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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⑤] 단골고객 수 따라 권리금 보상하는 日제도 주목하자 (국민일보 2014.01.17 14:04)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⑤] 단골고객 수 따라 권리금 보상하는 日제도 주목하자

'자영업 푸어' 막으려면⑤

 

#1 김모(66)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20년간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했다. 꾸준한 음식 연구로 '맛집'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주방일이 점점 힘에 부쳐 은퇴하기로 했다. 전문가에게 의뢰해 평가받은 영업 노하우, 단골손님, 전통, 명성 등 무형의 영업 자산은 2억원이었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이 돈을 보장해준다. 건물주도 김씨가 이 돈을 받고 다른 상인에게 가게 넘기는 걸 방해할 수 없다.김씨는 건물주의 둘째아들이 관심을 보이자 시설 수리비 3000만원을 빼고 1억7000만원에 가게를 넘겨줬다.사업 파트너였던 건물주를 배려한 것이다. 또 2개월간 함께 장사하며 요리법과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단골고객도 직접 소개해주기로 했다.

 

 

 

#2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7·여)씨는 건물주로부터 재건축 통보를 받고 적지 않게 당황했다. 몇 해 전 카페를 차렸다가 재건축 때문에 거액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날린 친구가 떠올랐다. 정씨는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을 사방으로 알아본 뒤 안정을 되찾았다.

그 사이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가 임차상인에게 재건축 후 동일한 면적과 위치에 공간을 제공토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한다. 재건축 기간에 발생할 영업 손실도 일정 부분 책임진다. 건물주는 이런 모든 비용을 고려하고도 이익이라고 판단해 재건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정씨는 깨끗해진 상가에 마련될 카페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고 있다.

부동산·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만들어본 가상의 사례다. 이처럼 건물주와 임차상인이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동등한 사업 파트너로 상생할 수 있을까. 두 사례에서 보듯 임차상인의 권익을 보호하다 보면 건물주의 소유권이 침해될 수 있다. 사회적 타협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지하경제' 권리금을 법제화하고 상인들이 창출하는 무형의 가치를 제도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갈 길 먼 권리금 법제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16일 발의한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의 골자는 임차상인이 다른 임차상인에게 점포를 넘길 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제5조). 건물주가 이를 어기면 임차상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6조).

그러나 손해배상은 건물주가 임차상인을 쫓아낸 뒤 같은 업종 영업을 직접 하거나 같은 업종의 다른 임차상인에게 점포를 임대했을 때로 국한됐다. 임차상인이 쫓겨난 자리에서 같은 장사만 하지 않으면 상관없는 것이다. 서울 가로수길, 홍대 앞 같은 상권에선 건물주들이 작은 점포를 싹 내보내고 대형 업체에 통째로 건물을 빌려주는 게 유행이다. 수익을 극대화하려 기존 임차인들을 희생시키는 이런 행위는 손해배상 요건에서 제외된다.

민 의원 측은 "(건물주들의) 반발이 거세리라 예상돼 (이번 발의는) 물꼬만 튼 것"이라며 "일단 법이 제정되는 게 중요하다. 이후 개정안에서 지속적으로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전문가들, 그래도 "논의 시작할 때"=

권리금 논의의 핵심은 임차상인이 날린 권리금의 책임소재다.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양재모 교수는 "통상 권리금은 건물주와 관계없는 돈이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토록 해 임차인들끼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허강무 교수는 "임차인 의지에 반해 쫓겨나는 경우 시설·영업·바닥 권리금을 나눠 임대인도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한다. 단골고객 수에 따라 보상하는 일본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진걸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프랑스처럼 임차인의 양도·양수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주의 소유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자는 얘기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므로 보험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서순탁 교수와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권리금 내역을 관청에 신고하고 보장보험에 가입토록 해 부당하게 권리금을 떼였을 경우 보상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리금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감정평가협회 김준옥 기획이사는 "권리금을 표준화해야 하는데 실제 감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공정한 경쟁의 룰부터 만들어야"=

짚고 넘어갈 부분은 자영업자들이 '부자 되려고 장사를 시작했는가'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지난해 1만490개 자영업체를 조사한 결과 82.6%가 '다른 대안이 없어서' 창업했다고 답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해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에 주목한다.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부채가 급증했다. 2011년부터 2013년 3월까지 50·60대 대출은 각각 29.8%, 66.5% 증가했다. 40대 10.6%를 압도하는 수치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105조원으로 1년 전보다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점포당 순이익은 월평균 187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에 이어 '자영업 푸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진걸 사무국장은 "정부는 창업을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세우지만 우선 공정한 경쟁 규칙부터 만드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④] 창업하신다고요? '3개 용어' 공부 먼저..

 (국민일보 2014.01.16 02:32)

④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허실

 

한재오(40)씨는 2012년 4월 충북 청주에 52.8㎡(16평) 작은 미용실을 냈다. 권리금 1700만원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35만원. 처음 마련한 '내 가게'다. 지난해 11월 건물주에게서 내용증명이 날아왔다.계약 때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재건축을 하니 나가라는 거였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이런 소규모 점포에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줬다.그런데 한씨가 찾아간 변호사는 "그냥 버티라"고 했다. "버티면 건물주가 합의하자고 할 수도 있다." 건물주가 재건축 카드를 꺼내면 법으론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사정을 정부도 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며 '계약 당시 재건축 계획을 미리 고지한 경우'에만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게 제한했다(10조1항). 하지만 개정법은 시행일(2014년 1월 1일) 이후 체결·갱신된 계약에만 적용된다. 한씨처럼 이미 계약을 맺어 장사하고 있는 수많은 임차상인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 새로 점포를 얻어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의 권리금은 얼마나 '안전'할까? 만약 당신이 창업을 생각 중이라면 반드시 공부해야 할 용어가 3개 있다. 계약갱신요구권, 환산보증금, 그리고 화해조서.

올해부터 개정법 적용… '임대료 폭탄' 허용

◇계약갱신요구권의 함정=

건물주와 임차상인은 통상 2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1년마다 하자는 건물주도 많다. 고작 1∼2년 장사하고 쫓겨나면 손해가 너무 크니까 상가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 기준 이하, 즉 소규모 점포에 한해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했던 것이다.

개정법은 이를 큰 점포로 확대했다. 올해 당신이 점포를 얻는다면 환산보증금과 상관없이 5년간은 재계약을 거절당하지 않고 장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법을 개정한 이들이 하나를 빠뜨렸다. '월세 인상률 상한선(9%)'은 종전처럼 작은 점포에만 적용되도록 놔뒀다.

이성영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팀장은 "건물주가 월세를 두 배, 세 배 올리면 나가지 않고 배길 임차인이 별로 없다"며 "계약갱신요구권만 줘선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개정법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주면서 건물주에게 그걸 무력화할 '임대료 폭탄'을 허용한 셈이다. 서울 가로수길 같은 상권은 이미 재계약 때 월세를 두 배로 올리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어쨌든 당신이 5년을 버텼다면 점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럼 그 다음엔? 건물주는 언제든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 "내 건물 내가 쓰겠다"거나 설계도를 한 장 만들어 와서 "리모델링하겠다" 하면 당신은 다른 상인에게 양도할 기회를 잃는다. 권리금을 날리게 된다는 뜻이다.

