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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취업전쟁①][르포]'올해는 합격해야 되는데…' 노량진 '공시족'들의 깊은 한숨 (뉴시스 2013-12-08 07:08:57)

[취업전쟁①][르포]'올해는 합격해야 되는데…' 노량진 '공시족'들의 깊은 한숨

 

 

 

※편집자주. 대기업들의 하반기 채용이 마무리되면서 초겨울 추위와 함께 취업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 취업시장은 기업들마다 채용규모를 늘리고, 공직의 문도 넓어졌다지만 계속된 불황국면에 취업전쟁은 여느해보다 치열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공무원 임용의 산실인 노량진의 밤은 환하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줄임말)들은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저마다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거듭된 실패로 좌절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생 제2막을 위해 이들은 오늘도 기꺼이 청춘을 불태운다. 바늘구멍 같은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구슬 땀을 흘리는 이 시대 '취준생'들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혼자서 공부하다 보니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가 많아요. 합격이라는 희망고문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청춘들이 넘쳐나는 곳이 노량진 고시촌입니다."

안개와 미세먼지가 뒤엉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 지난 5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육교 너머에 있는 '고시촌'.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바지와 두툼한 겨울 점퍼를 입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고시 수험생들이 쏟아졌다.

무표정한 이들 사이로 아무렇게나 신은 삼선 슬리퍼를 신고 쫓기듯 걸음을 옮기는 전모(29)씨를 만났다.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컵 모양 그릇에 김치볶음밥이나 오무라이스 등을 담아 파는 노량진의 명물인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컵밥은 2000~3000원 안팎의 싼 가격과 빨리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고시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꽤 있단다. 컵밥을 파는 노점상 주변에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씨와 비슷한 차림의 사람들이 한 손엔 컵밥을, 다른 한 손엔 가방을 든 채 연신 숟가락질을 하기에 바빴다.

"가난하고 바쁜 수험생들에게는 이만한 식사가 어디 있겠어요. 불편하지만 간편하게 빨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만족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허겁지겁 배를 채운 전씨는 서울 동작경찰서가 훤히 보이는 학원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그는 콩나물시루처럼 학생들로 가득찬 강의실에서 익숙한 듯 빼곡하게 차있던 책상사이를 가로질러 자리를 잡았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 전씨는 올해로 2년째 경찰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한 중소기업에 들어갔다가 1년 만에 그만두고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일컫는 말)'이 됐다.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생활패턴 탓에 지칠 대로 지쳐서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수십 군데에 원서를 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1년 정도만 준비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당찬 각오로 시작했던 고시 수험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매달 나가는 방값과 학원비, 인강(인터넷 강의)비용도 감당하기가 벅찼다.

그는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 청소와 정리 등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료로 수업을 듣는다.


전씨는 "취업문이 갈수록 더욱 좁아지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노량진에서 1년 넘게 생활하다보면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다른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때문에 스스로 위축된다"며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웠다.

전씨는 학원에서 10여분 떨어진 골목에 있는 월세 35만원짜리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 방 한 칸을 얻어 생활한다. 건물 한 층에 방이 20여개나 있다보니 통로는 어둡고 비좁았다. 방은 겨우 한 평 남짓. 창문도 없고 환기구라고 해봐야 출입문 위의 작은 구멍이 전부였다.

한 켠을 차지한 침대 때문에 다리를 뻗을 공간조차 제대로 없었다. 잠을 잘 때는 다리를 책상 밑으로 넣어야만 제대로 누울 수가 있을 정도로 불편했다.

전씨는 "고시원 생활 1년여 만에 소리 내지 않고 침대에서 돌아눕고, 소리 내지 않고 걸음을 옮기는 법을 체득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마저도 무감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순찰차를 운전하고 싶다"며 "물리도록 먹은 지긋지긋한 컵밥은 다시는 먹지 않을 것"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노량진 고시촌에는 이맘때가 되면 항상 묘한 기류가 흐른단다. 공무원 시험이 사실상 끝나면서 합격 여부가 판가름이 나는 탓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최종 면접만을 앞 둔 수험생과 불합격이라는 좌절을 경험하고 주저앉아 갈등하는 수험생 사이에 희비가 교차한다.

