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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스물 두살 여대생까지? 열띤 취업박람회 현장 (파이낸셜뉴스 2011-09-09 11:18)

스물 두살 여대생까지? 열띤 취업박람회 현장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졸자 취업률이 3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10명 중 4명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취업박람회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약 70여 개의 기업의 부스가 들어선 체육관은 입구에서부터 수 많은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취업열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취업전쟁의 최전선 다운 풍경이었다. 운영업체 측의 한 관계자는 “몇 명이 찾아왔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아직 취업상담을 하기엔 앳돼 보이는 얼굴의 학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정민씨(22)는 대학교 3학년. 기업체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졸업예정자가 되려면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그녀는 이곳을 애써 찾았다. 이씨는 “상담을 하기보다는 취업전쟁의 분위기를 한번 미리 경험하고 싶었다”며 “직접와서 보니 생각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는게 느껴져 1년 후가 걱정이 된다”며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2학년 박진아씨(21ㆍ가명)는 “취업준비를 어떻게 해야되는 것인지 막막했는데 와서 보니 어느정도 정보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상담직원은 “예전에도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그때보다 저학년의 학생들이 늘었다”며 “4학년전까진 술만마시던 우리때와는 문화가 많이 다른것 같다”고 전했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4학년이나 졸업생을 넘어 저학년으로까지 번져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복을 입고 참가한 참여자들도 눈에 들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졸업생은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이 다 나와있는 자리인만큼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양복을 입었다”며 “졸업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져 취업에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이것저것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장을 입고 거울을 보며 열심히 화장을 고치던 스물 여섯의 김선미씨는 타학교 졸업생이다. 그녀는 본인의 학교에서 진행되는 취업박람회는 시간이 맞지 않아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많은 기업들을 빨리 돌아봐야 해서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며 부랴부랴 부스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달려갔다.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는 뒷모습에서 그녀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중국인 교환학생 참가자도 많았다. 중국인 교환학생 송이씨(28)는 “중국어능력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고 있는데 영어능력도 함께 요구해서 더 열심히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업들 중에선 중국인 교환학생을 원하는 곳들이 많았다. 대부분 중국시장 진출과 관련한 인력 수요였다. 한 기업체의 과장은 “중국어가 능통한 지원자는 중국 현지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현지 적응력 등을 고려했을때 중국 교환학생이 적합하다”고 귀띔했다.

이날 참가한 기업들에 따르면 전일 행사에서 한 부스당 상담학생수는 많게는 100명을 넘어서는 수준. 행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동안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10분에 한명씩 쉬지않고 상담을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니 자리를 비우기도 힘들다. 안철수 연구소의 한 상담직원은 “점심은 주최측에서 제공하는데 학생들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자리를 비우지 못해 부스 뒷켠에서 간단히 먹었다”고 전했다.

부스를 벗어나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자사에 대해 알리고 있는 한 직원이 눈에 띄었다. 골프존의 강병조 사원이었다. 골프존은 지난해 연매출 1800억원을 넘어선 스크린골프 분야 국내 1위의 탄탄한 기업이지만 대학생들에겐 생소한 기업이다. 강씨는 “우리 회사는 복지부문에선 그 어느 대기업에 견줘도 뒤지지 않고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회사지만 아직 대학생들에겐 낯선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생각보다는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여 상담이 거의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상담직원들은 이제 토익점수 등 스펙으로 취업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토익점수와 학점이면 그 차이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

두산전자 전략구매팀 정재훈 과장은 “이제 단순히 스펙을 넘어 조직과 잘 융화할 수 있는 인성이 중요하다”며 “학창시절 공부만 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 등을 하며 사람들과의 융화력을 키우는게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