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딸 허보리의 '재치가득' 그림>
늦은 저녁 피곤에 절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는 사람은 소금에 절여져 마냥 축 늘어져 쇼파에 기대어 있는 거대한 배추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 의자에 거대한 선인장이 마주 앉아있는 그림은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사물을 의인화해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작가 허보리(29)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자신의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허보리 작가 |
작가는 '타짜'와 '식객'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의 1남 1녀 중 둘째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속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듯한 재치와 만화적 상상력이 넘친다.
"분야는 다르지만 아버지에게 많이 영향을 받았죠. 생각해보면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어디 가서 풍경을 설명할 때도 항상 의인화를 시키는 식으로 이야기하거든요. 제 그림 중에 냄비 밑부분을 엉덩이로 표현한 작품이 있어요. 설거지를 하는데 어머니가 냄비 아래쪽의 둥근 부분을 가리키며 '엉덩이 부분을 잘 닦아야 해'라고 말씀하셨던 걸 떠올리고 그린 거죠. 저는 그런 식으로 일상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거고요."
DEAD TIRED, oil on canvas, 193x130cm, 2010 |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제 어엿한 작가로 출발선에 서 있는 그에게 유명 만화가인 아버지의 이름이 부담스러울 듯도 하다.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또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니 아버지의 이름을 싫어할 건 없죠. 저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신의 일을 하시는 거니까 상관없어요."
작가는 '생활의 발견'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에서 겪었던 감정들을 재치있게 표현한다.
출산을 한 뒤 달라진 몸은 가지로 표현되고 태어난 아기가 처음으로 고개를 쳐드는 순간은 아기 침대 위에 떠 있는 배가 첫 출항을 시작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잠시나마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부정적인 감정인데도 그림으로 표현하니까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듯해요. 피곤하고 힘들 때 그런 이미지들을 상상하면서 잠깐 즐거워할 수 있고 또 보여주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도 있고요. 저도 혼자 있을 때 그런 이미지들을 생각하면서 웃곤 해요"
전시는 다음달 1~18일. ☎02-734-7555, 738-7555.
TRANSFORMER, oil on canvas, 97x130cm,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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