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왜 베트남으로 갔나 / ① 박닌성 vs 구미 ◆
베트남·구미 3개월 기획…24일 심포지엄 열려
`대기업은 왜 해외에 공장을 짓는가. 해외로 나간 공장을 한국으로 유턴시킬 방법은 없는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어느 정부든 최대 고민거리이자 숙제다. 심지어 오바마 정부가 애플에 `해외 생산을 미국으로 가져와달라`고 요청하면서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이라는 `리쇼어링`(reshoring)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저성장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내 제조기반 강화에 몸부림치고 있다.
매일경제는 대기업 공장의 해외 건설이 국내 고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해외 공장의 유턴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해외진출과 고용효과 심포지엄`을 오는 24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개최한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박호환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삼성전자 구미공장과 베트남공장의 고용 현황, 제조경쟁력 등을 분석했다. 3개월에 걸친 연구 결과 여러 의문을 풀 만한 이론적 논거가 마련됐다.
매일경제는 삼성전자 구미ㆍ베트남사업장과 부품 협력업체, 정부 관계자와 지자체를 두루 취재하면서 현장에 충실한 해법을 찾고자 했다.
옌티마이 옌퐁2고등학교 "졸업생 절반, 삼성전자로 가죠"
(매일경제 2013.04.21 20:51:18)
옌티마이 베트남 옌퐁2고등학교 교장
"졸업생 절반이 삼성으로 갑니다. 학부모들도 자녀가 삼성에 입사하는 걸 원해요." 옌티마이 옌퐁2고등학교 교장은 학교와 삼성 사업장 설립연도가 비슷하고 거리도 가까워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옌퐁2고등학교는 학생 수 1450명에 달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다.
2008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 학교는 2008~2012년 1017명을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으로 보냈다.
옌티마이 교장은 "예전에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희망자가 다수였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절반가량 줄었다"며 "삼성 등 외국계 기업에 바로 취업하려는 학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대학 진학률(2~3년 전문대 포함)은 지난해 30%를 기록했다. 고3 담임교사들은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삼성 입사를 권유한다.
1년에 네 번씩 만드는 학교 신문에 삼성 채용 공고가 실릴 정도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보다 삼성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는 걸 선호하기 시작했다.
옌티마이 교장은 "향후 학교 용지 확장과 함께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 삼성이 원하는 직무교육과 한국어교육을 교내에서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탑스, 젊은 사람 2년도 못 버티고 생산라인 절반이 주부사원
(매일경제 2013.04.21 20:51:25)
삼성전자 협력사 인탑스의 현주소
외국인이라도 뽑게 해주세요. 기업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영세 중소업체의 하소연이 아니다. 삼성전자 휴대폰 케이스의 30%를 생산하는 인탑스 얘기다. 매출 1조원 규모의 인탑스는 어엿한 대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황의창 인탑스 사장은 "대기업은 외국인 채용이 안된다"며 "생산직 확충에 어려움이 많은데 회사를 쪼갤 수도 없고…"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1차 협력업체인 인탑스도 쾌조의 성장을 거듭했다. 인탑스는 삼성의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올해 초 생산직 400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사람을 뽑는 게 쉽지 않았다.
황 사장은 "올해 채용한 400명 중 주부 사원이 절반 이상"이라며 "주부 사원이 워낙 늘어나 최근 사내 어린이집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젊은 고졸 여사원을 뽑기 힘들어 채용 활동을 벌일 때부터 `주부 사원`이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한 것이다. 인탑스 생산직 여사원 1800명 중 기혼자는 40%에 달한다.
인탑스를 비롯한 구미지역 협력업체들이 두려워 하는 변수 중 하나가 인근 대기업의 채용이다. 중소업체의 한 임원은 "대기업이 채용 공고를 내는 순간 협력업체 인사팀은 일대 비상이 걸린다"며 "대기업들이 실업계 고교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흡수해가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뽑아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한 해 2000명의 생산직을 뽑는다면 어떻겠냐고 묻자 황의창 사장은 "협력업체들이 사람을 못 구해 휘청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삼성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인탑스 생산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년에 불과하다. 관리직은 5년 정도로 그나마 길다.
