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관계/국제분야

아시아 헤게모니 잃은 日本 극도의 소외감 (매일경제 2009.06.08)

아시아 헤게모니 잃은 日本 극도의 소외감
`세계 지각변동…일본만 과거 패러다임 함몰` 자성도
  

◆ 美ㆍ中 G2시대 / ③ 경계하는 일본 ◆

`일본 외교의 모든 길은 중국으로 통한다.`

일본의 경제ㆍ안보 등 외교 관련 조치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침`이 일본 행정부 주변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한국이 작년 말 일본으로부터 300억달러 통화스왑 협정을 이끌어낸 배경을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한 발 앞서 한국측에 통화스왑을 체결해 줬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당시는 `제2의 환란설`이 나돌 정도로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 시각이 부정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아시아 역내 위상, 위안화의 빠른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 일본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한국 금융당국과 통화스왑 협정에 합의해 줬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미국과 함께 어깨를 견주며 스스로를 세계 `양강`, 즉 사실상의 G2로 여겨온 일본은 최근 더욱 부각되고 있는 `미ㆍ중 G2재편론`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소 다로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정책 담당자들이 내놓고 중국을 의식하는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최근 일본이 내놓는 각종 정책들은 중국의 급부상, 이른바 `G2 경계론`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2조엔 규모 아시아 역내 무역보험제도를 신설하고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일본의 정부개발원조(ODA)를 2배로 늘리겠다는 이른바 `아소 구상`도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이에 따른 아시아 지역 내 일본의 헤게모니 위축을 우려한 조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심지어 북한의 핵실험ㆍ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한 반발도 자국민 안전보호라는 측면보다는 사실상 중국에 대한 압박카드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미ㆍ중 G2 체제가 구축되며 `일본이 배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일본에서는 극도의 경계감이 표출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국제 공조 창구로 G2O 정상회의가 논의되고 있을 때 일본은 당초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이 G20 내에서 어엿하게 신흥시장국의 대표주자로 대접받으며 부상할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선진 경제국 클럽인 G7에다 러시아를 넣은 G8로 넓혀져도 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자기들만 포함돼 있다는 특권적 지위를 잃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해서다.

중국은 아직까지는 단지 세계 최대 소비시장,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앞세운 글로벌 제조공장으로 인식됐다.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앞으로 국제질서 재편 속에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주축으로 부상한다는 식의 전망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미국과 중국은 경제력 격차가 워낙 크다"며 미ㆍ중 양국 위주로 국제경제 질서가 재편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G2 재편론을 주장해 온 미국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거 정책자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G2 재편론이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닛케이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같은 경제협력 관계를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구체적으로 환율 문제와 통상마찰, 보호무역주의 등 갈등 요인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세계질서는 빠른 속도로 지각변동을 거듭하고 있는데 일본만 과거의 패러다임에 함몰돼 있다"고 지적한 뒤 "국제질서 재편 과정을 재도약의 기회로 이용하는 장기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80년대 초반 일본 투자자금이 미국 월가의 부동산 등을 대거 사들이고 일본산 자동차들이 미국 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하면서 국제질서가 미국과 일본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는 기대가 퍼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더 이상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주축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는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일면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일본이 밀려난 빈 자리를 신흥 공룡 중국이 빠른 속도로 차지하면서 일본의 조바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은 작년 말 현재 9%대 초반으로 하락하며 90년대 초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도쿄증시는 상하이증시에 밟히는 치욕을 당했다. 아시아 증시에서 도쿄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올해 1~4월 거래대금 기준)이 12년 만에 가장 낮은 25%에 머물렀고 27%를 차지한 중국 상하이증시에 1위를 내주며 밀려난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도쿄증시 비중이 25%대로 하락한 것은 97년 말 야마이치증권사 파산 등으로 인한 일본발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증시의 부진보다는 상하이의 급부상이 더 큰 원인이다.

산케이신문은 미ㆍ중 G2 재편론에 대해 한 술 더 뜨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산케이는 최근 사설에서 "G2 재편론이 현실이 될 경우 중국은 8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80년대 일본이 급부상하면서 `아메립폰`(아메리카와 닛폰의 합성어)이나 `일본위협론` 등이 제기되자 미국이 일본의 투자와 무역을 집중 견제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선회했다는 점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미ㆍ소 냉전체제와G2의 차이점은 ?

