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역주민의 상경집회를 원천봉쇄한 것은 위법이므로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1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등 경남지역 주민 8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명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 등은 2007년 11월1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날 오전 6시께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하려 했으나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집결장소에서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금지 통고한 자체가 위법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경남경찰이 상경 자체를 차단한 조치는 이동의 자유와 정치적 의견 표명의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도 어긋난다"며 소송을 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일어나려 할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해 경고를 하고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할 때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1ㆍ2심 재판부는 "집회는 서울에서 오후 3시30분에 열릴 예정인데 오전 6시께 400여㎞ 떨어진 경남에서 상경하려 한 행위만으로 범죄행위가 목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집회에서 사용하면 신체·재산에 위해를 초래할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다고 볼 증거도 없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방 거주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상경하려는 행위 자체를 예외 없이 차단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경찰권 발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국가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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