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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유 머

<허영만 딸 허보리의 `재치가득` 그림> (연합뉴스 2010/08/17 12:00)

<허영만 딸 허보리의 '재치가득' 그림>

늦은 저녁 피곤에 절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는 사람은 소금에 절여져 마냥 축 늘어져 쇼파에 기대어 있는 거대한 배추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 의자에 거대한 선인장이 마주 앉아있는 그림은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사물을 의인화해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작가 허보리(29)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자신의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허보리 작가



작가는 '타짜'와 '식객'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의 1남 1녀 중 둘째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속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듯한 재치와 만화적 상상력이 넘친다.

"분야는 다르지만 아버지에게 많이 영향을 받았죠. 생각해보면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어디 가서 풍경을 설명할 때도 항상 의인화를 시키는 식으로 이야기하거든요. 제 그림 중에 냄비 밑부분을 엉덩이로 표현한 작품이 있어요. 설거지를 하는데 어머니가 냄비 아래쪽의 둥근 부분을 가리키며 '엉덩이 부분을 잘 닦아야 해'라고 말씀하셨던 걸 떠올리고 그린 거죠. 저는 그런 식으로 일상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거고요."

DEAD TIRED, oil on canvas, 193x130cm, 2010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제 어엿한 작가로 출발선에 서 있는 그에게 유명 만화가인 아버지의 이름이 부담스러울 듯도 하다.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또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니 아버지의 이름을 싫어할 건 없죠. 저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신의 일을 하시는 거니까 상관없어요."
작가는 '생활의 발견'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에서 겪었던 감정들을 재치있게 표현한다.

출산을 한 뒤 달라진 몸은 가지로 표현되고 태어난 아기가 처음으로 고개를 쳐드는 순간은 아기 침대 위에 떠 있는 배가 첫 출항을 시작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잠시나마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부정적인 감정인데도 그림으로 표현하니까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듯해요. 피곤하고 힘들 때 그런 이미지들을 상상하면서 잠깐 즐거워할 수 있고 또 보여주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도 있고요. 저도 혼자 있을 때 그런 이미지들을 생각하면서 웃곤 해요"
전시는 다음달 1~18일. ☎02-734-7555, 738-7555.

TRANSFORMER, oil on canvas, 97x130cm,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