5년 장사하면 권리금과 시설투자비를 만회할 만큼 벌었을까? 법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상인들은 "턱도 없다"고 한다. 소상공인진흥원은 지난해 자영업자 1만490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했다. 월 순이익을 물었더니 100만원 미만 27%, 100만∼200만원 29.7%, 200만∼300만원 23.9%였다.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는 지난해 법 개정을 청원하며 임대차 보호기간 5년을 10년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창업 후 소요되는 정착 기간을 감안하면 5년은 너무 짧다는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택과 달리 상가 환산보증금 차등 보호

◇환산보증금의 역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월세×100)'이란 공식의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임차상인 보호에 차등을 둔다. 지난해까지 서울 3억원, 수도권과밀억제권역 2억5000만원, 광역시 1억8000만원이던 걸 올해부터 각각 4억원, 3억원, 2억40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정부는 "이로써 서울의 상인 90%가 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게 됐다"고 말했는데, 현장에서 점포 거래를 중개하는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적용 대상이 35%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간극을 권정순 서울시 민생경제자문관은 "평균의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90%라는 정부 통계는 저 변두리 골목의 구멍가게까지 다 포함한 수치입니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서 권리금도 없고 오히려 임차인이 나갈까봐 건물주가 전전긍긍하는 점포들까지 계산에 넣은 거예요. 그렇게 기준을 정하니 정작 분쟁이 많은 지역의 상인들은 대부분 배제되는 거죠."

올해 당신이 서울에서 보증금 1억원, 월세 260만원에 점포를 얻는다고 가정하자. 환산보증금은 1억원+(260만원×100)=3억6000만원이다. 환산보증금 기준(4억원) 이하의 점포를 구했으니 운이 좋은 것이다. 당신에겐 월세 인상률 상한선 9%가 적용된다.

그런데 건물주가 계약 기간을 1년으로 했다. 매년 재계약 때마다 9%씩 월세를 올릴 경우 2년만 지나면 당신의 월세는 308만9000원, 환산보증금은 4억890만원이 된다. 3년째 재계약부터는 보호막이 사라져 '임대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권 자문관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환산보증금 같은 구분선이 없다. 전세보증금 5000만원 다세대주택이나, 10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나 세입자라면 다 같은 보호를 받는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보호 범위를 제한하는 건 상인의 영업권을 주거권만큼 중요하게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턱대고 화해조서 서명했다간 '낭패'

◇화해조서의 공포=

'제소(提訴) 전 화해조서'는 민사 분쟁이 생겼을 때 당사자들이 "소송까지 가지 말고 이렇게 정리하자"고 합의하는 문서다. 소송을 안 하기로 약속하는 거라 대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익명을 요구한 임차상인 A씨(55)는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커피숍을 하고 있다. 3년 전 입점 때 건물주는 그에게 계약서와 함께 화해조서를 내밀었다. '월세를 석 달 이상 밀리면 퇴거한다'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유입비(세입자가 건물 시설을 보수하며 들인 돈)는 반환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다른 상인들도 다 화해조서를 쓰고 입점해 있었다. 화해조서를 써야 계약한다고 해서 서명했다"고 말했다. 분쟁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미리 "법원엔 안 가겠다"고 약속해준 것이다. 이렇게 화해조서를 작성하면 건물주는 임차인을 내보내기가 한결 편해진다. 명도소송 하느라 시간·비용 들일 필요 없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영주 변호사는 "큰 상권은 많은 건물주들이 아예 계약 때부터 화해조서를 작성해 여차하면 내보낼 준비를 미리 해둔다"며 "임차인들은 대부분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서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건물주 어떤 사람인지 주변에 물어보세요

◇이 세 가지보다 더 중요한 건?=

계약갱신요구권, 환산보증금, 화해조서를 다 공부한 당신, 아직 창업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아 있다.

점포중개업체 김동명 팀장은 "한국에서 임차상인으로 창업에 성공하려면 점포를 내려는 곳의 건물주가 어떤 사람인지 공부해야 한다. 이건 업종이나 자본금, 노하우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장사 잘하면 뭐하나. 속수무책 권리금 털리고 나오는데"라고 했다.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낸 적이 있는지, 재건축이나 매각 얘기를 꺼낸 적은 없는지, 재산은 얼마나 되고 빚은 없는지 등을 그 동네 주민이나 임차인들을 통해 최대한 파악하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건물주가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김 팀장은 이렇게 슬쩍 묻더니 "해외 체류 중인 자산가"라고 했다. 물리적으로 멀고 돈도 많아 임차인에게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다.

 

 

삭제 권리금의 문제와 건물주의 고의적 명도 문제를 뭉뜽거려 말하면 안됩니다..~~
이 두 문제는 엄격히 말해서 구분되는 문제입니다..~~~
건물주들이 임대차계약시 화해조서 점유이전가처분 같은 것을 하는 이유는
악덕 건무주 이상 뺨치는 악덕 임차인들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이며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지만 임차인들끼리 뒷거래로 주고 받는 것으로 ...
전임차인이 받아간 권리금은 건무주와 무관한 돈이고
상인이라면 누구나 권리금의 리스크를잘 알고 들어간다고 할수 있습니다

  저놈의 건리금이 항상 문제네 ~ 에효 ~
권리금 자체를 불법화 시켜서 아예 권리금 주고 받지를 못하게 해야 이런일이 없지~
현제 권리금이 법적으로 보장받을수 없는걸 모르고 들어가는 세입자 있던가?
건물주 입장에서도 자기는 본적도 없는 권리금 운운 하고 버티면 ~ 열받을듯 ~
아예 권리금 이라는걸 받지 못하게 하고 순수하게 투자된 시설물에 대해서만
어느정도 연차별로 비율 정해서 감하는 방법으로 하던가~
아무튼 형성된 상권에 대한 권리라는 애매한 말로 권리금 주고 받는 관습

건물주를 무슨 악의 축으로 규정지었구나...하나만 물어보자...너 같으면 만지지도 못한 돈 몇억을 갑자기 누가 달라고 하면 주냐? 그것도 여러군데서 달라고 하면, 너는 주냐? 넌 내가 그냥 10만원만 달라고 해도 고소할것 같은데...건물주는 권리금 냄새도 못 맡는데, 왜 권리금 보상을 해줘야 되냐? 그 권리금 주면, 건물주는 몇년치 임대료가 쑥 날라가는데...한쪽 입장에서만 쓰지마...그러니까 법원도 외면하는거야

그냥 내버려둬라, 권리금자체를 못받도록하고 법을 만들면 해결될것을, 세입자들끼리 돈주고 받는거야 그들이 책임져야되는것이고,계약기간이 되서 나가라는데 뭐가 잘못된것인지,계약자체를 잘하면되는것이지,왜 법으로 상가돈주고 산사람이 역차별당해야되남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기고] 임차상인 영업 보호로 권리금 이젠 해결해야

