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촌]
(7) 서울 한남동 ‥ "집값은 중개업소도 몰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사는 동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부촌(富村)이라는 사실은 이 한마디로 잘 설명된다. 국토해양부가 매년 발표하는 주택 공시가격 순위에서 이 전 회장의 자택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이 전 회장의 한남동 집 공시가격은 95억9000만원.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통상 시세의 80% 정도를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집값이 최소 110억원 이상은 갈 것으로 추정된다.
한남동에는 이 전 회장 자택 주변으로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와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조카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의 자택이 있다. 범 삼성가(家)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또 리움미술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삼성문화재단 등도 들어와 사실상 미니 '삼성타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삼성가뿐만 아니라 이 동네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재벌가 오너들은 물론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전직 고위 관료들도 살고 있다.
◆한국 '게이트하우스'의 시초,유엔빌리지
최근 수년 새 경기도 용인 등 수도권 부자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른바 게이트하우스의 시초가 바로 한남1동 유엔빌리지다.
미국 베벌리힐스처럼 게이트를 지나 고급 개별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커뮤니티 형태의 주택촌을 뜻하는 게이트하우스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보안 시스템이 잘 발달돼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이유 때문에 부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1960년대 대한주택공사가 외국인 임대를 목적으로 조성한 이 단지는 원래는 외국인 기술자들과 외교관들이 몰려 살던 곳이었지만,요즘은 재벌 동네로 변모했다. 유엔빌리지는 도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과 커뮤니티가 명확하게 구변돼 있다. 초소가 위치한 정문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데,건물 외벽을 두고 수십개의 CCTV가 설치돼 있어 낯선 사람의 행동을 예의 주시한다. 특히 특정 집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면 수상한 사람 취급 당하기 일쑤다. 그만큼 폐쇄적이다.
◆한남동 주택값은 중개업소도 모른다?
한남동의 경우 평창 성북동 등 다른 전통 부촌에 비해 더 폐쇄적이다 보니 주변에 누가 사는지 모를 때가 많다. 때문에 적정 집값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이 일대 중개업소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집 공시가격은 이 일대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3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추정 가격일 뿐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로 얼마에 팔릴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이곳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곳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960~1970년대부터 이곳에 터를 닦은 재벌가 회장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이사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매물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데 가격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몇몇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 유엔빌리지 내부의 고급 빌라들의 경우 3.3㎡당 4000만~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발전 가능성도 높아
한남동의 경우 196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완전히 성숙한 부촌이 돼 버렸지만 평창동이나 성북동 등 다른 강북의 전통 부촌과 달리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우선 단국대 이전 부지에 건립될 예정인 고급 빌라촌이 부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 서울시가 2차 뉴타운 대상지로 선정한 한남뉴타운의 경우 서울시내 여러 뉴타운 개발 예정지 가운데서도 최고의 '알짜'로 꼽히고 있다. 또 범위를 넓게 잡으면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예정돼 있는 이촌동 일대도 같은 용산구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한남동 집값 상승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남동 ‥ 30여개國 대사관ㆍ영사관ㆍ부유층 외국인 많이 살아
재벌가 동네라는 사실과 함께 한남동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이 일대가 국내 최대의 외국인 동네 가운데 한 곳이라는 점이다. 한남동 일대에는 쿠웨이트 아르헨티나 인도 말레이시아 등 30여개 국가의 대사관 및 영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일대에서는 외국인 부유층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외국인 대상 주택 임대사업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취향에 맞는 주택을 새로 지어 수십 가구씩 임대하는 대형 임대업 △5~20가구를 지어 임대하는 중소 임대업 △기존 고급주택이나 빌라 등을 매입해 임대하는 개인 임대업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외국인 임대사업은 어떤 수요층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투자 대상이 되는 주택의 종류와 크기 등이 달라진다. 한남동 일대의 경우 비교적 수입이 많고 오랜 기간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 공관원(대사,영사,다국적 기업 지사장) 등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고급 주택을 매입,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개인 임대사업을 하기에 적당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외국인 대상 주택 임대사업의 경우 통상 2년인 임대 기간에 받아야 할 월세를 입주 전에 한꺼번에 받는 소위 '깔세' 형태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빠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주택 매입 후 외국인들이 익숙한 형태의 평면으로 집 내부를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으며,계약서를 영어로 작성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재테크 > 부 동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분당 정자동 ‥ `노천카페 골목` 소비 중심지로 (한국경제 2008.07.07) (0) | 2009.06.05 |
---|---|
(6) 서울 청담동 ‥강북 제치고 미술 중심지로 (한국경제 2008.07.21) (0) | 2009.06.05 |
⑧ 대구 범어네거리, 고급 사교모임의 중심지로 (한국경제 2008.08.04) (0) | 2009.06.05 |
대구 범어동 ‥ `대구의 맨해튼 (한국경제 2008.08.04) (0) | 2009.06.05 |
대전 도룡동‥부촌의 품격 업그레이드 `현대판 양반촌` (한국경재 2009.08.11) (0) | 2009.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