인탑스는 중국(월 350만대)과 베트남(월 500만대)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 구미사업장(월 320만대)보다 생산능력이 많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직원 30~50명 정도의 영세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활용한다"며 "이들 업체는 불법 외국인 체류자도 직원으로 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 "구미선 한해 500명 뽑는 것도 힘겨워"
(매일경제 2013.04.23 15:50:40)
아줌마 없었다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1차 협력업체인 인탑스의 구미사업장에서 주부사원을 비롯한 생산직 근로자들이 휴대폰 케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인탑스는 올해 초 400명을 채용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주부사원이다. 젊은 고졸 여사원을 뽑기 힘들어 채용 단계부터 주부층을 공략한 것이다. 인탑스는 주부사원들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최근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베트남법인이 올해 2만명을 뽑는다고 하죠? 만약 구미사업장이 이 정도를 채용한다고 하면 전국 고졸 여사원을 싹쓸이해야 할 겁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전우헌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전무(공장장)는 생산직 채용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삼성이 베트남에 안 갔으면 지금의 휴대폰 1위 영예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휴대폰의 본산인 구미사업장은 연간 38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한다. 9500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 중 생산직 여사원은 2800명에 달한다. 삼성 측은 매년 500명 정도의 생산직을 채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500명을 뽑기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임춘수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는 "전국의 여자 실업계 고교에서 뽑을 만한 대상이 2만명"이라며 "반에서 상위 50%까지가 채용 마지노선이지만 이 기준으로 인원을 못채울 때는 상위 60%까지도 받는다"고 말했다. 성적 기준을 여기서 더 완화하면 인력 수준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채용 담당자의 고충이다.
구미사업장 인사팀은 500명을 뽑기 위해 땅끝 해남마을이든 강원도 양양이든 가리지 않는다. 생산인력 중 구미 출신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대구 부산 광주 대전 강원도 등 타지에서 온다. 2010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 입사한 양화연 씨는 부산진여상을 졸업한 부산 출신이다. 양씨는 "같은 학년 친구들 중 10명 정도가 이곳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기존 생산직 직원이 고교 친구를 추천해 입사가 성사되면 별도 알선 수당을 주는 방법도 동원했다. 임 상무는 "고졸 출신만으로 생산라인을 채우기 힘들어 전문대 출신을 배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취업 재수ㆍ삼수를 각오해야 하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생산 현장에서는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셈이다.
이용명 삼성전자 부장은 "인력 스카우트의 경쟁자는 다른 대기업만이 아니다. 전문대 교수들과도 고졸 인력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게 지방 사업장 인사팀의 웃지 못할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대 교수들도 학생들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해당 학과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 인사팀 실무자들은 실업계고 진로지도교사의 자녀 생일까지 기억할 정도로 고졸 인력 채용에 안간힘을 쓴다. 이런 정도의 노력을 안하면 우수 학생들을 다른 곳에 빼앗기기 십상이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여성 생산직들은 평균 6.2년 근무한다. 연간 퇴직률은 10% 안팎이다. 무선사업부 생산직 여사원의 연봉이 성과급을 포함해 연간 4000만원이 넘는데도 몇 년 지나면 퇴사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한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 정도인데, 구미 지역 협력업체들의 구인난은 뻔한 일이다.
만약 생산직 1000~2000명을 뽑는다면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뽑기 힘들뿐더러 주변 협력업체들이 엄청난 구인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게 인사팀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실제로 구미에 있는 L대기업이 생산직 50명을 충원한다는 채용 공고를 내자 부품 협력업체 생산직들이 들썩였다고 한다. 이 지역 중소업체들은 직원 단속에 나서느라 한동안 애간장을 태웠다.
