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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곤충에 빠진 고교생, 입학사정관제로 연세대 합격 (조선일보 2011.09.22 19:30)

곤충에 빠진 고교생, 입학사정관제로 연세대 합격

올해 연세대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시스템 생물학과에 합격한 강원 춘천고 차석호(19) 군.

곤충에 빠져 내신성적으로는 지방대학에도 가기 힘든 고교생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명문대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 춘천고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차석호(19) 군은 올해 연세대가 30명을 선발하는 창의인재 전형을 통해 시스템 생물학과에 합격했다.

전형은 추천서와 에세이를 통해 2배수를 뽑은 뒤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차 군의 내신은 춘천고 자연계 학생 214명 가운데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차 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여러 종류의 곤충을 기르면서 곤충 관찰일지를 기록해왔으며 현재까지 국내 전문가 등과 이메일로 교류하면서 곤충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

특히 고2 때는 직접 채집한 거저리 유충을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맴돌이 거저리 유충의 주성 및 생태를 통한 배 마디끝 형질의 이해’ 연구로 교내 학술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차 군은 지난해 제56회 강원도과학전람회에서는 ’산란 습성에 의한 하늘소과의 성적 이형 형상 이해 및 방재와 유충의 수목 적응성’에 관한 논문으로 동물 부분 우수상을 받았다.

이 연구는 참나무에 피해를 주는 하늘소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특정한 빛으로 하늘소과를 유인해 알을 낳게 한 뒤 이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 군은 우리 주변에서 과수원이나 보호수에 피해를 주는 곤충도 이같은 방식으로 방제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 군의 곤충채집은 대입준비를 하는 생활 속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오후 10시께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집에 가방을 내려놓은 뒤 10분 거리에 있는 봉의산으로 달려가 1시간가량 혼자 야행성 곤충을 채집하는 열정을 보였다.

“인적이 드문 밤이어서 무섭기도 했지만 가로등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곤충을 관찰하거나 채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차 군은 말했다.

차 군은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데다 심층면접을 잘 보지 못해 합격하리라 기대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계속 곤충에 대한 공부를 해서 유전학이나 발생학 부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원 담임교사는 “차 군은 어려서부터 발로 뛰며 곤충을 채집해온 학생”이라면서 “내심 걱정했으나 연세대 측이 내신보다는 학생의 천재적인 ‘스펙’을 보고 선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의 세상] 파브르를 꿈꾼 소년, 내신 8등급에도 延大 수시門 뚫었다 (조선일보 2011.09.23 03:10)

[시스템생물학과 합격한 춘천고 차석호군]
곤충에 빠진 소년 - 틈나면 산에서 새벽까지 채집
잘못 알려진 곤충 6종 찾아내 생물연구학센터에 신고하기도
교수들이 놀라다 - 시신경 이상으로 성적 저조, 수학 능력 의심한 교수들
면접본 뒤 "천재… 꼭 뽑자"… 작년 논문, 학부생 수준 넘어서

"지금은 딱정벌레목(目) 하늘솟과(科) 곤충들이 궁금해요. '기주식물(기생동물의 숙주가 되는 식물)'이 종마다 다른데 생물학적으로 드문 경우거든요."

강원도 춘천고에 다니는 차석호(17)군은 '곤충 박사'로 통한다. 고등학생으로는 유일하게 포스텍(POSTECH)의 국가지정 생물연구학정보센터(Bric·브릭)에서 외부 동정(同定·생물의 분류학상 소속·명칭을 정하는 것)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4월 브릭의 홈페이지에서 잘못 동정된 곤충을 알려주면 기념품으로 티셔츠를 준다는 공지를 보고 6종(種)이나 찾아내 알려준 것이 계기였다.

춘천고 차석호(17)군은 알아주는 곤충박사다. 걸그룹 소녀시대는 잘 모르지만 어려운 곤충의 학명은 줄줄 꿰고 있다. 내신 8등급이면서도 곤충 분류학 지식으로‘창의 인재 전형’을 통해 연세대에 합격한 차군은“생물학 전반을 폭넓게 공부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고교 내신은 전체 9등급 중 최하위 수준인 8등급. 차군의 내신 성적이 바닥인 것은 '안구진탕(nystagmus)'이라는 선천적인 안과 질환 때문이다.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사물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거나 겹쳐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곤충에 대해서는 전문가나 다름없다. 그는 지난 7일 연세대 수시 모집 창의인재 전형으로 시스템생물학과에 합격했다. 올해 처음 시행된 이 전형은 수능과 내신성적 없이 추천서와 본인의 창의성을 입증하는 자료만으로 선발했는데 경쟁률이 60.6대1에 달했다. 내신 열등생인 그가 한국의 파브르('곤충기'의 저자 앙리 파브르)를 꿈꾸는 특별한 학생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알아본 것이다.

연세대 입학처장 김동노 교수는 "내신 8등급으로 연세대에 들어온 경우는 차군이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곤충박사 모셔라"

22일 춘천고에서 만난 차군은 어눌한 말투에 눈을 내리깔고 말하는 버릇 때문에 수줍은 인상이었다. 또래들이 열광하는 '소녀시대' 멤버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친구들이 소녀시대에 열광할 시간에 산에 가서 곤충들을 보기 때문이다.

연세대 전형 때 면접관들은 차군이 지난해 쓴 논문을 보고 감탄했다. 딱정벌레목의 산맴돌이거저리라는 곤충의 배(背) 끝마디가 숟가락 모양으로 휘어져 있는 것이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를 규명해 낸 것이다. 차군은 복잡한 실험과 다양한 가설을 거쳐 산맴돌이거저리의 배 끝마디가 다른 곤충의 위협을 막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수들은 차군의 논문을 보고 "이미 학부생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평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처음엔 차군의 능력을 의심했던 교수들이 '이 학생은 천재다. 반드시 뽑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차군의 담임인 김기원(44) 교사는 "솔직히 이 아이가 쓰는 전문적인 곤충 관련 글은 거의 이해를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곤충이 궁금한 초등학생, 생물학자의 길로 들어서다

차군은 강원도
홍천 근처에 살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곤충에 빠졌다. 곤충의 모든 것이 신기해서 시간만 나면 산으로 곤충 채집을 나섰다고 한다.

"고교 진학 후에는 밤에도 산에 가요. 곤충의 주광성(走光性·빛의 자극에 반응하는 성질)을 관찰할 수 있거든요." 새벽 3시가 넘도록 채집을 하는 건 보통이라고 했다. 한번은 새벽에 채집하다가 멧돼지 소리에 혼비백산해서 도망친 적도 있었다.

차군은 작년 9월 강원도
춘천시 대룡산 해발 900m에서 국내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딱정벌레목 밑빠진벌레과의 파라메토피아(parametopia)종으로 추정되는 곤충을 발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 종의 전공자가 없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농식품부에서 일하는 앤드루 클라인(Cline) 박사에게 메일을 보내 조언을 받았다.

차군은 "클라인 박사로부터 이 종이 파라메토피아로 보인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아직 국내에서 유전자 확인 작업이 어려워 아쉽다"고 말했다.

벌써 대학 생물 교과서를 읽고 있는 차군은 "언제가 파브르 곤충기처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고전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나처럼 하나의 재능만 가진 사람도 충분히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곤충연구를 꾸준히 해온 미래의 파브르 차석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