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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혼란보다 안정 택한 러 민심… ‘강한제국’ 부활 (세계일보 2012.03.05 19:12)

혼란보다 안정 택한 러 민심… ‘강한제국’ 부활 불댕긴다

반정부 여론 속 60%대 지지율
경제불황에 개혁보다 ‘안정’
전문가들 “강경외교 지속”
국내 반대세력 억압 예고도
우리가 이겼다. 러시아에 이 영광을!"

'차르(러시아황제)'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대통령으로 크레믈궁에 다시 돌아왔다. 대권을 다시 잡은 푸틴은 눈물을 흘렸다. 외신은 그의 눈물을 '안도와 만족의 눈물'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으로 돌아온 푸틴. 그가 러시아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푸틴은 5일(현지시간) 발표된 잠정 투표결과에서 63%대의 적지 않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속에서도 러시아 유권자들은 '안정과 강한 러시아 건설'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불황 속에 검증되지 않은 야당이 이끄는 불안정한 러시아보다는 강력한 '차르'가 낫다는 판단이다.



◆'불안정'보다는 '강한 차르'

푸틴 총리는 이미 4일 투표가 마감된 뒤 모스크바 크레믈궁 옆 마네슈 광장에서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다. 푸틴 지지자 10만명 이상이 광장에 모여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푸틴'을 연호했다.

푸틴 총리는 "난 우리가 승리할 것을 여러분에 약속했고, 이겼다"며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누구도 우리에게 어떤 것도 강요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며 "러시아 주권을 무너뜨리려는 정치적 도발에서 우리를 지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한 리더십' 계속되나

푸틴의 3선 승리에는 소련 붕괴 후 혼란에 빠진 러시아를 안정시킨 경험과 대내외적으로 구축한 '강한 남자' 이미지가 한몫했다.

옛 소련의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이었던 푸틴은 1999년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이듬해 3월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대내외적으로 강경노선으로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러시아연방 소속 공화국과 두 차례나 전쟁을 치렀다.

경제적으로는 고유가를 활용해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전까지 연 7%대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사냥, 유도, 승마,
스쿠버다이빙 등 스포츠를 즐기면서 남성미를 대중에 적극 드러냈다. 사람들은 그에게 '터프가이' '마초'와 같은 별명을 붙여줬다. 이 때문인지 푸틴의 지지율은 한때 8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강경정책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2000∼2008년 집권 당시뿐만 아니라 총리 시절에도 그의 강경노선은 변하지 않았다. 최근 그는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반대하며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23조루블(약 870조원)을 투자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미국과 패권 대립을 계속하며 가스 등 무기 자원화, 그루지야 독립운동 억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적으로도 그는 '자율'보다는 '통제'에 무게를 둔 통치 스타일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그는 야권 반정부 시위 지도자들을 '서방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원숭이'로 비유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투표 후 연설에서도 반정부 시위대를 '권력을 찬탈하려는 세력'이라며 반정부 시위 억압을 예고했다.

푸틴 총리의 공보실장 드미트리 페스포크는 당선 발표 후 향후 통치 방향과 관련, "푸틴은 점진적 발전과 점진적 전진의 신봉자"라며 "혁명이나 고르바초프식 자유 범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