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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스타, 새벽에 강남 4성급 호텔서… 이럴수가 (조선일보 2012.10.17 20:45)

女스타, 새벽에 강남 4성급 호텔서… 이럴수가

[19년동안 내한 팝스타 450여명 통역한 태인영씨… 그가 들려주는 뒷얘기]
리아나 - 신사동 노점상서 팔찌 10개 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 삼계탕 한 그릇에 원기 회복
올리비아 뉴튼 존 - 손금 본 점술가가 癌 맞히자 놀라
한 여가수 - 유산하고 와 응급실 실려가 수술
유럽 출신 세계적 록밴드 - 만취해 수억대 호텔 도자기 깨

 

에미넴, 레이디 가가, 라디오헤드, 노라 존스, 엘튼 존…. 올해 들어 그래미와 빌보드를 정복했던 숱한 해외 뮤지션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고 있다. 이때마다 바빠지는 한 여성이 있다. 19년째 주요 내한 팝스타의 통역을 맡고 있는 태인영(38)씨다. 팝스타의 무대 뒤 일상까지 늘 함께 하는 그를 최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이 '임시 대변인' 역할을 했던 팝스타가 "19년간 450여명에 이른다"고 했다. 팝스타들의 내한 뒷얘기를 묻자 그는 배시시 웃으며 "레이디 가가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찬사로 운을 뗐다. "레이디 가가는 무대 위에서 담배와 술은 물론이고 마리화나까지 피워 논란을 일으키잖아요. 그런데 평소에는 철저한 금주·금연가더라고요. 심지어 밥도 거의 안 먹어요. 금욕주의자 같아요. 퇴폐적 이미지는 '설정', 오로지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더군요."

19년째 수많은 내한 팝스타들의 통역을 담당한 태인영씨를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팝스타의 통역은 사실 못지않게 느낌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 가수의 '대세' 리아나도 그에게 따뜻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출국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한국의 거리를 감상하고 싶다'고 했어요. 결국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을 걸으며 노점상에서 파는 팔찌를 10여개 사갔죠."

그는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고 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여가수의 갑작스러운 수술"이었다. 태씨에 따르면 독특한 음색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 여가수는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수술까지 했다. "내한 직전 유산을 했는데 그 후유증이 계속돼 수술도 하고 공연 직전 수시로 진통제를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가수는 끝내 자신의 콘서트를 성대하게 마무리하며 가슴 아프게 바라보던 관계자들을 펑펑 울렸어요."

태씨는 "여자 팝스타들과 함께 세신사가 있는 목욕탕도 자주 갔다"고 했다. "서울 강남 한 4성급 호텔 사우나가 새벽에 가면 조용하고 때 밀기도 좋아요. 동행했던 여성 팝스타들은 저마다 세신사의 서비스를 받곤 '어떻게 피부가 이렇게 매끈해질 수 있느냐?'며 감동하곤 합니다." 그는 또 "팝스타들에게 우리 음식으로 삼계탕을 추천하곤 한다"며 "몸살 기운이 있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삼계탕 한 그릇에 원기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고 했다. 80년대 팝스타 올리비아 뉴튼 존은 점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당시 점술가가 뉴튼 존이 누군지도 모른 채 그의 손금을 보고 '40대에 죽을 고비가 한 번 있었구먼'이라고 말해 뉴튼 존도 나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실제로 뉴튼 존은 40대에 유방암을 앓았었다.

(사진 왼쪽부터)레이디 가가, 리아나, 아길레라.

'사고뭉치' 팝스타도 있었다. 영국 록밴드 '블러'의 리더 데이먼 알반은 자신의 태권도 솜씨를 자랑하며 국내 유명 태권도장 사범을 만나 발차기 시범을 보였는데 그만 튀어나온 나무 바닥에 걸려 오른발 엄지발톱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피가 철철 나왔어요." 유럽 출신 한 록밴드 멤버들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다가 호텔 로비에 있는 수억원대 도자기를 깨서 관계자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태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가 6년간 영국 학교에 다니면서 영어를 익혔다. 그는 서울대 공예과 2학년 재학 시절 한 방송사 주최 팝송 콘테스트에 나갔다가 DJ 김광한씨에게서 "영어 실력이 뛰어나니 팝스타 통역을 한번 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응한 뒤 전문통역사의 길로 들어섰다.

태씨는 "지난 19년간 숱한 팝스타들을 만나면서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며 치열하게 사는 사람만이 대중의 환호를 받는 자리에 선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