재계의 한 임원은 "한국에서 언제까지 제조 생산라인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정치권 일각에서 대기업 해외 공장의 국내 유턴을 요구하지만 국내 생산 현장에 와 보면 사람 뽑기가 어렵다는 걸 단번에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베트남·저임금·감세 `한국엔 없는 3가지`
(매일경제 2013.04.23 15:50:16)
2㎞ 출근 행렬…오전 7시 20분께 응오사 마을과 옌종 마을 등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인근에서 무려 1만명에 달하는 생산직 여직원들이 쏟아져 나와 2㎞에 달하는 출근 행렬을 이루고 있다.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이 법인은 휴대폰을 연간 1억2000만대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2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베트남법인 생산직 평균 연령은 21세로, 그만큼 베트남에는 젊은 인력이 풍부하다. <하노이/박상선 기자>
`삼성이 베트남으로 간 까닭은?` 삼성전자가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에 1억대가 넘는 대규모 휴대폰 생산기지를 세운 이유는 △생산인력 확보 △낮은 인건비 등 제조경쟁력 제고 △베트남 정부의 파격적 인센티브와 노동 유연성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차 LG 등 대다수 대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는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매일경제신문과 서울대 국제대학원팀이 삼성전자 휴대폰 국외 진출 사례를 심층 진단한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한국 U턴은 가능한 게 아닌가`라는 기대감은 취재를 하면서 `현 상태로는 한국 U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① 평균 21세 … 週600명 `차떼기` 채용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인사 실무자인 하종원 차장은 생산직 채용팀을 불러 한 주 계획을 점검했다. 매주 생산인력을 600명씩 충원해야 하는 만만찮은 작업이다.
베트남법인에는 2인(베트남 현지인) 1조가 한 팀을 이룬 30여 개 채용팀이 가동되고 있다. 이들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300㎞ 이상 떨어진 지역까지 흩어져 고졸 인력을 발굴한다. 법인이 위치한 박닌성 외에 박장, 랑선, 뚜옌꽝, 응에안 등 남한 정도 면적을 뛴다.
채용 활동은 매주 쳇바퀴 돌듯 반복된다. 월~수요일엔 학교, 정류장, 시장, 마을회관 등 인구 밀집 지역에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하고 목~금요일에 면접을 본 뒤 주말 중 삼성 전용버스에 태워 베트남법인으로 데려온다. 생산직 인력을 소위 `차떼기`로 쓸어모으는 셈이다.
베트남 박닌성 일랑 마을에 사는 동티화 씨(23)도 이런 루트를 거쳐 올해 2월 입사했다. 고교 졸업 후 고향인 베트남 중부 응에안에서 과일회사에 다니다가 삼성으로 이직했다.
생산 인력을 제때 충원하지 못하면 휴대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하 차장은 "아직까지 인력 충원에 별 문제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베트남에 고졸 채용 가능 인력은 한국에 비하면 넘쳐난다.
박호환 아주대 교수는 "9000만명이 넘는 베트남 인구 평균 연령은 27.4세로 한국(38.5세)보다 훨씬 젊다"며 "베트남은 젊은 생산인력이 많은 피라미드 인구 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항아리형 구조여서 고졸 생산직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생산직 구직자는 21만6000명이지만 구인자는 30만7000명으로 오히려 많았다.
박 교수 연구에 따르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인근 200㎞ 이내 고졸 인력 중 대학 미진학자는 연간 6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 베트남법인이 있는 하노이 북부지역 15개 성에는 대학 미진학 고졸 인력이 22만3000명에 달했다.
삼성 측은 올해 베트남에서 고졸 생산직을 2만여 명 충원할 방침이다. 베트남법인 직원은 2009년 2452명, 2010년 8139명, 2011년 1만8371명, 2012년 2만8300명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말에는 3만8700명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많이 뽑는 이유는 빠르게 늘어나는 휴대폰 생산량도 있지만 연간 50%에 달하는 이직률에도 큰 원인이 있다. 베트남법인 생산인력 평균 연령은 21세. 이들은 12개월 남짓 일하고 삼성 공장을 떠난다.
