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나라당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희태 대표는 청와대 가서 직을 걸고 국정기조 쇄신 주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남소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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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0 대 5' 패배로 끝난 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책임론이나 당 쇄신 같은 문제는 언급될 가능성조차 없어 보였다. 선거 하루 다음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당시 원내대표는 "어제 선거로 가슴들을 졸이셨는데 거기에 대해선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법안처리 문제를 논의 주제로 올렸고, 박희태 대표도 "국회의원 선거는 전패했지만 서울 시내에서 유일했던 시의원 선거에서는 우리가 승리했다"고 애써 위안거리를 찾으려 했다. 청와대에서도 '몇 개 지역 선거 패배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언급이 나왔다 침묵을 깨고 나선 것은 당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이었다. 민본21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당쇄신특위 구성을 제안했고, 신성범 의원은 조속한 연찬회 개최와 함께 인적쇄신 얘기를 꺼냈다. 이렇게 해서 열린 5월 7일 민본21의 당 쇄신긴급토론회에서는쇄신 의견들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곧이어 당에 쇄신특위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쇄신특위는 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위 활동을 끝내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여의치 않았고 이런 과정에서 고질적인 친이-친박 간 불신이 표출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당 쇄신논의는 민본21의 구상대로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민본21이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당·정·청 쇄신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한나라당 쇄신, 이제 겨우 쌀 씻은 상태" 지난 12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성식 의원은 지금까지 당 내 쇄신논의 진행 상황을 "밥을 지어 먹으려는데, 이제 겨우 쌀을 씻어놓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당 내 화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 개최,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등을 성과로 꼽으면서 "민본21이 많이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당의 근원적 화합을 위해 직을 걸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조건을 달아 즉각적인 사퇴 요구를 거부한 박희태 대표를 향해"이제 청와대로 가서 국정기조 쇄신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민심을 전달해야 한다"며 "친이와 친박의 국정 동반자 관계를 청와대가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의 직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친이-친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청와대와 친이계가 그간 당내 불화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해서 풀어갈 수 있다"며 "이제 박희태 대표가 해야 할 미션의 핵심은 자신의 직을 걸고 화합형 전당대회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거듭 지도부의 용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관리형 대표체제'"라며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당을 이끄는 관리형 대표체제에는 민심을 반영하는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관리형 대표 체제를 극복할 새로운 지도부 체제로는 당·정·청이 수평적 관계로 소통하는 민주적인 범여권 협력체제를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지금 그대로 가면 실패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전 정부의 공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 '흔적 지우기'에 치중하고 있는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신발전체제'를 언급하며 "경제정책에는 사회적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동반해야 한다"며 정책기조의 전환을 역설했다. "한국의 보수는 멀었다... 왜 자꾸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는가" 지난해의 '촛불정국'이나 최근의 '조문정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원천봉쇄되고 경찰의 강경진압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은 폭력시위로 정권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데도 경찰이 뭔가 커질 것 같다는 예감으로 집회를 아예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에 참석했다는 김 의원은 "한국의 보수진영은 멀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들은 노 전 대통령의 최소한의 역사적 족적을 미래의 가치 속에 한 부분으로 위치시키려는 도량마저 없다"며 "왜 자꾸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분의 역사적 업적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것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보수진영도 강해지고 진보진영도 강해진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희태 대표는 청와대 가서 직 걸고 국정기조 쇄신 주문해야" - 지난 재보선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당 내 쇄신 논의와 진행 과정을 평가한다면. "밥을 지어 먹으려는데, 이제 겨우 쌀을 씻어놓은 상태다. 