 (국민일보 2014.01.17 14:04)

 

지난 14일 국회에서 권리금 피해사례 발표회가 있었다. 한 상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점포에서 쫓겨나게 된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했다.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상인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포 임대차와 관련해 상인의 '영업'이 가치 있는 재산으로 보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영업'이란 무엇인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영업 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영업이라고 한다.쉽게 말해서 상인이 장사하기 위해 일궈놓은 모든 것을 '영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장사를 하려면 고객이 필요하고 점포도 빌려야 한다.설비도 필요하고 거래처도 확보해야 한다. 노하우도 필요하고 명성도 필요하다. 상호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합해 영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점포 임차인의 영업이 보호되지 않는 이유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의 갱신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기간 종료 후에 임대인이 갱신해준다면 다행스럽게도 임차인의 영업이라는 재산은 존속하게 된다. 하지만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한다면 이 재산의 가치는 상당 부분 소멸한다. 상인의 소중한 재산이 임대인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요구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싫다면 영업이라는 재산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차인의 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소멸하는 영업에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영업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가.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A는 건물을 지어 소유하기 위해 10년 기간으로 B의 토지를 임차했다. 그런데 10년이 경과했지만 아직 A의 건물이 남아 있다. B가 토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준다면 다행스럽게 A는 건물을 계속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B가 갱신을 거절한다면?

얼핏 생각하면 임대차 기간이 끝났으니 A는 건물을 철거해 토지를 B에게 돌려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경우 우리 민법 643조는 B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B는 A의 건물을 사줘야 한다. 만약 건물을 사기 싫다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줘야 한다. 이 규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며, 이 규정에 대한 비판이나 위헌 논란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영국이나 프랑스에선 점포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에게 영업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우리 민법 643조에 대한 설명과 아주 비슷하다.

영업 보호를 통해 권리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밖에도 임대인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인이 임차권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임차인이 임차권이 포함된 영업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처분할 수 없다면 재산이 갖는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공익사업이나 정비사업의 경우에도 권리금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나마 이 경우에는 임차인이 휴업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보상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일본은 공익사업의 경우에 단골고객 감소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 영국은 임차인이 입증만 한다면 제한 없이 영업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국회에서 권리금 보호 또는 영업 보호에 관한 법제화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임차인이 권리금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꼭 임대인이 나쁘기 때문은 아니다. 임차인의 영업이 재산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법이 명확히 해주지 않았고, 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 균형을 맞춰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점포 소유자와 임차인이 적대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도록 법이 그 길을 열어줄 때다.

김영두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상가권리금 法으로 보호한다

 (국민일보 2014.01.15 03:32)

민병두 의원 특별법 1월 16일 발의…

입법 본격화세무서에 거래금액 신고… 건물주 횡포도 제동

 

상가권리금 '폭탄 돌리기'의 고리를 끊기 위한 국회 입법 작업이 본격화됐다. 그동안 법에 명시되지 않아 다양한 유형의 임차상인 피해를 양산했던 권리금의 법제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자영업자 등 임차상인이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도 법적 보장을 받지 못했던 관행을 개선해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를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인 민병두 의원은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16일 발의한다고 14일 밝혔다. 법안은 임대차 계약 종료 시 기존 임차상인이 새 임차상인과 점포 이전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권리금을 받는 절차와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권리금 보장을 위해 계약서 작성도 의무화했다. 기존 임차상인과 새 임차상인이 권리금을 주고받았을 경우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건물주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또 권리금을 지급한 새 임차상인은 관할 세무서장에게 내역을 신고하도록 했다. 이는 새 임차상인이 권리금 보호를 받기 위해 해야 할 의무 조치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권리금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건물주가 임차상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나쁜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법안은 임차상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거나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1년 이내에 건물주가 직접 기존 임차상인과 동일한 영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토록 했다.

법안은 권리금에 대해 "상가건물의 시설이나 설비, 거래처나 구매처에 대한 권리, 상가건물의 장소적 이익, 영업적 노하우 및 그 밖의 영업권의 대가로 수수되는 금전"이라고 명시했다.

민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임차보증금과 동등하거나 상회하는 액수의 권리금을 지급하면서 점포를 임차하고 있음에도 법적인 보호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물주가 임대계약이 끝난 뒤 기존 임차상인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형식으로 점유권을 넘겨 받은 뒤 새 임차상인에게 권리금을 받는 것에 대해 '권리금 약탈행위'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가권리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민주당이 민생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이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표회에는 김한길 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김 대표는 축사에서 "상가권리금이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가 돼 마지막 임차인은 권리금을 모두 날릴 수밖에 없다"며 "음성화된 상가권리금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기획부동산까지 가세 권리금 가로채.. 약탈 피해사례 어떤게 있나

 (국민일보 2014.01.15 02:32)

 

열일곱 살 나이에 상경해 배달 일을 시작한 신금수(53)씨는 1995년 서울 종로구청 인근에 중화요리집 '신신원'을 열었다. 쉬지 않고 쓰지 않고 모은 돈으로 일군 일터였다.권리금 1억3500만원을 낸 신씨 부부는 따로 요리사도 고용하지 않고 18년간 함께 일했다. 꽤 입소문이 난 음식점이 됐다.하지만 2012년 10월 갑작스러운 '제소 전 화해조서'가 날아왔고 졸지에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건물주가 작성해 온 조서는 보증금 1억원, 월임대료 650만원으로 대폭 올려주든지 보증금 6500만원에 월임대료 320만원의 원계약을 유지하되 1년만 영업을 하고 조건 없이 가게를 비우는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신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을 했다. 1년만 더 하는 조건이었다. 그는 가게를 다음 세입자에 넘겨 권리금이라도 되찾으려 했지만 건물주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월임대료로 세입자를 구하길 강제해 그마저 차단해 버렸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상가권리금 약탈 피해사례 발표회'에는 신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쏟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씨는 문제의 핵심이 권리금이라고 했다. 주변 시세를 반영한 권리금이 무려 2억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건물주가 양도를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신씨는 "건물주가 부동산을 운영하는 동생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두 차례나 같은 방식으로 권리금을 가로챈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씨 가족은 가게에서 먹고 자며 건물주의 강제집행 요구에 맞서고 있다.

2011년부터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곱창포차'를 운영해 왔다는 최준혁(54)씨도 유사한 경우다. 25년 경력의 곱창전문 요리사인 최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6억원가량을 투자해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개업 2년이 채 안된 2012년 11월 최씨 모르게 입주한 건물이 매매되며 하루아침에 내쫓길 처지가 됐다.

