檄黃巢書 (황소에게 보낸 격문, 최치원 지음)
廣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 某官 告黃巢 夫守正修常曰道 臨危制變曰權
광명 2년(881) 7월 8일에 제도 도통 검교태위 아무개(高騈)는 황소에게 알린다.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닦는 것을 도(道)라고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 軍政則先惠後誅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함으로써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스르는 것으로써 패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을 기약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일은 마음으로 그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임금의 군사는 정벌을 하지만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며 군대의 행정은 은혜를 앞세우고 죽이는 것을 뒤로 한다.
將期剋復上京 固且敷陳大信 敬承嘉諭 用戢奸謀 且汝素是遐甿 驟爲勍敵 偶因乘勢 輒敢亂常 遂乃包藏禍心 竊弄神器 侵凌城闕 穢黷宮闈
앞으로 기약하되 상경을 수복하고 참으로 또한 큰 신의를 펴고자 하여 삼가 천자의 명령을 받들어 간사한 꾀를 치우려 한다. 또 너희는 본디 먼 시골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강상을 어지럽혔다. 마침내 재앙을 일으키는 마음을 품고 잠깐 신성한 권능을 희롱하고 도성의 궁궐을 침략하여 궁문을 더럽혔다.
旣當罪極滔天 必見敗深塗地 噫 唐虞已降 苗扈弗賓 無良無賴之徒 不義不忠之輩 爾曹所作 何代而無
이미 죄가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에 이르렀으니 반드시 패하여 땅에 으깨어지게 될 것이다. 아, 요순 이래로 묘족과 호족이 복종하지 않았는데, 양심 없고 무뢰한 무리이고 불의하고 불충한 무리이니 바로 너희들이 한 것과 같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는가.
遠則有劉曜王敦 覬覦晉室 近則有祿山朱泚 吠噪皇家 彼皆或手握强兵 或身居重任 叱吒則雷奔電走 喧呼則霧塞烟橫 然猶暫逞奸圖 終殲醜類
멀리는 유요와 왕돈이 진나라의 왕실을 엿보았고, 가까이는 안록산과 주자가 황실을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강한 군대를 장악하였고, 또한 중요한 자리에 있어 호령을 하면 우레와 번개가 치듯 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오히려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끝내 추한 족류들이 섬멸되었다.
日輪闊輾 豈縱妖氛 天網高懸 必除凶族 況汝出自閭閻之末 起於隴畝之間 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 有大僭可以擢髮 無小善可以贖身
햇볕이 활짝 퍼졌으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은 높이 쳐졌으니 반드시 흉악한 족속을 제거할 것이다. 하물며 너는 평민 출신으로 농촌에서 일어나 불 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계책으로 알고 살상하는 것을 급선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고 속죄할 수 있는 작은 착함도 없다.
不唯天下之人 皆思顯戮 抑亦地中之鬼 已議陰誅 縱饒假氣遊魂 早合亡神奪魄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너를 드러내놓고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또한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너를 가만히 죽이려고 의논하였을 것이니, 비록 네가 숨은 붙어 있어 혼이 논다고 하지만 벌써 정신은 달아났을 것이다.
凡爲人事 莫若自知 吾不妄言 汝須審聽 比者我國家德深含垢 恩重棄瑕 授爾節旄 寄爾方鎭 爾猶自懷鴆毒 不斂梟聲 動則齧人 行唯吠主
무릇 사람의 일이란 스스로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살펴서 잘 들어라.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덕이 깊어 더러운 것을 용납해 주고 은혜가 두터워 결점을 따지지 않아서 너에게 병권을 주고 지방을 맡겼거늘 너는 오히려 스스로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않아,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가면 주인을 보고 짖는 개와 같다.
乃至身負玄化 兵纏紫薇 公侯則犇竄危途 警蹕則巡遊遠地 不能早歸德義 但養頑凶
이에 스스로 오묘한 (임금의) 덕화를 배반하고 군대가 자미성을 포위하여 공후 귀족들은 위험한 길로 달아나고 임금의 수레는 먼 지방으로 떠돌게 되었으니 너는 일찍 덕과 정의에 돌아올 줄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간다.
