 망막모세포종은 눈의 망막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희귀암으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환이었다.

찾아간 병원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하루빨리 안구 적출부터 먼저 해야 하다고 권유했다. 그 와중에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부부는 한 가닥 희망을 잡았다. 전면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가족력이 없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적출 대신 항암 치료를 선택했다. 그동안 쌓인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전이 상황을 파악하고 병원 측의 노하우가 쌓인 레이저 수술법을 적용했다. 희망이 없을 것 같던 아이는 현재 퇴원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암 지놈 아틀라스`라는 유형별 암 데이터를 의료 연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800여 명의 유방암 환자를 포함해 환자 2000여 명을 10년에 걸쳐 조사해 암 발생 원인을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환자군을 성별, 나이, 암세포 전이 범위 등 기준으로 나누고 합법적인 약물을 투여해 암세포의 시간별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테스트를 마쳤다.

이 같은 연구는 암뿐만 아니라 희귀병 영역으로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인간 지놈 지도에서 0.1~1%에 해당하는 부분이 희귀병과 관련된 미지의 영역인데 여기에 대한 체계적인 빅데이터 분석도 진행 중이다.

과거 수천만 원에 이르던 유전자 지도 작성 비용은 현재 빅데이터 기술의 진화로 500만~600만원대로 낮아졌다.

디지털 금맥 `빅데이터`가 의료 분야와 접목돼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발생 원인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진료ㆍ수술 기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CT 촬영기술과 빅데이터를 융합해 가상 부검 실험을 진행하는가 하면, 인큐베이터가 센서로 연결된 미숙아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온도, 습도 등 환경을 조절하는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또 환자의 상태와 가족력 등을 고려해 식단, 운동, 치료제 섭취를 아우르는 건강생활 전반에 대한 맞춤형 의료 가이드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빅데이터 기술은 인간 지놈 지도를 완성해 희귀병의 유전 요인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수준까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체내 분자의 움직임, 미지의 바이러스로 인한 인체 반응 등 과거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들을 빅데이터로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의료 혁명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헬스 아바타` 로 건강 체크해 내게 해로운 약 10개 찾아내

 (매일경제 2013.08.29 21:14:49)

김주한 서울대 의대 교수 (의료정보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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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본다는 건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것입니다. 환자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진료를 한다는 건 옛날처럼 `어디 아프셔서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뭐가 다르나요."

김주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48)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환자들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료 패러다임 자체가 `개인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서비스를 받는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며 "예전에도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이 있었지만 상류층ㆍ어린아이들 등 집단 기준으로 적용된 반면 지금은 개개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의료`가 대세"라고 말했다.

그가 서울대에서 최근 몇 년간 연구해온 프로젝트는 바로 `헬스 아바타`다. 영화 `아바타`와 같이 가상 공간에 자신의 디지털 의료 분신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개인 건강정보를 통합ㆍ운영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즉 여러 병원에 흩어져 있는 한 개인의 유전적 데이터ㆍ의학적 데이터ㆍ일상생활 데이터 등을 개인 스마트폰에 집어넣어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헬스 아바타는 10만명 이상 사람들을 모아 정교한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이전 서비스 헬스 워치(watch)와는 다르다"며 "개인 데이터를 개인 중심으로 통합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헬스 아바타를 통해 본인 몸을 점검했다.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사해본 결과 이전에 종종 복용하던 `살부타몰 터뷰탈린`(천식을 치료하는 약 중에서 근육에 영향을 주는 약)은 자기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주요 약 500여 개 중 열 몇 개가 내 몸에 상당히 해롭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데이터 분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업계는 특별히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많은 기관이 개인 유전자ㆍ의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사생활 보호는 필수적인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 통제권을 철저히 정보 주체가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보 인권 문제는 정보화 시대가 진행될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그것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이 분야가 발전하기 어렵다"며 "의료 쪽은 특히 이런 부분이 중요해서 여러 가지 모델을 많이 만들고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의료업계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해 "규제 완화보다 시급한 것은 인력 양성과 인식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의사들도 컴퓨터로 무장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의료계에서도 이런 점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CT 분석해 3차원 가상부검·DNA로 몇년후 발병 알아내

 (매일경제 2013.08.29 21:14:35)

