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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마음을 훔쳐라…‘솔로 이코노미’ 급성장 (경향신문 2013-08-03 10:59:11)

‘나홀로족’ 마음을 훔쳐라…‘솔로 이코노미’ 급성장

·1인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 4가구 중 1가구는 나홀로족이다. 1인 식품·1인 가구·1인 가전 등 …작고 저렴하고 간편한 것들을 찾는 이들이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포항 포스코에서 근무하던 박모씨(25)는 1개월 전 서울 포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의 지원을 받아 포스코센터 맞은편에 있는 오피스텔에 거처를 마련했다. 49㎡(15평형, 실평수 13평) 규모의 오피스텔에는 소형 냉장고, 소형 드럼세탁기 등 필수 가전제품이 빌트인으로 마련되어 있다.

그래도 생활하기에 부족한 것이 많았다. 청소도구나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용품이 필요했다. 그는 비싼 전자제품 대신 1인용 소형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백화점이나 마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혼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형 물품을 구입했다.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박씨가 1인 가전제품인 ‘오븐 토스터’에서 쿠키를 꺼내고 있다.

 

“1인용 제품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1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그렇게 많은지 놀랄 정도였어요. 가격과 편리성 면에서도 1인 가족용 제품이 훨씬 경쟁력이 있더라구요.”

박씨는 10만~20만원이나 하는 진공청소기 대신 5만~6만원이면 살 수 있는 핸디 진공청소기를 선택했고, 10만원이 넘는 전자레인지 대신 저렴한 가격의 15ℓ형 소형 전자레인지를 골랐다. 전기포트, 프라이팬, 주전자, 심지어 소파까지 모두 1인용으로 구입했다. 집이 좁고 혼자 생활하는 데 무리하게 큰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구만 그런 게 아니다. 박씨는 주말을 제외하고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식재료를 사다 놓으면 버리기 일쑤다. 음식물을 남겨버리는 대신, 집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서 소량으로 파는 식품을 자주 이용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소량만 사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혼자 살다 보니까 사용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1인 가족용 제품을 많이 찾게 됐다”면서 “요즘 마트나 백화점에 1인 가족을 위한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서 생활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나처럼 혼자 사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생활패턴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청소용품을 제작, 판매하는 중소기업 세창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모 부장(40) 역시 1인 가구용 식료품을 이용한다. 아직 미혼인 전씨는 혼자 독립해서 산 지 10년이 넘는다. 직장 선후배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음식솜씨도 인정받을 만큼 수준급이다. 99㎡(30평형) 규모의 다세대주택에 살면서 홈바, 테이블 등은 DIY로 제작해 거실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전기비를 줄이기 위해 집안 곳곳에 LED 등도 직접 설치했다. 전 부장은 혼자 사는 게 편할 정도로 살림꾼이 다 됐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동부대우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벽걸이형 3㎏ 드럼세탁기 ‘미니’, |동부대우전자



음식을 좋아하고 집안 꾸미기를 좋아해도 1인 가구용 식료품을 자주 이용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음식을 해놓으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 걱정 없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전 부장은 “갈치 한 마리에 1만원이고, 4분의 1 조각이 5000원이면 5000원짜리 조각을 산다. 청양고추를 사도 2개만 사지, 10개짜리 팩을 사지 않는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도 혼자 살면 음식이 남게 마련”이라면서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마트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식료품을 많이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씨나 전씨처럼 혼자 살아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는 2012년 2월 미국 뉴욕대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사회학)가 펴낸 <고잉 솔로> (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라는 책에서 처음 나온 단어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이 책에서 “2010년 미국 싱글의 1인당 연평균 소비액이 3만4000 달러로, 무자녀 및 유자녀 가족 1인당 소비액보다 높고, 고소득을 가진 싱글이 증가하면서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한다는 예상이었다.

