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서 한국인 사업가 강도에 피살
범인은 한국인 카지노 `삐끼` 두 명
출장차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사업가가 강도살해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최중경)은 3일 한국인 사업가 장모(40.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11시께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도착한 뒤 호텔로 향하던 승용차 안에서 한국인 하모(37)씨와 필리핀 공범 3명에게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카지노를 출입하면서 알게 된 하씨의 일제 혼다 시빅 승용차를 타고 호텔로 가던 중 강도로 돌변한 하씨와 필리핀 공범들에게 저항하다 흉기에 찔려 숨졌다고 대사관의 박장식 경찰주재관은 전했다.
범인들은 장씨가 갖고 있던 2천만원 가량의 현금을 뺏고, 추가로 돈을 요구하기 위해 장씨를 납치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장씨가 심하게 저항하자 준비한 흉기로 가슴과 얼굴 등을 찔러 살해했다.
범인들은 장씨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지문을 칼로 모두 도려내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이들은 장씨의 사체를 길거리에 유기한 뒤 도주했다.
장씨의 가족들은 범인 하씨가 지난달 29일 장씨를 납치했으니 4만2천462달러를 달라는 국제전화를 해온 직후 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대사관 측은 필리핀 현지 경찰과 함께 공조수사에 나섰으며 숨진 장씨가 마지막으로 '제임스'라는 이름의 한국인과 통화를 한 사실에 주목, 한국식당과 카지노 등을 상대로 탐문작업을 진행했다.
박 주재관은 '제임스'라는 가명을 쓰는 한국인이 하씨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소재 파악에 나서 지난 2일 마닐라 에르미타 구의 한 호텔에서 장씨의 형(52)으로부터 돈을 받으려고 기다리던 하씨와 공범 이모(43)씨를 검거했다. 장씨의 사체는 마닐라에서 동쪽으로 35㎞ 떨어진 안티폴로 시의 한 시체안치소에서 발견됐다.
숨진 장씨는 서울 강남구에 본사를 둔 건축자재 무역 전문업체의 오너로 그동안 여러 차례 필리핀을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체류 중 카지노를 안내한 주범 하씨와 평소 알고 지냈으며 사고 당시에도 별다른 의심없이 마중 나온 하씨의 차에 탔다가 봉변을 당했다.
주범인 하씨는 2002년부터 필리핀에서 생활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납치, 강간, 강도 등의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 2007년 마닐라에 어학연수를 온 한국인 여성을 자신의 집에 하숙 형식으로 머물게 하면서 성폭행한 뒤, 돈을 뺏어 강간과 폭행 등의 혐의로 3개월가량 복역하기도 했다.
하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주로 카지노에 한국인 관광객들이나 출장 온 직장인들을 안내하는 이른바 '삐끼' 노릇을 하면서 생활했으며, 사기와 절도 혐의로 한국 경찰에 의해 지명수배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공범 이씨도 지난 2000년 필리핀에 입국한 뒤 역시 일정한 직업이 없이 카지노 안내원으로 일해왔으며, 사건 발생 당시 주범인 하씨의 차를 뒤따르며 주위 경계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도 사기와 절도 혐의로 수배 상태다.
한편 유가족들은 3일 장씨의 장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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