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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돼지 키우던 알바생이 매장 1000개 치킨집 창업한 비결 (조선일보 2013.06.14 13:36)

돼지 키우던 알바생이 매장 1000개 치킨집 창업한 비결

 

현철호 회장

현철호 회장


특허를 빼놓고는 사업을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이제 특허는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발명이나 기술을 잘 알지 못해도 특허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특허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특허라는 환상을 꿈꾸거나 혹은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현철호 네네치킨 회장도 이른바 '특허광'이다. 대학교 졸업 후 돼지를 키우는 양돈장에서 목부로 일하던 그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고쳐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특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 특허를 받은 것은 '샤워기의 냉·온수 혼합장치'를 고안해 받은 특허다. 군대에서 샤워할 때 냉온수가 조절이 안돼 차가운 물을 틀어도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온도를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냉온수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무더운 여름에 신발에 땀이 차서 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경험하고 통풍이 되는 깔창 개발을 통해 발냄새를 없애는 신발을 개발한 적도 있다. 특허청에 실용신안 특허를 신청했지만 일본에서 이미 특허가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집에 화분을 놔두고 오래 집을 비웠을 때 식물이 말라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분 밑에 소금기가 있는 심지를 놓으면 계속해서 수분 보충이 되는 것을 생각해 실용신안을 냈지만 이 또한 일본에서 먼저 특허를 내 거절당했다.

"처음에는 특허청에서 요구하는 대로 도면을 직접 그려 제출했었어요. 결과는 1년 반 정도 걸렸죠. 현재는 등록기간이 더 빨라졌습니다. 직접 특허를 내는 과정을 겪고 나서 특허 신청방법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 때는 변리사 사무실이 따로 있다는 것도 몰랐거든요. 그 후 변리사가 특허 신청을 대행해준다는 것을 알고 현재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변리사와 함께 진행해요."

네네치킨을 창업하기 전까지 현 회장은 소위 '문제아'였다. 건국대학교 축산학과에 특별전형 장학생으로 들어간 그는 막상 수업에는 들어갔지만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학교 다니는 내내 B 이상의 성적표는 받아본 적이 없다.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던 그는 성적 때문에 쓴 맛을 봐야 했다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회사에 지원하면 100% 떨어졌기 때문이다. 졸업 후 여주, 제주 등 양돈장에서 숙식하며 목부(牧夫)로 일하던 그는 결혼 후에도 변변한 직장 없이 목부로 떠돌아 다녔다. 한 달에 받는 월급은 약 120만원 정도였다.

그러다가 안정된 직장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부인의 조언으로 마니커에 입사하면서 '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회사 영업팀에 입사한 후 10개월만에 회사는 부도가 났다. 이후 마니커 대리점을 운영하며 처갓집 양념통닭, 페리카나 치킨집 등에 닭을 공급하다가 '프랜차이즈' 창업을 결심했다.

네네치킨의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도움이 된 것은 포장박스에 대한 특허다. 특히 치킨이 눅눅해 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박스 내부에 별도 칸막이로 공간을 만들어 콜라를 담고, 박스 상단에도 콜라모양의 절개선을 넣어서 콜라의 차가움이 밖으로 발산돼 따뜻한 치킨과 시원한 콜라를 한 박스에 담아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했다.

특허받은 포장박스
특허받은 포장박스


"마니커에 다닐 당시 치킨가격보다 피자가격이 2배 정도 비쌌는데 원가 자체로 보자면 치킨이 오히려 더 비싼데 왜 피자가 더 값이 나갈까? 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저렇게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포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치킨도 포장을 바꾼다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처음에 가맹점 1개에서 2개를 늘리는 데까지 1년이 꼬박 걸렸다. 특허를 받은 상자박스도 5만장 정도 만들었는데 그 5만장을 전부 사용하기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에는 보유 가맹점이 많지 않을 때라 어려웠다. 현재는 한 달에 포장박스가 100만~120만장 정도 나간다. 사실 2년반 동안 5만장도 다 소진한 것이 아니라 그 중 20%는 눅눅해져 폐기했다.

4년정도 되니 입소문이 나면서 체인점은100개가 넘어갔고, 500개가 돌파했을 시점에는 개그맨 유재석씨를 모델로 기용해 기존 가맹점주들의 홍보를 도왔다. 지금은 1050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치킨전문점이 생계형 창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임대료가 싼 2급지에
매장을 내 창업 비용을 줄이고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성공한 덕이다. 작년에는 싱가포르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 때문에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처리, 가공된 식품과 공산품 등에 부여하는 할랄인증도 받았다.

이젠 회사가 어느정도 안정돼 먹고살 만 한데도 그는 특허 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는 '파닭' 조리방법으로 방법특허를 받았고, 오리고기처럼 닭고기 뼈를 추려서 롤로 말아 요리를 만드는 법에 대한 특허도 받았다. 지금은 흑임자치킨 조리방법에 대한 특허 신청을 낸 상태다.

특허받은 파닭
특허받은 파닭


현 회장은 왜 이렇게 특허에 집착하는 걸까? 그는 특허를 '일종의 방어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내가 먼저 시도해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포장박스의 경우 네네치킨이 처음 시도한 것이고 현재 여러 기업이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특허 로열티를 별도로 받는 것도 없다. 실용신안이나 의장등록의 경우 특허를 내도 변형하기 쉽게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디어에 대한 개인권리 의식이 높지 않기 때문에 특허에 대한 모방이 많다.

"사실 많은 회사가 포장박스를 따라합니다. 하지만 경고장 정도만 보낼 뿐이지 큰 제재를 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소송으로 돈과 시간을 소비하는 대신에 내실을 다지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우 특허소송을 걸면 거의 100% 이기지만 국내의 경우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소송으로 진행되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20~30%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국에 비해 모방 인정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 특허 관련 법체계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그는 "하지만 모방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발전된 아이디어를 덧붙여 나가면 계속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런 특허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전 세계에 네네치킨 가맹점을 개설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내실을 다지면서 힘을 기르는 중이다. 모든 일은 시간이 충분히 축적돼야 단단해 지는 법이다. 현 회장은 "천천히 달리되 쉬지는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진출도 급하게 하지 않고 천천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