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대화하기·소설쓰기·책읽기가 일상
토플 만점 받은 13세 김현수양
대원국제중 1학년 김현수양은 지난 10월에 치른 토플시험에서 13살 나이에 만점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현수가 어학연수는커녕 해외여행 한 번 가본 적 없다는 사실이다. 국제중 입학 전까지 영어학원에도 다니지 않은 현수는 어떻게 영어실력을 쌓았을까. 현수의 공부비결과 엄마 이우숙(47)씨의 교육 노하우를 들어봤다.
유아기부터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 교육 시작
영어를 전공하고 대학과 문화센터 등에서 영어를 가르친 엄마 이씨는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어떻게 하면 아이가 영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수가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말과 영어를 동시에 들려주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주변 사물의 이름이나 'Let's play' 같은 간단한 영어부터 시작했다. 이중언어 교육을 가정에서 먼저 실천한 셈이다.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우리말을 배우고, 그 다음에 글을 배우잖아요. 영어도 똑같아요. 생활 속에서 영어를 많이 듣게 하니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였죠."
언어감각을 타고난 현수는 18개월 무렵 한글을 뗐다. 이씨는 생후 25개월 무렵부터 파닉스를 철저하게 가르쳤다. 원어민 발음이 담긴 CD, 디즈니 비디오 등을 활용했다. "영어발음의 원리를 엄마가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소리로 기억하게 지도했다"고 전했다.
파닉스를 가르친 다음에는 문형을 익히게 했다. 'Let's Go' 시리즈 등 코스북을 활용하고, 아이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많이 읽혔다. 문법을 따로 가르치기보다 문장을 계속 반복해 들려줬다. 'I have a book' 'You have a book' 'She(He) has a book' 등 문장을 반복해 들려주면서 달라지는 패턴을 느끼고 기억하게 했다.
영어실력 쑥쑥 키워주는 독서
이씨는 무엇보다 독서를 강조한다. "아이들은 책을 따라 재미있게 노래하고 게임하며 단어와 문장을 저절로 외운다"고 했다. 그녀는 영어동화를 고르는 데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우선, 처음 책을 고를 때는 그림이 많고, 글씨가 적은 것부터 시작했다. 'Brown Bear'처럼 반복적인 문구가 많이 나오거나 운율(rhyme)이 살아있는 책, 칼데콧상 등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우수한 작품도 많이 읽혔다.
"먼저 가르칠 주제를 정한 다음, 그에 맞는 동화를 고르는 것도 좋아요. 날씨, 음식, 동물 등 작은 주제를 잡는 식이죠. 갑작스레 큰 인기를 얻은 책은 가급적 피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책을 고르세요."
영어책을 읽어줄 때는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큰 소리로 정확하게 읽어줬다. 읽고 있는 중에 아이가 질문을 하면 잠시 멈추고, 충실히 대답해줬다. 하지만, 아이가 읽을 때는 중간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고쳐주지 않았다. 읽는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다.
"영어그림책을 볼 때 글자를 읽기보다 그림을 같이 보면서 영어로 설명해 줬어요. 글보다 책 전체를 이해하게 한 것이죠. 또 책을 읽기 전 겉표지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눴어요."
이씨는 현수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같은 단계라도 교재나 출판사를 계속 바꿔가며 새로운 내용을 접하게 했다. "간혹 굉장히 쉬운 내용도 헷갈리거나 틀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몇 단계 낮은 쉬운 교재를 다시 보면서 점검하게 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분야가 시기마다 달라져요. 현수도 공룡을 좋아하다가 갑자기 우주나 천문에 관심을 가졌죠. 관심분야가 바뀔 때마다 관련 책을 최대한 많이 사줬어요. 그러면 영어실력은 물론 배경지식까지 저절로 늘어요. 엄마들은 아이의 관심분야가 바뀌는 시기를 절대 놓쳐선 안 돼요."
우리말과 영어 균형있게 가르쳐야
현수는 네 살 무렵 영어영재로 TV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어린이 영어방송 MC를 맡은 적이 있다. MBC '뽀뽀뽀', EBS '딩동댕 유치원' 등에 출연했고, 2007년에는 6학년 문법 'SEL5' 프로그램을 원어민 MC와 공동 진행했다. 이 경험은 현수가 영어실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현수는 "방송은 촬영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하루 종일 원어민과 지내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길에서 만나는 외국인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걸고, 외국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즐겼다.
그렇다고 해서 이씨가 영어교육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다. 현수가 지금까지 읽은 책은 1만여 권이 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우리말 책이다. 번역된 책이 있다면 반드시 우리말 책부터 읽힌 다음, 영어책을 읽혔다. 한자공부도 많이 시켰다. 우리말에는 한자를 모르면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는 단어가 많기 때문이다.
현수는 영어 글쓰기도 무척 즐긴다. 네 살 때부터 영어일기를 썼고,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영어일기와 에세이를 묶어 'Am I One-of-a-Kind?(나는 특별한 아이인가?)'라는 책을 펴냈을 정도다. 초등학교 때는 수많은 영어 단편소설을 썼다. 인터넷 외국 사이트를 다니며 영어 리플을 달거나 외국인과 채팅하는 일도 많았다. 또 롤플레이(역할놀이) 사이트를 찾아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글을 쓰고, 말하면서 상상력과 글솜씨를 키웠다. 위키피디아 같은 인터넷 영어백과사전도 자주 찾아본다.
