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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료/힐링푸드

곤충을 저녁 식탁 위에? (중앙일보 2014.12.20 00:01)

곤충을 저녁 식탁 위에?

[뉴스위크] 미국의 곤충 식품 회사들 포장과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 혐오감 없애기에 주력

 

곤충은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단백질과 칼슘, 아연, 철,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어느 화요일 밤 뉴욕 로워 맨해튼의 멕시코 레스토랑 블랙 앤트. 희미한 조명 아래 30명의 손님이 모였다. 미국 자연사박물관(뉴욕시 소재)의 곤충학자 루 소킨이 다양한 종류의 곤충과 그것들을 먹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 동안 손님들은 솜털 보송보송한 푸른색 애벌레 한 마리를 돌려가며 봤다. 귀뚜라미 가루를 주 원료로 단백질 바(protein bar)를 만드는 회사 엑소(Exo)의 공동창업자 개비 루이스가 브라운대의 동료 학생 그레그 소위츠와 함께 식용 곤충 사업에 뛰어들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런 다음 손님들은 뷔페 테이블로 다가가 시식을 시작했다. 검은개미누에로 만든 과카몰리(으깬 아보카도에 양파·토마토·고추 등을 섞어 만든 멕시코 요리)와 메뚜기 가루로 껍질을 입혀 튀긴 새우와 치폴레 아이올리(마요네즈에 말린 할라페뇨 고추와 마늘 등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소스), 아가베 웜(agave worm, 용설란에 붙어 사는 벌레)이 들어간 토스타다(토르티야를 바삭바삭하게 튀긴 것) 등. 하지만 비명을 지르거나 비위가 상한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었다.

귀뚜라미가 들어간 타코.



“내 머리 속에 스스로 세웠던 하나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바이오해커스(Biohackers) NYC의 설립자 리디아 파지오가 말했다. 식충성(entomophagy, 곤충을 식량으로 먹는 경향)은 전세계 20억 명 이상에게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멕시코에서는 딱정벌레가 진미로 여겨지며 싱가포르인들은 전갈을 튀기거나 꼬치에 끼워서 구워 먹는다. 이스라엘에서는 스타 요리사들이 메뚜기 요리를 선보이지만 랍비(유대교 율법학자)들은 메뚜기를 먹는 것이 유대교 율법에 맞는지 여전히 논의 중이다.

곤충은 맛이 좋을 뿐 아니라 건강 상의 이점도 많다. 연구 결과 곤충은 단백질과 칼슘, 아연, 철, 비타민이 풍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축에 비해 사육이 쉽고 물이 적게 들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더 적다.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가 2013년 발표한 한 보고서는 곤충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세계 기아 퇴치와 공해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양인의 식탁에 곤충을 올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적으로 깊이 뿌리 박힌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할 혁신적 전략이 필요하다.

식품연구소들과 엑소, 식스 푸즈(Six Foods), 비티 푸즈(Bitty Foods) 등 신생기업들은 놓아 기른 닭을 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에게 식용 곤충을 먹게 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 과정에는 인류학자와 심리학자, 인지 신경과학자들이 동원된다. 이 회사들은 곤충을 이용한 식품의 포장과 마케팅에 혐오감 줄이기 전략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곤충을 먹는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과 자기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루이스는 말했다. 루이스가 만드는 3달러짜리 엑소 바는 땅콩 버터와 젤리, 블루베리 바닐라, 카카오 너트 등 다양한 맛으로 나온다. 루이스는 미국 사회에 곤충 먹는 문화를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스시가 처음 소개됐을 때와 같은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에 서양인들이 날 생선 먹기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롤이 발명됐다. 요리사들은 킹크랩 살에 날 생선과 식감이 비슷한 아보카도를 곁들인 재료를 밥과 김으로 감싸서 말았다. 오늘날 스시는 미국 곳곳의 식당과 공항, 심지어 병원 구내식당에서까지 판매된다. 루이스는 엑소 바를 높이 쳐들면서 말했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곤충 요리 부문의 캘리포니아 롤입니다.”

혐오감은 병을 피하려는 본능

엑소에서 만든 단백질 바는 귀뚜라미 가루를 주 원료로 했다.



1960년대에 심리학자 폴 에크먼과 월리스 프리즌은 사람의 얼굴 표정과 그것이 나타내는 감정의 잠재적 보편성에 관해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파푸아뉴기니의 오지 사우스 포어에 사는 부족을 방문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얼굴 표정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떤 감정이 표현된 것인지 말해보라고 했다. 그 사진 중 한 장은 혐오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정(입 꼬리가 내려가고 콧잔등에 주름이 지고 눈을 가늘게 뜬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1862년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벵자맹 뒤셴이 촬영한 것이었다.

이 부족은 세상에서 고립돼 살고 있었지만 사진에 표현된 감정들을 쉽게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 후 다른 21개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사람들은 동일한 답을 내놓았다. 이 연구는 감정과 그에 걸맞은 얼굴 표정은 본능적인 것이지 학습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행복과 분노, 슬픔과 놀라움, 두려움과 혐오감 등의 감정은 진화적 목적에도 기여한다.

