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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알기

백제시대 지방 木簡 나주서 첫 출토 (연합뉴스 2008.07.24)

백제시대 지방 木簡 나주서 첫 출토
인력관리 문서 추정..제철소도 발견

백제가 지금의 전남 나주 지역에서 ’관영(官營) 제철소’를 운영했으며, 나아가 그에 필요한 인력을 치밀하게 관리했음을 뒷받침하는 목간(木簡)이 발견됐다.

백제시대 목간은 그동안 백제 마지막 수도인 부여에서만 발견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수도에서 한참 벗어난 지방에서도 출토됨으로써 백제의 지방통치 실상을 파악하는 데 획기적인 자료를 제공할 전망이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심영섭)는 나주 복암리 고분군(사적 404호) 일대 정비를 위해 그 주변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철기를 생산한 제철(製鐵) 유적과 함께 백제 지방사 연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문자 목간 2점을 수습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제철 유적 인근 웅덩이 시설 내부에서 수습된 이 목간들은 모두 한쪽 면에서만 붓글씨가 발견됐다

윗 부분 일부가 잘려 나간 첫 번째 목간은 잔존 길이 8.4㎝, 너비 4.1㎝, 두께 0.5-0.6㎝에 ’…(年)三月中監數長人…出省者(得)捉得□奴…’ 정도로 읽힐 수 있는 16글자의 묵서(墨書)가 2행에 걸쳐 확인됐다.

정확한 의미는 아직 종잡을 수 없으나, 글자 판독이 정확하다고 가정해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어떤 해 3월에 서너 명의 장인(長人)을 감독했고”(첫행), “나아가서 살핀(?) 자는 체포하여 노비로 삼을 수 있다”(둘째행)는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연구소는 ’장인(長人)’이란 요즘 노동 현장의 ’십장’처럼 노무자 중에서도 우두머리 위치에 있는 사람을 지칭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을 보태기도 했다.

여러 조각을 꿰어맞춰 복원한 두 번째 목간은 잔존길이 32㎝, 너비 4.2㎝, 두께 0.3-0.4㎝ 크기로, 묵서 수십 글자가 확인되지만 “마멸이 대단히 심해 대략 ’兄將○立○○○四二 中○四 ○二 …○○○○○ ○定文丁○○一女○ ○○○○二巴四入○○○○ 定’ 자 정도만 읽을 수 있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따라서 “두 목간에 기록된 내용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인력 관리에 대한 문서로 파악된다”면서 “더 구체적인 내용은 차후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심영섭 소장은 “이번 목간은 발견 지역이 백제의 지방이라는 점이 의미가 있는 데다 문헌자료가 부족한 백제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또한 목간 내용 중 사람을 관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이 지역 고대사회 구조의 일면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목간들이 출토된 주변에서는 호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삼국시대 제철 유적이 발견되고, 나아가 이 일대에서 목간 외에도 다량의 철 슬래그와 도가니(금속, 유리 등을 녹이는 그릇), ’官內用’(관내용)이라는 글자를 새긴 백제시대 명문토기, 토제 벼루, 백제기와, 목기류 등의 많은 유물이 발견됐다.

’관내용’이란 글자 그대로는 관에서 사용하는 기물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명문토기와 목간, 벼루, 그리고 백제기와 같은 유물은 복암리 고분군 인근 지역에서 문서행정이 이루어졌으며, 지방관청과 같은 주요한 시설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특히 유적과 유물이 출토되는 양상으로 볼 때 목간에 기록된 내용은 이 제철소 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