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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호주서 한인 묻지마 테러, 이유는 영어실력? (데일리안 2012.11.28 17:30:47)

호주서 한인 묻지마 테러, 이유는 영어실력?

몇년간 급증한 워킹홀리데이 지원자들 부족한 영어실력에 시비 붙어
유학원 관계자 "일부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인 영어 못한다 인식"

 

◇ 호주에서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묻지마 테러’ 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현지인들에게 손가락을 잘린 한국인 피해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최근 호주에서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묻지마 테러’ 가 잇따라 발생하자 우리 정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인종 증오범죄가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몇 년 사이 호주에서 급증한 한인 워킹홀리데이 인구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상 워킹홀리데이 지원자들 대부분은 현지에서 취업과 동시에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영어실력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 점을 악용해 일부 철없는 현지 청소년들이 해당 한인들의 영어실력을 비하하거나 시비를 거는 과정에서 양측간 심각한 마찰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호주도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문제가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앞서 지난달 27일 멜버른의 한 공원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현지인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지고 손가락이 잘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곧이어 이달 13일에도 도심 주택가에서 한국인이 현지 청년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자 점차 ‘인종 범죄’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25일에는 브리즈번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한국인이 길거리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을 조사 중이던 경찰이 되레 한국인 피해자에게 “왜 밤늦게 돌아다니느냐”, “(아시아인들이) 멍청하고(stupid), 어리석다(silly)”고 말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은 증폭돼 왔다.

이후 우리 정부의 항의가 이어지자 호주 경찰은 가해자 중 일부를 구속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그간 비아시아계인을 대상으로 유사한 강도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이 단순 폭행 사건 또는 우발적인 범죄일 수 있다며 3건 모두 인종차별적 범죄로 결론 내리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 호주에서 거주했던 호주 유학관계자들은 이번 사건들이 ‘인종 범죄’ 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년 넘게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거주한 종로의 한 유학원 관계자 A씨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몇 년 새 호주에서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안 인을 상대로 한 유사 인종범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예전에는 현지인들의 우발적 인종 테러가 중국인을 겨냥한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그 대상이 한국인인 경우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현지인들이 한인들과 갈등을 빚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언어 장벽”이라며 “일부 유학생들도 그렇지만 최근 호주 내 급증한 워킹홀리데이 한인들 대개가 영어 실력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인들은 영어를 못한다’ 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비자로 체류하는 한국인은 2만3000명 이상으로 이민자들도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인들이 유학보다 워킹비자로 호주에 방문했던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 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영어실력도 한국인들에 비해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높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물론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오신 분들 중 영어를 잘하거나 현지인들과 잘 지내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다만 최근 호주도 경기가 나쁜 만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예전만큼 좋지 많은 않다. 유학생들은 호주에서 돈을 쓰고 가지만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뺐거나 세금을 축낸다는 피해의식도 일부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년시절 호주 시드니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약사 B씨도 A씨의 의견에 일부 동의했다.

B씨는 “사립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특별히 신변 위협을 느껴본 적은 없다”면서 “다만 차이나타운 지역이나 아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을 노린 인종 범죄라고 규정짓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가 될 수 있을 것”같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들어 호주에서도 심각한 실업난으로 유럽 등지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인종주의 조짐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달 새 호주에서 연속해 한국인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와 호주 측 모두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당 사건들이 인종 범죄와 관련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한 호주대사관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호주 연방정부와 각 주 정부, 경찰 당국은 모든 인종차별 범죄를 엄중히 다루고 있다”며 “인종차별 관련 범죄에 대해 엄중처벌 원칙(zero tolerance)을 갖고 예의주시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일련의 사건들에 관해 “아직 이것이 인종 차별적인 범죄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생각을 한다”며 “우리 대사관과 총영사관 공관들은 이런 상황을 교민 사회에 즉각 전파하고 각자가 더욱 더 신변안전에 유의하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A씨 역시 “가급적이면 호주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우범지역에는 가지 말라고 충고한다”며 “스스로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지에 나가있는 우리 정부 공관의 안전망도 좀 더 촘촘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