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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법

'국정원 수사 축소·은폐 의혹' 경찰내부 '뒤숭숭' (연합뉴스 2013.04.20 15:43)

'국정원 수사 축소·은폐 의혹' 경찰내부 '뒤숭숭'

'신뢰성 추락' 우려…"수사개입 뿌리뽑아야" 주장도

 

경찰의 국가정보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서 경찰 고위층의 사건 축소·은폐 지시가 있었다는 당시 수사팀 간부의 주장이 알려지자 경찰 조직이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0일 오전 지휘부 티타임에서 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공유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축소·은폐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감찰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의 실무 책임자이던 권 과장은 수사 초기 경찰 윗선에서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면서 축소·은폐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에 개입했다는 권 과장의 주장과 관련, 전날 해명자료를 내 반박한 데 이어 이날 "경찰청에서도 국정원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권 과장이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누가 판례 얘기를 했느냐'고 캐물었다"고 말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경찰청 실무자가 수서서 실무자에게 판례 내용과 보도 경위를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해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는 권 과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청에서 지침과 관련해 권 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없고, '수사 중이므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유출하지 말라'는 취지로 주의를 준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오원춘 사건 등에서 경찰이 축소·은폐 시비에 휘말려 지휘부가 경질이나 사법처리를 당한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조직에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전례를 볼 때 경찰 조직에서 축소나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 누군가는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서 누구도 경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일선에서는 이참에 경찰 고위층의 수사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조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2007년 재벌그룹 총수의 폭행사건에 이어 경찰 수사의 공정성은 다시 한 번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고위층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뿌리뽑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부당한 수사개입이 반드시 세상에 밝혀지고 그 당사자는 회생불능의 파멸을 맞는다는 전례가 확립되는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양영진 마산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페이스북 카페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찰 내부의 수사 개입, 부당 지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수사관이 수사 지휘권자의 지휘에 이견이 있을 때 재지휘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경찰청 훈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찰 내부 폭로에 검찰 수사도 새 국면

 (경향신문 2013.04.20 09:28)

 

경찰의 국가정보원 수사에 경찰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폭로가 나옴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형택 부장검사)는 지난 2월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중립 의무 위반과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김용판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고발 요지는 김 전 청장이 대선을 3일 앞두고 서둘러 '하드디스크 분석결과 대선 관련 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것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2개월 동안 수사를 진척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국정원에 대한 경찰 수사 경과만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19일 나온 경찰 내부의 폭로는 상황을 크게 바꿔놓았다. 수사팀장이었던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서울경찰청 간부와 경찰청 간부로부터 압력으로 느낄 만한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수사팀이 대선 관련 78개의 키워드를 서울경찰청에 전달했지만, 서울경찰청에서는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며 키워드를 4개로 줄였다는 등 폭로 내용도 구체적이다.

검찰로서는 이러한 압력을 행사한 경찰 간부를 밝히고, 그 배경이 무엇인지, 김용판 전 청장이 연관돼 있는지 추적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풀어갈 수 있다. 김 전 청장은 당시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판단을 주로 자신이 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경찰 간부에게 지시한 윗선이 드러나면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다수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경찰 간부의 행위는 경찰공무원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이 없다. 만약 압력을 행사한 데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증거가 드러난다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경찰 간부가 수사팀 경찰들에게 의무에 없는 수사 발표를 하게 했다면 직권남용죄도 고려될 수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이 당장 경찰 간부의 압력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여론과 수사 경과에 따라 특별수사팀이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경찰 압력의 배후와 국정원 대선 개입의 배후가 서로 맞닿아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18일 출범했다.

