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다·띠껍다… 진짜 뜻 알면 '깜놀(깜짝 놀람)'할 걸요?
비속어 사전 'B끕 언어' 낸 국어 교사 권희린씨
"아이들에게 어원 알려줬더니 욕 안한대요"
"'빼도 박도 못하다'의 어원을 아세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인데…."
신간 'B끕 언어'(네시간)를 쓴 권희린(30·사진)씨는 비속어의 몇 가지 예를 들다가 잠시 주춤했다. '빼도 박도 못하다'는 난처한 상황을 뜻하는 관용구. '빼지도 박지도→빼도 박도'로 굳어진 것이다. "남녀의 성행위에서 비롯된 속된 표현인데, 뜻을 모르고 쓰니까 문제죠. 한자어 '진퇴양난(進退兩難)'이나 순우리말로 '옴짝달싹 못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고 쓰는 게 좋죠."
'B끕 언어'는 서울 장충고 국어 교사 겸 사서 교사인 권씨가 비속어 67개의 어원과 의미를 파헤친 책이다. 개기다, 띠껍다, 구리다, 뻘쭘하다, 삑사리, 얄짤없다…. 예를 들어 '띠껍다'의 설명. "어원: 전라도 사투리인 '티껍다'에서 왔다. 더럽다, 매우 추하다, 아니꼽다는 뜻. 사용팁: ①동창회에 다녀오면 많이 사용하게 된다. ②부럽다는 증거로 보일 수 있으므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③'띠꺼움 유발자'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싸움 날 수 있다."(23~27쪽)
권씨는 "여중, 여고, 여대를 졸업하고 남학생만 득실거리는 학교에 왔더니 '비속어 천국'이더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자뻑 쩔어요!" "존나 웃겨요"라고 하는 학생들한테 잔소리를 하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왜 비속어를 쓰면 안 되지? "스스로 답을 찾다가 결론을 내렸죠. 무조건 쓰지 말자가 아니라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고."
그래서 '5분 비속어 수업'을 시작했다. 권씨는 지난해 2학기, 수업 시간에 하루 한 단어씩 비속어의 어원과 뜻을 가르쳤다. '존나'가 욕인 줄도 모르고 남발하던 아이들이 뜻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수업 끝나고 감상문을 받았더니 '고치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한 학기가 끝나자 아이들 입에서 비속어가 확연히 줄었고, 자발적으로 '욕 안 하기' 캠페인을 벌이는 학생들도 있었죠." 권씨는 "비속어의 어원은 대부분 정확하지 않아서 의미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며 "어른들도 제대로 알고 쓰자는 취지에서 책을 썼다"고 했다.
단어에 얽힌 에피소드와 자기 생각을 유쾌하게 담았다. 쓰지 않았으면 하는 비속어에는 대체어를 제시했다. '○같다' 대신 '꽃같다'로 제안하는 식이다. 그는 비속어를 'B급 언어'라 정의하면서도 "모든 비속어가 근절 대상은 아니다"고 했다. "약간의 비속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대화를 감칠맛 나게 해주잖아요. '구리다' '까먹다'처럼 '건전한' 비속어는 굳이 없앨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뜻을 알고 쓰면 돼요. 알면 덜 쓰게 되니까요."
그래서 '5분 비속어 수업'을 시작했다. 권씨는 지난해 2학기, 수업 시간에 하루 한 단어씩 비속어의 어원과 뜻을 가르쳤다. '존나'가 욕인 줄도 모르고 남발하던 아이들이 뜻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수업 끝나고 감상문을 받았더니 '고치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한 학기가 끝나자 아이들 입에서 비속어가 확연히 줄었고, 자발적으로 '욕 안 하기' 캠페인을 벌이는 학생들도 있었죠." 권씨는 "비속어의 어원은 대부분 정확하지 않아서 의미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며 "어른들도 제대로 알고 쓰자는 취지에서 책을 썼다"고 했다.
단어에 얽힌 에피소드와 자기 생각을 유쾌하게 담았다. 쓰지 않았으면 하는 비속어에는 대체어를 제시했다. '○같다' 대신 '꽃같다'로 제안하는 식이다. 그는 비속어를 'B급 언어'라 정의하면서도 "모든 비속어가 근절 대상은 아니다"고 했다. "약간의 비속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대화를 감칠맛 나게 해주잖아요. '구리다' '까먹다'처럼 '건전한' 비속어는 굳이 없앨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뜻을 알고 쓰면 돼요. 알면 덜 쓰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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