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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연합뉴스 2009.03.20 09:12)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지난 2천 년간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꼽히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12세기 인기있었던 리넨(아마섬유로 짠 직물) 속옷과 관련됐다면 믿을까?

영국 BBC 과학다큐멘터리 시리즈 제작자이자 과학사가인 제임스 버크(73)가 지은 ’커넥션’(살림 펴냄)은 예상치 못했던 생각들이 연결돼 인류 문명사에 변화와 혁신을 몰고 왔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컨대 저자는 인쇄업의 발전을 멀게는 로마의 멸망에 연결 짓는다.

로마 제국이 건설한 도로망이 파괴되자 중세 각 지역은 고립돼 자족적 경제 체제를 이뤄야 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제분소와 물레방아 등 동력 구동장치가 발달했고, 방직산업은 그런 동력 구동장치를 가장 널리 사용한 분야였다.


중세 말 시트 수도회가 자급자족의 기치를 내세우며 제분소와 방직공장을 한 장소로 모았고, 12세기 이후 방직산업의 발달은 리넨 속옷을 대중화하는 발판이 됐다. 인쇄혁명은 대중화된 리넨 속옷의 넝마를 모아 질긴 고급종이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종이의 대량생산 기술이 발달하게 돼 가능해졌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이처럼 과학문명사에서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연쇄’를 통해 창조와 혁신이 일어난 사례는 수두룩하다.

17세기 독일의 공학자 오토 폰 게리케가 진행한 진공 펌프에 대한 연구는 공기의 조성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이는 산소의 발견과 함께 연소에 대한 연구, 호흡기 질환, 원소의 분석 등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광산 물빼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어 강철 생산의 진보를 가져왔다.

나아가 기체에 대한 게리케의 조사는 기체를 통과하는 빛의 연구로 이어졌고, 이는 음극선의 발견과 텔레비전 발명을 낳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농업 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비료의 재료인 탄산칼슘은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들려다 실패한 결과였다거나, 험한 날씨에도 삭지 않는 비행기 날개 보호 외피를 만들려던 실험이 플라스틱의 전신인 염화비닐의 발명으로 이어진 사례 등도 소개된다.

과학사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저자가 기획·제작해 1960년대 말 BBC에서 처음 방송한 과학 다큐멘터리 ’커넥션’ 시리즈를 정리해 1978년 초판을 냈다. 이후 1995년 개정판을 거쳐 2007년 저자의 새로운 서문을 추가해 재출간한 책을 이번에 국내 번역했다.

구자현 옮김. 452쪽.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