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적 첫 도쿄대 교수 강상중 인터뷰
입력 : 2010.03.09 18:44 / 수정 : 2010.03.09 21:41
- ▲ 재일동포 2세인 강상중(60.姜尙中) 도쿄대 교수는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에서 행한 '재일 논객 강상중이 본 신 한일관계' 제하의 특강에서 "독도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있더라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오는 5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도쿄대 정보학환(情報學環)내 설립되는 한국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내정된 상태다.
재일동포 2세인 강상중(60.姜尙中) 도쿄(東京)대 교수는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일제 식민통치 기간 언어정책 못지 않은 해악은 창씨개명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이름으로 살아간다면 괜찮다고 본다”며 격투기 스타 추성훈(35.재일동포 4세), 재미동포 가수 유승준(34) 씨 등 ’귀화’ 논란에 휘말렸던 동포 스타들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추 씨는 유도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쪽바리’로 비하되는 데다 시합에서도 불공정 판정을 비롯한 차별 대우를 이유로 일본으로 귀화(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했으나 현지에서도 격투기팬들에게 시달리는 등 민족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최고의 남성 댄스 가수 중 한 명이었던 유 씨는 2002년 입대 직전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획득, 한국 국적이 자동적으로 상실됐다.
강 교수는 이날 ’재일 논객 강상중이 본 신 한일관계’ 제하의 특강에 앞서 “일본내 일부 지인들은 저를 ’도쿄대 욘사마’로 부릅니다”라는 첫 마디로 청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어 ’김연아 신드롬’과 ’일본이 한국에 추월 당할 가능성 우려’ 등의 말로 청중들에게 한껏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나 싶더니 “한국인들도 일본이 독도 문제 등으로 도발해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건설적으로 비판하는 ’자이니치 논객(在日論客)’으로 주목받아 온 그는 ’한일병탄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관계 100년’을 위한 제언으로 한국사회에 이렇게 ’쓴소리’를 한 것이다.
와세다대 대학원 박사과정(정치사상사) 수료 후 지난 98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 중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그는 ’고민하는 힘(2009)’, ’동북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2002)’를 비롯한 저서를 냈으며 현재 학제정보학부에서 아시아지역주의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오는 5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정보학환(情報學環) 안에 설립되는 한국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내정됐다. 정보학환은 도쿄대가 대학원 과정으로 학제 간 정보, 문화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연결하기 위해 조성한 일종의 통섭형 연구기관이다. 경남 창원 출신으로 구마모토로 이주한 아버지(1995년 사망)와 진해가 고향인 어머니(2006년 사망)를 모두 여읜 그는 일본인 부인과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다음은 강 교수와 문답.
--독도 문제 등에 대한 한국의 냉철한 대응을 권고했는데.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다. 이를 완전히 번복하는 것은 전쟁 말고는 불가능한 만큼 지나치게 큰 이슈로 만들 필요가 없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크게 좋아졌다고 했는데.
▲최근 내각성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우호국가’로 한국을 꼽았고 중국은 35%에 불과했다. 미국(80%)에 미치지 못하지만 우호적인 여론이 급상승한 것이다. 신한일관계 정립을 위해 이런 호기를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권이나 학계, 기업계 등 민주당이나 민주당의 영향을 받는 세력권 인사들과 적극적이면서도 신개념에 입각한 인맥구축이 필요하다. 우호적인 여론만 있는 게 아니다. 시민단체 중 ’재일 한국인 특권을 없애는 모임’도 있다.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정치권이 ’가치관’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모종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치관 논란’이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쟁점인가.
▲민주-자민당을 막론하고 외국인 지방 참정권 문제 등을 놓고 가치관 논쟁이 이어져왔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 내에서도 영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법안을 놓고 논란이 지속돼 왔는데.(하토야마 총리는 3일 정부와 민주당이 외국인 참정권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경우 연립에서 이탈하겠다는 연립여당인 국민신당의 대표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번 정국 국회에 참정권 법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이를 적극 추진해왔으나 민주당 내에도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전 중의원 의장이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등 반대파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참정권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오자와 정치자금 스캔들’을 일으켰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 하토야마 정권이 안정을 되찾으면 좀 더 적극적인 해법이 마련될 것이다.
--2003년 북일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책 ’일·조관계의 극복’을 펴낸 바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일수교 협상은 언제 재개될 수 있다고 보나.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인가, 6자회담의 재개인가.
▲참의원 선거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6자회담이 잘 안 되면 수교 협상도 어렵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거나 남북관계가 크게 진전되면 일본도 하토야마 총리의 방북 등 긍정적인 대응을 할 것이다.
--한때 일본 학계나 매체들이 ’강상중 현상’에 주목한 바 있는데.
▲일본 TV에 출연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최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이런 평가를 받게된 것 같다. (와다 하루키 和田春樹 도쿄대 교수가 최근 “강상중 교수 등 일본에서 차별과 멸시를 경험한 세대가 이제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떳떳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 인정받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를 ’강상중 현상’으로 설명한 바 있다.)
--박사과정 수료 후 정교수가 된 강 교수처럼 도쿄대에는 박사학위 없는 교수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간된 여러 책을 모아 학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취업이 급선무여서 논문을 쓰지 않았다. 과거에는 박사학위가 취업의 충분 조건이 아니었다. 일본에는 아무리 유명한 학자들도 학위 없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신규 채용시 학위 있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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