斯則聖上於汝 有赦罪之恩 汝則於國 有辜恩之罪 必當死亡無日 何不畏懼于天 況周鼎非發問之端 漢宮豈偸安之所
이에 성상께서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나라에 대하여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으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왕권의 상징)은 물어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이 어찌 훔쳐 머물 곳이겠느냐.
不知爾意 終欲奚爲 汝不聽乎 道德經云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너는 듣지 못했느냐. <도덕경>에 말하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나기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천지가 하는 일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이겠는가.
又不聽乎 春秋傳曰 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今汝藏奸匿暴 惡積禍盈 危以自安 迷以不復 所謂燕巢幕上 漫恣騫飛 魚戲鼎中 卽看燋爛
또 듣지 못했는가. <춘추전>에 말하기를,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거짓 도와주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흉악함이 두터워져 벌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하여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천막 위에다 집을 짓고 (막이 불타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물고기가 솥 속에 노닐면서 바로 삶아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我緝熙雄略 糺合諸軍 猛將雲飛 勇夫雨集 高旌大旆 圍將楚塞之風 戰艦樓船
塞斷吳江之浪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용감한 사내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높고 큰 깃발은 초나라 변방의 바람을 에워싸고 전함과 누선은 오나라 강의 물결을 막고 끊었다.
陶太尉銳於破敵 楊司空嚴可稱神 旁眺八維 橫行萬里 旣謂廣張烈火 爇彼鴻毛 何殊高擧泰山 壓其鳥卵
도태위(진나라 陶侃)처럼 적을 쳐부수는 데 날래고 양사공(수나라 楊素)처럼 엄숙함이 가히 신이라 칭할 만하여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만리를 횡행하니 이미 이른바 타오르는 불을 널리 펴서 저 기러기 털을 태우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 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卽日金神御節 水伯迎師 商風助肅殺之威 晨露滌昏煩之氣 波濤旣息 道路卽通 當解纜於石頭 孫權後殿 佇落帆於峴首 杜預前驅
이제 금신(가을의 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물의 신)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데, 가을바람은 엄숙히 죽이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이슬은 저녁의 번잡한 기운을 씻어주니 파도는 이미 잔잔해지고 도로는 곧 통하게 되었다. 석두성에 배의 벌이줄을 푸니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현산 머리에 돛을 내리니 두예(진나라 장수)가 앞장을 섰다.
收復京都 剋期旬朔 但以好生惡殺 上帝深仁 屈法申恩 大朝令典 討官賊者 不懷私忿 諭迷途者 固在直言
서울을 수복하는 것은 기일을 넘긴다 해도 한 달이면 되겠지만,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느님의 깊은 인자함이요, 법을 굽혀서 은혜를 펴려는 것은 국가의 좋은 제도이다.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지 말아야 하고 어두운 길을 헤매는 자를 깨우치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飛吾折簡之詞 解爾倒懸之急 汝其無成膠柱 早學見機 善自爲謀 過而能改 若願分茅裂土 開國承家 免身首之橫分 得功名之卓立 無取信於面友 可傳榮於耳孫
나는 한 장의 글을 날려서 너의 거꾸로 매달린 위급함을 풀어주려는 것이니 너는 미련한 짓을 하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좋은 방책을 세워 잘못을 고치도록 해라. 만일 땅을 떼어 나누어 받아 나라를 열고 집을 보전하고, 몸과 머리가 나누어지는 것을 면하며 뛰어난 공명을 이루기를 원한다면, 얼굴 익은 벗들의 말을 믿지 말고 후손에게 영화를 전해 줄 것만을 생각하라.
