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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낄낄대며 보는 <진짜사나이>, 어딘지 찜찜합니다 (오마이뉴스 13.09.15 16:29l)

낄낄대며 보는 <진짜사나이>, 어딘지 찜찜합니다

['진짜사나이'를 논하다①] 지금 군대는 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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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진짜사나이> 홈페이지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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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예능 <진짜사나이> 인기가 뜨겁습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동시간대 타 방송사 예능을 압도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특히 30대 중후반의 남자 직장 동료들은 "어제 진짜사나이 봤어?" "뽀글이(봉지라면)랑 '군대리아' 먹고 싶다" 등의 시청 후기를 나누며 전우애(?)를 다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진짜사나이>의 인기를 실감합니다.

저 역시 일요일 저녁이면 뭔가에 홀린 듯 <진짜사나이>를 보면서 낄낄거리고, 때로는 훌쩍입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러지?'하며 혼자 민망해하기도 합니다. 아내 역시 덩달아 시청을 하며 "군대가 정말 저래?" "오빠도 저렇게 고생했어?"하며 군대에 대한 호기심과 군인에 대한 측은함을 표시하곤 합니다.

<진짜사나이> 보는데, 마음이 찜찜합니다

사람들이 <진짜사나이>를 즐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단 전역한 남자들은 군대에서 일종의 '성공스토리'를 쓰고 나옵니다. 일반 사병들은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인 이등병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권력의 정점인 병장까지 올라갑니다.

물론 시간만 가면 다는 게 병장 계급장이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수난과 고생을 견뎌냈기에 당사자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기도 합니다. <진짜사나이>는 그런 남자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큰 공감과 향수를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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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사나이>에서 화제가 된 '군대리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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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그동안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군대를 예능으로 알아가면서 재미를 느끼는 듯합니다. 또 방송을 보며 군대에 있거나 제대한 남자친구, 남편, 오빠, 남동생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예능이라는 장르가 가진 캐릭터의 향연과 그들의 성장을 담은 스토리텔링이 마치 연속극을 보는 듯한 재미도 줍니다. 특별한 삶을 살 것 같은 연예인들이 생고생을 하고, 소소한 먹거리에 감탄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동질감과 쾌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진짜사나이>는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재미와 정서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 이면에는 찜찜함과 불편함이 있습니다.

특히 조직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규율보다는 자율을 원하고, 단결보다는 연대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고, 임무 완수를 위해 무조건적인 단결을 요구하는 군대의 조직논리에 근본적으로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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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군대 시절만 해도 이등병이 취침시간 이외에 침상에 눕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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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무엇보다도 불편한 건, <진짜사나이>가 보여주는 군대와 대한민국의 많은 남자가 실제 경험하는 군대가 많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제대한 남자들에게 '군대 다시 가는 꿈'은 악몽 중의 악몽입니다. '군대 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만큼 군 생활이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군대 시절을 생각하면, 좋은 추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단 군대하면 '욕'부터 떠오릅니다. 제가 군대에서 들었고, 내뱉었던 소위 '십원짜리' 욕을 모으면, 아마도 전두환씨가 내야 할 추징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보다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 군대는 '계급이 깡패'라고 간부와 사병, 선임과 후임 사이에 억압과 착취가 생활화되어 있는 곳입니다. 행정병으로 근무한 저에게는 꼭 일과 끝나는 시간에 일거리를 잔뜩 주며 "내일까지 다 치워놔라!"는 간부의 명령이 참 고역이었습니다. 새벽까지 수십 장의 문서 작업을 하고, 경계근무까지 서야 하기 때문에 늘 잠이 부족했습니다.

'계급이 깡패'... 억압과 착취가 만연한 군대

이뿐 아닙니다. 종종 주말에는 간부들의 이사나 집안 대소사에 동원돼 온갖 궂은일을 다 해야 했습니다. 간부들이 더욱 얄미운 건, 그렇게 고된 일을 시키면서 고작 짜장면 한 그릇 사주면서 생색을 내기 때문입니다.

