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로드가 열린다] 아이돌 스타 지구촌 곳곳서 러브콜… 토종 브랜드 위상 '쑥쑥'
동방신기·소녀시대·2NE1 등 日·中넘어 유럽무대서 활동
광고업종도 식음료^화장품서 자동차·IT제품 등으로 확대
장근석·카라 기용 막걸리·홍초 日시장서 매출 폭발적 증가
LG전자 등도 한류 콘텐츠 활용 글로벌 마케팅 잰걸음
요즘 일본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동네에서든 한 블록마다 한 번씩 동방신기ㆍ소녀시대ㆍ카라 등 한국 아이돌 그룹과 배우 장근석 등 한류 스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작용하는 편의점업계는 최근 들어 일본 세븐일레븐이 소녀시대를 모델로 캐스팅하는 등 한국의 K팝 스타들이 편의점 CF 모델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 로손과 모델 계약을 맺은 장근석은 '산토리 서울막걸리'의 모델이기도 하다. 구역당 하나씩 편의점이나 주점이 자리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쉴 새 없이 이들 한류스타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신한류 스타들이 일본 CF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한류스타들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업종도 기존의 식음료, 화장품 등 소비재 중심에서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제품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과 중국 위주의 활동 지역은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과 유럽 등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CF러브콜 일본 넘어 세계 전역으로=한류 스타의 일본 CF 시장 진출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난 2004년 일본 광고시장을 석권한 '욘사마' 배용준의 활약으로 그 효과를 확인했다. 당시 배용준은 오오츠카제약과 롯데ㆍ소니 등 5개사의 모델로 기용돼 탄산음료부터 디지털 캠코더와 자동차 등의 TV광고에 출연했다. 당시 그가 출연한 탄산음료와 껌ㆍ초콜릿류는 광고 이후 평균 30%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를 얻었고 자동차 역시 예상보다 10% 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류 스타가 일본에서 벗어나 아시아 전역의 광고시장을 차지한 것은 K팝 개척자인 가수 보아가 첫 주자였다. 보아는 2003년 신발브랜드 '스케처스'의 아시아 모델로 발탁된 이래 '나이키'의 아시아 모델,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홍콩ㆍ대만 모델로 활동했으며 일본 내에서만 음료업체 '기린', 화장품 브랜드 '고세', 휴대전화 '도시바', 자동차 '혼다' 등의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이 같은 흐름의 바통을 이어받은 가운데 소녀시대의 경우 출시 10주년을 맞은 UHA 미카쿠토 'e-ma 노도아메(목캔디)'의 모델로 일본에서 첫 광고를 시작해 세계적인 차 전문 브랜드 '립톤',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의 광고에서 활동하면서 'CF 퀸'의 명성을 다지고 있다.
세계적인 컴퓨터 관련기기업체인 인텔은 소녀시대를 아시아 7개국 캠페인의 모델로 선정했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 있는 소녀시대의 세련된 비주얼 이미지가 인텔 신제품인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패밀리'와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동방신기는 국내 최초로 프랑스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와 프렌드십 계약을 맺고 홍보대사 자격으로 지난해 9월 뉴욕 컬렉션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다. '프렌드십 모델'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프랑스 라코스테 측은 "최근 한국이 세계적으로도 놀라운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를 더욱 북돋우고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동방신기를 선정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라코스테의 인지도를 젊은층을 대상으로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가수 보아를 제외하고) 동방신기나 소녀시대가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발탁돼 아시아시장을 커버하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슈퍼주니어는 중화권의 '펩시콜라'와 태국에서의 '맥심 콘택트렌즈' 등의 모델로, 샤이니와 에프엑스는 중국 의류브랜드 'H2'의 모델로 공동 발탁되기도 했다.