此非兒女子所知 實乃大丈夫之事 早須相報 無用見疑 我命戴皇天 信資白水 必須言發響應 不可恩多怨深
이는 아녀자가 아는 체할 바가 아니요, 실은 대장부의 일이니 빨리 (가부를) 알릴 것이요, 쓸데없이 의심하지 말라. 나는 하늘을 우러러 명을 받았고 믿음은 맑은 물에 바탕하였으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며 은혜가 많아지고 원망이 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或若狂走所牽 酣眠未寤 猶將拒轍 固欲守株 則乃批熊拉豹之師 一麾撲滅 烏合鴟張之衆 四散分飛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게 끌리어 취한 잠을 깨지 못하고 마치 (범아재비가) 수레에 항거하듯이 어리석은 고집을 부리다가는 곰을 때려잡고 표범을 납치한 우리 군사가 한 번 휘둘러 쳐부수어서 까마귀와 솔개같이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갈 것이다.
身爲齊斧之膏 骨作戎車之粉 妻兒被戮 宗族見誅 想當燃腹之時 必恐噬臍不及 爾須酌量進退 分別否臧
너의 몸뚱이는 도끼날에 기름이 되고 뼈는 전차 밑에서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 죽고 종족은 주살될 것이다. 생각건대 (동탁처럼) 배를 불 때울 때를 당해서는 (사슴처럼) 배꼽을 물어뜯는 후회를 하더라도 미치지 못 할까 두려우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헤아려보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라.
與其叛而滅亡 曷若順而榮貴 但所望者 必能致之 勉尋壯士之規 立期豹變 無執愚夫之慮 坐守狐疑 某告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는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다만 네가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니 장부가 할 일을 찾아 힘써서 표범의 무늬처럼 뚜렷하게 변하기를 기대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을 고집하여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 아무개(高騈)는 고하노라.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최 치 원.
최치원은 통일 신라 말기의 학자·문장가(857 - ?)로 자는 고운(孤雲)·해운(海雲)이다. 12 세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과거에 급제하고 879년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고변(高騈)의 종사관(從事官)으로서, 그의 나이 22세에 격문(檄文)인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써서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황소(黃巢)가 이 격문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침상에서 내려와 벌덕 주져앉았다는 일화가 전할만큼 뛰어난 명문장이다. 이 글은 최치원의 시문집인 <계원필경(桂苑筆耕)>에 실려 전해 온다.
-편집자 주 -
원문 -독음 - 번역문.
⊙ 廣明二年七月八日(광명이년칠월팔일) 諸道都統檢校太尉某(제도도통검교태위모) 告黃巢(고황소) 夫守正修常曰道(부수정수상왈도) 臨危制變曰權(임위제변왈권)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인 아무는 황소(黃巢)에게 고하노라.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한 것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는 것이요,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 智者成之於順時(지자성지어순시) 愚者敗之於逆理(우자패지어역리) 然則雖百年繫命 (연칙수백년계명) 生死難期(생사난기) 而萬事主心(이만사주심) 是非可辨(시비가변)
지혜 있는 이는 알맞은 때를 따름으로써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름으로써 패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일생은 하늘에 명이 달려 있어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할 수가 없는 것이나, 만사는 마음먹기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옳고 그른 것은 가히 분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금아이왕사칙유정무전) 軍政則先惠後誅(군정칙선혜후주) 將期剋復上京(장기극복상경) 固且敷陳大信(고차부진대신) 敬承嘉諭(경성가유)用戢奸謀(용집간모)
지금 나는 임금의 군대로 못된 짓 하는 자를 정벌하러 온 것이지 싸움하러 온 것이 아니요, 임금의 정치는 은혜로운 덕을 앞세우고 베어 죽이는 것을 뒤로 한다. 앞으로 상경을 회복하고 큰 신의를 펴고 공경스런 마음으로 임금의 명을 받들어서 간사한 꾀를 부수려 한다.