사병 간에도 착취의 구조는 있었습니다. 내무반에는 계급마다 고참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마치 몸종처럼 정해져 있습니다. 식사수발, 전투화 손질, 침상 및 관물대 정리 등을 비롯한 온갖 잔심부름을 해야 합니다. 병장을 '오대장성'이라고 하는 것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무반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군대에서 인권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한 번은 행정반에 걸려온 대대장의 전화를 늦게 받았다는 이유로 행정병 전원이 팬티만 입고 완전 군장을 한 채 연병장을 돌았던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겪은 군대는 <진짜사나이>처럼 멋있고, 아름다운 군대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납니다. 물론 15년 전의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해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 사실과 진실을 논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진짜사나이>를 통해 군대가 미화되고, 시청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환상이 심어진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방송이 국방, 국가, 군사력 등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전달하면서 사람들에게 국가주의적 가치관과 '여차하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인식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또 군대 예능을 보며 낄낄 웃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대한민국 군대와 군인의 현실은 무척 처참합니다. 최근에는 연예사병 군기문란이 있었고, 성폭력 사건과 총기 사고도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군인의 사망과 자살 문제는 끔찍한 수준입니다.

지난 2월에는 한 여군중위가 임신 7개월에 과로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정희수 의원(새누리당, 경북 영천)이 국방부에게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08~2012.6월) 군대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사고는 총 571건으로 이중 368건(64.4%)는 자살이었습니다.

5년 동안 자살사고는 꾸준히 증가추세였습니다. 무려 4일에 한 명 꼴로 군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셈입니다.

또 최근에는 현역 군인 10명 중 1명 정도가 자살을 생각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습니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에게 받은 '2012 군우울증 유병률(어느 시점에서 조사 대상 인구 중 환자 비율)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1310명을 조사한 결과 자살을 생각해본 군인은 9.3%였습니다.(2012년 9월~2013년 5월까지)

<진짜사나이>가 좋아지고, 군대가 달라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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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생방훈련에서 보여주는 장병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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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진짜사나이>를 마냥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요? 물론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게 군대 문화 개혁을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무슨 일이든 인기와 화제를 모으면 그에 상응하는 우려도 있게 마련입니다. <진짜사나이> 제작진이 저와 같은 사람들이 가지는 우려를 고려해 더욱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길 바랍니다.

<진짜사나이>가 불편하지만 여전히 보는 이유는 연예인과 장병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정과 나눔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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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 후임에게 휴가장을 양보하는 선임의 모습에 진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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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화생방훈련이라는 극한의 고통과 공포 속에서 장병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힘을 내고 견디는 모습에서 저는 연대의 힘과 의미를 깨닫습니다. 배우 장혁이 팔굽혀펴기 왕에 등극해 받은 휴가증을 선임들이 흔쾌히 막내 후임에게 양보하는 모습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를 봅니다.

어쩌면 <진짜사나이>를 통해 우리가 정말 봐야 할 게 있다면 군사훈련의 스펙타클, 연예인의 개고생, 군대리아 먹방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출연자들의 마음일 겁니다. 시청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진짜사나이>가 '군대'의 중심에서 '사람'을 외치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프로그램이 됐으면 합니다.

더불어 지금의 대한민국 군대가, 팬티만 입혀 완전 군장으로 연병장 돌리는 15년 전의 군대와 확연히 다르길 소망합니다

 

 

"<진짜 사나이> 반은 '뻥'...요즘도 갈구고 때린다"

 (오마이뉴스 13.09.20 12:19l)

['진짜 사나이'를 논하다 ②] 20대 군필자 들이 말하는 '내가 겪은 군대'

 

MBC 예능 <진짜사나이>가 인기입니다. 그동안 군대 이야기는 환영받는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예능에서 '통' 했습니다. 그러나 비판과 문제제기도 많습니다.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성폭력 등 각종 폭력이 끊이지 않고 병사들의 사망사고도 자주 벌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사나이>가 군대를 미화하고 군사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짜사나이를 논한다'를 통해 군대 문제를 성찰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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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군필자 친구들이 모여, 허풍과 웃음을 뺀 군대 이야기를 해봤다. 왼쪽부터 최일규(27), 윤성(29), 이은택(27).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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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겪은 재밌는(?)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이 한마디를 군필자에게 건넨다면? 그는 아마 한 시간쯤 혼자 떠들 수 있을 거다. 그만큼 군대는 군필자들에게 영원한 이야깃거리다. 군필 남자들만 모인 술자리라면 더 그렇다. 어리바리한 이등병부터 '왕 노릇' 하던 병장 때까지, 온갖 허풍 뒤섞인 무용담이 낄낄대는 웃음과 함께 펼쳐진다.

하지만 군대가 늘 유쾌하게만 기억되지는 않을 터다. 그 기억 한켠에는 인간미 없는 경직성, 이해하기 어려운 부조리함, 고달팠던 폭력의 상처 하나쯤이 남아있기도 하다. MBC 예능 <진짜사나이> 인기가 높은 요즘, 대한민국 군대도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현장으로 달라졌을까? 전역한 지 얼마되지 않은 20대 군필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군대 내 부조리와 구타는 아직도... '따까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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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29), 2011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포병여단에서 중형차량운전병으로 군복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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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하면 우선 뭐가 떠올라?