최씨는 "기획부동산들이 개입해 상가세입자의 권리금을 노리는 이런 피해가 홍대와 신촌 상권에 속출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개업 당시 얻은 대출 때문에 현재 사는 아파트까지 잃을 처지가 된 그는 "너무 절망적이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신가람(32)씨도 홍대 인근 단독주택 반지하 공간을 빌려 주점을 차렸으나 건물주가 바뀌며 곤란에 처했다. 신씨는 개업 6개월 만에 부동산에서 건물주가 바뀌었다고 연락이 왔고 월세를 배 가까이 올려 달라는 요구를 거부하다가 건물주에게 명도소송을 당했다. 그는 "주변 세입자들 모두 '차라리 조금만 깎아 달라고 사정해야지 법을 들이대면 쫓겨난다'고 만류하더라"며 "월세를 두세 배 올려주는 이들도 부지기수"라고 울분을 토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보상'을 넘어 '보장'으로 이어지는 상가세입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참사추모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용산에서 부서진 것은 건물이 아닌 삶이듯 상가세입자들이 빼앗기는 것도 권리금이 아니라 삶"이라며 권리금의 합리적 보장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상인들이 일군 무형의 가치.. 법의 보호받는 영국과 프랑스

 (국민일보 2014.01.15 01:34)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마포구 홍대 앞, 용산구 이태원…. 상인들의 노력으로 평범했던 공간이 문화적 가치를 부여받은 곳들이다.그러나 이들이 끌어올린 상권의 가치는 고스란히 건물주들에게 돌아가곤 한다. 우리나라 임차상인들은 '재주 부리는 곰'이 되기 쉽다.

영국과 프랑스의 임차상인 보호 제도는 이런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들이 장사하면서 만들어낸 영업 노하우, 단골손님, 가게에 얽힌 이야기 등도 지적재산권처럼 보호해야 할 가치로 여기는 철학이 깔려 있다.

영국은 과세표준가액(rateable value)을 기준으로 한다. 임차상인이 장사를 잘해서 건물의 가치를 올리면 그에 따라 보상한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런던 몬머스 지역에 있는 연면적 58.2㎡ 건물은 과세표준가액이 4만5598파운드다. 이 건물 1층의 A점포(24.70㎡)는 3만4580파운드, B점포(11.30㎡)는 7910파운드, 지하 점포(22.20㎡)는 3108파운드 등으로 점포마다 과세표준가액이 정해져 있다. 이 금액에 소관부처 장관이 정하는 승수를 곱하면 보상액이 산출되며 현재 '1'로 책정돼 있다. 만약 건물주가 A점포 임차상인을 내보내고 싶으면 그에게 3만4580파운드를 줘야 하는 것이다.

영국은 또 장사한 기간이 길수록 점포 가치가 높다고 본다. 한 점포에서 14년 이상 영업한 경우 이 건물주가 내보낼 때 지불해야 할 보상액은 2배가 된다. 그만큼 점포의 전통을 중시하고 여기서 비롯된 무형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만약 내보내려는 임차상인이 60세 이상이라면 더 많은 '영업 폐지 비용'을 줘야 한다. 고령이라 더 이상 다른 곳에서 장사하기 어려울 테니 건물주가 더 보상하라는 취지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영업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정립돼 있다. 건물주가 임차상인과 계약을 해지하려면 보상을 해야 한다. 영업 소유권의 시장가치, 철거와 재설치 비용, 세금 등이 포함된다. 하나의 소유권이어서 점포를 다른 임차상인에게 넘길 때 건물주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반면 우리나라나 일본은 이 경우 건물주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구조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영두 교수는 "영국 프랑스 일본의 제도도 임차상인이 일궈놓은 가치를 100% 보상해주지는 못하지만, 계약이 끊길 때 건물주에게 보상 의무를 지워 장기 계약을 유도한다"며 "이는 임차상인의 충격을 덜어줘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③] 日서 23년간 식당 운영 교포 한국에 와서 2년 만에 망했다

 (국민일보 2014.01.15 01:34)

③ 일본 상인 vs 한국 상인

 

이시영(44·여)씨는 일본에서 23년간 식당을 운영했다. 2011년 한국에 돌아와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일식집을 차렸다. 일본에서 익힌 손맛과 손님 접대 노하우로 입소문이 났다.장사가 잘되자 건물주는 1년 만에 임대료를 대폭 올리고 보증금 절반도 '원상복구비' 명목으로 떼 가려 했다.거절했더니 "나가라"는 요구와 함께 명도소송을 받았고 지난해 강제집행을 당했다.

 


 

 

일본에서 임차상인으로 23년간 탈 없이 장사했던 이씨, 한국에선 2년 만에 쫓겨났다.

망했던 점포, 맛집으로 만들었더니…

이씨는 장사로 잔뼈가 굵었다. 중학교 졸업 후 할아버지가 계신 일본으로 갔다. 식당을 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어깨너머로 요리와 운영을 배우다 20대 초반 가업을 이었다. 직접 음식을 했는데 맛이 좋아 단골이 늘었고 점포를 4개까지 불리기도 했다. 어려서 살던 한국에서도 장사를 해보고 싶어졌다.

2011년 8월 지인의 소개로 동탄의 건물주(62)와 보증금 1억원, 월세 55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1년이었다. 3층 점포인 데다 주차장도 좁아 여건은 별로였다. 전에 장사하던 중국집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번번이 망하는 곳이란 소문을 이씨는 개의치 않았다.

몇 달 뒤 이씨의 일식집은 오산 수원 용인 등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맛집'이 됐다. 조미료 대신 쓰는 천연 발효양념이 인기였다. "큰길 건너 대형 영화관과 우리 가게 앞을 잇는 횡단보도가 생길 정도였어요." 이씨의 일식집은 상가건물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건물주는 2012년 5월 월세를 800만원으로 올리고 보증금 중 4800만원을 원상복구비로 공제하겠다는 재계약 조건을 내밀었다. 이씨가 해놓은 인테리어를 언젠가 상인이 바뀌면 철거해야 할 테니 그 비용을 미리 떼겠다는 거였다.

거절하자 2개월 뒤 명도 소장(訴狀)이 날아왔다. 재판은 2013년 6월 건물주의 승소로 끝났다. 곧 강제집행 집달관이 와서 이씨는 쫓겨났다. 그는 "이렇게 되면 내가 투자한 시설로 건물주가 직접 장사하거나 다른 상인에게 넘겨 (시설)권리금을 챙긴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고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화가 난 이씨는 3억원을 투자해 갖춰놓은 가게 시설물을 망치로 부쉈다. 건물주에게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그는 "한국에서 장사한 2년은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상식…한국선 통하지 않았다

이씨의 남편도 얼마 전 암 수술을 받기 전까지 일본에서 장사하던 사람이다. 28년 동안 한 건물에서 건물주와 별 갈등 없이 지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씨가 운영했던 식당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던 식당도 그랬다. 평생 일본에서 장사한 이씨의 상식은 '아무리 건물주라도 임차상인을 함부로 내쫓지 못 한다'는 거였는데, 이 상식이 한국에선 통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일본에선 1년 계약을 해도 임차인이 하고 싶을 때까지 장사할 수 있어요. 월세 못 내면 소송을 당하는데 임차인 나가라는 명도 소송이 아니라 월세를 언제까지 낼지 다투는 소송이에요."

