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 미/여행정보

남도의 숨은 보석… 해변산책로 느릿느릿 걸으며 여유 (세계일보2011.04.14 17:48)

남도의 숨은 보석… 해변산책로 느릿느릿 걸으며 여유

세계일보 | 2011.04.14 17:48 |

목포는 바다와 섬으로 둘러싸인 항구도시다. 남해안 따사로운 햇살과 깨끗한 바다가 그리워지면 목포행 기차를 타볼 일이다. 유달산에 오르는 좁은 골목마다 크고 작은 역사가 깃들어 있고, 깊은 사연이 묻어나는 적당한 북적거림이 있어 목포 여행은 늘 즐겁다. 낡은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상다리가 휠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 넉넉한 인심을 대변한다. 그래서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가 흥건하게 묻어나고 손님을 반겨주는 배려가 있는 목포는 남도의 여행 일번지가 된다.





목포에서 바닷길로 6㎞쯤 떨어져 있는 외달도는 사랑의 섬으로 불린다. 잔잔한 바다와 깨끗한 물로 오래전부터 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외달도에 인공풀장과 바닷가 한옥민박이 생기면서 '휴양하기 좋은 섬'으로 변모했다.

외달도와 삼학도, 고하도를 둘러보기 위해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목포로 발걸음을 향했다. KTX의 종점인 목포역에서 내리면 이곳이 시내 중심지다. 목포는 6개의 유인도와 7개의 무인도가 있다. 목포가 자랑하는 외달도를 찾아가기 위해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외달도는 여객터미널에서 불과 6㎞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30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 여객선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정갈한 한옥 세 채가 눈에 들어온다. 정감 어린 기와집에는 비파, 삼학, 목련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외달도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한옥민박이다. 방문을 열면, 대청마루가 있고 바로 앞으로 모래사장의 해변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가 정원인 셈이다. 마당에는 100년이 넘는 해송 5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물레방아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외달도 분교였다. 여름 휴가철에 한옥민박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만 있다면 이 또한 여간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삼학도 마리나항에서 본 목포항. 해안선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크고 작은 건물과 유달산이 조화를 이뤄 미항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자연생태 우수마을'과 '전국 100대 아름다운 섬'으로 지정된 이곳은 해변에서 보는 낙조가 무척 아름답다. 부채꼴의 섬 둘레는 4㎞ 정도로 한 바퀴를 도는 데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20여가구 70여명의 주민이 한가족처럼 모여 사는 마을은 모두 민박을 치고 있었다.

앙증맞은 하얀 등대에 다가가니 빨간 하트가 그려져 있고, 열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곳을 찾은 연인들이 자물쇠가 풀릴 때까지 "우리 사랑 영원히 변하지 말자"며 매달아놓은 것들이다. 그래서 외달도는 '사랑의 섬'으로 불린다. 외로운 섬이라는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사랑의 섬으로 명명한 것이다.

섬 앞에는 별을 닮았다는 '별섬'이 있다. 별섬은 외달도에서 만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섬 한쪽에는 잘 정돈된 해수풀장이 있고 갯벌에서는 조개잡이도 체험할 수 있다. 가족과 연인이 함께 가기에 그지없이 좋은 곳이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청정 해역에 위치한 외달도는 '우수해수욕장'과 '휴양하기 좋은 섬 30'에도 선정됐다.





외달도의 앙증맞은 등대. '사랑의 맹세'를 지키려는 연인들이 열쇠를 매달아 놨다.

목포에는 두 개의 상징이 있다. 하나는 나지막하지만 목포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유달산이고, 또 하나는 삼학도다. 세 마리 학이 내려앉아 섬을 이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삼학도는 일제강점기부터 무분별한 매립 공사가 진행되면서 뭍으로 변했다. 당시만 해도 목포 사람들의 땔감을 제공했을 만큼 나무가 울창했다. 소형 조선소가 들어서고 도자기공장 등 산업시설이 들어서면 아름다운 풍광은 사라졌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삼학도의 제모습찾기는 목포시민의 숙원사업이 되어버렸다.

10여년 만에 목포시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삼학도가 제 모습을 찾게 됐다. 섬과 섬 사이에 바닷물이 흐르는 호안수로가 생겼다. 물길을 따라 10개의 다리가 놓이고 주변은 공원이 됐다. 섬 주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4.5㎞가 만들어졌다. 바닷가에는 요트와 보트가 정박해 있는 마리나항이 자리 잡았다. 눈을 들어 건너편을 보면 크고 작은 건물과 유달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풍광이 목포시민들이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삼학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삼학도에는 '난영공원'이 있다. '
목포의 눈물'을 노래한 가수 이난영(1916∼1965) 선생을 기리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하도는 목포항의 자연방파제 역할을 하며 길게 누운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섬이다. 목포를 심한 파도와 거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고하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크게 물리친 뒤 함대 정비를 위해 108일간 주둔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병참기지와 연합군 폭격에 대비해 무기를 숨겼던 인공 석굴 11곳이 있다. 이 충무공 유적지를 비롯한 골프장과 테마파크, 공예방, 해저탐험관 등이 이곳에 건설될 예정이다.

고하도에서 죽교동을 잇는
목포대교도 한창 건설 중이다. 아름다운 고하도의 석양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밤이 되면 4㎞에 달하는 용머리에 오색등이 불을 밝혀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목포에선 잠들기 전 낮보다 화려한 고하도의 밤을 놓치면 후회하게 된다.


■ 여행정보

가는 길= 외달도를 가려면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신진해운(061-244-0522)의 신진페리2호를 이용해야 한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매시간 운항한다. 해수풀장이 개장되는 여름철에는 오전 6시50분에 첫 출항 한다. 어른 1인당 왕복요금 8000원.

묵을 곳= 마을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한옥민박(061-270-8700)이 있다.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데다 운치 있어 인기가 높다. 성수기에 예약은 필수. 한옥민박 외에도 마을 20여가구가 민박을 운영한다.

즐길 곳= 해수풀장은 무료로 운영된다. 샤워장은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해변원두막은 2만원, 숙박텐트는 1만5000원이다. 해상민박낚시터에도 방이 있는데 4인 기준으로 5만원이며, 낚싯대는 무료로 대여한다. 언약식을 하는 연인들을 위해 촌장민박식당(061-262-3251)에서 외달도 해변 등대에 매달 열쇠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