여기에서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실감한 뒤 '1년만 공부하자'며 보따리를 지고 고시촌으로 입성하는 새로운 공시족들의 등장은 이제는 익숙한 고시촌의 풍경이란다.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바늘구멍'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20~30대 청춘들. 공무원을 꿈꾸는 청춘들은 오늘도 도심의 또 하나의 쪽방 고시원에서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취업전쟁②]"취업하기 위해 뭐든지…" 대학 졸업 후 전문대 '유턴'

 (뉴시스 2013-12-08 06:00:00)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예정된 가운데 추석 연휴 다음날인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상허기념도서관에서 대학생들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에 대학원이 아니라 전문대간다고 하니 주위에서 의아해하죠…저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이유요? 당연히 취업 때문이죠."

수도권에 있는 4년제 대학교에서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김모(28)씨는 전문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다.

그가 처음부터 전문대 진학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방송 작가가 돼 재미있고 유익한 드라마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방송계로 문을 두드리기 망설여졌다.

차선책으로 일반회사의 영업사업이 되기로 생각하고 지난해 8월 대학교 졸업 후 30여 곳의 기업에 지원했으나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틈틈이 공부를 해 토익(TOEIC) 점수를 높이고 경제 관련 각종 자격등도 땃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김씨는 좌절해 주저 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김씨는 "선배나 친구로부터 들었던 '취업전쟁'이라는 말을 실감했다"며 "인문계 전공자의 한계인지 내 능력의 한계인지 가늠할 수 없어 점점 자괴감에 빠져 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김씨는 취업을 더이상 늦출 수 없었다. 전문대 취업률이 높고 특히 남자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말에 희망을 걸었다.

그는 "4년간 공부한 시간과 등록금이 악몽처럼 되살아나 어깨를 짓눌렀다"며 "결국 취업을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위해 전문대 진학을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끄러워할 겨를도 없다"며 "다른 사람보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해 일사천리로 간호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4년제 대학교를 다녀본 20대 10명 중 3명은 졸업 후 전문대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10월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재학 중인 20대 7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247명(31.1%)이 '대학 졸업 후 전문대 진학을 고려해봤다'고 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특화된 분야의 기술 습득(64.8%)'과 '취업(23.1%)' 등을 손꼽았다.

실제로 최근 4년제 대학교를 졸업 후 전문대로 발길을 돌리는 이른바 '전문대 유턴입학' 인구가 매년 10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지난 9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3년 일반대학 졸업 후 전문대학 유턴입학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4년제 대학 졸업자 1만3995명이 전문대에 지원해 3705명이 실제 등록했다.

연도별로는 ▲2011학년도 지원자 5276명, 등록자 1350명(26%) ▲2012학년도 지원자 4514명, 등록자 1102명(24%) ▲2013학년도 지원자 4205명, 등록자 1253명(30%) 등이다.

이에 대해 유기홍 의원은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근본원인"이라면서도 "무작정 4년제 대학에 진학시키고 보자는 학벌 중심의 진학지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4년제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취업전쟁③]토익은 기본이라는데…스펙 '올인' 더 심해졌다

 (뉴시스 2013-12-08 06:00:00)

 

 

 

'봉사' 등 대외활동까지 '토익' 요구…저학년은 '광풍'

"대학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들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 외국인 학생들을 한 학기 동안 돌봐줄 멘토 프로그램을 같이 하게 돼요. '캠퍼스 투어' 같은 행사도 있고요. 이런 활동이라도 이력서에 한 줄 더 넣으려고 학생들이 몰려요. 경쟁률이 10대 1은 그냥 넘죠."

지난 6일 서울 S대에서 만난 대학원생 임미영(30·여)씨는 청년 일자리 난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오직 취업에만 초점을 맞춘 캠퍼스의 모습을 이처럼 전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이와 학벌 등을 제한하지 않는 '열린채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스펙'이 좋은 사람보다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인재를 뽑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주로 포트폴리오를 보거나 면접전형 중심을 바뀐 열린채용이 취지와 달리 취업준비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준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박홍기(24)씨는 "창의전형 같은 것을 한다고 해서 스펙을 준비 안 할 수는 없다. 주변 친구들이 다 준비하기 때문이다"며 "거기에다 일부 기업만 열린채용을 하는 탓에 오히려 준비해야 할 것만 더 늘어 부담이 배가 됐다"고 토로했다.

