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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알기

`조선후기 사대부 중심 수학자층 출현` (연합뉴스 2009.08.27)

"조선후기 사대부 중심 수학자층 출현"

서울대 임종태교수 주장…"수학자들은 정파 초월"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다양한 정파를 형성해 성리학 해석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으나 18세기에는 정파를 초월해 수학 연구에 매진하는 새로운 학자층이 출현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임종태 교수는 27일 열리는 '제2회 규장각 한국학 국제심포지엄'에 앞서 내놓은 발표문을 통해 조선 후기에 나타난 사대부 중심의 수학 열풍 현상을 소개했다.

이들은 당시 치열한 당쟁의 와중에서도 소속 정파를 뛰어넘어 '수학'이란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긴밀한 교우관계를 유지했다.

천문 개혁 등 문제를 놓고서는 마치 수리과학 증진이란 대의 아래 뭉친 하나의 독자적 '학파'나 다름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수학과 천문학, 지도학, 관련 기구 제작 등을 위해 중인이나 장인 등 하층민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수학자들과 하층민은 대체로 후원-피후원, 고용-피고용 관계였지만 중인이나 하층민이 수리과학에 전문성을 지닐수록 신분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수학과 천문학, 지도학 등 전문적 관심사를 공유한 수학자들의 지적 네트워크에서는 중국에서 온 지식과 서적, 기구가 활발히 유통됐다.

임 교수는 "수학은 신분이 낮은 '중인'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양반 사대부의 지적탐구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조선 사회에서 이 같은 현상은 지적 전통의 의미심장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주역 상수(象數)학이 널리 유행했고 중국으로부터 새로운 수학이 도입됐으며, 국가 차원의 천문학ㆍ지도제작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변화의 원인을 찾았다.

임 교수는 "이러한 배경은 조선에서 '유교적 수학'이라는 잡종문화가 탄생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리과학이 사대부의 정치적ㆍ지적 노력의 중요 요소로 부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