식음료와 소비재 위주로 시작된 한류스타의 CF 진출은 업종도 다양화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여성그룹 투애니원은 '야마하' 오토바이의 태국 모델로 활동 중이다. 이들의 도전적이고 개성 있는 이미지가 해당 제품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에 힘입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는 이례적으로 김태희ㆍ이민호 등 한국 배우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TV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역할로 인기를 모은 이민호는 도요타 미국 법인이 기용한 최초의 한국인 모델이자 미국 내 신형 캠리 모델 중 유일한 동양인이다. 이는 미국 내 도요타 구매자의 30% 이상이 아시아계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이민호는 특히 중국ㆍ일본계 여성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한류스타 모델 통해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 부각=이 같은 CF계의 러브콜은 한류스타들의 '몸값'을 높이는 동시에 '엔고 특수'까지 챙기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 제품의 수출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스타를 기용한 한국 브랜드는 문화효과를 후광으로 기업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챙기고 있다. 산토리 서울막걸리의 모델로 활동한 장근석이 일본 여성팬들의 '막걸리 열풍'에 불을 붙이면서 이 제품은 당초 지난해 판매 목표를 35만상자에서 100만상자로 높여 잡았다. 실제로 판매 확대에 힘입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닛케이트렌디' 의 '2011년 히트상품 베스트 30'에서 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상 청정원의 '마시는 홍초' 도 지난해 8월부터 걸그룹 카라가 일본 모델로 활동하면서 일본 시장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전체 해외 수출액이 고작 14억원이었던 마시는 홍초는 지난해 일본 매출 목표를 당초 175억원에서 35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성장세가 눈부시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슈퍼주니어와 에프엑스를 모델로 내세워 글로벌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TV와 인쇄매체ㆍ옥외ㆍ온라인ㆍ인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에 이들을 모델로 활용하는 한편 지난해 뉴욕 공연, 타이완 공연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의 'M Live 콘서트'도 공식 후원하기로 하는 등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강신익 LG전자 글로벌마케팅부문장(사장)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ㆍ미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류스타를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류 콘텐츠 전도사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소녀시대의 싱가포르 단독콘서트 이후 K팝 인기가 절정에 다다른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음식이 동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싱가포르 시내의 대형 쇼핑몰에는 한국 음식만 판매하는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성업 중이다. 싱가포르 카르푸 매장에는 라면과 김치ㆍ고추장ㆍ과자 등 한국 음식만을 위한 별도 매대가 마련될 정도로 한국음식이 인기를 끈다. 싱가포르 주재 한국인 김현성(38)씨는 "카르푸 매대의 선반 사이사이 빈 공간마다 태극기 마크가 빼곡하게 붙어 있어 한국인으로서 감격적일 뿐 아니라 한류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이들 제품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남성그룹 2PM의 멤버 닉쿤은 '삼성전자' 디지털 카메라 모델로 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아시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동방신기를 광고모델로 선정해 중국과 일본인 고객잡기에 나섰다. 동방신기를 적극 활용하고자 신라면세점 측은 '김포공항점'에 '코리아 브랜드존' '남성 컬렉션존' 등 편집매장도 열었다. 롯데면세점이 최지우ㆍ송승헌ㆍ현빈ㆍ김현중ㆍ빅뱅ㆍ2PM 등의 스타 모델군단을 활용하는 것도 한류스타의 인기를 업고 외국인들의 구매력을 높이고자 한 같은 전략이다.
이에 대해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문화적인 기저가 소비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K팝을 필두로 한 한류 문화가 파급되면서 제품 소비로까지 이어지고 구매 제품의 분야 역시 단계별로 점차 확산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류 로드가 열린다] <1부> ② 신병기 '트랜스포머 엔터테이너' (서울경제 2012.01.05 12:59:46)
연기·노래·패션 감각에 친근감까지 '만능 끼' 자랑
원더걸스 美케이블 연기자 데뷔 등 '편안함 주는 멀티플레이어' 매력
때론 카리스마 때론 장난꾸러기로 기존 스타들 '신비주의'와 차별화
SNS 등 소통수단도 인기에 한몫… 장근석 작년 日서만 500억 매출
일본투어 공연(아레나 투어 3회, 도쿄돔 1회) 티켓 매출 154억원(9,800엔짜리 티켓 10만5,000장). CF 한편 13억원(9,000만엔). 일본 데뷔 싱글 '렛 미 크라이(Let Me Cry)' 첫날 판매량 5만7,000장, 음반매출 72억원(1,600엔 30만장). 표지모델로 나온 일본 주간지 '앙앙' 28만부는 전례 없는 품절사태. 한정판 화보집 판매 35억원(9,800엔 2만4,000부)….
신한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장근석이 지난 한해 동안 일본에서 거둔 성과의 일부다. 합산하면 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장근석의 몸값은 일본을 넘어 중화권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황진이' 등 드라마를 통해 중국에서 얼굴을 알린 뒤 지난해 아시아투어(싱가포르ㆍ홍콩ㆍ태국ㆍ말레이시아ㆍ대만)까지 진행한 장근석의 중화권 인기는 폭발적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장근석을 따르는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2만명이며 중국에만도 80만명 이상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른바 '근짱' 열풍이 '욘사마' 배용준을 넘어설 기세다.
