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초월 채용…대졸 782명 제친 고졸
서류 통과도 힘든데 시험기회 줘 감사…수능공부 덕분에 언니·오빠들 이겨
다들 부러워해…취업선택 잘했다 생각
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성이 대졸 구직자들과의 경쟁을 뚫고 공공기관 청년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박아람 씨(20). 지난 2월 서울의 선일여고를 졸업한 박씨는 공단이 4월 실시한 청년인턴 채용전형에서 14.7대1의 경쟁률 속에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정부가 기업들이 능력 중심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스펙초월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인력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공단은 올해 공공기관 최초로 채용 시 학력, 전공, 연령, 어학 성적으로 지원 제한을 두지 않고 직무능력평가를 통해 직원을 선발하는 채용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특히 스펙 중심으로 평가 잣대를 들이대 창의적이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재의 입사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입사 지원서를 직무능력 기반 지원서로 개선해 획일적인 내용은 물론 가족사항 등 직무연관성이 떨어지는 항목도 전면 삭제했다.
박씨는 "취업을 위해 여러 곳에 지원서를 냈는데, 서류 통과도 싶지 않았다"며"공단에서 학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박씨는 또래들이 많이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같은 사회경력도 전무했고 자격증도 없어 일반 기업들의 자기소개서에는 딱히 채울 스펙이 없었다.
839명의 지원자 중 직무적성검사와 한국사, 영어 등의 직무평가를 통해 57명이 뽑혔고 박씨는 합격자 중 유일한 고졸 출신이 됐다.
선발 공고를 보고 주어진 2주 동안 준비하면서 걱정도 했다. 대졸들보다 영어나 한국사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문제를 보고는 기우였음을 알았다.
박씨는 "영어와 한국사 문제유형이 수능시험하고 비슷한 형태여서 오히려 수월하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며 "수능을 준비했던 친구들도 시험을 봤다면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덕분에 대졸들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박씨는 인턴 동기들과 많게는 열 살까지 차이가 나는 만큼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동기 언니,오빠들로부터 그저 부러울 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럴 때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취업을 선택한 것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공부를 하며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박씨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서 재수를 하는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재수를 할 경우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술공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대학 진학 후에도 인문계보다 대학 학비가 많이 드는 만큼 삼남매를 키우시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취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인문계 대학이라도 진학하기를 원하던 부모님이었지만 박씨의 의사를 존중하고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박씨의 어머니는 박씨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취업 정보를 수집해 알려줬을 정도였다. 박씨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6개월 동안의 근무가 끝나면 인턴직원 중 우수한 근무성적을 기록한 직원들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서다.
박씨는 "처음에는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이제는 당당히 정규직 직원으로 공단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지금은 행정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공단 내 홍보 분야 등에서 일하면서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미술 분야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잠재력을 중시한 인재 채용을 위해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들에서도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제2의, 제3의 박씨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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