⊙ 且汝素是遐氓(차여소시하망) 驟爲勍敵(취위경적) 偶因乘勢(우인승세) 輒敢亂常(첩감난상)遂乃包藏禍心(수내포장화심) 竊弄神器(절농신기) 侵凌城闕(침능성궐) 穢黷宮闈(예독궁위)旣當罪極滔天(기도죄극도천) 必見敗深遁地(필견패심둔지)
또 네가 본시 먼 시골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감히 인륜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칙한 마음을 품고 임금 자리를 엿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에 달하였고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 噫(희) 唐虞己降(당우기항) 苗扈弗賓(묘호불빈) 無良無賴之徒(무량무뢰지도) 不義不忠之輩(불의불충지배) 爾曺所作(이조소작) 何代面無(하대면무)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원칙유유요왕돈기유진실) 近則有祿山朱(근칙유녹산주)吠噪皇家(폐조황가) 彼皆或手握强兵(피개혹수악강병) 惑身居重任즐즐則雷奔電走(혹신거중임즐즐칙뢰분전주) 喧呼則霧塞烟橫 (훤호칙무새연횡)
아, 요순 때로부터 내려오면서 묘(苗)나 호(扈)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으니, 양심 없는 무뢰한 무리와 의롭지 않고 충성하지 않는 너 같은 무리가 어니 시대고 없었겠느냐? 먼 옛적에 유요(劉曜)와 왕돈(王敦)이 진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운 시대에는 안록산과 주자가 온 나라를 개가 짖듯 시끄럽게 하였다.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달리듯 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나 연기처럼 깜깜하게 막히게 된다.
⊙ 然猶暫逞奸圖(연유잠정간도) 終殲醜類(종섬추류) 日輪闊輾(일륜활전) 豈縱妖분(개종요분)天綱高懸(천강고현)必除凶族(필제흉족) 況汝出自閭閻之末(황여출자여염지말)
그러나 잠깐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결국에는 더러운 무리들은 섬멸되었다. 햇빛이 활짝 비치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이 높이 베풀어져 있으니 반드시 흉한 족속들은 제거되고 마는 것이다.
⊙ 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謨(기어룽모지간이분겁위량모) 以殺傷爲急務(이살상위급무) 有大(유대) 可以擢髮(가이탁발) 無小善可以贖身(무소선가이속신)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불유천하지인개사현륙) 仰亦地中之鬼巳議陰誅(앙역지중지귀사의음주)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밭두둑 사이에서 일어났다. 불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꾀라 하며, 살상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를 지었고, 죄를 용서해 주려해도 착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하 사람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 할 뿐만 아니라, 땅 속에 있는 귀신까지도 남몰래 베어 죽이려고 의논하리라.
⊙ 縱饒假氣遊魂(종요가기유혼) 早合亡神奪魄(조합망신탈백) 凡爲人事(범위인사) 莫若自知(막약자지) 吾不妄言(오불망언) 汝須審聽(여수심청) 比者我國家德深含垢(비자아국가덕심함구) 恩重棄瑕(은중기하) 授爾節?(수이절모) 寄爾方鎭(기이방진) 爾猶自懷?毒(이유자회짐독) 不ㅁ梟聲(불ㅁ효성) 動則齧人(동칙설인)行唯吠主 (행유폐주) 內至身負玄化(내지신부현화) 兵纏紫微(병전자미)公侯?竄危途(공후분찬위도) 警?則巡遊遠地(경필칙순유원지) 不能早歸德義(불능조귀덕의) 但養頑凶(단양완흉)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사칙성상어여유사죄지은) 汝則於國有辜恩之罪(여칙어국유고은지죄) 必當死亡無日(필당사망무일) 何不畏懼于天(하불외구우천) 況周鼎非發問之端(황주정비발문지단漢宮豈?安之所(한궁개유안지소) 不知爾意終欲?爲(부지이의종욕계위)
무릇 잠깐동안 숨이 붙어 있다고 해도 벌써 정신이 죽었고 넋이 빠졌으리라. 사람의 일이란 제가 저를 아는 것이 제일이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모름지기 새겨 들으라. 요즈음 나라에서 많은 덕을 베풀어 더러운 것도 받아들이고, 두터운 은혜를 베풀어 잘못을 따지지 않고 모르는 체하고 지나갔다. 그래서 너를 장령으로 임명하고 너에게 지방병권을 주었다. 그런데 너는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만을 품고 올빼미의 소리를 내면서, 걸핏하면 사람을 물어뜯고 툭하면 주인을 보고 짖어댄다. 그래서 결국 자신은 임금의 덕화를 등지고 군사는 궁궐에까지 몰려들어 공후들은 위태로운 길로 달아나고 임금의 행차는 먼 지방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도 너는 일찍이 옳은 길로 돌아올 줄을 모르고, 모질고 흉악한 짓만 더 한다. 그런데도 임금께서는 은혜를 베풀어 네 죄를 용서하였는데, 너는 나라의 은혜를 저버렸다. 반드시 죽을 날이 멀지 않았으니,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며,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너 같은 자가 넘볼 것이겠느냐?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냐?