솔로 이코노미는 더 이상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1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010년 11월 1일 기준으로 1인 가구는 414만2000가구에 달한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 비율은 23.9%나 됐다. 2000년 15.5%였던 게 10년 만에 8.4%포인트 증가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도 증가 추세다.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원자료를 이용해 추산한 결과 전체 가계 소비지출에서 1인 가구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6.7%에 불과했지만, 2012년 현재 9.2%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1인 가구인 LG전자의 히트 상품인 3.5㎏ 용량의 미니세탁기 ‘꼬망스’, |LG전자제공



전자·식품·유통업계 발빠른 틈새공략

솔로 이코노미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전자·식품·유통업계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가장 먼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다. 동부대우전자는 세계 최초로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에 이어 국내 최초 150ℓ용 콤비냉장고 ‘더 클래식’, 최소형 15ℓ 전자레인지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해 5월 출시한 미니는 출시 1년 만에 3만3000대가 팔려 인기를 끌었다. 2010년 8월 출시한 15ℓ 전자레인지도 월평균 3200대가 팔려나가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삼성이나 LG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경쟁하기 어렵다. 대신 틈새시장인 1인 가구 시장을 노렸던 것이 주효했다”면서 “올해 1인 가구 가전시장 규모는 2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G도 미니 가전시장에 신경쓰고 있다. 3.5㎏ 세탁용량의 LG꼬망스 미니세탁기, 1인 가구를 겨냥해 개발한 소형 냉장고 ‘LG 시크릿 냉장고’, 침구청소기 ‘침구킹’ 등을 내놓았다. 특히 미니세탁기 꼬망스는 하루 평균 200~300대가 팔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가구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성능이 아쉽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때 ‘청소의 왕’으로 트위터에서 회자됐던 영화평론가 허지웅씨는 진공청소기를 예로 든다. “핸디 진공청소기가 처음에는 편리하고 저렴해서 많이 쓰지만, 1년 정도 지나면 성능이 떨어진다. 그럼 다시 큰 진공청소기를 사게 마련이다. 1인용 가전제품의 경우 작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많이 구입하지만, 얼마 후에는 성능이 떨어져 교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세창의 전 부장 역시 “20~30대 초반의 사회 초년병은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미니 가전제품을 쓰지만, 혼자서 오래 살아보니 기본 성능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소형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미니 생활용품과 식품은 경험과 노하우의 차이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다. 그만큼 1인 가구에 실용적이다.

강남냉장고로 불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탈리아 냉장고 ‘스메그’. |스메그 제공



즉석밥 매출신장률 1년새 35% ‘최고’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 ‘고메이494’에는 ‘바이 스몰’(Buy Small) 코너가 마련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2개 코너로 시작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현재 수산·정육·가공식품 등 6개 코너, 95개 품목으로 확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1㎏ 쌀·장류 품목이 잘 나간다”면서 “1인 가구용 강남냉장고라 불리는 스메그도 비싸지만 잘 팔리는 가전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주방 브랜드인 풍년의 2인용 압력솥은 4년 전 출시됐을 때에 비해 30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는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상품을 확대했다. 과일부터 채소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품목은 ‘990 야채’다. 당근·대파·고추 등 필수 야채 10여 가지를 기존 포장에서 3분의 1 정도 중량을 줄여 990원에 판매하는 상품이다. 전체 야채 판매 비율 중 23%나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간다. 300g 두부 1모도 최근에는 반모 혹은 4분의 1 모 상품까지 나왔고, 한 조각 피자, 조각 과일 등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이마트 마케팅팀 이종훈 팀장은 “소량 구매고객을 잡기 위해 식품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상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인 가구는 간편함과 편리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간편한 완전조리, 반조리 식품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고객연구팀 서정주 연구원은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 보고서를 통해 라면, 즉석밥, 즉석죽, 시리얼, 참치 등의 편의가공군에서 즉석밥 매출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0년 대비 2011년 즉석밥 매출은 34.7% 성장했다. 2012년 편의점 판매 품목 중 즉석밥이나 수프류 등의 가정간편식이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의 히트 상품 1위를 차지한 것도 즉석밥이다. 올 상반기 동안 25만개나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서정주 연구원은 “1인 가구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부담으로 간편한 식사를 즐겨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시장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1인 가구 라이프 스타일, 특히 남성들의 고유한 구매 특성과 요구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