영어학원에 다니지 않은 현수는 자신의 수준을 확인하고, 실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영어대회와 인증시험에 참가했다. 2004~2006년 3년 연속 IET 전국대상, 교육부 주최 에듀테인먼트 경진대회에서 2006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 2007~2008년 문화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각종 인증시험에서도 텝스 1급(906점), PELT 1급(961점)을 받는 등 최고 실력을 자랑한다. 현수는 "지금까지 영어를 '배운다' 또는 '공부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영어로 말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이 제게는 우리말로 하는 것과 똑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현수의 말을 들은 엄마 이씨는 "아이가 영어를 '공부'가 아닌 '놀이'로 여기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부모는 분명 의도를 가지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영어공부 계획을 세울 거예요. 하지만 그 의도를 드러내선 안 돼요. '같이 놀아주는' 것처럼 즐겁게 해야 하죠. 듣고 말하기가 유창하게 될 때, 여기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읽고 쓰는 학습으로 이어갈 것인지, 어떻게 해야 아이가 재미있게 놀듯이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시험 아닌 영어 자체를 공부한 것이 비결”
고등학생이 토플 iBT 120점 만점을 받았다고 할 때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 학생이 ‘민족사관고’ 재학생이라고 밝히자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학생이 해외 어학연수나 사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하자 사람들은 다시 깜짝 놀랐다. 재현 양은 ‘토플 시험보다는 영어 자체를 열심히 공부한 것이 비결인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독학으로 토플 iBT 120점 만점을 획득해 화제를 모은 민족사관고 국제반 2학년 오재현(15) 양. 토플 iBT(Internet-Based Testing) 시험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항목으로 구성된 영어인증시험으로 비영어권 국가 학생이 영어권 국가 대학에 지원할 때 필요하다. 오재현 양이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그녀가 강남 8학군 출신도, 부잣집 딸도 아니고, 해외 유학이나 연수 한 번 가보지 않은 ‘순수 국내파’란 사실 때문. 사실 그녀의 이번 성적은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었다. 대전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시절 이미 토익 940점을 받아 지역 일간지에 등장할 정도였고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본 토플 iBT에서 110점을 맞았던 것.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학교에서 만난 재현 양은 아담한 체구에 웃음 많은 평범한 사춘기 학생이었다. 초중학교 시절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민족사관고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오재현 양은 평소 어떻게 공부를 해왔고 또 하고 있을까?
‘순수 국내파’ 여고생의 토플 만점 비법
“지난 시험 이후 3년 만에 토플을 봤어요. 이번 시험을 위한 준비는 따로 못했어요. 인터넷에 떠도는 기출문제 후기도 안 봤어요. 시험 전날 동생이 보던 토플 책을 빌려보고, 말하기 항목 출제유형을 처음 파악했을 정도예요.”
토플 시험을 열심히 준비한 이들에게는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서 재현 양의 만점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오양이 공부한 것은 토플이 아니라 영어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토플 시험을 처음 볼 때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이번 시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굳이 시험 만점의 비결을 꼽자면, 첫 번째로 충분한 시간 투자. 재현 양은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 처음 토플 시험을 접했다. 아버지가 ‘특목고 가려면 필요하다’며 권한 것. 재현 양은 그때 꽤 열심히 시험을 준비했다. 학교 끝나고 4시쯤 집에 와서 영어공부에 기본적으로 6시간을 투자했다. 주말이나 방학 때는 하루 15시간씩 듣고 쓰고 말하며 강행군을 펼쳤다. 당시 시중에 나와 있는 토플 교재는 거의 다 사서 풀어봤다. 이때 획득한 점수는 110점. 이 점수는 훗날 만점을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되었다.
오재현 양은 단순히 토플 시험 공부만으로는 만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만점의 두 번째 비법은 천문학, 생물학, 심리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흥미와 다독(多讀)이었다. 토플에는 기초학문 관련 지문이 출제된다. 배경지식을 숙지하고 있으면 훨씬 유리하다. 재현 양이 속한 민족사관고등학교 국제반은 외국 명문대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특별반. 외국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대학과목 선이수’(AP; Advanced Placement)를 위해 공부했던 생물학과 심리학이 토플에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읽은 외국서적만 300권. 책값만 1천만 원이 넘는다. 재현 양은 “오히려 학원을 안 다닌 덕에 남는 시간이 많아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읽기 항목은 자연스럽게 정복됐다.
무조건 많이 읽고, 또 읽어라
재현 양은 “읽기 실력에 왕도를 찾는 게 오히려 잘못된 생각”이라며 읽기의 효용을 거듭 강조했다.
“읽기라는 게 문자를 읽는 게 아니라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잖아요. 일정 수준에 오르면 비판적인 안목도 갖게 되고요. 토플에서 흔히 나오는 유형이 단어를 제시하고 원래 뜻과 다른 의미로 쓰였을 때 문맥상 의미 차이를 파악하는 것인데요, 그 ‘느낌’을 키우는 방법은 독서 외에 다른 길이 없어요. 그리고 작가에 대한 인식이 생겨요. 가령 찰스 디킨스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면, 시험에서 지문으로 나온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어도 ‘찰스 디킨스’라는 이름만으로 ‘이런 성향을 갖고 있겠구나’ 예측할 수 있어서 시험장에서 훨씬 유리해요. 해석도 쉬워지고요. 많이 읽어보면 읽을수록 부수적인 효과 역시 큽니다.”
오재현 양이 꼽은 세 번째 비결은 특이하게도 적극적인 성격이다. 한국 학생들이 토플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듣기와 말하기. 듣기는 이미 초등 3학년 토익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을 정도로 재능이 남달랐지만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재현 양은 학교 원어민 영어강사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친분을 쌓았다. 그의 재능과 노력을 발견한 강사는 각종 영어말하기 대회에 추천하고 지도교사를 자청했다. 3년 동안 말하기 실력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재현 양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 오히려 학원에 갈 타이밍을 놓쳤다”면서 “적극적인 자세가 말문을 트이게 한다는 속설이 맞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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