불도 지펴지지 않았고 뜸도 안들었다. 그러나 4·29 재보선 참패 뒤 무슨 일이 있긴 했느냐는 식으로 가던 판을 돌려서 쇄신특위도 만들었다. 조기 전당대회 여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지만, 당 내에 화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원내대표 경선에도 토론회를 이끌어 내 당정관계를 바로잡겠다는 후보들의 약속을 받아냈고 상임위 중심의 국회 운영 등 변화도 있었다. 정말 그렇게 돌아가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상득 의원은 2선 후퇴 선언도 했다. 박희태 대표가 직을 걸고 화합을 위해 한번 해보겠다는 말도 했고, 친이-친박 할 것없이 당·정·청 모두 쇄신해야 한다는 큰 목소리가 생겼다. 일단 밥 지을 쌀은 있는 셈이다. 처음엔 재보선 결과를 두고 '집권 초기이고 일부 지역 선거인데웬 호들갑이냐'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민본21이 많이 해냈다고 생각한다. 어떤 야당 의원님은 '민본21이 나서 여당 내에서 건전한 비판 목소리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 조문 정국 직후의 야당의 대여 공세가 묻혔다'라는 말씀도 했다. 다만 민본21은 힘이 약하다." - 민본21은 그동안 계속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인적쇄신을 강조해 왔다. 인적쇄신 때문에 국정쇄신이라는 논점이 흐려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박희태 대표의 용퇴를 얘기하면서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몰아가면 국정쇄신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민본21은 국정 쇄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해왔다. 5월 4일 당쇄신 긴급토론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내 화합을 위해서도 쇄신이 우선이다, 쇄신이 돼야 진정성이 검증된다'고 강조했다. 쇄신논의 와중에 친이 직계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을 세게 치고 나왔는데, 내가 거기에 대해서도 '국정 쇄신이 본질인데 왜 방향을 이상하게 트느냐'고 난리를 치지 않았나." - 지도부 사퇴도 중요하고 국정 쇄신도 중요하다는 것인데, 민본 21은 박희태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가. "박희태 대표는 이제 청와대로 가서 국정기조 쇄신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민심을 전달해야 한다. 친이와 친박의 국정 동반자 관계를 청와대가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의 직을 걸어야 한다. 여러 가지 다른 복잡한 구상이 필요한 게 아니다. 박 대표께서 열심히 하시면 다소간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괜찮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친이-친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청와대와 친이계가 그간 당내 불화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해서 풀어갈 수 있다. 친이-친박 양쪽에 대한 양비론은 공정하지 않다. 이제 박희태 대표가 해야 할 미션의 핵심은 자신의 직을 걸고 화합형 전당대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친박계의 의구심은 정당... 관리형 대표 체제로는 쇄신 불가" - '화합형 전당대회'라는 말을 두고 일각에서는 친박계를 당직으로 끌어내서 고사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은 의원들의 총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니까 이런 저런 시비를 못 걸겠지만, 친박쪽은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무지 섭섭하게 생각할 것이다. 친이계는 의원 숫자도 많은데 왜 현직 장관까지 나와서 표결에 참여하나. 그 이후 당직 인선도 친이계의 독식 아니었나. 한쪽에서 화합형 전당대회를 얘기하는 것에 대해 친박 쪽에서 갖고 있는 의구심은 정당한 것이다. 친이 쪽에서는 대통령 후보 경선 끝나고 박근혜 후보의 입만 쳐다 보는 입장이었고 깨끗한 승복을 얻어냈다. 이 대통령은 후보가 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국정 동반자 관계로 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18대 총선 공천은 불공정 공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그 결과로 친박연대라는 당까지 생기지 않았나. 그 이후로 친박 진영을 제대로 대접해준 일이 있었나. 당직도 친이가 독식했다. 그 와중에 원내대표 경선을 하는데 현직 장관까지 의원총회장에 나와 표결하니까 친박쪽에서는 친이계가 화합할 생각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 박희태 대표가 국정 쇄신을 이끌어내면 용퇴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일부에서는 우리가 주장하는 박희태 대표 용퇴론에 대해 사람 목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전체를 보지 않은 비판이다. 박 대표의 용퇴와 쇄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범여권의 국정 운영이 안됐다. 문제의 핵심은 '관리형 대표 체제'다. 역사를 반추해 범여권의 국정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5공 때는 안기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 시스템이다. 3김 시대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공천권을 중심으로 정치인들이 벌벌 떨면서 줄을 섰다. 참여정부 때는 범여권 국정 운영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리형 대표체제를 통해 일사불란한 당정 관계를 풀어가려고 했는데 이게 안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당을 이끄는 관리형 대표 체제에는 민심을 반영할 수단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당과 청와대가 수평적인 관계가 되지 못하고 장관들이 의원들을 깔아뭉개는 분위기가 됐다. 정부는 맨날 입법 전쟁해서 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고 당은 맨날 청부 입법을 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래서는 당 내 화합도 불가능하고 친이-친박의 국정 동반자 관계도 불가능하다. 민본21의 쇄신 주장의 핵심은 조기 전당대회가 아니다. 