심원환 베트남법인 단지장(전무)은 "아직까지 베트남 현지 채용에 별 문제는 없지만 이직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52%에서 올해 40%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② 인건비 10배차이…생산성은 비슷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박닌성 옌퐁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은 스마트폰을 월 1100만개가량 쏟아내는 대규모 생산기지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삼성이 베트남으로 진출한 핵심 요인은 낮은 인건비로 인한 제조비용 절감"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휴대폰 1대당 제조가공비는 베트남이 구미 대비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업장에서 똑같은 스마트폰 1대를 만들 때 드는 제조가공비 차이는 5.7달러였다. 이 중 인건비 차이가 8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연간 생산량은 1억2000만대. 삼성이 베트남으로 진출해 제조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연간 6억8000만달러(약 7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박호환 아주대 교수는 삼성전자 베트남법인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고졸 생산직 임금을 비교해봤다. 고졸 초임 월급여(기본급ㆍ상여금ㆍ법정보험 포함)는 구미사업장이 3284달러인 데 비해 베트남법인은 250달러에 그쳤다. 평일 잔업과 휴일근무 등 초과근로수당을 포함하면 구미가 베트남(353달러)에 비해 10.5배나 높은 수준이다.
베트남이 구미에 비해 인건비가 월등히 낮은 반면 생산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1인당 생산대수를 비교해 보면 베트남이 구미의 86%에 달한다.
박 교수는 "업무 스피드는 한국 근로자가 입사 초기에 10%가량 빠르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 비슷해진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야간 근무(밤 10시~새벽 6시) 때 통상임금 50%를 가산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만 베트남은 30%만 추가하면 된다. 베트남 직원들은 잔업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오히려 수입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잔업을 희망하는 편이다.
③ `4개부처 삼성TF` 총리가 팀장
"2007년 삼성이 베트남에 투자 의지를 내비치자마자 총리 직속으로 삼성 태스크포스(TF)팀을 즉각 구성했습니다."
삼성 투자 유치 실무를 담당하는 전쥐동 베트남 투자계획부(MPI) 공단관리국 부국장은 긴박했던 2007년 당시를 떠올렸다.
베트남 재정부, 투자계획부, 상공부, 과학기술부, 박닌성 인민위원회 관계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삼성 TF팀은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에게 삼성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했고 총리는 신속한 행정 처리와 애로 해소를 재차 강조했다.
전 부국장은 "외국계 기업 투자 프로젝트는 지자체에서 먼저 논의한 뒤 중앙정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삼성 투자건은 중앙정부가 직접 발벗고 뛰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법인세법이 허용할 수 있는 최고 면세 혜택을 삼성에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07년 초기 투자 과정에서 첫 4년간 100% 면제, 이후 12년간 법인세율 5%, 그 이후로는 법인세율 10%라는 `화끈한` 감세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베트남 법인세는 25%지만 하이테크 기업에는 10%가 적용된다.
전 부국장은 "정부가 오는 5월 법인세율 인하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25%인 법인세를 23%로 낮추고, 2016년까지 20%로 낮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삼성 베트남2공장 건립 결정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삼성 측은 지난해 여름부터 2공장 건립을 모색했고 베트남 정부와 타이응우옌성이 적극 지원해줘 옌빈하이테크단지에 2공장을 짓기로 했다.
판만끙 타이응우옌성 공단관리국 부국장은 "초기 4년간 법인세 100% 면제를 포함한 30년 감세 방안을 제시했고 공장용지 조성비도 50%를 환급받게 된다"며 "하노이~타이응우옌 고속도로가 올해 12월 완공되면 삼성2공장 물류 여건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응우옌성은 옌빈단지와 삼성2공장 건립을 거의 동시에 시작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 삼성이 옌빈단지 조성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덜어줬다.
삼성은 왜 베트남으로 갔나
(매일경제 2013.04.22 14:25:49)
■ 휴대폰공장 월급 250弗에 年2만명 채용…"한국에선 생산직 2만명 구하기 불가능"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 오전 7시 20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박닝성 소재 삼성전자 베트남 1공장(휴대폰 사업장) 앞에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장관이 연출됐다.
응오사 마을과 옌종 마을 등 사업장 인근에서 1만명에 달하는 생산직 여직원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2㎞에 달하는 인간띠를 이룬 것이다.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출근 인파에 합류한 낭티화 씨(21)도 삼성 직원이다.
지난해 8월 입사한 그는 조립라인에서 일하면서 매달 500만동(약 25만원)을 번다. 고졸 출신인 낭씨는 "내 월급이 농사 짓는 부모님의 한 달 수입보다 많다.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직원 3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은 연간 1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만드는 `무선사업 신화`의 최전방이다. 삼성은 최근 베트남 2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2공장까지 모두 완공되면 베트남은 2억4000만대의 휴대폰 최대 생산기지로 부상한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올해 2만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요인도 있지만 여직원의 연간 이직률이 40~50%나 된다.
