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촌]
(3) 강남구 압구정동‥연예인 선호 `0순위` 명품 주거단지
조선 세조 때 영의정을 지낸 한명회가 지은 압구정(狎鷗亭)에서 이름을 따온 강남구 압구정동.원래 일제 강점기 때부터 배밭 등 과수농업 지역이 많았던 이곳은 1970년대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사교육 열풍을 타고 대치동 도곡동 일대가 뜨기 시작하면서 최고 부촌(富村)의 명성을 내주는 듯했으나 초고층으로 재건축될 가능성이 보도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명품 주거단지의 대명사
1976년부터 1979년까지 입주를 마무리한 현대1∼7차를 비롯해 한양 미성아파트 등이 들어선 압구정동은 강남의 대표적 '명품' 주거단지로서의 명성을 수십년간 유지해왔다.
압구정동이 오랜 기간 왕좌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중ㆍ대형 평형대 가구 구성 △인근의 고급 백화점과 명문 고등학교 등을 꼽는다.
총 8900여가구로 이뤄진 압구정동 현대 미성 한양아파트는 100㎡ 이상 중ㆍ대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주력'은 역시 165㎡ 이상 대형 평형 가구들.강남 서초 송파 등 범강남권 전역을 통틀어 중ㆍ대형 평형대가 이처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지역은 압구정동과 대치ㆍ도곡동의 양재천 주변 정도다.
압구정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대치ㆍ도곡라인과 비교해 강점을 보이는 부분은 쇼핑 인프라.주변 상업지역에는 대표적인 명품 백화점인 갤러리아 및 현대백화점은 물론이고 고액 자산가들만 상대하는 프라이빗 뱅킹(PB) 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위치해 있다.
최철민 미래에셋증권 지점장은 "압구정동 일대에 위치한 은행 증권사 투신사 등 점포들의 자산규모를 모두 합치면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압구정동은 모든 금융권이 탐을 내는 '알짜' 시장"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사나
이곳엔 기업 최고경영자(CEO),교수,전ㆍ현직 장관,중소기업 사장 등 대한민국 상위 1%로 꼽힐 만한 계층이 20년 이상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다른 것은 문화ㆍ연예계 인사들이 유독 많이 산다는 점이다.
국민MC인 유재석 강호동씨가 이곳에 집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만능 엔터테이너인 노홍철 전 SBS 아나운서 정지영씨 등이 이곳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갤러리아 명품관 인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위치해 있어 이 일대에는 스타들의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하는 여학생 팬들로 언제나 붐빈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연예인들은 통상 공동주택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데,압구정동 일대에 유독 연예인들이 많이 몰려사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신한은행의 여러 PB센터 가운데 연예인 또는 연예인 가족 고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압구정 PB센터"라고 귀띔했다.
◆왕좌자리 되찾을 수 있을까
현재 압구정동은 가격측면만 놓고 봤을 때 대치ㆍ도곡라인과 비슷하거나 조금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162㎡짜리를 놓고 비교해 보면 압구정동의 구현대1차의 경우 작년 11월에 23억50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의 경우 30억원대 이상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상황이다.
다만 센트레빌이 2000년도 초반에 입주한 새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해 1980년대 초반에 입주한 다른 대치ㆍ도곡동 일대 아파트와 비교해보면 매매가격이 비슷한 실정이다.
대치동 한보미도 아파트의 경우 최근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23억3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바라고 있는 초고층 재건축이 현실화될 경우 압구정동은 대치ㆍ도곡동에 빼았겼던 왕좌를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는 압구정 초고층 재건축안의 경우 실현 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며 "주민들도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3) 강남구 압구정동‥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분양 스캔들의 `원조`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 주거단지들의 경우 분양 당시 편법 및 특혜분양 스캔들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궜던 분당 파크뷰가 대표적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역시 편법분양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 같은 분양 스캔들의 '원조'격이 바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
1970년대 후반 입주를 시작한 현대아파트는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한국도시개발(현 현대산업개발)이 1978년 사원용으로 지은 900여가구 가운데 600여가구를 사원이 아닌 사회 고위층에 분양하면서 특혜시비가 불거졌다.
이에 대한 수사결과 투기목적으로 분양을 받아 매매를 했거나 세를 준 50여명이 사법처리됐다.
외환위기 이후 주상복합아파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분당 파크뷰는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의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46가구를 사전 분양하는 과정에서 시행사 대표가 분양대행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검찰에 구속됐지만,이후 이름값이 더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명실상부한 강남권의 최고가 단지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분양 초기 편법분양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꼭대기 층에 초대형 펜트하우스와 100㎡짜리 중형 가구를 잇대어 지어 한 가구를 합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이것은 두 가구를 모두 매입해 하나로 합칠 수 있도록 편법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특혜분양 등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아파트 단지들은 관련 사건 이후 오히려 이름값이 올라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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