⊙ 汝不聽乎(여불청호) 道德經云(도덕경운) 飄風不終朝(표풍부종조) 驟雨不終日(취우부종일) 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 而況於人乎(이황어인호)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노자가 <도덕경>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하루 동안을 내리지 않는다." 하였으니, 하늘의 일도 오래 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의 일이랴?
⊙ 又不聽乎(우불청호) 春秋傳曰(춘추전왈) 天地假助不善(천지가조불선) 非祚之也(비조지야)厚其凶惡而降之罰(후기흉악이강지벌) 公汝藏奸匿暴(공여장간익폭) 惡積禍盈(악적화영) 危以自安迷而不復(위이자안미이불복) 所謂燕巢幕上(소위연소막상) 漫恣騫飛(만자건비) 魚戱鼎中(어희정중) 卽看초爛(즉간초란)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이르기를, "하늘이 잠깐 나쁜 자를 도와주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흉악함을 쌓게 하여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하였다. 이제 너는 간사한 것을 감추고 사나운 것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재앙이 가득한데도, 위험한 것을 스스로 편하게 여기고 미혹하여 뉘우칠 줄 모른다. 옛말에 '제비가 장막 위에다 집을 지어놓고 마음놓고 날아들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노니면 곧 삶아지게 될 것' 이라 하였다.
⊙ 我緝熙雄略?合諸軍(아집희웅약규합제군) 猛將雲飛(맹장운비) 勇士雨集(용사우집) 高旌大?(고정대패) 圍將楚塞之風(위장초새지풍) 戰艦樓船(전함누선) 塞斷吳江之浪(새단오간지랑) 陶太尉銳於破敵(도태위예어파적) 楊司空嚴可稱神(양사공엄가칭신) 妾眺八維(첩조팔유) 橫行萬里(횡행만리) 旣謂廣張烈火(기위광장열화) 열彼鴻毛<불사를 (열피홍모)> 何殊高擧泰山 (하수고거태산) 壓其鳥卵(압기조란)
내가 웅장한 전략을 가지고 군대를 모았더니, 날랜 장수가 구름같이 날아들고 용맹스런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었다. 그래서 높고 큰 깃발은 초 나라 요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군함은 오 나라 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이곳에는 진나라 도태위 같은 장수가 있어 적을 부수는데 날래고, 수나라 양소와 같은 병법가도 있는데 법을 엄숙하게 시행하여 신이라 일컫는다. 이들은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를 오간다. 그러니 너희들을 무찌르는 것은 맹렬할 불이 기러기 털을 태우는 것과 같고, 태산을 높이 들어 참새알을 눌러 깨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 卽日金神於節水伯迎師(즉일금신어절수백영사) 商風助肅殺之威(상풍조숙살지위)晨露滌昏煩之氣(신로척혼번지기) 波濤旣息(파도기식) 道路卽通(도로즉통) 當解纜於石頭(당해람어석두) 孫權後殿(손권후전) 佇落帆於峴首(저락범어현수) 杜預前驅(두예전구) 收復京都(수복경도)
뿐만 아니라 서풍이 불어 초목을 모두 말려 죽여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 이슬은 답답한 기운을 상쾌하게 하여 준다. 파도도 일지 않고 도로도 통하였으니, 석두성에서 뱃줄을 풀매 손권이 뒤에서 호위하고,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장선다. 열흘이나 한달이면 반드시 경도를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 剋期旬朔但以好生惡殺(극기순삭단이호생악살) 上帝深仁(상제심인) 屈法申恩(굴법신은)大朝令典(대조영전) 討官賊子不懷私忿(토관적자불회사분) 諭迷途者固在直言(유미도자고재직언) 飛吾折簡之詞(비오절간지사) 解爾倒懸之急(해이도현지급) 汝其無成?