한 대기업의 인사과에서 근무하다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천정훈(32)씨는 "취업준비생들의 토익과 토익스피킹 점수 평균치가 너무 높아지다 보니 영어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눈에 띄지 않는다"며 "오히려 점수가 낮으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학성적만으로 판단하기 힘들어지다 보니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를 볼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스펙을 관리하다 보니 신촌 상권이 망해간다는 얘기까지 들리더라"고 씁쓸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쓰는 돈도 더 늘어나는 추세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7.3%가 사교육을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지출한 사교육비도 207만원으로 5년 전보다 37만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용 사교육 항목은 영어시험과 영어회화, 각종 자격증 순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현상이 저학년까지 확산되고 있다. 1학년부터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나 기업 서포터즈 등 각종 캠퍼스 밖 대외활동에서도 토익 점수 등의 스펙을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외활동이 취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경쟁률이 치열해지다 보니 토익 광풍이 저학년까지 번진 것이다.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미선(21·여)씨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은 경쟁률이 수십 대 1까지 올라간다"며 "그런데 토익점수를 요구하다 보니 900점은 돼야 합격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어 "대외활동 이력서에 제2외국어를 적는 칸도 있다"며 "남들이 다 적으니까 어떻게든 점수를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중어중문학이 전공인 최진아(19·여)씨는 "스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외활동을 지원하긴 하지만 사실 왜 뽑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잡무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스펙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대학생을 기업 이미지 홍보에 이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어학연수도 더는 선택사항이 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학생이 1년에 3000만원 정도 쓸 수 있는 형편만 된다면 어학연수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교환학생을 가기 위한 '스펙'인 학점과 어학 점수 관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불어를 전공으로 하는 주연선(20·여)씨는 "주변에 친구들이 3학년을 전후로 1년 정도씩 해외 연수를 가는 계획을 세운다"면서도 "돈이 부담이긴 한데 취업을 생각하자니 안 갈 수도 없고…고민"이라고 말한 뒤 도서관 열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취업전쟁④]취준생 '우울증' 심각…해결방안은?

 (뉴시스 2013-12-08 06:00:00)

 

 

 

 "친구들은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 나만 취업 못할까봐 마음이 불안해서 잠이 안 와요."

경기도 고양의 한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며 4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모(28)씨는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도 하반기 공채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김씨의 스트레스는 더욱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평소 활발한 성격으로 친구들이 많았던 김씨는 대인기피증까지 겹쳐 각종 연말 모임에 나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안부를 묻는 지인들과 마주하기 부담스럽다.

김씨는 "자격지심일지 모르지만 취업한 친구들과 비교될까봐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며 "가끔 혼자 집에서 멍하니 생각에 빠질때면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곤 한다. 전에는 몰랐는데 사람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김씨가 그 동안 취업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공채를 통해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제조업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그러나 연봉과 복지 등 근무조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퇴사했다.

김씨는 "그 동안 공부해온 시간과 대학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더 준비해서 조건이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오랫동안 취업 준비를 해온 사람들을 보면 나와 같은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에 따른 취준생들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준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너무 스펙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로인해 대학생들은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반면 학생들에게 어느 곳에 취업하고 싶냐고 물으면 '돈을 많이 주는 곳'이라고 대답한다. 씁쓸한 현상이다"고 혀를 찼다.

곽 교수는 "일단 사회와 부딪혀야 한다. 꿈과 이상만 쫓다보니 머리만 복잡해지는 것이다. 우울해질 때면 행동으로 옮겨라.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좋지 않은 직장에도 다녀보면 거기서 느끼는 바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중에 자신에게 많은 도움과 공부가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올해 취업준비생 4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91.4%가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6%가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취준생들은 우울함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으로 62.2%가'계속 취업에 실패할 것 같은 불안감'을 가장 많이 꼽는다.

아울러 '가족과 친구 등 지인들의 눈치'가 16.2%로 취준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과 관련하여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부모님'(36.5%)이었다. 아무래도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용돈을 부모님에게 의지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또한 ▲특별히 없다(32.8%) ▲친구(11.8%) ▲타인이 아닌 나 자신(10.1%) ▲학교 선·후배(2.8%) ▲형제·자매(2.4%) 라고 답한 취준생들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취준생들이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 없이 우울증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취준생들은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19.1%)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별다른 해소법이 없다'(18.7%), '술을 마신다'(13.7%)고 답한 이들도 많았다.