심원환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전무는 "매주 600명 이상 뽑아야 휴대폰 생산계획을 맞출 수 있다"며 "성수기엔 주 1000명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이만 한 휴대폰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걸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몇 명이 이달 초 삼성 베트남법인을 방문해 삼성의 대규모 해외 공장 건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트남 공장의 한국 유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구미의 휴대폰 1대당 인건비가 100이라면 베트남은 16에 불과하다"며 "만약 삼성이 베트남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연간 7000억원 이상의 제조비용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2만~3만명에 달하는 생산직을 한국에서 끌어모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임춘수 삼성전자 상무는 "전국의 여자 실업계 고교에서 대학 진학자를 빼고 뽑을 만한 대상을 다 끌어모으면 2만명 정도"라고 말했다.
휴대폰 생산 원조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는 9500명이 일한다. 연간 채용 규모는 약 500명. 생산라인에 서는 고졸 여사원 전원이 정규직인 데다 연봉이 4000만원을 넘는데도 사람을 채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삼성 인사팀의 토로다.
구미지역 1ㆍ2차 협력업체들은 더 심각하다. 주부사원, 외국인, 중졸 출신들로 생산현장을 채우기 급급하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취업대란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지방 공장에선 인력난으로 생산 차질을 걱정해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심원환 전무는 "베트남에선 250달러 월급으로 한 해 2만명의 생산직을 문제없이 뽑을 수 있다"며 "구미에서 이 정도 월급으로 이만 한 규모의 인력을 뽑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결국 고용은 단순 숫자가 아니라 퀄리티가 관건"이라며 "삼성의 베트남 진출로 생산직 일자리가 줄었더라도 휴대폰 사업의 경쟁력 향상과 함께 개발ㆍ기술ㆍ디자인 등 고급 인력은 한국에서 몇 배씩 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美텍사스주 의회 "삼성전자에 감사"
미국 텍사스주의회가 삼성전자의 투자와 고용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며 감사를 표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1일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상ㆍ하원은 지난 주 삼성전자의 투자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인정하는 한편 이에 대해 감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해 낭독했다.
삼성전자는 1998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생산법인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시스템반도체라인 1개 증설에 이어 대규모 투자(40억달러)를 단행한 바 있다.
미국의 주의회가 기업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텍사스 입법부 차원서 삼성전자를 중요한 기업으로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 삼성은 왜 베트남으로 갔나 / ② 일자리의 재해석 ◆
(매일경제 2013.04.22 20:10:05)
생산직 일자리 해외로…국내 고급일자리는 10년새 6배
삼성 휴대폰 해외서 제조경쟁력 확보
구미 공장선 `고용의 질` 대폭 높여
부품 협력업체 일자리도 동반 증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연간 38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해 전체 휴대폰 제조 비중의 10%도 안 되는 소규모로 전락했지만 최고 수준의 제조기법을 해외 공장에 전수하는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조지원팀은 신제품을 개발해 생산현장에 접목하기 전까지 가장 적합한 공정을 찾아내 해외 사업장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엔 이러한 제조지원 인력이 310명에 달한다. 갤S4와 같은 전략 스마트폰 출시가 임박할 때는 수백 명이 해외로 흩어져 나간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구미 같은 마더 팩토리가 있기 때문에 해외 휴대폰 공장의 제조 경쟁력이 단시일 내에 올라가는 것"이라며 "애플 등에서 볼 수 없는 삼성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이학동 삼성전자 글로벌 제조지원팀 상무(가운데)를 포함한 구미 소재 제조지원 인력들이 베트남ㆍ중국ㆍ브라질 등 해외 생산법인에 최신 제조기술과 품질관리 기법을 전파하기 위한 출장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 휴대폰 사업의 본산인 구미가 글로벌 휴대폰 사업의 "마더 팩토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구미/박상선 기자>
수원ㆍ구미 등에 설치된 제조기술센터가 기술 공동화와 사업장별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각지에 전파해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구미사업장을 포함한 국내 휴대폰사업 부문의 인력 변화다. 삼성의 국내 휴대폰 인력은 2008년 1만4400명에서 2012년 2만500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에 제조직이 3600명에서 3440여 명으로 줄었지만 디자인, 개발, 기술직 등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4800여 명이나 증가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디자인 인력은 8.8배(59명→522명), 개발직은 6.4배(1497명→9627명), 기술직은 6.5배(570명→3730명)가 됐다.