신한류 스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장근석은 여러모로 1세대인 배용준과 차별화된다. 장근석이 해외시장에서 왜 어필하는지를 분석해보면 한류의 미래 전략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우선 장근석은 연기자이면서 노래와 연주에 능해 가수로 활동하는 등 다재다능한 끼를 발휘하고 있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맡은 인기밴드의 리더 역은 K팝 인기가 절정을 이룬 상황에서 드라마와 K팝 등 K콘텐츠가 시너지를 내며 '근짱'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게다가 장근석은 페도라(모자), 아이라인과 록시크룩(Rock-Chic Look), 체인 장신구, 스니커즈 등 스스로 유행을 창출해내는 패셔니스타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가 선보인 패션 아이템은 한국을 방문하는 한류 관광객의 쇼핑 목록에 즉시 오른다. 그가 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을 촬영한 홍대 입구 주요 장소들은 해외 팬들이 한국관광 때 들르는 이른바 '성지'가 됐다. 장근석이 모든 출연작과 공연ㆍ화보 등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스타일은 제품판매에 직결돼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장근석은 또 지난해 일본 공연기획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활약에 대해 서제호 제일기획 콘텐츠사업팀장은 "신한류의 미래를 이끌 스타들은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로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시키는 '트랜스포머 엔터테이너'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뷔 전부터 전방위 활동을 목표로 트레이닝을 받은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가수뿐 아니라 연기ㆍMCㆍ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시스템을 구축해 캐스팅부터 트레이닝과 데뷔까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니즈'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원더걸스는 오는 2월 미국 케이블 방송을 통한 연기자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한류의 미래를 내다본 배용준과 박진영이 기획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는 미스에이의 수지와 2PM의 옥택연ㆍ장우영, 아이유 등이 배우로 변신했다. '드림하이'는 지난해 일본을 비롯해 대만ㆍ베트남 등 아시아 5개국에 팔렸으며 현재 2편을 준비하고 있다.
장근석의 또 다른 차이점은 '친근함'이다. 종전의 한류스타들이 신비주의로 일관한 데 비해 장근석은 기자회견에서도 친구처럼 말을 걸고 팬들을 편안하게 대해주면서 대중을 열광시킨다. 해외 팬들은 "카리스마와 장난꾸러기를 넘나드는 갭이 장근석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사례로 일본의 걸그룹 'AKB48'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AKB48'을 소개하면서 "멤버가 92명인 걸그룹이 끝 모르는 경기침체 속에서 일본의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에 대해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수시 교토예술대 부학장은 "완벽하지 않은 10대 소녀들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이 함께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AKB48이 모델인 '피치존' 속옷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며 '아사히' 캔커피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7%나 상승했다.
친근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대중 참여가 언제든 가능해진 소통수단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AKB48은 발매되는 CD에 멤버들을 만날 수 있는 행사참여 티켓이나 멤버들의 인기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쿠폰 등을 제공해 팬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장근석의 경우 미니홈피나 트위터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국내 최다 트위터 팔로어 보유인물인 슈퍼주니어 최시원은 국내외에서 115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졌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ㆍ비스트 등 K팝 스타들이 유튜브로 세계 각지의 팬들을 만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한류 주역들은 멀티플레이어 능력과 친근감이라는 신무기를 활용해 한류 팬의 연령대를 40대 이상 중년층에서 10~20대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또 광고와 각종 관련상품 판매로 한류의 열매를 거둬들이며 '코리아 프리미엄'에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한류 로드가 열린다] <1부> ③ 글로벌 한류 장수전략은 '산업화'
스타 육성 ·외부 투자 유치 등 안정적 시스템 만들어야 '롱런'
SM·JYP 등 '인큐베이팅 체계' 구축… 연예기획 부문은 '하이 리스크' 줄여
"아시아의 별 보아는 30억 프로젝트" 상장 통한 꾸준한 자본유입 구조 절실
"음식·의류 등 파생상품 경제효과 커" 사업 다각화로 캐시카우 확보 노력도