"한국에선 건물주가 왕이더라고요. 가게에 와서는 목에 힘주고 '장사 잘돼요?'라고 해요. 일본에서 만난 건물주들은 '힘드시죠. 감사합니다'라고 했어요. 남편 가게 건물주는 경기가 나쁠 때 먼저 전화해서 '임대료가 비싸지 않나요? 조금 싼 옆 점포로 옮겨드릴까요?'라고 물은 적도 있어요."

"일본 상인들은 개업해서 바로 장사 잘될 거란 생각 절대 안 해요. 그래서 법도 오래 장사하게 보장해주니까 오래된 가게들이 많아요."

"경기가 나빠지면 자영업자의 파산이 늘고 그러면 나라 경제에도 안 좋잖아요. 일본은 1991년에 경기가 나빠지니까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었어요. 한국도 지금 경기 안 좋고 자영업자는 많은데…."

일본의 차지차가법과 권리금

이씨가 말한 일본법은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이다. 이 법은 임차상인을 약자로 본다. 일단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면 건물주 마음대로 조건을 바꾸거나 해약하기 어렵게 돼 있다.

계약 기간이 만료돼도 건물주는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도 건물 붕괴 우려 등으로 엄격히 제한되며 서류로 입증해야 한다. 아예 계약 기간을 정해놓지 않는 형태의 계약도 인정된다. 반면 임차인은 장기 계약을 했어도 장사가 안 되면 언제든 계약을 끝낼 수 있다.

이씨는 동탄에서 개업할 때 다행히 권리금 없이 계약했다. 이전 상인이 망하다시피 했기에 가능했다. 이씨는 "만약 권리금이 물려 있었으면 건물주 요구대로 임대료 올려주며 장사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권리금 관행이 존재하지만 개념과 형태가 조금 다르다. 시설·영업권리금은 임차인 간에 오가는데 바닥권리금은 건물주가 받는다. 임차상인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장사할 권리 등을 강하게 보장받는 대가로 건물주에게 주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토지+자유연구소 조성찬 연구위원은 "지역·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본은 건물주가 계약 때 바닥권리금을 받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 유혹이 상당 부분 억제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임차상인은 도시 재개발 등으로 불가피하게 점포가 폐쇄될 때 휴업보상비와 이전비 외에 단골 감소 손실까지 보상받는다. 상인이 그 점포에서 창출한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권리금 폭탄 3번에 이민 고민 중" 가로수길 40대 상인의 눈물

 (국민일보 2014.01.14 02:32)

 

8년 전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서 고깃집을 하는 유모(47)씨는 13일 건물주로부터 나흘 전 날아온 내용증명을 꺼내 보였다.'귀하는 부동산을 무단 점유하고 있으므로 속히 명도해 주시기 바란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아직 2년 계약 기간도 안 끝났는데 나가랍니다.

2003년 장사를 시작한 뒤 벌써 세 번째 받는 내용증명이다.지금 장사하는 곳은 2012년 임대차 계약을 했다.지난해 12월 건물주가 바뀌자 한 달 만에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여기서 장사하려고 들인 권리금 1억9000만원과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갈 판이다.

 


 

 

재개발로 터진 폭탄 두 방

평범한 회사원이던 유씨는 2003년 퇴직금을 털어 창업에 도전했다. 서울 광화문에 보증금 1억원, 권리금 1억3000만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을 들여 고깃집을 차렸다. 젊은층 취향에 맞게 꾸미고 좋은 재료를 찾아 시장바닥을 누볐더니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2005년에는 분점을 냈고 손님이 줄을 섰다. '대박'이 난 듯했다. 노력을 보상받는 게 신이 나서 새벽 6시부터 가게에 나와 일했다고 한다.

날벼락이 찾아온 건 2006년이다. 본점과 분점이 있던 곳에서 차례로 도심 재개발 공사가 시작됐다. 건물주는 비싼 값을 받고 시공사에 건물을 넘겼지만, 유씨는 '귀하는 부동산을 무단 점유하고 있으므로…'란 통지서 두 통을 받았다. 본점과 분점 합쳐 권리금만 4억원을 날렸다.

유씨는 "(재개발 계획을) 잘 모르고 들어간 내 잘못이겠지만 너무 아쉬워서 공사장 주변을 한동안 배회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 동작구에 고깃집을 차렸다가 망하고 2010년 지인의 권유로 가로수길에서 다시 장사에 도전했다.

알짜 상권답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권리금 2억원에 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으로 18평 가게를 열었다. 고기 장사 노하우가 제법 쌓여 1년여 만에 손님을 끌어모았다. 2012년 9월 근처 건물에 또 분점을 냈다. 당시 그 건물이 팔릴 거란 소문이 돌았지만 건물주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계약했는데 지난해 12월 건물주가 바뀌었고 지난 9일 나가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온 것이다.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해 새 건물주가 재계약을 거부하면 그냥 나오는 수밖에 없다.

가로수길선 '권리금 빼먹기'도

유씨는 "가로수길은 특이한 상권"이라고 했다. 20평 넘는 점포에 입점하려면 부동산 수수료가 1000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계약은 주로 1∼2년마다 하는데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 점포는 예외여서 5년 이상인 경우가 많다. '큰손' 임차인에게 통째로 건물을 빌려주면 건물값이 올라가고 관리도 잘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계약 때는 무조건 배 이상 임대료가 뛴다. 유씨는 "양도·양수는 전적으로 건물주 허락에 달려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임대료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리금 빼먹기'도 벌어진다. 유씨는 "우리 가게 근처의 한 건물주는 명도 소송을 내서 임차상인 내보낸 뒤 다음 임차인에게 시설비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며 "권리금이 2억원인데 5000만원 싸니까 임차인도 군소리 없이 냈다. 상인이 받아야 할 권리금을 건물주가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주택을 개조한 상가는 지하 점포가 아직 비어 있다. 장사하던 상인이 없으니 원칙적으로 권리금이 없지만 이 건물주도 입점을 타진하는 이들에게 시설비조로 50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유씨는 "권리금은 임차인 간의 거래라는 생각을 가로수길에 와서 버렸다"고 했다.

그는 "권리금 폭탄을 세 번째 맞는 거라 어떻게 될지 잘 안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에 쫓겨나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 가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②] 권리금 떼일까봐.. 월세 올려달라면 끽소리 못하죠

 (국민일보 2014.01.14 01:32)

② 인질이 돼버린 권리금

 

노승선(54)씨는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부근의 건물 1층에서 1990년부터 장사해 왔다.처음엔 피자집, 다음엔 회전초밥집을 하다 4년 전 카페로 바꿨다.첫 월세는 300만원이었는데 24년간 건물주와 1년마다 재계약하며 올려주다 보니 카페를 열 때는 900만원이 됐다.

상가 임대료는 왜 계속 오를까

2012년 7월 재계약 날짜가 다가오자 건물주는 월세를 21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배가 넘는 액수인데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권리금 때문이다.노씨는 13일 "월세를 2100만원 내든지 인테리어한 거 원상복구하고 나가든지 양자택일하래요.오래 장사해서 우리 가게 권리금이 지금 3억원쯤 됩니다.월세 안 올려주면 3억원을 날리는데 어떻게 안 올려줍니까"라고 했다.


