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더에 몸 싣고, 두 손엔 카메라 들고 한 컷 위해 목숨을 걸다
▲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그는 모터패러(‘모터패러글라이더’의 준말)를 타면서 항공사진을 찍는다. 모터패러는 모터가 달린 패러글라이더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터가 달려 있기 때문에 높은 데서 내려가기만 하는 일반 패러글라이더와는 달리 비행을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항공촬영 장비는 유인헬기, 무인헬기, 비행선, 열기구, 동력행글라이더, 모터패러 등으로 다양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모터패러를 이용한 항공촬영의 원조다. 2000년 무렵 속칭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모터패러 항공촬영을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캐논 20D, 니콘 D3X 등의 카메라로 상업용으로도 쓸 수 있는 항공촬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은 18년이나 된다. 국내 패러글라이딩 1세대에 속한다. 1995년 5월의 일이다. 그는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 국도를 달리던 중 이상한 비행물체 세 개를 목격했다. “호기심이 생겨 차를 몰아 비행물체가 착륙할 때까지 끝까지 따라가면서 이 비행물체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패러글라이더’라고 하더군요. 다음날 바로 350만원짜리 장비를 주문해서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패러글라이딩만 하다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를 혼자서만 즐기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진을 따로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항공촬영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실력이 절로 늘었다. 덕분에 각종 공모전에서 상도 많이 받았고 일반 사진작가들과 비교해도 실력이 상위권에 속한다.
그가 모터패러를 타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일반 패러글라이더와 달리 모터패러는 공간이동이 자유롭고 항공사진 촬영도 편했기 때문이다. “헬기의 경우 고도를 높여야만 촬영이 가능한데 모터패러는 최소 지상 1m에서 2000m 이상까지 고도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 닿는 곳 어디라도 갈 수 있으며 풍경을 좀 더 생생하게 잡아낼 수 있습니다.”
헬기 등에 비해 시야가 넓은 것도 모터패러 촬영의 강점이다. 하늘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각(死角)이 없다. 낮은 고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는 최근 오랜 숙원을 이뤘다. 지상파 방송국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독도에 머물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본 독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는데 독도와 울릉도는 항공촬영을 못했습니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지요. 6월 11일에 다시 독도로 가서 항공촬영을 하는데 이번에는 울릉도 사진도 찍어 보려고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모터패러를 타는 사람은 약 300명. 이 중에서 항공사진을 찍는 사람은 세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모터패러 항공촬영은 촬영기술도 뛰어나야 하지만 운전실력도 중요하다. 그는 운전도 베테랑이다. 2005년 안동 전국모터패러대회에서 1위를 한 것을 비롯, 2006년에는 태국 킹스컵 국제모터패러대회 1위를 했고 지난해에도 모터패러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했다. 운전실력과 촬영테크닉을 겸비한 그가 모터패러 항공촬영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행횟수와 거리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워낙 입문 시기가 빨랐던 데다 한 해 비행횟수가 100회가량 되기 때문이다. 대충 잡아도 총 비행횟수만 2000회에 육박한다.
모터패러는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우씨는 말한다. 300명 정도인 동호인 중에서 해마다 한 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한다. 실력을 과신해 무리하다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모터패러 운전의 최고수인 그도 위험한 순간이 있었다. “2010년 8월 14일 오후 6시경의 일입니다. 경북 봉화 청량산 계곡에서 지상 10m 높이의 전깃줄에 걸려 허공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모터패러를 타다가 전깃줄에 걸리면 추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운좋게 전깃줄에 걸린 채로 있었습니다. 2시간이 지나서 구조됐습니다.”
그는 요즘 지상에 있을 때가 드물다. 촬영 의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방송국 뉴스를 비롯, ‘환경스페셜’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추적60분’ 등 다양한 TV프로그램의 공중영상 스케치를 했고, 전국의 여러 대학과 관공서 등의 홍보자료용 항공사진 촬영도 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게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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