◆ 美ㆍ中 G2시대 / ④ 미국ㆍ중국 가치관 충돌 ◆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하는 새로운 `G2 재편론`은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대립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냉전 시대 미ㆍ소 양극 체제와 최근 제기되는 미ㆍ중 G2 체제는 내용과 형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체제 형성은 그 이전 역사와 맞물려 있다. 식민지 재분할을 위한 제국주의 국가 간 전쟁이 끝나고 나타난 과거 식민지 국가의 독립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블록 간 체제 경쟁을 낳았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은 양 체제 종주국으로 나서면서 양극 구도를 만들었다.

미국과 소련 간 싸움은 제3세계 국가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힘겨루기 때문에 가열됐다.

양측은 신생 독립국가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우군 만들기에 총력전을 펼쳤고, 무상 원조를 포함한 경제 지원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군비 경쟁도 불사했다. 우주 개발은 또 다른 무대였다. 소련이 먼저 쏘아올린 유인 우주선에 미국은 충격을 받았고 결국 달에 먼저 유인 우주선을 보내면서 소련을 제압했다.

미ㆍ소 양극 체제 붕괴는 냉전 시대 종식으로 이어졌다.

라이벌 소련의 해체는 이후 세계 유일한 `울트라 슈퍼 파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극 체제를 가져왔다.

세계 질서 체제에서 중국이 미국과 `맞짱`을 뜨는 의미인 G2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정치적 영향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신흥 시장국 대표로 대접받는 정도다. 경제 규모에서는 아직 일본에도 뒤진다. 다른 국가들 대접에서도 중국에 대한 예우는 제한적이다.
中, G2 원치않아?

자칫하면 지원부담만 늘고 견제당해…日처럼 몰락 우려

◆ 美ㆍ中 G2시대 / ③ 경계하는 일본 ◆



"미국은 중국을 그들의 작전차량에 묶어 놓으려고 한다."

G2(세계 주도하는 2개국) 개념을 제기한 미국의 의도와 관련해 한 중국 분석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 지도층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질서가 급변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은 G2란 용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G2 개념이 미국의 음모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미국이 자신들의 뜻대로 중국을 요리하기 위해 꺼낸 칼인 만큼 중국 정부가 동의할 리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국 분석가는 "G2 또는 중ㆍ미 주도 세계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미국 주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가 절상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중ㆍEU 정상회의 직후 중국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G2를 부인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원 총리는 당시 "세계 현안들이 중국과 미국, 이른바 G2국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근거 없고 잘못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몇몇 나라가 세계적인 이슈를 다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고 다극화ㆍ다자주의가 대세란 얘기다.

원 총리는 "다극화와 상호협력은 거대한 추세이자 인민들의 뜻"이라고도 했다. 중국 언론들은 원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유럽에 진정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 원로인 우젠민(吳建民) 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도 지난 1일 덩샤오핑 전 주석이 대외원칙으로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100년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방위 대국외교`로 전환되는 듯한 최근 중국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이다.

도강양회는 제갈공명이 천하를 삼분하는 계책(天下三分之計)을 세우고 때가 올 때까지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된 말. 덩 전 주석이 개혁ㆍ개방을 시작하면서 세계 강대국으로 우뚝 서려면 빛을 자랑할 때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부단히 실력을 길러야 한다며 이 말을 한 뒤 중국 대외정책의 핵심어로 자리잡았다.

우 전 원장은 "도광양회는 중국이 개방하지 않겠다거나 세계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며 "옛 소련의 대국굴기는 외국을 침략해 괴롭히는 것이었지만 중국은 그런 노선을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 총리가 지난달 중ㆍEU 정상회의 때 공동발전을 위해 "상호존중과 내정불간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크루그먼 교수…中, 美서부지역 경제 수준

세계 중추 엔진 될수없다


와일더 전 NSC보좌관…美 G2체제 받아들이면 日ㆍ호주등 우방 잃을것

◆ 美ㆍ中 G2시대 / ③ 경계하는 일본 ◆

크루그먼 교수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G2 시대`를 한마디로 일축하며 깔아뭉갰다.

베이징대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도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G2 부상에 대해 "턱도 없다"며 "중국은 아직도 내부 단속과 정비에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시기 상조론을 펼쳤다.