 

 

임차상인의 권리금은 이렇게 임대료가 오르는 과정에 '인질'이 된다. 홍대 앞에서 주점을 하는 신가람(32)씨는 "주변 가게들을 보면 재계약 때마다 월세가 오른다. 장사가 잘돼서 오르는 게 아니라 권리금 못 받고 쫓겨날까봐 올려주는 것"이라며 "월세 올려주다 못 견디고 그냥 나가는 임차인을 보면 상인들은 '권리금 털렸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김경배(60)씨는 2008년 서울 광화문에 중국집을 냈다.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650만원. 이전 상인에게는 권리금 2억6000만원을 지불했다. 2011년 건물주가 바뀌었고 이듬해 12월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다. 보증금을 4000만원에서 2억원, 월세는 650만원에서 155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거였다.

역시 권리금이 눈에 밟혀 월세를 올려줬다. 이렇게 오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점포는 중심 상권에도 많지 않다. 김씨는 넉 달 만인 지난해 4월 결국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권리금을 '털리고' 나가면서 많이 억울했는지 '폐업안내' 벽보에 인상 전과 후 임대료 액수를 공개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에는 건물주가 과도한 임대료를 요구할 때 임차인이 법원에 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재판을 걸면 법원이 그 건물에 부과되는 세금 액수나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해 적정하게 조정해준다. 권정순 서울시 민생경제자문관은 임차상인들에게 이런 법률 자문을 해주다 "세상 물정 참 모르는 변호사"란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법원에 가자고 했다간 건물주가 아예 재계약을 안 해준대요. 계약을 거부당하면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큰 점포는 바로 나가야 합니다. 환산보증금 기준 이내라도 그렇게 밉보여선 임대차 보호 기간 5년만 지나면 바로 내보냅니다. 물론 다음 상인에게 권리금 받고 양도할 기회도 안 주겠죠. 세상 물정 참 모르는 법이에요."

소황제(小皇帝)-선수-호구의 생태계

점포중개업체 점포라인의 김동명 팀장은 상가 임대차 시장을 '소황제' '선수' '호구'로 구성된 생태계라고 표현했다. 소황제는 건물주를 말한다. 상가에서 건물주는 입주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김 팀장은 "건물주들은 임차상인이 딱 죽지 않을 정도, 아예 망하지 않을 선이 어디인지 고민한다. 임차상인은 이미 권리금과 시설투자비로 목돈을 들여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건물주는 그 돈을 인질로 최대한 임대료를 끌어올려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소황제 밑의 '선수'는 상가 거래로 잔뼈가 굵어 권리금의 실체를 잘 아는 임차상인이다. 이들에게 장사는 오히려 부업에 가깝다. 다음 상인한테 권리금 올려받고 넘기려고 점포를 차려서 2∼3년 장사한다. 팔 때가 되면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게 지인들 불러 손님인 양 '쇼'를 하기도 한다. 권리금 폭탄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걸 아는 '먹튀 생활자'들이다.

"경기도 화성시 병점에 고깃집이 있었어요. 상인이 선수였죠. 규모가 꽤 커서 권리금을 한 3억원 받아도 되는데 2012년 말 2억원에 넘겼어요. 바닥 권리만 받은 거예요. 인수한 상인은 좋다면서 넘겨받았는데 인근 동탄이 활성화되자 손님이 다 빠져나갔어요. 1년 정도 버티다 매물로 내놨지만 들어오려는 상인이 없어 결국 문 닫았습니다. 선수는 먹고 튀고 '호구'는 권리금 날린 거죠."(김 팀장)

권리금의 맹점을 잘 모르고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소황제에게 권리금이 인질로 묶여 계속 올라가는 임대료에 고전하거나 선수에게 당해서 권리금을 날리기 쉽다. 모두 법이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김 팀장은 "물론 건물주도 좋은 사람이 많다. 임차인의 양도 기회를 보장하고 오히려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법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어서 좋은 건물주 만나는 건 운에 달렸다. 퇴직하고 장사하려는 사람들, 취직이 안 돼 창업하려는 청년들, 운이 없으면 호구가 되고 만다"고 말했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①] 권리금 2억 들인 가게.. "나가라" 한마디에 한푼도 못 건져

 (국민일보 2014.01.13 19:13)

① 권리금 폭탄 돌리기

 

최준혁(55)씨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곱창집을 하고 있다. 곱창 장사 25년에 특유의 냄새를 말끔히 없애는 노하우가 생겨 단골이 많다고 한다. 다른 데서 장사하다 2011년 3월 홍대 앞의 아담한 2층 건물로 이전했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00만원. 예전 상인에게 권리금 2억원을 줬고 1·2층 인테리어에 1억7000만원을 들였다. 중심 상권에서 '승부'를 해보자고 상당한 빚을 얻어 투자했다.

 

 

#"내가 나가면 건물주는 앉아서 3억원쯤 번다"

계약 기간은 2년이었다. 상가 임대차 계약은 통상 1∼3년마다 갱신하며 임대료를 조정한다. 재계약을 앞둔 2012년 11월 건물주가 갑자기 이 건물을 팔았다. 최씨는 팔린 것도 몰랐다가 새 건물주로부터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자신이 직접 여기서 장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갈 경우 최씨의 권리금 2억원은 고스란히 증발한다. 다음 임차인에게 받아야 하는 권리금은 건물주가 "내 건물 내가 쓰겠다" 하는 순간 '폭탄'으로 돌변한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임차인 간의 거래 관행이어서 현행법상 건물주에겐 권리금을 물어줘야 할 아무런 책임이 없다.

최씨는 "내가 나가면 새 건물주는 앉아서 3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고 말했다. 어떤 상인이 장사를 잘해서 그 점포, 그 거리를 찾는 이가 많아지면 다음 상인은 장사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최씨는 그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 권리금을 주고 점포를 넘겨받았다. 2년간 장사하며 손님이 더 늘어 지금은 권리금 3억원에도 들어오려는 상인이 있다. 새 건물주는 이 3억원짜리 가치를 공짜로 차지하게 됐다는 뜻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준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일정 기준(서울 4억원, 광역시 2억4000만원 등) 이하인 작은 점포 임차인에게만 적용된다. 최씨는 이 기준을 초과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과 2년 만에 명도소송(점유하고 있는 점포를 돌려 달라고 건물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당했다.

#권리금은 홍길동 같은 돈… 내 자식은 맞는데 호적엔 없어

그렇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환산보증금 기준 이하의 점포 권리금은 얼마나 안전할까.

신가람(32)씨는 2012년 11월 홍대 앞 후미진 골목의 단독주택 반지하 18평 공간을 빌려 '뿅뿅뿅'이란 주점을 차렸다. '신가람 밴드'의 보컬로 인디음악을 해오다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시작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90만원. 환산보증금은 3000만+(90만×100)=1억2000만원이다. 계약 당시 기준인 3억원(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4억원이 됐다)에 못 미쳐 법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신씨는 지난해 9월 명도소송을 당했다. 건물주는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신청을 함께 냈고 법원이 받아들여 지금 그의 점포에는 법원 집행관이 가져온 양도 금지 '딱지'가 붙어 있다. 이 점포를 신씨가 다른 상인에게 넘길 수 없다는, 다시 말해 권리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표시다.