반면 '정기적인 운동과 산책' 등 여가 생활을 통해 해소하려 한다고 답한 취준생들은 12.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최지환 힐링유심신치유센터 원장은 "우울증이라고 할 정도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며 "그 정도까지가 아니라면 본인이 취미와 여가생활을 병행하며 극복하려 노력해야 한다. 술에 의지하려는건 감정을 흔들어 놓을 수 있어 도움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울증이 생기면 대인관계가 좁아지게 된다. 그러면 더욱 악화될 뿐이다. 그럴수록 사람들을 더 만나야한다. 대인관계를 통해 활력소를 되찾고 여러가지 새로운 기회도 생길수 있다"고 조언했다.

 

 

[취업전쟁⑤]인턴, 선택 아닌 필수…직무 연관성이 무엇보다 중요

 (뉴시스 2013-12-08 06:00:00)

 

 

 

장원준(27·가명)씨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S은행 입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했다. S은행 입사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외국어 시험과 봉사활동 등을 준비했고 꾸준히 금융 관련 지식도 쌓았다.

대학 3학년이 되면서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턴 경력을 쌓는 문제가 걱정으로 다가왔다. 취업 경쟁이 치열한 기업일수록 인턴 경력과 같은 평가 요소가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장씨는 선배와 지인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은행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동시에 자신만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 좋다고 판단했다.

인턴을 하기로 결정한 곳은 회계법인이었다. 회계법인에서 쌓을 수 있는 경험은 은행 업무와 연관성이 높았다. 일반적인 금융기관에서 인턴 활동을 한 지원자들과 차별화도 할 수 있었다.

장씨는 2010년 S회계 법인에서 4개월 간의 인턴십 과정을 거치면서 재무 분석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를 체험했다. 지난해 면접 과정에서 인턴 활동 경험을 자세히 소개했고 올해 초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S은행에 최종 합격했다.

장씨는 "은행 지원자들은 보통 금융권에서 인턴을 하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된 것 같다"며 "면접 때도 인턴 활동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경험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턴은 선택 아닌 필수…기업·구직자 모두에게 기회

인턴 제도는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의 일반적인 채용 방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제는 채용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과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9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턴 채용 비중은 각각 30.4%와 12.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46.1%와 52.9%로 급증했다.

'단순 일자리 늘리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인턴 제도는 기업과 구직자 모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은 일정 기간 동안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한 뒤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신입사원 채용시에도 지원자의 인턴 경력을 통해 직무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구직자는 기업에서 인턴 활동을 하면서 해당 직무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채용 전제형' 인턴십 등 취업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올해도 주요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마무리된 직후 상당수 기업들이 동계 인턴 채용에 나섰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호텔롯데, 여천NCC 등 10개 기업이 최근 동계 인턴을 채용했다. 특히 올해 인턴 채용은 취업 시장의 '탈(脫) 스펙' 경향에 따라 지원자의 역량 평가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턴 제도가 모든 구직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 단순 사무보조 업무만 경험하고 나오거나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상처를 받는 취업 준비생들이 적지 않다.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와 큰 연관성이 없는 곳에서 근무해 시간만 낭비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해 사전에 꼼꼼하게 따져보고 인턴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직무 연관성이 중요…적극성 보여야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업종과 직무 분야를 고려한 뒤 인턴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구체적인 직무 분야별로 인턴 사원을 모집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단순 보조 업무가 아니라 현업의 비중 있는 업무를 부여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인턴에게 맡기는 업무 범위가 넓은 기업에서 경험을 쌓으면 취업 전에 실무 감각을 익힐 수 있다.

인턴 사원에게 선배 사원이나 상사 등의 '멘토'(지도 사원)를 배정하는 기업들도 있다. 멘토는 보통 경력 3~4년차인 대리나 과장급 사원들이 맡는다. 멘토 제도는 업무 노하우나 조직 적응 요령을 선배에게 전수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턴 기간 중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인턴십 기간은 평균 3개월~1년 미만이다. 기업들은 적극성이 떨어지는 인턴 사원에게 단순 사무보조 업무만을 맡기기 쉽다. '채용 전제형' 인턴 과정정의 경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조직 적응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변지성 잡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단순히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직무 분야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곳에서 인턴을 하는 것보다 한 번의 인턴 경험이라도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팀장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인턴을 해도 처음에는 허드렛일을 맡게 될 수 있다"면서도 "인턴 기간 동안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성을 보이면 특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취업전쟁⑥]스펙만 믿다간 큰 코 다친다…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자

 (뉴시스 [2013-12-08 06:00:00)

 

 

 

이한규(27·가명)씨는 지난달 대기업 계열 건축자재 업체인 H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했다.

