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대의 '無法교수'… 폭행·성희롱 등 피해사례 100여건
대구교육대 총학생회는 12일 오전 대구교대 A교수의 폭행과 성희롱 등에 대한 학교측의 적극적인 해결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도 동료 교수들도 '무법(無法)교수'에게 맞거나 성희롱당했다. 이 문제는 2001년에도 불거졌지만 '교대(敎大)생 동맹휴업사태'로 흐지부지됐다. 피해사례도 100건이 넘었으며 대상은 남녀학생에 임신부까지 있었다.
도대체 피해자들은 뭐가 무서워 진실을 밝히지 않을까. 사건은 작년 12월 18일 대구교대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끝난 뒤 시작됐다. 피해자 A씨와 다른 남녀 학생 두명은 오후 5시쯤 교수 연구실로 갔다. 교수가 "면담을 하자"며 불렀기 때문이다. 교수는 유독 면담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면담은 학교생활의 어려움이나 앞으로의 진로 등에 대한 게 아니었다.
면담에 들어갔던 한 학생은 "교수님이 면담 내내 자기가 싸움을 잘하며 신체의 어느 부위를 때려야 사람이 죽는다는 등의 '싸움의 기술'을 가르쳤다"고 했다. 면담 뒤 자리를 뜰 때 A씨는 인상을 찌그렸다. 일어설 때 얼마 전 다친 다리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교수는 "너 지금 내 이야기 듣고 얼굴을 찡그린 거냐?"고 물었다. A씨는 "다리가 아파서 잠시 얼굴을 찡그렸나 봅니다"라고 대답했다.
교수는 "어떻게 내 얘기를 듣는데 딴생각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얼굴과 뺨을 때렸다. 이어 복부와 명치를 주먹으로 때린 뒤 쓰러진 A씨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치면서 팔꿈치로 머리를 가격했다.
교수와 면담을 하다 구타를 당한 A씨는 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교수에게 잘못 보이면 학점도 안 나오고 학내(學內)에서 그를 건드릴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날 저녁 부모에게 구타당한 사실을 말하니 격분한 아버지가 다음 날인 12월 19일 대구교대 총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총장은 "죄송하다"며 사과했고 A씨를 미술과에서 다른 과로 전과(轉科)시켜줬다.
A씨는 "미술과에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그런 교수 밑으로 보낼 수 없다'며 전과를 원했다"고 했다. A씨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들은 과 대표는 "오래전부터 비슷한 사례가 있어 피해사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총학생회도 함께 나섰다. 100여건의 피해 사실이 이메일과 서면으로 제출됐고 그중 40건은 실명이었다. 피해자는 20대의 대학생부터 40대 대학원생까지 있었다. 학생들이 제출한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믿기지 않는 내용이 많다.
문제의 교수는 여학생들에게 "몸 씻는 법을 알려주겠다" "예쁘면 나중에 의사랑 결혼해서 의사한테 맞고 산다" "너 눈이 왜 그러느냐. 원래 그렇게 생겼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남학생들에겐 "자위하느라 공부도 못한다" "(포르노 장면을 묘사한 뒤) 따라해보고 싶지? 솔직히 말해 봐" "내게 피해를 주면 끝까지 복수한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대학원 수업에서도 비슷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한 수업에선 출산을 앞둔 임신부 학생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쳐 학생이 울자 "세상은 추하고 폭력적이기 때문에 뱃속부터 세상을 알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수들도 피해자라 주장하고 나섰다. 18일 학생들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교수는 "작년 9월 학과장실에서 흥분해 나오는 그 교수에게 폭행당했다"며 "나뿐 아니라 많은 교수들이 맞거나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교대 여교수회에서는 지난 1월 25일 성명서를 내고 "미술과의 여교수들이 오랫동안 받아왔던 인격모욕, 명예훼손 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총학생회장은 "그 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은 학생에게 절대 F학점을 주지 않고 D학점을 준다. D학점을 받은 학생은 재수강도 할 수 없고 본인이 끝까지 그 학점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교수는 "그 교수의 처남이 4년제 사립대 총장이고 장인이 한 전문대 이사장이다. 이 때문에 교수들도 그를 무서워하고 학교에서도 김 교수를 쉽게 다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먼저 서면 조사를 한 뒤 지난 2일 교수를 학교로 출석시켜 답변을 들었다. 현재는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있으며 지난 17일 교수에게 소명 기회를 줬다.
최신일 대구교대 학생처장은 "교수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것은 일부 인정하지만 성희롱은 하지 않았고 자신은 교육적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징계위원회의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온다.
본지는 교수의 반론을 듣기 위해 학교에 연락했으나 최 처장은 "학교에서도 그 교수와 연락하려면 학과 조교에게 말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 중 알게 된 번호로 다섯 차례 연락했으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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