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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중학생 아들이 힘 합쳐 특허 (조선닷컴 2010.01.13 03:19)

아버지와 중학생 아들이 힘 합쳐 특허

입력 : 2010.01.13 03:19

결로현상을 막는‘얼린 플라스틱병용 덮개병’을 만들어 특허를 받은 이준경군./이준경군 제공

'결로현상 안생기는 페트병' 발명…
"1년간 머리 맞대고 궁리했어요"

햇볕이 뜨겁던 2년 전 여름, 경기도 안양시 학의천 인근 학원공원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던 부자(父子)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벤치로 돌아왔다. 아들은 냉장고에서 얼려서 가져온 1.5L 플라스틱병을 들려다가 표면에 맺힌 물 때문에 손이 미끄러졌다. 뚜껑이 열려 있던 병은 흙바닥에 떨어져 입구가 지저분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물었다.

"아빠, 나 때문에 물 못 마셔서 미안. 근데 페트병 얼음이 녹을 때 생기는 물을 없앨 수는 없을까?"

다음날 아침, 아들은 책가방을 챙기며 얼린 물통을 비닐봉투에 싸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녹을 때 생기는 물에 책이 젖을까 봐 이렇게 싸야 한다"고. 그날부터 부자는 결로현상(기온 차이로 물체의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플라스틱병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1년이 지난 2009년 6월 아버지 이범엽(48·아마추어 권투 심판)씨와 아들 준경(14·중2)군은 '얼린 플라스틱병용 덮개병'을 발명했다. 이들은 병의 도면을 들고 특허사무소를 찾아가 특허신청을 의뢰, 지난해 11월 특허등록을 마쳤다. 특허사무를 담당했던 이성춘 변리사는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탁월한 신기술"이라며 "특허등록이 되려면 보통 1년 넘게 걸리는데 이번에는 5개월 만에 절차를 마쳤다"고 했다.

아이디어는 이군의 머리에서 나왔다. 부자는 몇 개월 동안 덮개병으로 쓸 수 있는 외부용 용기를 찾지 못했다. 인천에 있는 용기 공장에까지 가봤으나 헛수고였다. 1주일에 2~3번씩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재미삼아 시작한 일이니 그만둘까 하고도 생각했다. 그때 이군이 "플라스틱병의 목 부근 튀어나온 부분에 덮개병을 고정시키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뒤 시중에 있는 여러 플라스틱병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거쳐 '얼린 플라스틱병용 덮개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허는 아들 이군의 이름으로 등록했다.

"저는 그냥 생각난 거 이야기한 것밖에 없어요. 몇 번씩 손이 베이면서 덮개병을 만들어주신 아버지 아니었다면 특허등록은 꿈도 못 꾸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