같은 기간 삼성 휴대폰의 국내 매출이 3조4000억원에서 11조원으로 3.2배가 된 것보다 고급 일자리의 증가율(6.5배)이 훨씬 큰 셈이다. 개발직은 각종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고안하는 연구개발(R&D) 업무를, 기술직은 R&D를 통해 개발한 모델을 실제 생산 가능하도록 상용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교수는 "삼성이 휴대폰공장을 잇달아 해외에 만들어 구미의 제조 공동화와 일자리 감축이 우려됐지만 삼성이 해외에서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생산량이 늘었고 국내에 디자인ㆍ개발 등 고급 인력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단순 생산 위주의 고용 패턴이 다변화하면서 고용의 질이 개선된 것이다. 결국 어떤 기업의 총고용량을 결정하는 변수는 해외 공장 설치 여부보다는 해당 기업의 사업 성과와 총생산량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의 베트남 진출로 구미 지역의 제조 공동화가 우려되지만 구미 지역의 고용은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용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 디자인, 연구, 제조기술 등 대졸자 수요가 크게 늘면서 단순 생산 위주의 고용 패턴이 다변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고용 패턴의 변화는 삼성전자에만 일어난 게 아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협력업체도 해외 동반 진출과 함께 삼성전자와 유사한 고용 증대가 이뤄졌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팀은 정부가 어차피 국내 인력풀이 부족한 생산직 고용에 신경쓰기보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통해 생겨난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발ㆍ기술ㆍ디자인 등의 고급 일자리를 국내에서 계속 키워내는 데 정책 역량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남유진 구미시장 "일자리 계속 늘어납니다"
(매일경제 2013.04.22 20:09:49)
구미산업단지에 8만9천명…10만명 눈앞
삼성전자가 중국과 베트남 등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세웠지만 삼성 휴대폰의 본산인 구미의 일자리는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 전체 산업 중 제조업은 약 70%를 차지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구미산업단지의 일자리가 8만9000명에 달해 1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2008년 6만9000명, 2010년 7만3000명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남 시장은 "구미는 지난 40년간 정보기술(IT)산업의 발상지로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1800여 중소기업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산업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산단에는 1757개사가 입주(2012년 기준)해 있다. 최근 1년 새 200개사 가까이 늘어났다.
이재홍 구미고용센터 취업지원과장은 "구미지역 고용률은 63.8%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며 "최근 들어 연구개발 등 전문 기술인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팀 연구팀은 삼성전자 베트남법인(휴대폰 생산단지)이 한국 협력업체에서 부품과 원자재를 조달받는 과정에서 이들 협력사의 고용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의 부품 조달로 유발된 국내 고용은 2009년 544명에서 2012년 1만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진출과 궤를 같이해 동반 진출한 1차 협력업체 인탑스의 경우 최근 3년간 국내 인원이 900명에서 1450명으로 550명가량 늘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이 글로벌하게 성장하면서 국내에서 수입해가는 부품 소재의 양이 많아져 관련 협력업체의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컸다"고 분석했다.
국내공장은 `마더 팩토리`
(매일경제 2013.04.22 20:09:33)
제조·품질관리 노하우, 해외 생산기지에 전파
대한민국 주요 생산 거점을 제조의 컨트롤타워인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로 구축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구개발과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부문을 국내 공장에 남겨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 뒤 성공 DNA를 전 세계 공장으로 확산하자는 취지다. 이는 국내 고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해외 공장에 대한 관리ㆍ기술직 자리도 늘어나 추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세계 프리미엄 생활가전 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백색 가전과 소형 가전에 대한 핵심 연구와 생산을 담당한다.
세탁기 핵심 기술인 `DD모터`와 냉장고 부품인 `리니어 컴프레서`도 여기에서 개발됐다. 특히 LG전자 생활가전 연구인력 중 60%가 창원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연구소에서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창원공장 협력사 직원까지 합치면 근무 인원이 1만명에 이른다.
