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전어, 왜 안 잡히나? (조선일보 2010.10.09 18:48)

집 나간 며느리 올가을엔 안 돌아온다 전어, 왜 안 잡히나

입력 : 2010.10.09 03:01 / 수정 : 2010.10.09 18:48

"매년 가을만 되면 하루에 수천㎏씩 신바람 나게 전어를 잡았는데 올해는 영 전어가 안 잡히네요."

전북 부안에서 배 7척을 소유하고 있는 어민 신상국(46)씨는 "올해 전어잡이는 지난 10년 중 최악"이라며 "올 어획량이 평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아예 조업에 나가지 않는 날도 많다는 게 신씨 얘기다.

가을 전어의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9월 넷째 주 노량진수산시장에는 하루 평균 5000㎏의 전어가 입하(入荷)됐고 1㎏당 평균 가격은 6000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800㎏ 입하, 1㎏당 가격 3300원에 비하면 입하량은 절반, 가격은 배가 된 것이다.
봄철 싹쓸이와 저수온 탓에 어획량 반 토막, 가격은 2배로

전어는 4~6월에 산란하고, 8~10월 살이 오르며 맛도 올라간다. 봄에 약 2.4%이던 지방 함유율이 가을이 되면 6%까지 올라가면서 고소함이 더해지는 것이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

최근 몇년 사이, 전어 소비가 증가하면서 대형 어선들은 연초(1~3월)에도 전어를 싹쓸이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3월 잡힌 전어의 양은 2008년에 370t, 2009년에는 460t이었으나, 올해는 1480t에 달했다. 남서해수산연구소 이선길 연구사는 "예년에 비해 3배가량이나 많은 전어를 무작위로 포획하면서 가을어장에 전어의 개체수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올가을 전어 작황이 부진한 첫 번째 이유다.

또 다른 요인은 낮은 수온. 이 연구사는 "어류(魚類)는 수온이 1도만 달라져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폭염이 계속됐지만 바닷물 온도는 계속 낮게 유지되는 바람에 전어가 육지와 가까운 연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어는 오징어·고등어와 더불어 따뜻한 물을 따라 이동하는 난류성 어종이다.

전어축제 예산 초과되고 어민들은 불법 어업까지

전어잡이가 시원치 않자 어업 금지 구역에서 전어를 잡는 어민들도 나타났다. 얼마 전, 한 언론은 "새만금 내해(內海)가 전어잡이 '황금어장'"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새만금 내해 지역은 어업이 금지된 곳. 전북 군산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간척지와 담수호 사이에 둑을 쌓는 방수제 공사가 시작돼 새만금 내해 수위를 낮추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작업 중인 장비들과의 충돌 등 사고 위험 때문에 어민들의 조업을 금지시켰다"고 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등의 단속구역이 정해지지 않아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북 부안군의 한 어촌계장은 "올해 전어잡이가 워낙 좋지 않아 어민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새만금 내해에서 전어잡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어축제를 여는 지자체는 즐거움 반, 고민 반이다. 지난 2~3일 열린
보성 전어축제에는 재작년(지난해 신종플루 여파로 축제 취소) 1만2000여명보다 많은 2만명이 전국에서 찾아왔다. 전어잡기, 전어구이 체험, 요리 시식회 등 행사에는 1000㎏의 전어가 준비됐다. 그러나 예산 6000만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보성 전어축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전어 값이 올라 계획된 축제 예산에서 20% 정도가 초과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