 

“경찰청서도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 압력 전화”

 (경향신문 2013-04-20 06:00:02)

ㆍ권은희 수사과장 폭로… 서울경찰청 “사건 은폐·축소 없었다” 부인

 

국가정보원의 18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경찰 고위층의 지속적인 사건 축소·은폐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수사팀을 총괄했던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39·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사진)은 19일 경향신문과 만나 “서울지방경찰청뿐 아니라 경찰청으로부터도 (압력)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경찰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2일 경향신문이 법원 판례를 근거로 ‘경찰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움직임을 예로 들었다. 권 과장은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누가 판례 얘기를 했느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며 “2월4일 김씨와 함께 댓글을 단 ‘참고인 이모씨’의 존재가 처음으로 드러났을 때도 경찰 상부로부터 주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지난해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월12일 민주통합당이 서울 수서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수사 내내 서울청에서 지속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고소장 접수 직후인 12월13일 선거 개입 의도가 있는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29)의 컴퓨터 2대를 서울청에 분석 의뢰했다.

권 과장은 “수사팀은 대선 관련 78개의 키워드를 발견해 해당 키워드를 이용한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했지만, 서울청은 ‘이러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며 수를 줄여서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분석 의뢰된 키워드는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등 4개로 축소됐다.

분석 과정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권 과장은 “서울청이 김씨의 컴퓨터 내 문서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김씨 측에 허락을 받고 파일을 들춰봤다”고 했다.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은 컴퓨터이지만 사실상 압수수색물이라는 점에서 축소·은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분석 과정에 참가하고 있던 수서서 사이버수사팀장도 도중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경찰은 수사 착수 3일여 만인 12월16일 밤 “하드디스크 분석결과 댓글을 작성한 흔적이 없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권 과장은 “당시 발표는 서울청의 지시였다”며 “보도자료만 밤늦게 도착했고 분석자료는 이틀 뒤인 18일 오후 늦게야 도착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권 과장의 주장에 대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서울경찰청은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핵심 단어 4개와 함께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 추출·확보한 아이디, 닉네임 등 40개까지 키워드로 이용, 증거 분석을 실시했다”며 “분석 과정에서 김씨에게 허락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틀 뒤에야 컴퓨터 분석데이터 도착

  (경향신문 2013-04-20 06:00:02)

ㆍ‘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외압 의혹
ㆍ수사과장 “법 위반 항의하자 건네”… 수사 막판에는 보고 라인서 제외

국가정보원의 18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경찰청에서 전화가 와서 언론에 난 수사 관련 기사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번은 경찰청의 고위 관계자가 전화로 강하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경찰청 최고위 관계자인가’라는 질문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당 수사팀은 외압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수사 막판에 보고 라인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던 민감한 사건인 데다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일선 경찰서 수사팀을 이끄는 실무책임자에게 전화를 건 것은 이례적이다.

권 과장은 “서울경찰청의 의도적인 수사 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 댓글을 달아 대선 개입 의혹을 받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29)의 컴퓨터 2대를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분석 의뢰했는데, 분석결과가 수사팀에 전해지기도 전에 중간 수사결과가 발표됐다는 것이다.

 

4·19정신계승 국정원국내정치개입규탄 및 진상규명준비위원회 회원 30여명이 19일 서울 수유리 4·19묘역 입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16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후 하드디스크 분석 데이터는 18일에야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당일) ‘분석 데이터가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오후 5시쯤 나왔다. 보도 내용은 사실이었지만 서울청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며 “서울청이 항의해 해당 언론사 기자에게 오후 4시쯤 받았으니 기사를 고쳐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발표 이틀 뒤에 분석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우리가 ‘당신들 법 위반이다’라고 항의하니까 준 것”이라며 “이틀이나 지나서 수사실무팀에 건네줄 자료를 왜 16일에 긴급하게 발표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언론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의 댓글에서 일정한 패턴이 확인된다’는 보도가 나가자 경찰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그때도 (고위 인사로부터) 한소리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이미 나랑 서울청이랑은 틀어져 있을 때고, 경찰청에서도 뭐라고 (싫은 소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지난 2월3일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전보발령을 받은 이후에도 2월8일까지 임병숙 신임 수서서 수사과장과 함께 수사팀을 이끌었다. 권 과장은 “(당시) 보고나 결재 과정에서 빠지니까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경찰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경향신문 2013-04-20 09:25:33)
 
