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명 류동학의 東洋學산책 .39] 대선 삼국지
삼국시대(220~280)는 중국 전체 역사에서 볼 때 짧았지만, 동양인들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기억되는 시기다. 이 시기는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가 중국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때다. 그런데 조조·유비·관우·장비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오나라의 손권과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남은 234년, 촉나라 제갈공명의 군사와 위나라 사마중달의 군사가 오장원에서 오랫동안 대치하게 된다.
이때 죽음이 임박한 것을 깨달은 제갈공명은 자기가 수레에 앉아 지휘하는 모습을 꾸며놓고 철수를 시작했다. 천문을 보고 공명이 죽은 것을 안 사마중달이 공격을 명령한다. 파죽지세로 공격하던 위나라 군대는 갑자기 나타난 공명의 모습에 계략에 빠진 줄 알고 도망친다. 나중에 사람들이 이 내막을 알고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다(死孔明走生仲達)”고 했다. 이 유명한 이야기는 현재의 대선정국과 유사한 면이 많다.
필자가 5월3일자 칼럼에서 안철수의 대선운세는 ‘연말로 갈수록 동력이 떨어져 천기가 불리해지는 운세다. 11월경에 마음의 변화가 심하여 방향이 변할 것이다’, 5월17일자 칼럼에서는 ‘한국의 정치현실로 보면 정인의 기질이 정치권에 진입하면 진흙탕과 같은 현실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안 교수의 올해 운세는 정인운이다. 상관이 용신인 사주에서 정인운이 오면 너무 많은 생각으로 활동력을 나타내는 상관을 제어해 과잉보호와 생각 때문에 능동적인 주체성을 상실하여 오히려 정체되는 면이 많이 나타난다’고 언급하면서 질곡의 현실정치를 넘어서기에 안철수의 천기가 불리하다고 예측했다.
10월18일자 칼럼에서도 ‘신해월(辛亥月·양력 11월 초순 이후 한 달)이 되면 수많은 변화와 단일화 등의 제의로 고뇌가 깊어지고, 안 후보에게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상태가 되어 불리한 결과를 드러내게 된다’고 예측했다. 그런데 안철수의 정치실험은 출마선언 66일 만에 냉혹한 현실정치의 장막에 가리어 결국 미완의 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대선정국에서 물러선 안철수는 아직도 대선정국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모양새다. 비록 중도사퇴했지만 안철수는 죽은 공명처럼 박근혜와 문재인 양 진영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대선정국을 계속 예측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7일은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위치한 대설(大雪)이다. 대설은 1陽이 시작되는 계절이라서 양력 2월4일이나 5일에 들어오는 입춘과 같이 한 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월건으로는 임자월(壬子月)로 접어들어 이때부터 13일간은 피 말리는 대선전이 전개된다. 임자월은 자·축·인·묘·진·사로 전개되는 시작점으로, 사주와 운세가 이렇게 맞물리는 인물이 원원유장(源遠流長)의 천기를 얻어 당선될 것이다. 한편 죽은 공명과 같은 안철수의 생각은 이번 남은 대선기간에 어떤 힘을 발휘할지 대선을 관전하는 또 다른 재밋거리다.
[혜명 류동학의 東洋學산책 .40] 임진년 임자월 갑인일, 국민의 위대한 선택
(영남일보 2012-12-18 07:19:29)
19일은 제18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일이다. 이 날은 간지로는 임진년(壬辰年) 임자월(壬子月) 갑인일(甲寅日)이다. 특히 19일은 갑인일(甲寅日)로, 백두산에 우람하게 서 있는 나무처럼 큰 대들보가 버티고 서있는 모양새다. 실질적으로 갑인일에 태어난 인물은 집안의 대들보와 같은 인물이 많다. 대한민국의 큰 대들보인 대통령을 뽑는 이 날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투표장에 모두 나가 신성한 선거권을 행사해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꾸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한·중·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음양오행의 원리와 육갑법(六甲法) 및 각종 신살에 의해 좋은 날을 고르고, 나쁜 날을 피하는 방법을 고안해 혼인, 출산, 개업, 이사, 이장, 고사 등의 대사(大事)를 치렀다. 이러한 택일 관습은 점복신앙의 일종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길흉화복을 인식하고자 하는 방법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과학의 발달로 택일 풍속은 점차 그 힘을 잃어가고 있으나, 아직도 결혼날이나 이삿날을 택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생아를 출산할 때 날과 시를 받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송시열의 ‘송자대전(宋子大全)’에는 요절을 막고자 세 번 물어서 낳아 삼문(三問)이란 이름이 지어진 성삼문의 일화가 전한다. 이 일화는 제왕절개로 출산할 경우 좋은 사주에 맞추어 아이를 낳으려는 요즘 세태의 초기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길일을 가리는 풍속은 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적 행사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시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합의하여 1971년 4월27일로 제7대 대통령 선거일을 결정한 것이다. 4천만명의 마음이 표출되는 이번 대통령선거일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 두 후보의 운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임진년 임자월 갑인일의 임진(壬辰)과 임자(壬子)는 모두 강한 해일과 같이 수(水)기운이 넘치는 오행이다. 즉 강한 쓰나미와 같은 큰 물이 우뚝 서 있는 큰 나무를 덮치는 형국이다.
제방이나 강둑을 연상시키는 박근혜 후보의 무토사주(戊土四柱)가 유리한지, 한겨울에 태어난 화초나 단단한 나무와 같은 을목사주(乙木四柱)의 문재인 후보가 유리한지는 곧 판가름난다. 두 사람 모두 사주와 운(대운, 태세운, 월운, 일진)을 대입하여 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보게 된다.
신묘년 신축월 무인일생인 박 후보는 선거달인 12월의 자월(子月)이 태어난 달 축월(丑月)로 연결되고, 또한 태어난 날인 인(寅)과 태어난 띠인 묘(卯)로 연결되면서 올해 용띠해인 진(辰)과 내년의 계사년의 뱀과 연결된다. 만약 태어난 시가 오시라면 정미대운의 미(未)까지 사주와 운이 자축인묘진사오미로 연결되면서 실로 구슬을 꿰는 연주형(聯珠型)이 만들어진다.
한편 임진년 계축월 을해일생인 문 후보는 축월(丑月)의 해일(亥日)로 태어났다. 이번 달이 자월(子月)이라 사주와 운세가 해자축(亥子丑)의 수국(水局)이 형성되고, 선거일인 갑인일과 올해 임진년까지 묘(卯)를 제외하고 해자축인(묘)진으로 연결되어 내년 계사년(癸巳年)까지 연계된다. 이번 대선은 ‘민심의 쓰나미’를 박 후보의 제방과 문 후보의 나무가 어떻게 버티느냐에 승패가 갈린다. 갑인일(甲寅日)의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