LG전자 관계자는 "멕시코, 브라질, 폴란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생활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대부분 한국 창원공장에서 만들고 있다"며 "창원공장 성공 사례를 해외 공장에 접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용지는 500만㎡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3만여 근로자가 연간 16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협력회사만 해도 4000여 개에 달하며 25만여 명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1975년 포니를 생산하던 이 공장은 최근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완전 무공해 차량을 만들어내면서 친환경 시대를 앞당긴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산업 불모지인 포항에서 40여 년간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으며, 인도와 브라질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여수는 석유화학기업이 밀집한 지역이다. GS칼텍스는 국내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석유화학을 넘어 탄소소재 등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공장을 해외에 이전하더라도 핵심 제조 인력과 연구개발 인력을 국내에 유지하면 기술 공동화와 기술 단절을 방지할 수 있다"며 "기술 융합이 나타나고 혁신 빈도가 높아 계속 진화하는 제품군은 연구개발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국내 생산기지가 마더 팩토리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삼성은 왜 베트남으로 갔나 ③ ◆
(매일경제 2013.04.24 20:01:03)
해외진출과 국내고용은 보완관계…사업환경 조성해야 기업 돌아온다
매일경제신문과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24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 대강당에서 개최한 `해외 진출과 고용 효과 심포지엄`에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오른쪽부터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박호환 아주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교수, 조영태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과장, 강정애 숙명여대 교수, 장윤종 산업연구원 소장, 손현덕 매일경제 산업부장. <박상선 기자>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U턴)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쉽지도 않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에게 제조 공정의 국내 유턴을 요구했지만 잡스가 이를 거절한 것은 미국으로 복귀하면 생산성이 떨어져 삼성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정부는 국내 인력풀도 적고 취업 의사도 낮은 생산직 일자리에 신경 쓰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계속 국내에서 유지하는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느냐 마느냐보다는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국내 노동 환경과 정부 지원책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기업의 유턴 가능성은 없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물가와 임금 인상 등 베트남 리스크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새로운 입지와 투자처를 찾아야 할 것이다."(박호환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매일경제신문과 서울대 국제대학원은 2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대강당에서 `해외 진출과 고용효과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실제 사례로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기지인 베트남1공장과 구미사업장을 심층 비교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주제 발표자로 나서 "기업의 해외 진출이 국내 고용과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에 있다"며 "인건비가 싼 베트남 사업장에서 제조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체질이 강화되면 국내 고급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단순 생산직 일자리가 해외로 갔지만 국내에 개발ㆍ기술ㆍ디자인 등 고급 일자리의 파이를 키우는 순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국 상품의 수출만을 주장하는 국제화보다는 무역(수출ㆍ수입)과 해외직접투자(FDI)를 함께 생각하는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등 해외로 나가는 경영 전략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전반적인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는 선택이며 이를 통해 국내 경제도 혜택을 본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해외 진출은 대ㆍ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이끌어냈다. 베트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의 25%를 국내에서 조달한 결과 국내 협력업체의 고용창출 인력은 2009년 544명에서 2012년 1만77명으로 18.5배가 됐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인탑스는 2009년 900명이던 고용 인원이 지난해 말 1450명으로 61.1% 증가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해외로 나가 생산을 확대하지 않았다면 국내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의 국내 유턴을 강요하면 이전 비용이 커져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될 우려도 있다"면서 "한국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꾸준히 조성해 자연스러운 유턴을 유도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회를 본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산업부장은 "해외 진출 기업의 실제 사례를 토대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며 "국가 정책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에 주는 시사점이 컸다"고 말했다.
국내 U턴 걸림돌 뭐가 있나
(매일경제 2013.04.24 20:00:25)
대기업 역차별 줄이고 수도권 문턱 낮춰야
올해 2만명 이상을 뽑는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생산직 500명 채용도 만만치 않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생산직 확보에 매번 허덕이는 국내 공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을까.