柱(여기무성료주) 早學見機(조학견기) 善自爲謀(선자위모) 過以能改(과이능개)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임을 싫어하는 것은 상제의 깊으신 인자함이요, 법을 굽혀서라도 은혜를 펴려고 하는 것은 큰 조정의 어진 제도이다. 나라의 도적을 정복하는 이는 사사로운 분함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요, 어둔 길에 헤매는 자를 일깨우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해주어야 한다. 나의 한 장 편지로 너의 거꾸로 매달린 듯한 다급한 것을 풀어 주려는 것이니, 고집하지 말고 일의 기회를 잘 알아서 스스로 계책을 잘하여 잘못된 일을 고치라
⊙ 若願分茅列土(약원분모열토) 開國承家(개국승가) 免身首之橫分(면신수지횡분)得功名之卓立(득공명지탁립) 無取信於面友(무취신어면우) 可傳榮於耳孫(가전영어이손) 此非兒女子所知(차비아녀자소지) 實乃大丈夫之事(실내대장부지사) 早須相報(조수상보) 無用見疑(무용견의)
만일 땅을 나누어 봉하여 나라를 세우고 집을 계승하여, 몸과 머리가 동강나는 것을 면하고, 우뚝한 공명을 얻으려 한다면, 마주보고 있는 번에게 신임을 받지 말아야 영화로움을 후손에까지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아녀자의 알 바가 아니라, 실로 대장부의 일인 것이다. 일찍이 의심하지 말고 회답할지어다.
⊙ 我命戴皇天(아명대황천) 信資白水(신자백수) 必須言發響應(필수언발향응)
不可恩多怨深(불가은다원심) 或若狂走所牽(혹약광주소견) ?眠未寤(감면미오) 猶將拒轍(유장거철) 固欲守株(고욕수주) 則乃批熊拉豹之師(칙내비웅납표지사)一麾撲滅(일휘박멸) 烏合시張之衆(오합시장지중) 四散分飛(사산분비)
身爲齊斧之膏(신위지부지고)骨作戎車之粉(골작융차지분) 妻兒被戮(처아피륙) 宗族見誅(종족견주)
나의 명령은 천자를 머리에 이고 있고, 믿음은 강물에 맹세하여 반드시 말이 떨어지면 그대로 하는 것이요, 원망만 깊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쳐 날뛰는 도당에 이끌리어 취한 잠에서 깨지 못하고,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항거하듯 융통성 없게 행동한다면, 그때는 곰을 잡고 표범을 잡는 군사로 한 벌 휘둘러 없애 버릴 것이니, 까마귀처럼 모여 소리개같이 덤비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갈 것이다. 몸은 날카로운 도끼에 기름 바르게 될 것이요, 뼈는 가루가 되어 전차 밑에 깔리게 되며, 처자도 잡혀 죽으려니와 종족들로 베임을 당할 것이다.
⊙ 想當燃腹之時(상당연복지시) 必恐?臍不及(필공서제불급) 爾須酌量進退(이수작량진퇴) 分別否臧(분별부장) 與其叛而滅亡(여기판이멸망) 曷若順而榮貴(갈약순이영귀) 但所望者(단소망자) 必能致之(필능치지) 勉尋壯士之規(면심장사지규) 立期豹變(입기표변) 無執愚夫之慮(무집우부지려) 坐守狐疑(좌수호의) 某告(모고)
동탁의 배를 불로 태울 때 가서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너는 모름지기 나아갈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를 잘 헤아리고, 잘된 일인가 못 된 일인가 분별하라. 배반하여 멸망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귀순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낫다. 그러면 바라는 것은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친한 장사를 찾아 갑자기 변할 것을 기약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으로 여우처럼 의심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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