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헤게모니 잃은 日本 극도의 소외감 | |||||||||||||||||||||||||||||||||||||||||||||||||||||||||||||||||||||||||
`세계 지각변동…일본만 과거 패러다임 함몰` 자성도 | |||||||||||||||||||||||||||||||||||||||||||||||||||||||||||||||||||||||||
◆ 美ㆍ中 G2시대 / ③ 경계하는 일본 ◆ | |||||||||||||||||||||||||||||||||||||||||||||||||||||||||||||||||||||||||
`일본 외교의 모든 길은 중국으로 통한다.` 일본의 경제ㆍ안보 등 외교 관련 조치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침`이 일본 행정부 주변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한국이 작년 말 일본으로부터 300억달러 통화스왑 협정을 이끌어낸 배경을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한 발 앞서 한국측에 통화스왑을 체결해 줬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당시는 `제2의 환란설`이 나돌 정도로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 시각이 부정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아시아 역내 위상, 위안화의 빠른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 일본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한국 금융당국과 통화스왑 협정에 합의해 줬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미국과 함께 어깨를 견주며 스스로를 세계 `양강`, 즉 사실상의 G2로 여겨온 일본은 최근 더욱 부각되고 있는 `미ㆍ중 G2재편론`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소 다로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정책 담당자들이 내놓고 중국을 의식하는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최근 일본이 내놓는 각종 정책들은 중국의 급부상, 이른바 `G2 경계론`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2조엔 규모 아시아 역내 무역보험제도를 신설하고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일본의 정부개발원조(ODA)를 2배로 늘리겠다는 이른바 `아소 구상`도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이에 따른 아시아 지역 내 일본의 헤게모니 위축을 우려한 조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심지어 북한의 핵실험ㆍ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한 반발도 자국민 안전보호라는 측면보다는 사실상 중국에 대한 압박카드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미ㆍ중 G2 체제가 구축되며 `일본이 배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일본에서는 극도의 경계감이 표출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국제 공조 창구로 G2O 정상회의가 논의되고 있을 때 일본은 당초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이 G20 내에서 어엿하게 신흥시장국의 대표주자로 대접받으며 부상할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선진 경제국 클럽인 G7에다 러시아를 넣은 G8로 넓혀져도 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자기들만 포함돼 있다는 특권적 지위를 잃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해서다. 중국은 아직까지는 단지 세계 최대 소비시장,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앞세운 글로벌 제조공장으로 인식됐다.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앞으로 국제질서 재편 속에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주축으로 부상한다는 식의 전망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미국과 중국은 경제력 격차가 워낙 크다"며 미ㆍ중 양국 위주로 국제경제 질서가 재편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G2 재편론을 주장해 온 미국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거 정책자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G2 재편론이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닛케이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같은 경제협력 관계를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구체적으로 환율 문제와 통상마찰, 보호무역주의 등 갈등 요인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세계질서는 빠른 속도로 지각변동을 거듭하고 있는데 일본만 과거의 패러다임에 함몰돼 있다"고 지적한 뒤 "국제질서 재편 과정을 재도약의 기회로 이용하는 장기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80년대 초반 일본 투자자금이 미국 월가의 부동산 등을 대거 사들이고 일본산 자동차들이 미국 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하면서 국제질서가 미국과 일본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는 기대가 퍼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더 이상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주축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는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일면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일본이 밀려난 빈 자리를 신흥 공룡 중국이 빠른 속도로 차지하면서 일본의 조바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은 작년 말 현재 9%대 초반으로 하락하며 90년대 초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도쿄증시는 상하이증시에 밟히는 치욕을 당했다. 아시아 증시에서 도쿄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올해 1~4월 거래대금 기준)이 12년 만에 가장 낮은 25%에 머물렀고 27%를 차지한 중국 상하이증시에 1위를 내주며 밀려난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도쿄증시 비중이 25%대로 하락한 것은 97년 말 야마이치증권사 파산 등으로 인한 일본발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증시의 부진보다는 상하이의 급부상이 더 큰 원인이다. 산케이신문은 미ㆍ중 G2 재편론에 대해 한 술 더 뜨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산케이는 최근 사설에서 "G2 재편론이 현실이 될 경우 중국은 8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80년대 일본이 급부상하면서 `아메립폰`(아메리카와 닛폰의 합성어)이나 `일본위협론` 등이 제기되자 미국이 일본의 투자와 무역을 집중 견제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선회했다는 점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미ㆍ소 냉전체제와G2의 차이점은 ? ◆ 美ㆍ中 G2시대 / ④ 미국ㆍ중국 가치관 충돌 ◆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하는 새로운 `G2 재편론`은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대립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냉전 시대 미ㆍ소 양극 체제와 최근 제기되는 미ㆍ중 G2 체제는 내용과 형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체제 형성은 그 이전 역사와 맞물려 있다. 식민지 재분할을 위한 제국주의 국가 간 전쟁이 끝나고 나타난 과거 식민지 국가의 독립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블록 간 체제 경쟁을 낳았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은 양 체제 종주국으로 나서면서 양극 구도를 만들었다. 미국과 소련 간 싸움은 제3세계 국가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힘겨루기 때문에 가열됐다. 양측은 신생 독립국가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우군 만들기에 총력전을 펼쳤고, 무상 원조를 포함한 경제 지원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군비 경쟁도 불사했다. 우주 개발은 또 다른 무대였다. 소련이 먼저 쏘아올린 유인 우주선에 미국은 충격을 받았고 결국 달에 먼저 유인 우주선을 보내면서 소련을 제압했다. 미ㆍ소 양극 체제 붕괴는 냉전 시대 종식으로 이어졌다. 라이벌 소련의 해체는 이후 세계 유일한 `울트라 슈퍼 파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극 체제를 가져왔다. 세계 질서 체제에서 중국이 미국과 `맞짱`을 뜨는 의미인 G2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정치적 영향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신흥 시장국 대표로 대접받는 정도다. 경제 규모에서는 아직 일본에도 뒤진다. 다른 국가들 대접에서도 중국에 대한 예우는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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