가톨릭대 웹사이트 활용 당뇨병 빅데이터 구축…워싱턴대 뇌신경 데이터 분석해 뇌졸중 치료
캐나다선 미숙아 감염징후 일찍 발견 생명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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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의료 분야와 접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진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뇌신경 연구인 `휴먼 커넥텀(Human Connectom)`에 대해 프레드 프라이어(Fred Prior) 워싱턴대 의과대학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가상 부검 실험을 하고 있다. 가령 공사장에서 미끄러져 뼈가 부러지고 다리에 대못이 박힌 경우 골절 정도와 조직 손상 부위 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의료진은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진을 확대ㆍ축소하면서 치료 방법을 구상한다. 가상 부검은 각종 범죄로 인한 사고사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 최근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 절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큰 결단을 내렸다. 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방의학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발병 가능성과 대비책을 제시하는 것은 한발 앞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혁명을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데이터를 믿고 수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해야 할 사항이지만 말이다.

`의료`는 그동안 병에 걸리면 그때부터 치료한다는 `사후적 개념`이 강했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본겨적인 `예방 의료시대`를 열고 있다. 맞춤형 진료와 질병의 원천적 차단 같은 선제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료업계 안팎에서 빅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국내외 많은 병원에서 다양한 빅데이터 연구 분석이 진행 중이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은 지난해 3월 의료정보학교실을 신설하고 의료 빅데이터 연구 활동에 들어갔다. 산하 단체인 가톨릭 U-헬스케어사업단은 지난해 당뇨환자 전용 웹사이트인 `아이러브 인슐린`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뇨환자들은 아이러브 인슐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본인의 건강 차트를 확인하고, 혈당관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가톨릭대 의대는 9개 부속병원, 32개 협력병원과 손잡고 빅데이터 네트워크를 만들고, 홈 헬스케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ㆍ모바일 기반의 만성질환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카타르 중국 두바이의 의료기관에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서비스를 연계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헬스온`을 선보였다. 지난해 1월 SK텔레콤과 손잡고 합작회사 `헬스커넥트`를 설립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진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헬스온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손목이나 허리에 측정기를 착용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의 운동량과 식사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울대 의료진과 건강ㆍ영양ㆍ운동 컨설턴트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맞춤형 건강 상담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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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헬스커넥트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예방ㆍ관리 분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며 "빅데이터와 같은 ICT가 의료 분야와 접목되면서 많은 파생 서비스들이 탄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KT와 제휴를 통해 `후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놨다. 현재 빅데이터를 통한 진료 프로세스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편리한 예약과 대기시간 단축, 최적 진료 동선 제시, 수납 자동화 등을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다. 신속한 연계 진료를 위한 차세대 병원정보 서비스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소아암 환자는 소아과와 암센터에서 동시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세브란스 분과병원 간 실시간 의료차트 공유 등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캐나다 온타리오병원의 미숙아 치료 사례도 빅데이터 활용의 대표적인 예다. 각종 의료장치와 센서가 실시간 호흡 상태, 심장 박동수 같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최소 6시간에서 24시간 먼저 감염사실을 알아내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위급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교하고 신속한 데이터 분석은 많은 미숙아의 생명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 위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은 뇌신경 전달 프로세스를 연구 중이다. 정보를 접했을 때 뇌신경 반응을 살피는 작업이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는 뇌졸중, 뇌종양 치료법에 활용될 전망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의료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사례도 있다.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약물정보를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 `필박스(Pillbox)`를 운영하고 있다.

NIH는 필박스 도입으로 연간 100만건의 문의를 처리하는 비용 5000만달러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긍정적 파생 효과와 함께 사생활 보호ㆍ의료정보 유출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 업계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갖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정보 활용, 프라이버시가 관건

 (매일경제 2013.08.29 18:00:12)

애매한 공개기준 손질해야

 


보건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공유와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산이 `데이터 프라이버시(data privacy)` 문제다. 빅데이터의 위력은 가능한 한 큰 규모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의료 데이터를 모집하는 데 있어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 정작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의료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정보로 규정된다. 한 환자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의료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선 정보 제공자의 별도 동의가 필수다. 게다가 현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 식별자와 연구에 필요한 건강정보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개인정보를 제거한 데이터만이 활용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의 중복이나 정보 호환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이에 따라 막상 연구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정보 활용에서 통계 작성과 학술연구 목적의 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공공 부문 정보공개를 골자로 한 `정부3.0`을 발표하면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보험료, 진료내역 등 8000억건의 데이터 공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