윤성(이하 윤. 2013년 3월 제대)
: 군인, 군복, 생활관, 훈련... 군대의 일반적인 이미지들이 생각나지. 군필자들은 그런 게 있잖아. 아련하고 애틋한 추억 말이야. 전역하고 나니까, 길에서 군인이라도 만나면 왠지 좀 불쌍해 보이더라.

최일규(이하 최. 2009년 6월 제대) : 난 공병대대 출신이니까, 장간조립교 같은 게 떠오르는데? 그거 만들려면 병사들이 몇백 킬로그램짜리 쇳덩이 들어야 해서 무지 고생하거든. 여름에는 다들 죽어나지. 나는 소대 무전병이어서, 군 생활동안 보통 '작업'만 주야장천 했어. 진짜 삽질 하나는 신나게 한 거 같다.

이은택(이하 이. 2011년 6월 제대) : 다들 안 좋은 것만 이야기하네. 난 군악대에 있었는데, 군악대는 좀 소규모여서 병사들끼리 친했거든. 그곳의 따뜻한 인간관계도 기억에 남아.

: 사수가 갑갑한 사람이어서 짜증났던 게 기억나지. 병사들이 서로 떠넘기는 오만 자질구레한 걸 다 나한테 가져오는 거야. 대대본부 참모로 있는 간부들 전투화 닦아주는 일부터 시작해... 완전 '따까리'가 된 거 같았어.

: 사실 군대 부조리는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해결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 우리도 훈련이 있으면 미리 소대 무전병이 소대장 방탄헬멧, 탄띠 같은 장구류를 준비해줬거든. 총기수입도 내가 했어. 아니, "총은 생명이다"라면서 왜 본인이 안 하는 거야?(웃음)

- 부조리는 어느 부대에서나 비슷하네. 그래도 구타는 많이 없어지지 않았어? 내가 있던 부대에는 최소한 '때리면 안 된다'는 원칙은 확실했는데.
: 구타도 강도만 약해졌지 남아있지 않아? 간부들이 '선진 병영'이라고 만날 말해도, 병사들끼리 있으면 그게 안 지켜지지. 군악대는 '집합'도 했어. 재활용 쓰레기 모아두는 곳 같이 으슥한 데 모아놓고, 선임이 후임을 발로 차는 거지. 전입신병한테 "이등병이 왜 웃느냐" 이런 걸로 혼내면서.

: 우리 부대는 '동기 생활관'을 운영해서, 일단 오후 6시 일과만 끝나면 선임하고 따로 있었어. 최소한 선임이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건 못하지. 가끔 막사 옥상이나 목욕탕 같이 간부들 잘 안 나타나는 장소에서 때리긴 하더라.

: 우리 부대도 '중대 집합'이 있었어. 심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주먹으로 어깨를 치는 수준의 구타는 있었지. 전입신병 못 웃게 하는 건 마찬가지네. 처음에 입대했을 때 선임들이 억지로 웃겨놓고, 웃는다고 혼내는 게 어이없었어.

<진짜 사나이>는 절반 쯤 '뻥'... 좋은 면만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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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규(27), 2007년 7월부터 2009년 6월까지 공병대대에서 무선통신운용병으로 군복무를 했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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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군대하면, MBC <진짜 사나이>를 빼놓을 수 없잖아. 보면 어때? 군대를 안 간 가족이나 친구들 반응도 궁금한데.
: 그거 절반쯤은 '뻥'이잖아.(웃음)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가 말한 부조리나 폭력은 보여주지 않으니까. 거기 나오는 연예인들은 군필자가 많잖아. 확실히 그들은 '여유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스무 살짜리가 딱 자대배치 받았다고 생각해봐. 그런 여유 있는 모습이 안 나오지. 그나마 박형식이 하는 어리바리한 행동이 리얼리티에 가깝지.

: 군필자 입장에선 <진짜 사나이> 출연진들이 "힘들다"고 하는 게 우습지. 사실 훈련보다 일상생활에서 선임들, 간부들 대하는 게 군대의 어려움인데, <진짜 사나이>에선 서로 존대말 쓰면서, 웃고 떠드니까. 여자 친구는 생각보다 재밌어 하더라고. <진짜 사나이>에서 전우애나, 남자들만의 끈끈함(?) 이런 걸 강조하잖아. 그걸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사실 카메라 뒤편에선 선임이 후임을 '갈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 그래도 군대 가지 않은 사람들이 방송 보면서 군대를 이해하는 거 같더라고. 우리 어머니는 <진짜 사나이>에서 공병부대가 나왔을 때 "네가 군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하시더라. 군대 부조리나 폭력이 방송에서 묘사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가슴 아파할 게 뻔한데 차라리 안 나오는 게 낫지.

