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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조종사 가뭄에 신음하는 미국항공사 (월스트리트저널 Monday, November 19, 2012 23:24:12)

조종사 가뭄에 신음하는 미국항공사

 

By SUSAN CAREY, JACK NICAS and ANDY PASZTOR

미국항공사들이 1960년대 이래 최악의 조종사 인력난을 겪고 있다. 기존 조종사 은퇴가 대거 예정된 상황에서 비행시간 요건을 충족시키는 조종사를 한꺼번에 구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다음해 8월 발효되는 연방명령에 따라 각 항공사는 현재요건의 6배인 1,500시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보유한 조종사를 고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종사를 고용해서 훈련시키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조종사 연봉이 삭감되고 비행일정이 더 빡빡해지면서 조종사 지망생 수는 줄어들고 있다. 강제은퇴연령인 65세를 앞둔 주요 항공사의 조종사 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

조종사들에게 더 많은 일일 휴식시간을 주는 연방안전규정이 2014년 초 발효되면 항공사들이 더욱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종사 휴식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각 항공사는 조종사 수를 5% 이상 늘려야 한다. 해외항공사와의 인재확보경쟁도 만만치 않다. 조종사 부족에 직면한 해외항공사들은 미국 베테랑조종사에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항공컨설턴트 키트 다비는 “인력난은 6개월 뒤에 시작되지만 해결책은 4년 정도가 지나야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조종사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항공사단체 A4A는 은퇴조종사를 대체하고 노선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 항공사들이 2025년까지 6만 명을 새로 고용해야 한다는 노스다코타대학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주요 항공사들이 현재 고용하고 있는 조종사 수는 50,800명이다.

화물과 전세, 지역항공사를 합친 미국의 모든 항공사가 8년 내에 6만5,000명을 새로 채용해야 한다는 추정도 존재한다. 현재 조종자 수는 9만6,000명이다.

Associated Press

지난 8년 동안 연방항공국의 의무시험인 항공조종사(ATP) 면허시험에 합격한 조종사 수는 3만6,000명 미만이다.

소규모 지역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조종사 인력난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부터 주요 항공사들은 지역항공사에서 경력을 쌓은 조종사를 영입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인력난 때문에 조종사 빼가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역항공사협회 (RAA)의 로저 코헨 회장은 지난 7월 연설에서 “조종사 공급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중소항공사들이 조종사를 대다수 잃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1980년대 조종사 채용붐이 일어난 후 지난 10년 동안 채용이 많지 않았기에 미국항공사 조종사 중 50% 이상이 50~64세 연령대이다.

2007년 미국규정을 외국규정에 맞추기 위해 정부는 조종사 의무은퇴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60세 이상의 조종사 80%가 은퇴를 하지 않고 있으나 올 12월부터 이들 조종사의 65세 생일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US에어웨이의 조종사 존 실버먼(64)은 은퇴연령이 상향조정되면서 은퇴를 하지 않았으나 65세가 되는 4월이 되면 강제은퇴해야 한다. “건강상태도 아주 좋고 더 일할 수 있지만 65세까지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연방항공국의 존 알랜 규정부서장은 지난 여름 열린 항공컨퍼런스에서 “은퇴가 예정된 조종사 수가 엄청나지만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이 없다”고 발언했다. 항공국 대변인은 “장기적 조종사 수요와 해결책을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중”이라고 밝혔다.

AP

지난 10년 동안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거친 대형 항공사들은 채용을 재개할 방침이다. 델타항공은 현재 조종사수인 1만2,000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3,500명을 새로 채용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선확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아메리칸항공은 5년 내에 조종사를 2,500명 신규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금력이 약한 지역항공사는 연봉인상으로 조종사를 유인하기 어렵다. 항공업이 지난 몇 년 동안 회복되기는 했으나 연료가격 인상과 수요불규칙 때문에 여전히 이익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지역항공사 아메리칸 이글의 댄 가튼 CEO는 “지역항공사들이 조종사부족 때문에 일부 노선운항을 중지한다면 소도시의 피해가 클 것이다”고 전망하면서 의회와 연방항공국에 조종사부족 문제를 제기했으나 확실한 대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종사 수요가 상승하고 공급이 줄어들면서 중소항공사들이 어쩔 수 없이 실력이 부족한 조종사를 채용해 승객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항공컨설턴트 존 마샬은 “품질관리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지역항공사들이 조종사수를 채우기 위해 채용기준을 낮출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RAA는 1,500 비행시간 규정발효를 앞두고 신입 조종사들을 대비시키고 있다. 스캇 푸스 운영부서장은 “연방항공국과의 협력 하에 새로 고용한 조종사 수백 명이 1,500시간 비행증명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몇 년 전부터 공군에서 항공사 조종사로 전직하는 사례가 크게 감소했으며 조종사 지망생 수도 줄어들고 있다. 비싼 교육비를 지출하고 비행코스를 마치더라도 항공사에 고용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조종사훈련기관인 써드 코스트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학생 수가 30~40% 감소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플라이트는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으나 학생 대부분이 훈련 후 본국으로 돌아갈 외국인이다.

연방항공국은 항공사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민간조종사면허와 상업항공조종사면허 취득자수가 지난 10년 동안 각각 41%, 30% 하락했다고 밝혔다. 비행교관협회(NAFI)는 올해 출판한 논문에서 “항공사 수요를 충족시키는 자격있는 조종사를 계속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지역항공기에서 사고가 몇 차례 발생함에 따라 2010년 미국의회는1,500 비행시간 규정을 통과시켰다. 이들 사고 중 비행시간이 1,500시간 미만인 조종사 때문에 난 사고는 없었다. 지역항공사들은 규정이 발효되는 2013년 8월까지 기존 조종사들이 1,500 비행시간을 채우게 하는 한편, 신입 조종사 수를 늘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1,500시간에 가까운 경력을 갖춘 지원자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연방항공국은 1,500시간 규정을 완화하기 위해 공군출신 조종사에는 750시간, 4년제 항공대학 졸업생에는 1,000시간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항공사 지망생 대다수는 공군이나 4년제 항공대학 출신이 아니다.

일반 항공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신규 규정을 충족시키려면 돈도 많이 들고 어렵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플라이트의 비행교관 존 앳킨스(27)는 “신규 규정 때문에 조종사가 되지 못하고 1년을 더 교관으로 근무하게 됐다”고 말한다. 기존 비행시간 요건은 충족했지만 신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헨 회장은 “1,500시간 비행시간 규정 때문에 조종사 지망생 수가 줄어들 것이다. 1,500시간을 채우려고 하늘을 빙글빙글 도는 사람들은 복잡한 비행기 작동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규정은 일정한 운항일정을 갖고 있는 여객기와 화물제트기, 터보프롭 비행기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화물항공사도 조종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소형 여객기와 주문식 전세기, 전용기에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조종사 인력난이 발생했던 때는 베트남참전 때문에 조종사 수가 급감한 1960년대였다. 제트기가 비행시간을 줄이고 승객수를 늘리는 효과를 갖고 오면서 항공사들은 노선을 확장 중이었다. 베트남에서 임무를 마친 조종사들이 귀국함에 따라 인력난은 해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