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스텔스 낙하산’
임기말 막차 행렬… 취임 전까지 철저 보안, 경력 물타기
지난 6일 예금보험공사 감사에 이상목 전 청와대 국민권익 비서관이 취임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또 다른 청와대 비서관 출신 손교명 감사의 후임이다. 신임 감사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선거 외곽조직인 국민승리연합 기획위원장을 지냈다. 그의 이름은 취임식 이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예보 관계자는 “본인이 공개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공모→심의→임명제청→대통령 임명’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보안이 철저히 유지됐다. 이렇게 일이 은밀히 추진된 것은 그의 감사 도전이 ‘재수’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그는 기업은행 감사로 내정됐지만 여론의 질타로 무산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감사가 금융경력이 없어 시중은행의 감사를 바로 맡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예보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금융 공기업에 ‘낙하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 초·중반에 비해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은밀해졌다. 논란이 있을 법한 인사는 취임 전까지 언론에 은폐·엄폐한다. 예상 밖 발탁 배경을 뜯어보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 몸담았던 경력이 ‘살짝’ 감춰져 있기 일쑤다.
지난 6일 취임한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2003년에 공정위 부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정부 관계자는 “8년 만에 이뤄진 ‘깜짝’ 귀환이었다”며 “윤 사장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상임 특별보좌역을 지낸 경력이 도움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3월 결정된 이 회사의 감사 자리는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이재열 행정관이 차지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5일 박흥신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을 감사로 뽑았다.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의 고교 후배인 그는 청와대 언론비서관을 지냈다. 금융 관련 경력은 없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5월 이해돈씨를 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2010년 지방자치선거에서 한나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로 나선 바 있다. 지난달 새로 취임한 옛 재정경제부 출신 김경호 사장과 역시 재경부 출신으로 연임에 성공한 태응렬 부사장을 포함하면 주요 라인을 재무 관료 출신과 정치권 인사들이 사이 좋게 나눠 맡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이처럼 전직 관료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짝을 이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6월 서울보증보험은 주총을 통해 김병기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을 사장에, 강상주 전 서귀포 시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강 전 시장은 공무원 출신이지만 한나라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지낸 정치권 인사로 분류된다.
낙하산은 금융 공기업 상임이사나 자회사 임원 자리로도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지난달 IBK 신용정보 부사장에는 류명열씨가 임명됐다. 한나라당 조직국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34번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 경력이 전무한 정치권 인사가 계열사 부사장으로 오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증권 유관기관들은 이미 ‘낙하산 천국’이 된 지 오래다. 코스콤은 지난해 청와대 출신 윤석대 전무에 이어 올해는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 김상욱 감사를 임명했다. 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보좌관을 한 문형욱 전 청와대 행정관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인 김덕수 한국거래소 상임감사는 내년 4월 임기가 끝나는데, 벌써부터 후임자 하마평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마지막 해이자 총선이 있는 2012년은 낙선·낙천자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공기업 자리 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금융 공기업은 외부 주주에 의한 감시 기능조차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사장과 감사 자리에도 정치권 인사를 앉힌다면 공기업 선진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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