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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상속세 부담 감소 中企 300만곳… 2世경영 탄력 (조선일보 2014.01.15 01:50)

상속세 부담 감소 中企 300만곳… 2世경영 탄력

[새해부터… 매출 3000억 미만 기업, 물려준 자산 최고 500억까지 상속세 전액 면제]

상속세 탓에 경영권 잃기도… 사업용 자산 300억 상속때 세금 40억→0원으로 줄어
일부 "조세 형평성 해친다… 富 세습으로 악용될 우려"

 

광분배기(光分配器·광통신용 광신호 분배장치) 국내 1위 업체인 우리로광통신은 지난해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 경영권이 넘어간 결정적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었다. 창업자 김국웅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유족들에게 14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이 돈을 마련할 수 없었던 유족들은 보유 주식 200만주를 한 자산운용업체에 팔았고, 건실했던 기업의 경영권은 하루아침에 날아갔다. 1975년 창업 이후 30여년간 전 세계 손톱깎이 시장 1위를 달려온 중견기업 쓰리쎄븐(777)도 2008년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면서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을 잃었다.

대구의 절삭공구업체 한국OSG를 38년간 운영해 온 정태일(71) 회장도 상속세 문제를 줄곧 고민해왔다. 매출 900억원인 회사를 아들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우리로광통신이나 쓰리쎄븐 같은 상황이 발생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말 가업 승계 중소기업인에게 상속세 감면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런 걱정을 다소 덜었다. 정 회장은 "기존 상속세법에서는 아들들이 700억원이나 상속세를 물어야 했지만 이제는 100억원 이상 줄었다"며 "아직도 부담이 크지만 회사 경영권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했다.

중소기업 '2세 경영' 탄력

중소기업인의 큰 애로였던 가업 승계 상속세가 올해부터 100% 면제됨에 따라,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가 한층 수월해졌다. 중소기업의 '2세 경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동안은 창업주가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 규모를 줄이거나, 경영권을 뺏기고 폐업(廢業)까지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작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경영하는 로만손(시계·보석업체)의 지분 가치가 400억~500억원 수준인데 상속세를 내려면 결국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기업 상속 공제 어떻게 바뀌었나 비교·정리 표

국회는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작년 말 중소기업의 가업 상속 세제를 대폭 완화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작년까진 매출 200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 사업용 부동산·기기 등 자산(資産) 총합의 70%(최대 300억원 한도)를 제외한 나머지 30%에 대해 상속세를 물려왔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을 물려주게 되면 최대한도인 300억원까지 면제받고 나머지 700억원에 대해선 고스란히 상속세를 물렸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시 최고 세율(50%)을 적용받기 때문에, 상속 자산의 거의 절반인 350억원가량(인적공제 등 제외)을 내야 했다.

하지만 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턴 매출 3000억원 미만으로 감면 대상이 확대됐다. 면제율도 물려주는 자산의 100%(최고 500억원 한도)까지 늘었다. 원칙적으로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사실상 300만 중소기업 모두가 상속세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상속 후 10년간 자산·가업·지분·고용을 유지하는 등 핵심 조건은 유지해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했다.

그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2·3세 경영'이 적었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1%가 가업 승계 의향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승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그중 19.5%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가업 승계의 애로 요인으로 '과중한 조세 부담(78.2%)'을 꼽았다. 중기중앙회 이창호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의 2세 경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혜택" 지적도

중소업계는 상속세 감면 확대를 환영하면서, 올해는 증여(贈與) 세제 확대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창업주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특성상 가업 승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사망 전에 재산을 미리 물려주는 증여에 대한 세제 혜택도 늘어나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정부는 30억원에 한해 증여세를 10%만 물리는 과세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세금 혜택을 누리기 위해 더 큰 기업으로 발전하지 않고 현 위치에 머무르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매출 2000억원가량의 한 중견기업 대표는 "매출 3000억원을 넘기면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의욕이 떨어져 골프나 치면서 쉬엄쉬엄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감면 혜택 확대가 조세 형평성을 해치는 과도한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박훈 교수(세무학과)는 "가업 상속 공제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을 전제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인데, 이처럼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부의 세습'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