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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1700만원 들인 `파라노말…`수익은 1200억 `공포 특급`(시네마조선 2010.01.12)

1700만원 들인 '파라노말…'수익은 1200억 '공포 특급'

이 공포영화의 언론시사를 놓쳐서 시사용 DVD를 빌려 한밤중 집에서 혼자 봤다.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기억을 없애려고 일부러 '스쿨 오브 락'을 연달아 볼 정도였다.

'파라노말 액티비티(14일 개봉)'는 1만5000달러(약 1700만원) 제작비를 들여
미국서만 1억700만달러(약 1200억원) 수입을 올린 영화다. 말 그대로 아이디어 빅뱅이다. 이런 영화제작자가 조선에 태어났다면 이순신이 되어 13척 함대로 왜선 133척을 패퇴시킬 인물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스티븐 스필버그다.

미카(미카 슬롯)와 케이티(케이티 페더스튼) 커플은 밤마다 들리는 수상한 인기척의 정체를 알려고 전문가용 카메라를 산다. 카메라를 밤새 침실에 고정시켜 놓고 잠든 지 며칠 만에 방문이 움직이고 케이티가 뭔가에 씐 듯 돌아다니는 장면이 찍힌다. 퇴마사를 불러 귀신을 쫓으려 하나, 퇴마사조차 능력 부족이라며 포기한다. 귀신의 흔적은 날이 갈수록 많이 발견된다.

주연배우들이 스스로 찍은 영상으로 만든 영화‘파라 노말 액티비티’는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코리아스크린 제공

'블레어 윗치(1999)'가 그랬듯이, 이 영화도 관객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착각하게끔 유도한다. 이 소름 돋는 창작물은 첫 장면에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이 테이프를 제공해 주신 주인공 가족과 샌디에이고 경찰에 감사드린다"는 자막을 넣으며 시작한다.

전문가용 카메라를 동원했지만 그것이 영화의 화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남녀가 불을 끄고 잠든 모습을 고정된 카메라를 통해 보는 관객은 실제 그 방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어둠 속에서 자고 있는 낯선 사람의 모습은 생각보다 무섭다). 게다가 이 남녀는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기 때문에, 관객은 방문틀 너머 어둠 속에 뭔가 움직이지 않나 하고 스크린에 집중하게 된다(공포영화에서 몰입하면 지는 거다).

마루 삐걱대는 소리는 전기톱 시동 소리보다 무섭고, 뭔가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는 창문 깨지는 소리보다 무섭다. 생활 속에서 흔히 들리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공포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겁주는 공포 명작의 법칙에 충실하다. 그리고 문제의 마지막 장면! '오싹하다'의 진정한 뜻을 알고 싶은 자, 이 영화를 볼 일이다.

그러므로 머리 산발한 피 칠갑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덜 무서운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무서움이라기보다 기분 나쁨에 가깝고, 공포보다 불쾌와 비슷하다. 칠흑 같은 동굴에 갇혔는데 뭔가 뜨뜻한 점액질의 액체가 어깨에 떨어지는 느낌,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