이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00곳이 넘는 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3점대 초반의 학점, 800점대 중반의 토익 점수로는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탈(脫) 스펙' 채용 방식은 이씨에게 기회가 됐다. H사의 면접은 면접관에게 지원자의 학벌이나 학점, 어학시험 점수 등을 공개하지 않고 역량만을 평가하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씨는 대학 시절 화려한 대외 활동 경험이나 수상 경력 등 내세울 만한 점이 없었다. 대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학회나 인턴 활동 같은 자신의 평범한 경험을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데 주력했다.

이씨는 많은 지원자들이 화려한 경력과 함께 '리더'로서의 자질을 내세운다는 점에 착안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슈 토론 학회에서 평범한 회원으로 4년간 성실하게 활동했던 내용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강점이 '개인 플레이' 보다는 '팀 워크'에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워킹홀리데이나 인턴 경험을 소개할 때도 '무엇'을 했느냐 보다는 '어떻게' 했느냐를 설명하는 데 비중을 뒀다. 영업직에 지원했던 이씨는 호주에서 이삿짐 배달 일을 하면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시장을 공략했던 경험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전자회사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단순 업무보조 활동을 넘어 직접 영업 활동에 뛰어든 경험 등 자신의 적극성과 관련된 부분을 부각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면접관들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는 이씨의 자기소개서에 오히려 큰 관심을 보였다. 이씨는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H사에 합격했다.

이씨는 "다른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에 주로 자신의 리더십에 관련된 내용을 많이 넣었고 인턴 경험, 해외 경험 등 다양한 활동을 나열했다"며 "나는 조직 내 성실한 구성원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인사 담당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탈스펙 채용문화 확산…공기업 이어 민간기업도 속속 도입

이처럼 지원자들의 스펙보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성과 적성,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탈 스펙' 채용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공기업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지원자가 SNS를 통해 다양한 수행과제에 참여하면서 직무능력을 평가받는 방식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295개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서류 전형이 폐지될 전망이다.

민간 기업들도 입사 지원서에 출신 학교와 학점, 영어시험 성적, 수상 경력 등의 기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롯데, 우리은행, 네이버, 현대모비스, 대우건설 등 30개 기업은 지난 8월부터 스펙 대신 역량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핵심 직무역량 평가모델'을 시범 도입했다. 입사 지원서에서 학력, 영어점수 등의 기재 사항을 없애고 직무와 관련한 경험을 기술하도록 했다. 필기시험은 직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을 평가하는 역량 테스트로 대체했다.

지원자의 숨겨진 자질을 발견하기 위한 '열린 채용', '오디션 채용', 'SNS 채용' 등 다양한 채용 방식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SK그룹은 오디션 채용 방식을 채택했다. 구직자들이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경험을 풀어놓으며 오디션을 치르는 방식이다. KT 역시 오디션 면접을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서류 전형을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취업 준비생들은 바뀐 채용 방식에 오히려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어점수와 자격증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해 온 구직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방법을 찾는 데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졸 신입직 구직자 9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6.4%는 스펙 초월 채용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직자들은 그 이유로 ▲객관적 평가 기준이 없어지면 채용 관련 비리가 더 늘어날 것 같다(42.4%) ▲발표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만 유리할 것 같다(30.4%) ▲영어성적, 학점 등을 열심히 준비한 사람에게 불이익이 간다(17.7%) ▲취업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어날 것 같다(9.5%)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 "나만의 스토리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지원하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업무 내용을 사전에 잘 파악하고 이에 맞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경력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에서 인성, 도전 정신, 커뮤니케이션 능력, 직무에 대한 경험 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좋다.

꼭 화려하거나 특별한 경력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 평범한 경험이나 실패한 경험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다면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임민욱 홍보팀장은 "기업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사전에 잘 생각해 봐야 한다"며 "열정적으로 일할 사람인지, 조직 내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인지, 예의있고 성실한 사람인지 등을 가장 먼저 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 팀장은 또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는 구직자들도 많지만 기업은 특별한 이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본인이 살면서 어떤 일에 특별히 열정을 쏟은 적이 있는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적은 없는지, 교훈을 얻었던 적은 있었는지 잘 생각해 보고 세세하게 예시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