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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우주탐사

머스크의 화성 이주 꿈(조선일보 2020.06.03 06:58)

화성 식민지 건설 위한 연구 한창

 

NASA의 화성 기지 가상도./NASA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가 유인(有人)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목적지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었지만 스페이스X의 다음 목표는 달과 화성이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2030년 화성 거주를 목표로 한다.

지구를 떠나 화성에 인류의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사람에게 해로운 우주 방사선을 피할 장소를 화성에서 찾고 있다. 또 화성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온도를 구현하고 물은 어디에서 찾을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방사선 막아주는 용암 동굴

화성은 현실적으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수준이라 대기층이 매우 얇다. 그나마 있는 공기도 95%가 이산화탄소다. 평균기온도 섭씨 영하 64도로 지구 평균(섭씨 16.8도)보다 훨씬 낮다. 무엇보다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기 때문에 우주에서 방사선이 그대로 쏟아진다. 방사선은 생명체의 세포나 DNA(유전물질)를 공격한다.

화성에서 포착된 용암 동굴. 용암 동굴은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을 막아준다.

 

영국 행성과학센터 연구진은 최근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기에 좋은 장소를 제안했다. 바로 방사선 노출을 막아줄 수 있는 용암 동굴이다. 용암 동굴은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흐르면서 구멍이 생긴 곳이다. 연구진은 화성 표면 사진 1500여 장을 분석했다. 그 가운데 남반구에 있는 ‘헬라스 분지’에 주목했다. 헬라스 분지는 41억~38억년 전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겼다.

헬라스 분지는 약 7152m 깊이로 낮은 지대에 속한다. 연구진은 높은 지대보다 방사선이 50% 정도 덜 도달할 거라고 설명했다. 방사선에 더 노출되기 쉬운 극지방이 아닌 적도에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수치로 계산해본 결과 화성의 다른 지역에서 하루 547μSv(마이크로시버트, 방사선 피폭 단위)에 노출된다면, 분지에서는 342μSv였다. 연구진은 분지 북동쪽에 있는 산에서 동굴을 발견했다. 미국의 3개 주(州)에서 비슷한 동굴을 찾아 화성 조건으로 실험했더니 방사선 노출이 61.64μSv로 나왔다. 화성 표면에 쏟아지는 방사선의 80% 이상을 막아준 것이다.

◇온실효과 만들어낼 단열 물질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온도를 구현하려는 연구도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지구 대기처럼 온실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실리카 에어로젤’이라는 물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에 NASA 제트 추진 연구소와 에든버러 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단열효과로 화성의 온도를 지구 수준으로 올려 줄 실리카 에어로졸

 

연구진은 화성의 극지방 얼음에서 착안했다. 화성 얼음은 물과 이산화탄소가 섞여 있다. 언 이산화탄소는 햇빛은 통과시키지만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실리카 에어로젤도 비슷한 원리를 가진다. 구멍이 많은 구조인 실리카 에어로젤은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 가시광선을 통과시키지만 자외선은 차단한다는 특징도 있다.

연구진은 2~3㎝ 두께의 실리카 에어로젤로 실험을 진행했다. 화성 표면이 받는 태양빛과 같은 정도의 램프를 비췄을 때 내부 열원 없이도 표면 온도가 65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또 시뮬레이션을 통해 얇은 실리카 에어로젤 층만으로 화성 중위도 지역의 평균 온도를 지구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입증했다. 화성 중위도 지역의 겨울 밤 온도는 영하 90도까지 떨어진다. 연구진은 “실리카 에어로젤을 이용해 주거용 돔이나 생물이 살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성 지하 얼음 분포도 작성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을 찾기 위한 연구도 있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 표면에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많은 사람이 먹을 물을 모두 우주선에 실어 가져가기는 불가능하다.

화성의 표면 아래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NASA

NASA는 화성정찰위성(MRO)과 화성궤도탐사선 ‘오디세이’로 지하에 얼음이 있는 곳을 찾앗다. 얼음의 깊이와 양에 따라 화성 표면 온도가 변하는 것을 이용해 깊이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표현한 지도를 만 들었다.

NASA는 화성 북반구 지역 가운데 ‘아르카디아’ 평원이 물을 얻는 데 유리하다고 본다. 지표면 30㎝ 아래에 얼음이 있는 면적이 넓고, 가장 가까운 곳은 불과 2.5㎝ 아래이기 때문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실뱅 피코 연구원은 “화성의 얼음은 표면 바로 아래에 있으며, 얼음을 파는 데 굴착기가 아닌 삽을 사용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