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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최초 양산형 고속전기차 `블루온` 타보니 (조선닷컴 2010.09.14 17:44)

현대차 최초 양산형 고속전기차 '블루온' 타보니

초기 가속력 훌륭… 최고 시속 130km

14일 경기도 화성시 장덕동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시험주행장에서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속 전기차 ‘블루온(BlueOn)’을 시승해 봤다.

현재 전기차의 기술은 전세계 어느 업체도 완성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고, 다만 미쓰비시, 르노-닛산, GM 등이 기술을 먼저 적용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각 회사의 전기차 수준을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회사의 전기차나 아직은 개발·보급 단계이고, 개선의 여지도 많으며, 특히 부품의 양산 및 개선에 따라 앞으로 크게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전기차의 국내 협력업체 기반을 만들고 완성된 형태의 전기차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차의 크기는 국내 시판중인 기아차 모닝이나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비슷하다. 엔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정지상태에서는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시동키를 돌리면 출발준비 신호가 계기반에 뜬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변속기 레버를 ‘D’에 넣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스르르 앞으로 전진한다. 약간의 모터 소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귀에 거슬릴만한 수준은 아니다.
가속력은 배기량 1L급의 동급 경차보다 30~40% 뛰어난 느낌이다. 휘발유 경차의 경우 급가속을 하면 엔진음만 크게 올라가도 정작 차는 느리게 나가기 일쑤이지만, 블루온은 출발부터 중속까지의 초기 가속이 대단히 경쾌하다. 현대차가 발표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은 13.1초이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가속력은 10초 정도다. 모터의 특성상 초기 가속력이 특히 좋기 때문이다. 동급의 국내 경차보다도 4~5초 정도 빠른 수준이다.

현대차 발표자료에 따르면, 경쟁차인 미쓰비시 아이미브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16.3초로 블루온이 월등히 뛰어나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미브를 운전해 본 경험과 비교해 보면, 가속력에서는 블루온과 아이미브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아이미브 역시 경쾌한 가속이 가능하며, 가장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얇게 까는 철저한 ‘저중심 설계’로 마치 소형 스포츠카를 모는 것 같은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블루온의 경우, 아이미브(일본 규격의 경차 크기)보다 덩치가 좀더 큰데도 가속능력이나 기타 전기차의 기초능력에서 아이비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는 점에서는 인정해줄만한 하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아이미브보다 높아서인지 운전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아이미브에 다소 못미쳤다.

블루온의 최고시속은 130km로 실제 시험주행에서도 최고속을 어렵지 않게 낼 수 있었다. 또 전기차의 취약점 가운데 하나가 등판능력인데, 블루온은 40% 경사로를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험주행로에는 25% 경사로가 준비돼 있었는데, 이 정도만 해도 시내에서 만나는 가파른 언덕과 비슷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언덕 중간에서 한번 섰다가 올라가는 주행을 해봤는데, 전혀 불편 없이 쉽게 오를 수 있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동급의 휘발유 경차와 비교했을 때 등판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블루온은 현대차가 처음 내놓은 고속 전기차 치고는 완성도가 훌륭했다. 기본이 된 차체가 이미 유럽·인도에서 대량으로 팔리고 있는 차인데다.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그동한 하이브리드·전기차 기술력을 쌓아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이미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에 대한 협력 네트워크를 국내에 구축해 놓았고, 이번 전기차 제작에도 이 같은 네트워크가 충분히 활용됐다.

블루온은 가정용 220V 충전기로 6시간 정도, 별도의 고속충전기로 25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또 현대차에 따르면, 순전히 연료비만 따졌을때, 블루온은 전기에너지만 사용하기 때문에 심야전기를 사용할 경우 휘발유차 대비 연간 1만km 주행시 100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전기차를 바라보는 것은 아직 의미가 없다. 블루온의 원가는 5000만~6000만원 정도로 추정되며, 정부보조금을 최대한 지원받아도 30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료비를 절약해 차값의 차액을 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루온은 아직 시험단계의 차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은 이 차를 구입할 수 없다. 현대차는 2013년 이후에나 일반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고, 그 때에는 블루온이 아니라 더 진보된 형태의 전기차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블루온도 실제 운행에 사용한다고 했을 때 큰 불편이 없는 수준이었다. 앞으로 전기차 관련 부품이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또 배터리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또 전기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된다면, 전기차 시대가 먼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