그러나 관리형 대표 체제로는 더이상 안된다는 것이고, 청와대와 정부뿐 아니라 당 쇄신도 안되기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희태 대표가 뭘 크게 잘못해서가 아니라 범여권의 국정 운영 시스템을 민주적으로 만들어 당이 민심을 걸러 정부에 전달하고 청와대에 직언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요구에 대해 국정 쇄신 안하고 사람 모가지나 자르느냐고 비틀어가는 일부 언론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당 원로가 '직 걸겠다'는데 '내일 사퇴하세요' 말하는 건 도리 아니다" - 현재 쇄신특위에 대해 당 내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국정 쇄신에 관해서는 방법론에 이견이 있지만 쇄신의 당위성에 대해선 당내 공감대가 있고 그런 의견이 다수라고 본다. 다만 쇄신특위는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이번 쇄신논의만 무산되면 자신들의 뜻대로 당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력도 있다. 원희룡 위원장은 쇄신특위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쇄신안을 마련하면서 이 안을 지도부에 관철시킬 아주 어려운 임무를 짊어졌다. 원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왜 자꾸 언론들은 그렇게 말한 것으로 쓰고 있나. 그러면서 원 위원장 개인적인 욕심 등을 언급하는 사람들과 그런 보도들 때문에 논점이 흐려지는 것 같다. 언론들도 원 위원장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쇄신 논의의 진행을 막는 세력도 있나. "'당에서나 잘하라'는 청와대 참모도 있고, 너무 노골적인 계파의 이해관계 앞세워 쇄신 논의를 왜곡하는 흐름도 있다. 당 지도부도 처음에는 얼마나 소극적이었나. 재보선 참패하고 4월 30일 의원총회는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때 신성범 의원과 내가 쫓아가서 '이게 뭐하는 것이냐'라고 따지면서 쇄신 논의가 시작됐다." - 쇄신특위가 '지도부 책임지지 않으면 활동 종료하겠다'고 배수진을 쳐놓고는 8일 지도부와 의견을 나눈 뒤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그래서 언론들도 쇄신특위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쇄신특위가 배수진을 친 덕분에 박희태 대표의 '당 화합을 위해 직을 걸겠다'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언명이 나왔다고 본다. 박 대표로서는 어렵게 한 얘기다. 당의 원로 지도자가 일정한 말미 속에서 자신의 직을 걸고 해보겠다고 하는데, '내일 사퇴하세요'라고 하는 것은 정치도 아니고 도리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대표님 말씀대로 하세요'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큰 길을 여는 방법이다.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수단이 있는 것이 아니다." - 당 내 화합조치를 위해 친박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것 아닌가.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친박계의 의구심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 연찬회에서 친이계 임해규 의원이 친이계의 책임을 얘기하면서 친박계의 우려대로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는데 나에겐 진정성 있게 들렸다. 그래도 친박계 입장에서는 의혹을 풀기에 부족했을 것이다. 의혹은 대통령과 친이계가 해소해 줘야 하고 조기 전당대회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거기에 달려 있다. 대통령께서도 맘을 바꿔 국정 시스템을 범여권 협력 체제로 바꾸고 민주당 등 야당과도 소통을 시도하고, 이것에 친박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조치하는데도 친박계가 참여 않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공이 친박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친이-친박의 갈등 해소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화되고 다원화되고 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떤 국정기조와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가야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다." "이명박 정부는 전 정부의 공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자세 가져야" - 이명박 정부는 어떤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가. "IMF 직후, 김대중 대통령은 많은 신자유주의적 처방을 주문받고 이를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IMF라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어 신자유주의적 조치에도 노동계가 극단적으로 반발하진 않았다. 이를테면 진보가 자유주의적 과제를 불가피하게 수행했던 것이다. 보수 정당은, 과거로 돌아가는 보수가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고 중도적 이해관계 반영하는 중도실용의 정책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진보적인 어젠더를 자기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해 능동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실업, 주택문제, 사교육비 문제 등 국민들의 삶을 옥죄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국정과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방법은 과거 정부들처럼 똑같이 할 필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이명박 정부의 시대정신으로 강조하고 이를 위해 신발전체제를 천명했다. 그 말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그대로 가면 실패한다. 전 정부의 공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경제 정책에는 사회적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동반해야 한다. 민주화 시대의 보수 정권의 문제인데, 민주화 이후 대선 국면을 보면, 3당 합당,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연합 등 모두 연정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 MB도 크게 보면 친이- 친박 연합에 중도실용 세력이 더해서 같이 정권을 잡은 것이다. 이들간의 협력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청 광장을 둘러싸고 경찰과 시민이 부딪히는 일이 반복된다. 