ㆍ키워드, 78개서 ‘박근혜·문재인’ 등 4개로 줄여… “대선 댓글 없었다”
ㆍ수서경찰서 사이버팀장 철수시키고 서울청이
하드디스크 단독 분석
 
 
지난해 12월12일 민주통합당은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29)를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이 부당하게 정치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후 불과 나흘 만에 “대통령 선거 관련 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정치 개입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찰은 그러나 4개월여 만인 지난 18일 김씨 등을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에 대한 고발에서 경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4일간 경찰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 키워드, 78개에서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 등 4개로 줄었다

지난해 12월13일 오후 2시12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정원 직원 김씨의 오피스텔 문이 열렸다. 문을 걸어잠근 채 민주당 측과 대치한 지 이틀 만이었다.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김씨 변호인 입회하에 김씨의 데스크톱 컴퓨터 1대와 노트북 1대를 갖고 나왔다. 신속한 분석을 위해 컴퓨터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보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통령 선거가 6일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분석결과를 빨리 발표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수서서와 서울청 관계자는 “하드디스크가 2개라 분석에는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수서서 수사팀은 곧바로 인터넷을 뒤졌다. 인터넷상에서 대선 후보를 지칭하는 단어들을 갈무리했다. 인터넷 글쓰기 특성상 대선 후보의 이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였다. 수사팀은 그날 저녁 검색에 쓸 키워드 78개를 추려 서울청에 보냈다. 하지만 서울청에서 돌아온 답은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 키워드 수를 줄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키워드는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 등 4개로 줄었다.

 ■ 분석 3일 만에 “대선과 무관” 발표

12월13일 이후부터 시작된 서울청의 하드디스크 분석에는 초기부터 수서서 사이버수사팀장이 참여했다. 그런데 그는 이틀이 채 안돼 철수했다. 대신 서울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씨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비방’ 부분에 대해서만 하드디스크를 들여다볼 것을 주문했다. 서울청은 이 요구에 따라 김씨가 허락한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다. 사실상의 압수수색물인 컴퓨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피의자 측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12월16일 밤 11시. 수서서는 한밤중에 갑자기 ‘중간 수사결과 발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선 후보 3차 TV토론이 끝난 직후였다. ‘하드디스크 분석결과 대선 관련 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일주일로 예정돼 있던 하드디스크 분석이 생각보다 빨리 됐다는 것에 놀란 것은 언론뿐만이 아니었다. 수서서 수사팀은 “서울청에서 지침이 내려왔다”며 “자료의 요약본과 보도자료가 함께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시각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서울청에 있었다. 당시 김 청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앞당겨 발표한 것일 뿐”이라며 “나는 더 빨리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7일 브리핑이 열렸다. 이광석 당시 수서서장은 “(보도자료 배포를) 제가 판단했고 주도했다”고 말했다. 의혹은 식지 않았고, 그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는 중간발표에 대해 “비슷한 댓글도 없었다”고 수사결과를 자신했다.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신속하게 이뤄졌지만 분석자료는 그 다음날인 18일까지 수서서에 도착하지 않았다. 당시 수서서 수사팀장이던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분석자료는 12월18일 오후 4시 이후 수서서 수사팀이 직접 가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 서울청, 제기된 의혹들 전면 부인

당시 수서서 수사팀의 보고를 받았던 이광석 전 수서서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사의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수서서 사이버팀장은 “내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돌아왔다”며 “바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청은 이날 A4 용지 2쪽짜리 해명자료를 통해 권은희 과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78개의 키워드가 4개로 줄었다’는 것에 대해 “수서서에서 키워드 100여개를 가져왔는데, ‘호구’ ‘가식적’ ‘네이버’ 등 선거와 무관한 단어가 대다수라 키워드를 줄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분석 키워드도 4개가 아니라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 나온 닉네임 등 40여개”라고 설명했다.

서울청은 또 “분석 과정에 국정원 직원 김씨가 참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팀에 김씨의 데스크톱·노트북 반환이 늦어진 것은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