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SKY'의 CEO 독과점
니혼덴산(日本電算)은 명문대 출신이나 해외 유학파가 드문 '삼류들의 회사'로 통한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1973년 시골 창고에 회사를 차린 뒤 밥 빨리 먹고, 목소리 크고, 화장실 청소 잘하는 신입사원을 뽑았다. 그의 특기는 '직원에게 불호령을 내려 회사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남보다 두 배로 일하라" "휴일도 반납하라" "신입사원은 쉴 생각 마라"고 몰아친다.
▶그는 2003년 초정밀 모터업체 산쿄세이키를 인수한 뒤 400㎞ 떨어진 나가노 공장으로 매주 2박3일씩 1년을 출장 다녔다. 거기서 77차례 회의를 했고 일주일에 1000통씩 이메일을 보내 격려했다. 그런 식으로 니혼덴산을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명, 매출 8조원의 세계적 모터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학벌이나 '스펙'보다 창조적으로 일하고 채용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대를 나왔다.
▶통신·전자기업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파산위기에 몰린 JAL의 CEO를 맡고 있다. 작년 초 하토야마 총리가 찾아와 JAL을 되살려 달라고 부탁하면서다.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그는 가고시마대 출신이다. 일본에서 2010년 현재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도쿄 니혼대다. 게이오·와세다·메이지가 뒤를 이었고, 톱10에 가나가와현 도카이대를 비롯해 지방대 넷이 들었다. 도쿄대는 16위였다.
▶2000년대 중반 미국 500대 기업 CEO 중에 동부 8개 명문대 '아이비리그' 출신은 11%로, 1998년 16%보다 크게 줄었다. 능력과 실적에 따라 리더십이 평가받고, 명문대 졸업생의 엘리트 의식과 권위주의가 거부감을 부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명문대 출신 1000대 기업 CEO가 꾸준히 줄어 올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비율이 42%까지 떨어졌다.
▶이 세 대학의 CEO 점유율은 2007년 60%에서 4년 새 18%포인트나 줄어들었다. 그래도 서울대가 22%, 연세대와 고려대가 10%씩을 차지하는 건 여전히 비정상적인 편중이다. 나가모리 니혼덴산 사장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이 잘되려면 젊은이들이 선택의 폭이 넓어야 하는데 공부 열심히 해서 가는 데가 삼성·LG·현대뿐이라면 세상이 재미없지 않나요? 저 같은 삼류대 출신에게도 사회가 꿈을 주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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