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務安)을 중국 거점으로"… 중(中), 돈 싸들고 달려온다
총 3조 7000억원 투자
◆중(中)의 '무안 도전' "공항도 있지… 땅값도 싸지 공동 산업단지 만들자" 중(中)정부도 발벗고 나서 "토지까지 다 인수하겠다"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비공개 한·중 통상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국기업의 원전 개발 참여 등 중국 정부에 몇가지 요청할 것이 있어 긴급 제안한 회담이었다. 대화 도중 중국 상무부 천더밍(陳德銘) 부장(장관급)이 '전남 무안' 얘기를 꺼냈다. 천더밍 부장은 "(중국 정부와 무안군 등이 건설을 추진중인)전남 무안의 한·중 국제산업단지는 중국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니 한국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적극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가 총리실을 방문했다. 그 역시 박영준 국무차장을 만나 "한·중 국제산업단지는 중국 정부 정책이니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청융화 대사는 지난 4월엔 전남 무안 현지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이어 6월에는 중국 충칭(重慶)시 공무원들이 무안을 방문하는 등 지난해와 올해 중국 관료 및 중국 기업들의 무안 행(行)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서해안 남쪽 끝에 있는 전남 무안군에 중국기업의 생산기지 및 차이나타운을 세우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 충칭시와 산둥성(山東省)이 무안 투자에 앞장서고 있으며, 중국 자동차회사인 중치와 5위 가전업체인 하이신 등 300개 안팎의 중국 기업이 무안 입주 의사를 밝힌 상태다.
중국 정부와 무안군 등이 추진 중인 한·중 국제산업단지는 무안군 1773만㎡(536만평) 일대에 2025년까지 총 1조7600억원을 투입해 산업단지와 차이나타운, 국제대학단지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경기 분당 규모, 여의도의 2배 규모 땅을 사들여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초 산업단지 토지 지분의 51%를 중국 충칭시가, 49%를 무안군 등 한국 자본이 투자하는 방안이 추진돼왔으나 중국측이 토지 전부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최근에 알려왔다.
29일 무안군 등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경제무역청측은 "2012년 1단계 토지개발이 끝나면 한국측이 보유한 토지(49%)를 전량 매입해 (산둥성이) 분양을 하겠다"면서 "7월 말 본계약을 체결하자"는 제의를 지난 22일 해왔다. 한국 내에서 투자자들이 선뜻 나타나지 않자 충칭시(51%)에 이어 산둥성까지 나서서 중국이 토지 분양권 100%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무안군청은 "중국에서 분양권 전량을 책임져주면 초기 토지개발에 필요한 사업자금을 국내에서 끌어모으는 데 유리해진다"며 "산둥성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 중국이 분당 신도시 규모의 산업단지와 차이나타운 등을 만들겠다며 매입 의사를 밝힌 전라남도 무안군 일대의 농지. 중국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무안 한·중 국제산업단지 설립을 위해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뒤로는 무안국제공항이 보인다./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中 정부의 '구애'
무안 한·중국제산업단지 건설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을 주요 직접 투자 대상 국가로 지정할 만큼 중국 정부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해외경제무역협력구로 지정된 곳에 입주한 중국 입주 기업에게는 각종 자금 및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한국에 산업 단지를 조성함으로써 한국의 앞선 기술을 빨리 습득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세계 주요국 중 대규모 차이나타운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중앙 정부는 중국 시행사에 400억~600억원을 무상 지원하고, 충칭시는 입주 기업들에 연간 총 2000억원의 지급 보증을 약속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토지개발 사업비 7800억원을 포함해 전남 무안에 적어도 3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왜 무안인가?
중국이 전남 무안을 선택한 주된 이유는 입지 요건 때문이다. 무안 일대가 대부분 농지라 토지 확보와 땅값이 싸다. 또한 서남권에서 유일하게 국제공항(무안국제공항)이 있으며, 비행기로 상하이시와 1시간, 산둥성과는 1시간 30분, 충칭시와는 3시간 거리다.
목포항과도 자동차로 20~30분 떨어져있고 서해안고속도로와 호남선도 관통해 항공·항만·철도·도로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다. 이미 무안에는 산둥성 출신 중국인들이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등 왕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구상대로 2025년 무안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한국 근로자들은 중국 기업에 취직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은 '메이드인 코리아'의 상표를 달고 일본 등 세계 각지로 팔려나가게 된다.
◆중(中)의 '무한 도전' 중(中) 기업, 무안서 제조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 중국의 기지로 만들 '야심' 최근엔 새만금에도 관심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면 중국 제품이 한국 상표를 달고 미국에 수출돼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중 국제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농업 인구가 70%를 차지하는 무안군은 제조·금융·관광·교육이 결합된 중국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무안군은 한·중 국제산업단지 등이 들어서면 신규 고용 효과가 3만7000명, 생산유발 효과가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또 전북 새만금간척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중국 자본의 서해안 진출이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애매모호한 태도
한·중 국제산업단지 조성은 무안군과 전남개발공사·두산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49%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올 1월 국토해양부로부터 개발계획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약 3400억원의 초기 사업비가 마련되지 않아 올 연말 계획했던 착공이 상당기간 미뤄질 전망이다. 무안군청 관계자는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군과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무안군이 투자금 확보에 실패할 경우 중국은 초기 사업비를 대신 지급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자체 및 일반 기업이 참여하는 민자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렇다 저렇다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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