박호환 아주대 교수는 "고졸 인력풀이 충분하지 않고 지방 사업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대기업 공장의 수도권 진입 문턱을 낮춰주면 산업인력 문제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동탄ㆍ동백지구 등 신도시 주변에 산업단지나 대기업 사업장을 붙이면 산업인력 확보가 한층 용이해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 논리에 묶여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의 덫`에 묶여 수도권에 생산기지를 세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완구 경기도청 산업입지팀장은 "서울에 인접해 있는 과밀억제권역이나 한강 상수도원을 끼고 있는 자연보전권역은 대기업의 공장 진입이 사실상 제한돼 있고 공장 총량제도 기업의 수도권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오산 평택 파주 등 성장관리권역은 비교적 용이하지만 지정된 산업단지가 아닌 개별 입지를 선택하면 행정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
일본은 2000년대 고이즈미 정부 때부터 기업의 입지제한 규제를 완화해 자국에 생산시설을 세우는 기업들의 숨통을 틔웠다.
한국에 엄연히 존재하는 대기업 역차별 정서도 대기업 해외 공장의 국내 유턴을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이다. B그룹의 한 임원은 "외국계 투자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 여러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떠받드는데 국내 대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처벌, 총수 전횡 견제 등 경제민주화 눈치만 봐야 하니 차라리 해외로 나가자는 푸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하는 외투기업에는 5년간 100%, 다음 2년간 50%씩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부가세ㆍ특소세ㆍ관세 등에서도 감면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만 경기도 소재 한국 대기업에는 이런 인센티브가 없다.
베트남보다 못한 한국의 노동유연성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박호환 교수는 "베트남의 법정근로시간과 연간 근무일수가 한국보다 많고 인력 활용의 유연성도 베트남이 높다"며 "베트남은 3회에 걸쳐 총 5년까지 기간제 활용이 가능하지만 한국에선 비정규직을 2년밖에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美·日·獨은 `U턴기업` 에 파격적 혜택…한국은 `잠잠`
(매일경제 2013.04.25 10:30:52)
오바마, 복귀 기업에 이전비 20% 지원
아베내각·자민당 합심해 법인세 감면
매일경제신문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팀이 3개월에 걸쳐 분석한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주요 거점인 구미사업장과 베트남법인(SEV)을 인건비, 세제, 인력 확보 등 항목별로 비교한 결과 베트남의 제조 우위를 구미가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한국 해외 공장의 국내 유턴은 요원한 것일까.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정부가 해외 공장을 유턴시키기 위해 갖가지 유인책을 발 빠르게 마련하고 있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리쇼어링(reshoringㆍ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게 미국 오바마 정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2월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애플의 해외 제조 공정을 미국 내로 옮길 수 없는가"라는 `돌직구 질문`을 던져 산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오바마 정부는 그로부터 1년 후 미국 내 유턴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정책안을 마련했다. 기업 수익의 20%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과 3년간 연 20억달러의 융자 기금을 제공하는 유턴 촉진책이다.
국내 이전 비용의 최대 20%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 자회사에 대한 중과세를 부가하는 방안도 추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들면서 기업 유턴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도 엔저 바람을 타고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제조업의 부활을 부추기기 위해 유턴 인센티브 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최근 마련한 방안에는 일본 기업이 해외 공장을 국내로 돌릴 경우 일정 기간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해외공장 철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매각 이익에 법인세를 물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아베 내각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독일도 기업의 조세 부담을 38.7%에서 29.8%로 낮추고 산업 클러스터를 지원하는 등 제조업 정책을 한층 강화하는 추세다.
심지어 베트남 정부도 현행 법인세 25%를 23%로 낮추고, 2016년까지 20%로 낮추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5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선진국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려는 시도를 가속하고 있다"며 "유턴 기업에 대한 특혜를 주저하지 않고 여당 등 정치권도 가세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한국은 유턴 장려책을 서두르는 미국ㆍ일본과 비교해 한참 속도가 떨어진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국내 투자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놨고 이를 토대로 같은 해 11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했다.그러나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채 진도를 못 내고 있다.
이 법률안은 유턴 지원 대상을 완전청산뿐 아니라 부분 설비이전 기업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또한 산업단지 입주 우선권을 부여하고 조세 감면과 현지 생산인력 재고용을 돕는 행정지원 방안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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