보수 정권일수록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한다. 보수주의, 자유주의가 왜 민주주의라는 과제를 소홀히 하는가. 여기엔 철학적인 문제도 있다." - 민주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집회 참가자들의 무차별 연행이 크게 늘었다. "폭력 시위는 이제 누구도 정당화할 수 없는 단계라고 본다. 군부 독재 시절에는 민주주의의 명분으로 폭력이 용인되기도 했으나, 이제 우리 국민들은 선거로 정권을 바꾼 경험이 있다. 이쪽으로도 정권을 줘보고 저쪽으로도 줘보고 해봤다. 6월 10일 서울 광장에서의 집회가 극단적으로 발전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다음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경찰이 틀어막아서 극단적인 폭력시위로 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폭력시위로 정권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데도 경찰이 뭔가 커질 것 같다는 예감으로 집회를 아예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혁명의 시대도 획일의 시대도 아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양성을 확보하고 국민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느냐는 게임이다. 각 정당도 획일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 협력의 문제와 견제의 문제가 함께 들어오는 것이다. 민본21은 당내 중도 실용 노선, 경제정책에 사회정책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예를 들어 정리해고를 가능하게 한다면 이와 더불어 사회적 안전망을 빈틈없이 갖춰서 실업의 공포가 없는, 국정기조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에 당과 국정이 제대로 수습되는 국면으로 간다면, 민본21은 민주화·다원화·양극화 시대에 자유주의적 보수적인 정당이 가야할 길, 이 문제를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 이명박 정부는 국정기조 쇄신 요구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이 없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대통령께서도 자신의 일정에 맞게 뭔가 답을 하시리라 본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 낳기 좋은 세상본부' 발대식에 갔는데, 대통령이 참석해 원고도 안 보고 얘길 쭉 풀어가면서 적극적인 문제 의식을 보여줘 놀랐던 적이 있다. 그때 '대통령이 실무에 집중하실 게 아니라 정치를 제대로 하셔야겠구나, 그러면 국민과 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경제 살리기라는 다급한 과제 속에서 대통령이 실무를 잘 챙기려고 노력하시는데, 그런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치도 하셔야 한다고 본다. 당내 모든 세력과 여당 야당의 의견을 물어서 정치를 제대로 한다면 국정쇄신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당 쇄신도 쉬워 보이지는 않고 청와대와 정부 쇄신은 더 어려워보인다. 이전에 쇄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풍운동에 나서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정풍운동 얘길했더니 누군가가 '너무 구닥다리 표현 아니냐'고 하더라. 굳이 정풍운동이라는 말을 쓰진 않겠지만, 민본21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견결한 의지로 행동하겠다." "노무현 대통령, 정치 못했지만 역사적 업적 인정해야 보수진영 발전" - 노무현 전 대통령에 조문했나. "영결식에 갔고, 노제에도 참석했다." - 500만의 조문행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국민적 인식은 노 전 대통령의 불쌍한 죽음과 살아있는 국민들의 서러운 삶의 만남이다. 지금 국민들은 민주주의 측면이나 자기의 아이들 교육문제나 고용불안정 같이 생활적인 측면 모두 너무 힘들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국민의 힘든 삶 양쪽이 만나서 공명했다. 그래서 500만이라는 국민적 조문이 가능했다고 본다. 나는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편가르기 하고 생산적인 정치를 하지 못했다. 서민을 위한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지만 서민의 삶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우리 국민들은 이상을 선택해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지만 자신들의 삶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 시켜보니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경제 살리기, 즉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다가 노 대통령이 몸을 던지니까 노 전 대통령이 품고 있던 이상적 가치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서거정국에 맞춰 반MB·반정부 정서가 커져 있는 것을 단순히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상과 동시에 삶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다. 보수·진보·여당·야당 할 것 없이 생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사회적 갈등의 극심화가 아니라 국민 통합 위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진지한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의 보수진영이 얼마나 멀었냐면, 노 전 대통령의 최소한의 역사적 족적을 미래의 가치 속에 한 부분으로 위치시키려는 도량마저 없다. 왜 자꾸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가. 내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분의 역사적 업적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보수진영도 강해지고 진보진영도 강해진다. 이제는 '노무현 넘어서기'가 필요하다. 지지자들은 맹목적인 추종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족적 위에서 넘어서기를 해야 한다. 보수는 미래 지향적인 중도 실용노선을 개척하고 민주화시대에 맞는 보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 통합의 길이고 국정 쇄신의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