신씨도 건물이 팔린 경우였다. 개업 6개월 만에 부동산에서 건물주가 바뀌었다고 연락이 왔다. 새 건물주는 월세를 150만원으로 올리고, 옛 건물주 동의 아래 설치한 조명과 간판 등 외부 구조물 철거를 요구했다. 거부하자 구조물이 건축법에 저촉돼 계약 해지 사유라며 명도소송을 낸 것이다.

신씨는 가정집이던 곳을 6000여만원 들여 점포로 개조했다. 전에 장사하던 상인이 없는데도 권리금 1000만원을 내야 했다. 중개한 부동산은 이를 '바닥권리금'이라고 불렀다. 개업 당시 그 골목엔 '뿅뿅뿅'을 포함해 점포가 2개뿐이었다. 밤이면 가게 불빛이 없어 캄캄했던 곳인데 지금은 카페와 주점 등 10개 넘게 들어섰다.

이 골목 상인들은 대부분 개업 전에 신씨 가게를 답사했다. 주말엔 빈 자리가 없고 평일에도 손님이 이어지는 걸 보고는 여기에 터를 잡았다. 신씨의 투자와 영업이 창출한 골목상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유일한 방법이 권리금인데 그는 그럴 기회를 박탈당하게 됐다.

"권리금은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 같은 돈이에요. 분명 내 자식인데 호적에 없으니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요. 만약 '뿅뿅뿅'을 지금 다른 상인한테 넘기면 최소한 수천만원은 권리금을 받을 텐데… 건물주들은 '양도하게 해주겠다'고 말만 하다 명도소송을 내곤 하죠."

신씨의 건물주는 이에 대해 "월세 인상을 직접 요구한 적이 없고, 구조물은 구청에 문의한 결과 도로를 점유해 불법이라는 판단이 나와서 철거해 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원만히 풀어보려 했으나 신씨가 계약서에 권리금 부분을 명시해 달라고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명도 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자영업자여서 신씨의 상황을 이해한다. 지금도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차상인 '권리금', 건물주의 '권리'가 되다

"건물주들이 '양도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양도하게 해주다'는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 받고 점포 넘길 기회를 허락한다는 뜻이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건물주 마음에 달려 있다는, 그러니까 권리금 폭탄의 스위치를 건물주가 쥐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중국집 '신신원'을 운영하는 신금수(53)씨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지난달 말로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이달 들어 밤마다 가게에서 자고 있다. 건물주는 점포를 빼라 했고 그는 권리금도 못 받고 나갈 순 없다며 맞섰다.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어선 데다 18년째 여기서 장사해온 터라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건물주의 법적 조치도 끝나 언제든 집달관이 들이닥칠 수 있다. 그걸 막아보겠다며 싸우는 중이다.

신씨는 중학교 졸업하고 상경해 큰형님이 하는 중국집에서 배달부터 시작했다. 짜장면 뽑는 기술을 배워 주방장이 됐을 때 분가해서 1995년 이 가게를 차렸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 권리금 1억3500만원을 주고 들어왔다. 형님과 친척들한테 1억원을 빌렸다.

장사가 신통치 않아 상인이 자주 바뀌던 점포였다. 그런 곳에서 18년을 버티며 많은 단골을 확보했다. 권리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속성이 있다. 오래 장사했다는 건 그 점포를 약속장소로 삼았거나, 거기서 잊지 못할 추억을 얻었거나, 그 거리를 기억하는 랜드마크로 여긴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 점포의 지금 권리금 시세는 1억5000만원이 넘는다. 신금수씨는 2년 전 점포 양도하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건물주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건물주가) 월세를 700만원에 맞춰놓고 나가라는 거예요. 당시 내 월세가 320만원이었는데 배 이상 올려놓으라는 겁니다. 그게 안 되면 다음 상인과 계약을 해주지 않겠다는 거죠. 누가 월 700만원에 들어오겠어요. 그렇다고 그냥 나가면 권리금을 못 받잖아요. 하는 수 없이 눌러앉았죠."

그러고 한참 뒤 건물주에게서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신이 점포를 쓰려 하니 비워 달라는 거였다. '내 건물 내가 쓰겠다'라는 권리금 폭탄 스위치를 눌러버린 것이다.

#상가 명도소송 1년에 1만5000건… "법대로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권정순 서울시 민생경제자문관은 변호사다. 서울시가 민생 대책을 총괄토록 신설한 자리에 공채로 발탁됐다. 권리금을 비롯해 임차상인 문제를 풀기 위한 태스크포스팀도 주관하고 있다. 얼마 전 울산에 사는 친척이 그에게 자문을 구해왔다고 한다.

친척은 조그마한 피자집을 하고 있다. 권리금 2000만원을 주고 점포를 얻었는데 맛이 좋았는지 장사가 아주 잘됐고 단골도 많이 생겼다. 환산보증금 기준 이하여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법이 정한 보호기간 5년이 지나자 건물주가 재계약을 거부했다.

"그 점포에서 장사를 더 하고 싶다, 정 안 되면 양도라고 하면 좋겠다, 양도하면 권리금 5000만원은 받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좋냐 하더군요. 제가 변호사에다 민생경제자문관이라니까 방법을 알겠다 싶어 전화한 거였는데 '어쩔 수 없다. 도리가 없다' 그랬어요. 계속 장사하면 괜찮은 브랜드로 클 수도 있는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길어야 5년 만에 권리금 폭탄 맞고 좌절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창업을 장려한다? 앞뒤가 안 맞는 거죠."

2012년 '건물 명도 및 철거' 관련 소송은 모두 3만3396건이 제기됐다. 전체 민사소송의 11%나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중 절반가량이 상가 임대차와 관련된 분쟁"이라고 했다. 해마다 법원에 권리금이 얽힌 임대차 분쟁 1만5000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다는 얘기다. 권 자문관 친척처럼 법원까지 가지도 못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게 분명하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불문율의 자릿세.. 세금 없는 '지하경제' 대표주자

 (국민일보 2014.01.13 02:35)

 

상가 권리금 관행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일제 강점기 '자릿세'가 이어져온 것이란 설도 있고, 6·25전쟁 직후 종로 시장통에서 먼저 좋은 자리를 잡은 상인에게 다른 상인이 "다 팔면 자리 좀 빌려 달라"며 '성의'를 표하던 데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이후 1960∼70년대 급속한 도시화로 상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관행화됐다.

굳이 나누자면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으로 세분화된다. 바닥권리금은 상권과 입지의 가치를 말하고, 영업권리금은 이전 상인이 창출한 단골, 인지도, 신용, 영업 노하우 등의 값어치다. 시설권리금은 주방이나 테이블 같은 시설을 함께 넘겨받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세 항목의 가치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통상 뭉뚱그려 '권리금'으로 거래된다.