크루그먼 교수 언급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국영 CCTV와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이른바 G2 시대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지위에 오르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 경제 규모는 일본에 못 미치고, 일본 경제 규모는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며 "중국 경제는 미국 서부 경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 내 한 지역경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아직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거나 미래에 세계 경제를 인도할 중추적인 엔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 지적은 현재 중국 위상에 대한 경제적 접근에 근거하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G2 시기 상조론 주장도 만만치 않게 크다.

중국과 G2 체제를 구축했을 때 기존 동맹을 희생할 수도 있다는 염려다.

와일더 전 NSC보좌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는 "미국이 G2를 받아들이면 일본 호주 등 동아시아 우방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와일더는 "중국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아시아라는 보다 큰 그림에서 일부일 뿐"이라며 "미ㆍ중 관계가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등 기존 동맹국과 관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데릭 시저스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센터 연구원도 "양국이 무역과 투자 분야 갈등으로 더욱 소원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워싱턴과 베이징은 실질적인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정략결혼을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애덤 시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역시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최근호에서 G2 구상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지역 역학 관계를 감안할 때 러시아 일본 등 해당 지역 강국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다.
한 배 탄 차이메리카…中 기업사냥 美도 러브콜
중국, 美국채 사주고 미국은 中 국제지위 확대 용인
  

◆ 美ㆍ中 G2시대 / ② 세계 사들이는 중국 ◆

지난달 15~17일 부동산박람회가 열린 중국 광둥성 광저우 진한(錦漢)전시장. 개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채에 최소 200만위안(3억8000만원)에 달하는 호주 시드니 별장이 7채나 팔려 나갔다.

호주 부동산업체 홈리프글로벌 중국사무소 주잉잉(朱影瑩) 대표는 "200만위안 정도는 광저우 부자들에겐 비싼 게 아니다"며 "사흘 동안 고객 수백 명에게 집을 소개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부동산전시회에서도 70여 개 미국 부동산업체들이 200억달러어치 매물을 내놔 사흘간 가계약이 500건이나 성사됐다.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한 중국이 싹쓸이 수준으로 국외 자산 쇼핑에 나서고 있다. 국외 부동산에 대한 개인 투자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올해 들어 글로벌 위기가 잦아들 조짐을 보이자 전 세계를 상대로 전방위 기업 인수ㆍ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외국 기업 사들이기를 하면서 중국과 미국, 즉 `차이메리카(Chimerica)` 애증 관계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엊그제 미국에 대해 한편에선 강판 반덤핑 보복조치로 으르렁 거리면서 다른 한편에선 자금난에 처한 모건스탠리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했다. 어찌 보면 이중적 태도로 보이지만 철저하게 경제적 실리를 겨냥한 전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정부 역시 중국에 대해 톈안먼 사태 진실 규명, 티베트 등 인권문제를 걸고 넘어지다가도 경제 문제로 돌아와선 애걸복걸하는 식이다.

그동안 중국이 공을 들이면서 성사시키지 못했던 미국 완성차업체 인수가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중국을 다녀가면서 풀린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 측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국가안전`을 이유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미국 금융업체, 특히 씨티 등 대형 은행을 이참에 저가에 사들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만 따져도 중국 기업의 국외 M&A 투자액은 170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국외 M&A 금액은 71억6000만달러에 달해 특히 많이 늘었다. 중국 기업의 국외 M&A는 지난해 1분기에 32억9000만달러였던 게 2분기 45억1000만달러로 늘고, 3분기 21억1000만달러로 주춤했다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외국에서 중국 기업을 사들이는 규모를 크게 웃돈다. 지난해 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을 M&A한 금액은 1분기 5억8000만달러, 2분기 13억달러, 3분기 12억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외국 기업 M&A가 2~6배가량 많았다.

◆ 원유ㆍ철광 자원기업 싹쓸이

= 중국 기업의 외국 진출은 자원 부국인 호주를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지에서 많이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엔 석유ㆍ천연가스ㆍ비철금속ㆍ철강 등 에너지ㆍ자원부문 대외투자와 합작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이 자원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자원이 무기가 되는 시대에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또 뒤처진 신에너지 분야 기술력을 단번에 따라잡겠다는 의지다. 중국 최대 풍력발전설비 제조업체인 골드윈드(金風科技)는 독일 벤시스(VENSYS) 지분 70.8%를 4100만유로에 인수해 신에너지 분야 외국 진출을 가속한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 자동차부품 M&A로 기술 확보 노려

= 자동차업계에도 중국 바람이 거세다. 쓰촨 중장비제조업체 텅중(騰中)중공업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허머`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미ㆍ중 어느 나라 처지에서나 경제사적 사건이다. 지리(吉利)자동차가 미국 포드 산하 브랜드인 볼보 인수를 타진 중이고 베이징자동차(BAIC)도 GM 자회사인 오펠을 사들이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했다. 중국 자동차업체가 추가로 미국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진단이다.