: 방송 때문에 사람들에게 '군대문화'가 긍정적으로만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랫사람의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군대에서는 쉽게 묵살당하잖아. 구타나 가혹행위를 '마음의 편지' 같은 걸로 고발하면, 오히려 고발자가 따돌림 당하는 경우도 있고.

: 억압적이고, 강제적인 문화가 군대 안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준비하는 집단이니까. 후임이 선임에게, 병사가 간부에게 막 대하다가 위급한 상황에서 오합지졸이 되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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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합동영결식이 지난 7월 24일 오전 학교운동장에서 학교장으로 엄수되고 있다.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합동영결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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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군대 밖에서도 군대문화가 만연하다는 거지. 대학교에서 선배가 후배를 폭행했다는 기사도 종종 나오잖아. 
: 내가 활동했던 동아리는 신입생에게 아침마다 학교 운동장에서 구보를 시켰어. 별다른 이유 없이 말이야. 동아리 방 들어갈 때도 "XX기 누구 들어갑니다"라고 말하게 하고. 대학 문화를 잘 모르는 신입생이 그게 잘못됐다고 여기기도 어렵고. 만약 부조리를 알더라도 혼자 판을 뒤집기는 어려우니 그냥 참는 거지.

: 전역하고 보니까 '여기가 군대도 아닌데, 왜 저런 문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더라고. 학교 선배들 중에도 꼭 있잖아.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후배들에게 병장처럼 구는 사람. 지금은 군대조차 겉으로나마 말랑말랑해지려고 노력하는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 하긴 한 친구는 최근 공기업에 입사했는데, 신입사원에게 아무 이유 없이 "흰색 셔츠만 입어라"고 했다더라. 그런 것도 군대문화의 나쁜 잔재겠지.

: 조직마다 좀 다르겠지만, 그런 경우가 꽤 되는 거 같아. 회사 선배들 차를 대신 주차해줘야 한다든가, 밥을 먹을 때 군대처럼 절도 있게 먹으라고 시킨다든가. 심지어 우리나라는 아이들한테까지도, 군대문화를 가르치려고 하잖아.

"왜 육체적으로 '참는 법'을 강요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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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택(27), 2009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군악대에서 금관악기병으로 군복무를 했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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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에는 '사설 해병대 캠프' 참가했다가 학생 5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지.
: 내가 중학생 때도, 군대식으로 생활하는 수련회를 갔었는데 아직도 비슷한 게 남았더라고. 아이들한테 '참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거 같은데... 육체적인 고통을 억지로 참게 만든다고 인내심이 길러질까?

: 엄청 비교육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이지. TV에서 봤는데, 학생들끼리 조를 짜서 자유롭게 수학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더라고. 차라리 그런 방법이 아이들에게 독립심, 인내심 같은 걸 길러주지 않을까?

: 사람들이 "남자는 군대를 가야 사람된다"고 쉽게 말하잖아. 비슷한 맥락인거 같아. 불합리하고 위압적인 상황도 오로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물론 군대에서 배우는 것들도 있어. 기본적인 압존법, 윗사람 대하는 태도 등. 근데 그런 것들은 군대가 아니더라도, 사회나 학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잖아.

- 안 좋은 군대문화가 사라질 수 있을까? 
: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소원"인 통일이 이뤄져야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점차 나아질 수는 있다고 생각해. 아버지 세대에 비하면, 군대가 "편해졌다"고 다들 말하잖아.

: 군대에서도 '선진 병영'을 말하면서, 바꾸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 <진짜사나이>처럼 군대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부정적인 실상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봐. 군대의 부조리가 사회로 이어지는 건 막아야 하잖아. 자신이 지닌 한 줌의 권력으로 남을 괴롭히는 일 같은 거 말이야.

: 전역하고 나니까, '군대에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음식, 생활환경 등 그런 면에서 개선이 이뤄지면, 의식이나 문화도 좀 부드러워질 것 같거든. 예를 들면, 군대에서는 휴지 같은 생필품도 부족할 때가 많잖아. 그럼 당연히 이등병들이 덜 쓰게 되는 거지. 그런 사소한 일에서부터 부조리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