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 왜 유독 인기 있나
5.3인치 갤럭시노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너무 크다’는 반응과 이제는 거의 퇴출되다시피한 ‘스타일러스펜’을 들고 나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잖았다. 실제 이용자들도 펜으로 메모하는 것은 제품을 산 뒤 얼마 동안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주머니에도 넣기 어려운 스마트폰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회의론을 비웃듯, 갤럭시노트는 이른바 대히트를 쳤다. 올 상반기 집계만 봐도 그렇다. LTE 스마트폰이 752만대 팔린 가운데, 300만대가 갤럭시 노트였다. 하반기 역시 만만치 않은 성적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지금 2세대 제품인 갤럭시노트2를 보며 새삼 궁금해졌다. 대체 이렇게 큰 스마트폰이 왜 큰 인기를 얻었을까.
“큰 화면과 LTE 찰떡궁합”
일단은 ‘큰 화면’이다. 국내의 경우 3G나 무선랜 등 빠른 인터넷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큰 화면에 대한 요구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맞춘 웹사이트도 있지만, 일반 PC에서 보는 풀브라우징 화면을 보고자 했던 이들이나 작은 글자를 읽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첫 스마트폰으로 주저없이 골랐던 게 주효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코리아의 김정욱 통신-미디어-전자산업 대표는 ‘그 동안 스마트폰의 주 사용층이 아니었던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갤럭시노트를 선호하는 주요 소비층은 여성과 40~50대입니다. 화면이 커서 글자를 보기에 유리하고 스타일러스펜을 이용한 조작이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이죠.”
또 한가지 이유로 LTE를 들 수 있다. 김정욱 대표는 “초기 갤럭시노트는 답답하던 3G를 넘어 속도를 시원스레 끌어올린 몇 안 되는 LTE폰이었다”라며 “인터넷 속도가 PC 수준으로 빨라졌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를 적극 활용할 다양한 콘텐츠들은 큰 화면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큰 화면과 LTE 통신을 이용한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구매를 자극했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액센츄어 김정욱 대표는 LTE를 통해 단순히 앱과 웹의 1차적인 콘텐츠를 넘어 영상, 게임 등의 2차적 콘텐츠로 전환이 빨라지는 것이 최근 국내 모바일 시장의 흐름이라고 지적하며, 이 시기에 잘 맞춰 나온 것도 인기 비결의 하나라고 말했다. 해외보다 국내에서 갤럭시노트의 인기가 더 많았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볼 수 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 역시 LTE의 빠른 인터넷 속도를 이용해 더 많은 내용을 한 화면에 보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잘 파악한 것을 성공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화면 크기가 전부는 아니었고 그에 맞는 콘텐츠와 통신망이 복합적이었던 셈이다. 크기에 대한 이슈도 마찬가지다. 주머니 대신 가방 속에 스마트폰을 넣고 다니는 여성들의 이용 패턴 때문에 크기나 약간의 무게 부담은 LTE와 화면 크기를 감내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내다봤다. 따지고 보면 갤럭시노트의 화면이 더 큰 해상도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크기만 키운 것으로도 많은 효과를 가져온 것은 묘한 일이기도 하다.
화면 클수록 좋다는 인식 경계
삼성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사실 5인치대 스마트폰은 삼성보다 델과 팬택이 조금 더 앞선 바 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너무 커서’ 잘 안됐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잘 살려냈다.
하지만 점차 큰 화면만을 구매 포인트로 이끌고 가는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 그 덕분에 주머니에 가볍게 쏙 넣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은 아이폰밖에 남지 않았고 작은 디스플레이를 쓰는 소니나 HTC의 안드로이드폰은 국내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닐진대, 단순히 화면이 클 수록 좋다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든 중심에는 갤럭시노트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을 게다. 상대적으로 화면이 작다고 비난받는 아이폰이 일부 화면에서는 더 큰 글자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다양성의 부재는 이런 부작용을 함께 낳는다. 클수록 무조건 좋은 것은 TV 뿐이다.
꼬박 1년만에 등장한 갤럭시노트2에 대한 관심도 만만치 않다. 5.3인치였던 화면을 5.5인치로 더 키웠고 펜의 반응속도 등이 빨라졌다. 하지만 관심에 비해 썩 이렇다 할 반응은 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100만원을 넘는 가격이 가장 큰 이유다. 고급 모델의 경우 출고가가 115만원이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여기에 얼마 전 잠깐 풀렸던 17만원짜리 갤럭시S3 대란의 영향이 겹쳐 그림자를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석 달만 기다리자’는 이야기가 온라인에 팽배한 것은 삼성과 통신사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화면보다 펜이 경쟁 요소가 되길
갤럭시노트2의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역설적이게도 화면이다. 더 큰 화면을 만들어냈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전작에 비해 화면 해상도는 더 줄었다. 1세대 제품이 1280×800 해상도를 냈던 것에 비해 2세대는 1280×720이다. 화면의 실질적인 크기보다 물리적으로 크게 만드는 데에만 집중한 점은 아쉽다. 더욱이 최근 샤프와 LG디스플레이가 5인치 화면에 1920×1080의 풀HD 해상도를 집어넣은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커진다.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와 크기를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까, 아니면 갤럭시노트에는 TFT LCD를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럼에도 갤럭시노트2는 재미있는 점들이 꽤 많다. 최근 삼성이 제품에 감성적인 코드를 넣는 것을 즐기는데, 단순 마케팅 포인트인지 실질적으로 쓸 기능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NFC처럼 실질적으로 당장은 쓸 일이 별로 없는 기술보다는 펜을 빼면 저절로 메모장이 뜨는 기능이 더 솔깃하다. 사진을 찍어 그 뒷면에 어디에서 누구와 찍었는지, 무슨 상황이었는지를 펜으로 입력하는 기능은 무릎을 칠 만하다. S펜이 단순히 구입 전에 혹하게 만드는 역할이 전부라면 빨리 빼는 것이 옳겠지만, 펜을 둘러싼 삼성의 고민과 시도는 꽤 재미있다. 이참에 갤럭시노트의 포인트는 큰 화면이 아니라 펜이 되는 편이 좋겠다.
갤럭시노트2의 실제 판매는 어떻게 될까. 판매량에는 다소 늦게 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통신사들은 지난달 갤럭시S3에 지나친 보조금을 들이부은 상황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두고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가격을 단단히 붙들어 둘 수밖에 없다. 곧 아이폰5가 나오는 것도 걱정일 게다.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는 1년에 한 가지씩만 내놓기로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다음번 갤럭시S가 나오기 전까지 아직 시간 여유는 있다. 본격적인 판매는 통신사들이 단단히 옭죄고 있는 보조금에 달려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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