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大 新사업(태양전지·LED·자동차용 전지·바이오·의료기기) 추진단' 4년만에 전격 해체
임직원들 어제 계열사 복귀 "아이템 선정 잘못" 비판도… 삼성 "새 사업 발굴 노력 계속" 삼성, 미래 먹거리 발굴… M&A 방식으로 할 듯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에 있는 신사업추진단을 해체하고, 7월 1일자로 추진단 소속 임직원을 모두 기존 소속 계열사로 복귀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관계자는 "신사업추진단은 5대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사업화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신사업이 삼성전자·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사업부로 편입돼 사업화 단계로 넘어감에 따라 7월 1일자로 해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서는 신사업추진단을 이끌던 김순택 초대 미래전략실장이 삼성을 떠났고, 야심 차게 발표했던 사업이 부진을 겪은 것이 조직 해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신사업추진팀에서 2009년 확대 출범한 신사업추진단은 단장이었던 김순택 당시 부회장이 이듬해 초대 미래전략실장으로 선임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신사업추진단 출범 직후 삼성은 "2020년까지 신사업 다섯 가지 분야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며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개 신사업 분야에서 4만5000명의 고용과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 사업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일각에서는 "신사업 아이템을 잘못 선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①태양전지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태양전지다. 당초 삼성은 폴리실리콘(삼성정밀화학), 잉곳·웨이퍼(삼성코닝정밀소재), 태양전지·모듈(삼성SDI), 태양광 발전소 시공(삼성에버랜드), 태양광 발전소 운영(삼성물산) 등 태양광 사업을 위한 그룹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삼성SDI는 지난해 결정형 태양전지 생산을 중단했다. 폴리실리콘을 주 재료로 하는 태양전지 사업이 공급 과잉 상태여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결정형 태양전지보다 기술력을 더 필요로 하는 박막형 태양전지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②LED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2009년 4월 LED 사업을 통합해 삼성LED를 출범시켰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2011년 말 삼성LED를 흡수합병한 삼성전자 LED사업부는 지난해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긴 데 만족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LED 시장은 올해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13 세계조명박람회'에 신제품을 포함해 100여종의 LED 조명 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③자동차용 전지
자동차용 전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SDI는 지난 1월부터 보쉬와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보쉬와 50대50으로 설립한 SB리모티브를 흡수 합병했다. 삼성SDI가 올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데에는 흡수한 자동차용 배터리사업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 측은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높여 급성장할 전기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④바이오 사업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해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이 사업은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을 복제약으로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연말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완공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삼성 측은 "지난 2월 미국 머크사와 바이오시밀러 마케팅 협력 계약을 맺었고, 현재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바이오제약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⑤의료기기
의료기기 분야에선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웠다는 평가다. 삼성은 2010년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해 삼성메디슨을 출범시키고 디지털엑스레이 '엑스지오'와 초음파 진단기를 선보였다. 삼성은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자체 개발보다는 M&A(인수·합병)를 선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미국의 CT(컴퓨터 단층촬영) 전문 의료기기 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했다. 의료 부분 M&A로는 레이, 삼성메디슨, 2011년 미국 심장질환 관련 검사기기 생산업체 넥서스 인수에 이어 네 번째다.
삼성 내부에선 앞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은 의료기기 부문처럼 기술력 있는 외부 회사들을 M&A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별도의 추진단을 만들어 자체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수·합병 방식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 신사업추진단은 해체됐지만, 휴대전화 이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날로 커져가는 만큼 새로운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한 그룹 차원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