자동차부품업계에도 국외 M&A 돌풍이 일고 있다. M&A를 통해 뒤처진 제조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선두에 나선 베이징 시정부는 지난 3월부터 베이징자동차(BAIC)ㆍ톈바오그룹 등으로 M&A협상단을 구성해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델파이에서 제동ㆍ현가장치 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美 금융위기후 "덩샤오핑식 경제배우자"
◆ 美ㆍ中 G2시대 / ② 세계 사들이는 중국 ◆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덩샤오핑식 경제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홍콩 대공보는 황하이전(黃海振) 칼럼을 통해 "금융위기 이후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연구 모델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하이전은 "많은 사람이 19세기는 영국인 시대, 20세기는 미국인 시대, 21세기는 중국인 천하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미국 백악관에 경제 자문을 제공하는 중국 연구팀이 덩샤오핑식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기술`을 배워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덩샤오핑은 개혁ㆍ개방을 주장하면서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등 사상을 강조했다. 신중하게 접근해 실천해보고 맞으면 계속하고 잘못됐으면 고쳐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황하이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연구하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은 이미 경제학자들에게 연구ㆍ학습 모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화권 경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홍콩이 대중화권 경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하이전은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홍콩 마카오 대만 등 대중화권 경제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4개 경제 주제가 대중화 경제권 초보단계를 형성한 만큼 세계 경제에서 더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식 경제발전 모델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미국은 군사 확장을 통해 세계에서 외채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고 채무를 면하고자 돈을 계속 찍어내는 등 방법으로 위험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시스템으로 미국 위기가 옮겨가고 있다"면서 "과거 자동차 왕국인 미국에서 3대 자동차업체가 파산 위기에 처했고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도 위태롭게 됐다"고 말했다.
美대형은행 빈자리 중국 은행이 차지
中 초상은행, 홍콩 윙룽銀 193억달러 인수

◆ 美ㆍ中 G2시대 / ② 세계 사들이는 중국 ◆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계 은행들이 휘청거리자 중국이 그 자리를 비집고 선두권으로 나섰다. 이미 공상은행은 시가총액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건설은행ㆍ중국은행도 2ㆍ3위를 차지해 세계 3대 은행이 모두 중국 브랜드다.

금융위기 와중에 세계 1위였던 미국 씨티은행은 순위표에서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JP모건체이스ㆍ골드만삭스ㆍ웰스파고 등이 10위권에 든 정도다.

10년 전만 해도 1~2위는 물론이고 영국계인 HSBC와 로이드TSB, 스위스 UBS, 일본 도쿄-미쓰비시은행 등을 빼고 10위권 내 60%가 미국계 은행이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중국 대형 은행 몸집 불리기는 2006년 이후 외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중국은행이 스위스 헤리티지펀드매니지먼트에 투자한 데 이어 초상은행이 홍콩 윙룽은행(永隆銀行)을 인수해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초상은행이 지분 전량을 인수한 윙룽은행은 홍콩 4대 은행에 들어가는 큰 곳. 인수 규모가 193억달러에 달해 중국 인수ㆍ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인수전을 기화로 초상은행은 홍콩을 거점으로 국제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은행들의 이 같은 질주는 높은 수익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은행이 된 공상은행은 지난해 순수익이 1110억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36%나 증가했다. 기업 310만개, 개인 1억9000만명이란 엄청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예금 규모도 1위다.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에 5000억위안 이상 순이익을 내 전년에 비해 이익이 30.6%나 늘었다.

지난해 말 중국 상업은행 부실대출 규모도 지난해 초에 비해 7000억위안 줄어 부실대출 비율도 2.45%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지난 3월 `중국발전포럼 2009`에서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장도 "지난해 중국 은행업계가 낸 순이익ㆍ자본회수 등이 세계 최고"라며 "금융위기가 중국 은행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