특히 혐오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암스테르담 VU대의 사회·조직 심리학 교수 조슈 M 타이버는 혐오감이 병원균으로부터 병을 얻는 것을 피하려는 반응으로 생겨났다고 말한다. “병원균을 피하는 최상의 전략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눈도 뜨지 않고, 섹스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타이버는 말했다. 하지만 인간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얻는 힌트를 바탕으로 독성이 있거나 혐오스러운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것은 감정 전달의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우리가 혐오스럽게 여기는 것들 중에는 정말로 안전하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들도 있다. “혐오감은 보편적일지 모르지만 혐오감을 이끌어내는 것들은 그렇지 않다.” 브라운대의 심리학자 겸 인지 신경과학자 레이철 허츠가 말했다. (루이스와 소위츠는 엑소 바를 만들기 전 허츠에게 자문했다.) 허츠는 2013년 저서 ‘혐오감의 실체를 찾아서(That’s Disgusting: Unraveling the Mysteries of Repulsion)’에서 혐오감의 형성에 문화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논했다. 특정한 소리나 맛, 냄새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그 차이는 그 사람이 어떤 생태학적 환경에서 사느냐에 달려 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혐오감은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허츠는 말했다. “필레 미뇽 대신 곤충을 먹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을 요리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혐오감은 인간의 유전 체계에 내장돼 있지만(연구 결과 혐오감은 뇌의 기저핵과 전전두엽 피질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츠는 이 감정이 외부의 영향에 의해 쉽게 변하는 성질을 지녔다고 말한다. “사람은 혐오감을 일으키는 대상을 재해석해서 그 감정을 없앨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바닷가재를 생각해 보라. 식민지 시절 미국에서는 바닷가재가 너무 흔해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하찮은 음식으로 여겨졌다. 죄수와 노예들에게 주어지던 이 음식을 요즘 뉴욕시의 레스토랑 셰프스 테이블(미슐랭에서 별을 받았다)에서 먹으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 1인당 255달러나 내야 한다.

타이버는 식용 곤충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서양인들도 차츰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습관에는 강력한 사회적 학습의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곤충을 먹는 습관이 사회 체계 속에 스며들게 되면 그런 경향이 널리 확산될 것이다.”

허츠는 식용 곤충 제품을 어떻게 포장하고 마케팅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높은 가격과 화려한 포장, 유명인사들의 지지로 어떤 음식이나 제품에 대해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던 혐오감을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신생기업 식스 푸즈는 귀뚜라미 가루를 넣어 만든 감자 칩[‘첩스(Chirps)]을 최신 건강 스낵으로 홍보한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로즈 왕(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은 습관의 고리(habit loop)를 통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함으로써 혐오감을 없애는 방법을 연구했다.

왕은 습관의 형성이 뇌에 특정 행동의 실천을 명령하는 신호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선 곤충을 먹는 것을 재미있고 신기한 일로 생각해야 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다시 말해 이 경우엔 그 새롭고 신기함이 신호가 된다. 이렇게 그 행동을 실천한 다음엔 보상(“먹어 보니 맛이 아주 좋더라” 등의 느낌)이 따른다. 이 보상이 뇌에 이전 행동의 반복을 원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행동의 변화가 이뤄진다.

곤충 식품에 이용되는 곤충의 종류 또한 중요하다. 비티 푸즈와 식스 푸즈, 엑소는 귀뚜라미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곤충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인식에 관한 연구 결과 귀뚜라미는 사람들이 비교적 혐오감을 덜 느끼는 곤충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폴 로진이 지난 5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를 먹여 살리는 곤충(Insects to Feed the World)’ 회의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미니 크리켓(디즈니 만화영화 ‘피노키오’에 나오는 귀뚜라미 캐릭터)은 모두가 좋아한다”고 소위츠는 말했다. “또 귀뚜라미는 밤에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운다. 귀뚜라미는 식용 곤충의 소비를 이끌어내기에 가장 적합한 곤충이다.”

혐오감의 장벽을 넘어

지난 11월 8일 뉴욕 맨해튼의 재비츠 컨벤션 센터는 ‘인개짓 익스팬드(Engadget Expand)’ 마지막 날 행사로 떠들썩했다. 미래의 첨단기술 창조를 위한 최근의 시도들을 소개하는 연례 행사다. 사람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로봇들을 구경하려고 모여든 사람들 머리 위로 모형 무인항공기들이 떠다녔다. 첨단기술 회사들은 가정의 공기 오염 추적 시스템이나 수면 모니터 기기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본 무대에서는 소위츠가 ‘인개짓’(첨단 기기를 소개하는 웹진)의 편집장 니콜 리와 단백질 바에 관해 대담을 했다. 리는 서양인들이 저녁 식탁에 곤충 요리를 올리는 날이 과연 올지 미심쩍은 듯했다. 하지만 소위츠는 그러리라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혐오감의 장벽을 무너뜨려 왔다”고 그는 말했다. “발효식품 보급과 ‘노즈 투 테일(nose-to-tail)’ 운동(식용으로 도축한 동물의 모든 부위를 남김없이 활용하자는 취지)을 생각해 보라. 이런 운동에 앞장선 요리사들은 지금 록스타 같은 인기를 누린다.”

소위츠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엑소의 직원 한 명이 단백질 바 상자들을 들고 무대 오른쪽에 등장했다. 객석에 앉아 패널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들은 앉아 있던 의자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군침을 흘렸다. 그리고 대담이 끝나자마자 엑소 바를 들고 있는 여성에게 달려가 하나 받아보려고 팔을 뻗고 기다렸다.

사람들은 귀뚜라미 가루로 만든 그 단백질 바를 즐겁게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러고는 다시 행사장 곳곳에 전시된 최신 기기 쪽으로 눈을 돌렸다. “(곤충의 식용화는) 지속가능성과 식량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소위츠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