시설권리금은 노후 정도에 따라 감가상각을 하고, 영업권리금은 대개 이전 상인의 1년치 순이익만큼 지불하는데 무슨 공식이 있는 건 아니다. 학원 권리금은 등록된 학생 수에 따라, 약국 권리금은 접수되는 처방전 수에 따라 매겨지곤 한다.

주택 전세금, 상가 보증금, 토지 매매금 등 부동산과 관련해 거래되는 돈은 모두 법에 규정돼 있다.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정부에 신고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 권리금만 예외다. 법에 근거 규정이 없어 개인 간의 사적(私的) 거래로 치부된다. 법이 보호해주지 않으니 당연히 세금도 내지 않는, 우리나라의 독특하고 대표적인 '지하경제'다.

점포중개업체 '점포라인'이 지난해 1년간 매물로 등록된 서울의 점포 8191개를 조사한 결과 임대 보증금은 평균 5668만원, 권리금은 평균 1억2753만원이었다. 권리금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베이비붐 세대, 청년실업자 등의 자영업 점포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년보다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치킨집. 평균 1억7472만원으로 45%나 뛰었다. 반면 편의점은 27% 하락했다.

보증금보다 훨씬 많은 수천만∼수억원이 오가고 자영업자 대부분이 그 거래에 얽혀 있는데 법은 외면하다 보니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권리금 거래는 황금시장이 됐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중개업자가 건물주를 꼬드겨 임차인을 쫓아내고 그 권리금을 나눠 갖는 경우도 많다"며 "불법도 아니고 세금도 안 내는 수입이라 1년에 한두 건만 해도 엄청 수지맞는 장사"라고 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도 결국 권리금 때문이었다. 용산 재개발로 건물이 헐리게 되자 권리금을 못 받게 된 임차상인들이 점거 시위를 벌였고 경찰 진압 과정에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권리금 폭탄'이 생명까지 앗아간 이 사건은 1주일 뒤면 발생한 지 꼭 5년이 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절인 2012년 1월 서울경제신문에 '상가권리금 법제화 서두르자'란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했다. 서 장관은 "용산참사 후 3년이 지났지만 권리금 문제를 입법화하겠다던 국회가 한 일은 영업손실보상금 기준을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린 게 유일하다"며 "서민을 끔찍이도 위한다는 여야 모두가 한 일 치고는 무척 초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상액 현실화, 강제퇴거 금지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소유권이 보장되듯 권리금도 같은 차원에서 보장되는 게 마땅하다"며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서민들에게 빈말이 아닌 진정한 마음의 애정이 있다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 건물주 리쌍 vs 임차인 리쌍..건물주 선처에 기댈 수밖에 없어

 (국민일보 2014.01.13 11:09)

 

'갑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힙합그룹 리쌍의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건물이 문제가 됐다. 리쌍 멤버 길과 개리가 50억원대 3층 건물을 샀는데 그 건물 1층에서 2010년부터 서윤수(37)씨가 막창집을 하고 있었다. 서씨는 이전 상인에게 권리금 2억7500만원을 주고 들어갔다. 새 '건물주' 리쌍이 1층을 다른 용도로 쓰려고 나가 달라며 명도 소송을 내자 권리금을 날리게 된 서씨가 반발하며 이슈화됐다(리쌍은 명도 소송에서 이겼지만 서씨에게 지하 1층에서 계속 장사하도록 했다).

 

 

건물주 리쌍 vs 임차인 리쌍

반년이 흐른 지금 리쌍은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길과 개리는 2010년 8월부터 서울 강남역 부근의 건물 1층 점포를 월 650만원에 빌려 '팔자막창'을 운영 중이다. 이전 상인에게 지불한 권리금은 4억원쯤 된다. 그런데 건물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건축을 추진하고 나섰다. 건물에 10개 점포가 있는데 한 곳에는 이미 명도 소송이 제기됐다.

이대로 건물이 헐리면 '임차인' 리쌍은 권리금 4억원을 받을 길이 없다. 환산보증금이 기준을 초과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까지 서씨와 똑같은 상황이다(다행히 건물주와 임차인들 간에 재건축 후 재입점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가로수길 건물과 강남역 건물에서 리쌍의 처지는 180도 뒤바뀐다. 건물주 리쌍은 권리금 폭탄의 스위치를 쥐었지만 임차인 리쌍은 그 폭탄 돌리기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서씨가 계속 장사하게 된 건 리쌍이 그래도 '괜찮은' 건물주였기 때문이고 리쌍도 괜찮은 건물주를 만나 아직 희망이 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청 앞 중국집 '신신원'에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회원들이 찾아갔다. 집달관의 강제 명도 집행에 맞서고 있는 업주 신금수(53)씨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마침 건물주가 점포 앞을 지나다 이들과 마주쳤다. 짧은 언쟁이 벌어졌는데 건물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법대로 하고 있어. 지켜야지 법을!"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임차상인들은 대부분 권리금을 주택 전세금처럼 생각한다. 이전 상인이 나한테 받아 나갔고 그 전 상인도 그랬으니 나도 그럴 거라 믿는다. 하지만 법에 임차인의 채권으로 규정된 전세금과 달리 권리금은 법이 모르는 돈이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으려면 전적으로 건물주의 자비에 기대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가로수길은 누가 만들었나

왜 우리나라 임차상인들은 법 대신 자비에 의존해야 하는 걸까.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영두 교수는 "권리금은 유형의 건물 소유권과 무형의 영업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며 "현행법이 건물 소유권을 100% 보장하고 상인들이 창출한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대표적 사례가 가로수길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잘나가던 2000년대 초반까지 가로수길은 그저 한적한 동네였다. 나지막한 주상복합건물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여기에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와 이색 음식점이 하나둘 들어서며 입소문을 탔다. 로데오거리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가로수길 맛집 순례가 유행이 될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지도 들고 돌아다닐 만큼 상권이 발달하자 대형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의류매장이 이 거리에 찾아왔다. 맘상모 회원 김남균(40)씨는 이후 벌어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형 매장이 들어올 때는 통상 기존 임차인과 권리금 흥정을 하지 않아요. 바로 건물주를 만납니다. 지금보다 몇 배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며 점포를 요구하면 건물주가 명도 소송을 내서 기존 상인들을 내보내는 거죠. 그러면 건물값이 껑충 뛰고 월세도 훨씬 많이 받으니까."

그래서 생겨난 게 '세로수길'이다. 가로수길에서 밀려난 상인들이 인근 후미진 골목에 다시 하나둘 가게를 차리자 사람들은 이를 세로수길이라 불렀다. 가로수길이 그랬듯 상인들에 의해 새로운 상권이 하나 더 만들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가로수길이라는 상권을 만들어낸 건 상인들인데 건물값과 임대료 상승 등 그로 인한 이익을 우리 법은 모두 건물 소유자가 갖도록 했다. 상인들이 그 노력을 인정받는 유일한 방법인 권리금이 법제화돼 있지 않다"며 "건물을 소유한 사람과 건물의 가치를 높인 사람이 그 이익을 나누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는 논의가 이제는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