한때 누아르를 내세운 홍콩 영화가 아시아 전역을 달궜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1980년대 국내에서 전성기를 누린 홍콩 스타의 인기는 장궈룽, 저우룬파, 청룽(재키 챈), 류더화, 왕쭈셴 등이 방한해 TV 프로그램과 CF를 장악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사그라졌다. 원인은 영화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 생산, 특정 장르에만 편중한 소재 개발의 부족, 2세대 스타를 발굴하지 못한 한계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한동안 한류(韓流)에 대해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홍콩스타' 같은 10년 남짓의 '반짝' 유행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문화로 글로벌 한류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산업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이 리스크? 시스템으로 헤지!=한류 콘텐츠 공급자는 연예기획사다. 국내 연예기획사는 '매니저-아티스트'로 이뤄지는 단순한 구조에 전문성과 체계적인 조직력은 부족한 주먹구구식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여타 제조업 분야가 체계적인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실패 요인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과 달리 주관성과 불확실 요소가 크게 개입하는 고위험(high risk) 사업군에 속한다. 반면 배용준의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처럼 '터지면 대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즉 고위험 고수익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연예 콘텐츠 산업의 안착을 위해서는 '리스크 헤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2000년대 아시아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한류 바람과 함께 연예기획사의 기업화가 시작됐다. 2000년 4월 코스닥에 상장한 SM엔테인먼트는 가장 큰 리스크인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어린 나이에 캐스팅돼 연습생으로서 교육ㆍ훈련기간을 거쳐 데뷔하는 이른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보아ㆍ동방신기ㆍ소녀시대 등을 배출한 SM의 경우 ▦신인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해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개발팀 ▦아티스트에게 적합한 곡을 수집, 선정하는 A&R(artist & Repatoire)팀 ▦의상부터 헤어스타일과 음반 재킷 디자인까지 관리하는 비주얼디렉팅팀 ▦데뷔 후 아티스트의 전반적인 활동계획 기획 및 진행을 총괄하는 매니지먼트팀 ▦홍보팀과는 별도로 유튜브의 SM 채널을 관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책임지는 뉴미디어팀 등이 유기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기획자 겸 매니저가 혼자만의 판단으로 상황별로 운용, 대처하던 것을 체계화해 조직이 관리하고 대체ㆍ보완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축한 '스타 생산 라인'을 마련한 셈이다.
가수 비를 키워낸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시스템 구축이 안정화에 접어든 기업으로 해외 진출 성공의 노하우를 발판 삼아 2AM과 2PM, 원더걸스와 미스에이 등을 선보였다. JYP의 정욱 대표는 "K팝은 10여 년간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육성했다는 강점이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ㆍ일본이 위기감을 느껴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시스템을 만들고 시장에 진입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용준의 소속사로 유명한 키이스트는 일본 진출의 경험과 현지 네트워크에 기반한 해외 진출 시스템을 통해 김현중ㆍ주지훈ㆍ김수현ㆍ이지아 등 차세대 한류스타를 프로모션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위한 안정적인 자본 공급 필요=최근 한류 스타들은 노래부터 연기까지, 공연기획자ㆍ패셔니스타ㆍ일러스트레이터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산하는 '트랜스포머 엔터테이너'로 진화하는 추세다. 다양한 분야의 재능을 연마하려면 그만큼 준비기간이 길어진다. 타고난 재능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다양한 매체 접근성이 있으며 기대치가 상승해 있는 요즘 문화 소비자의 취향에 호소하려면 더 완벽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2AM의 조권이 8년,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7년의 연습생 시절을 거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장기 투자를 하려면 당연히 비용문제가 뒤따른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찾아내 데뷔시키기까지 트레이닝 및 수업, 숙소 제공, 신곡 수집 등 100%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SM은 연간 R&D 비용으로만 20억~40억원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요즘처럼 해외활동까지 고려할 경우 투자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13세에 데뷔해 '아시아의 별'이 된 가수 보아를 두고 SM의 이수만 프로듀서는 "30억원 프로젝트였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한류 콘텐츠 산업화를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업체의 자생력 확보와 함께 금융자본 유입과 적극적인 외부 투자가 절실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최근 상장 기업의 증가는 회계 투명성 확보로 자본 유입과 수익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여건을 마련했다.
아울러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고유의 매니지먼트 업무 이외의 사업 다각화를 모색한 '캐시카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서 파생된 음식ㆍ의류 등의 상품이 콘텐츠 자체보다 더 큰 경제효과를 내는 만큼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류 배우를 다수 확보한 제작사 iHQ는 식음료 사업인 '카페베네'로 신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키이스트는 2009년 말부터 일본에서 DATV라는 유료채널사업을 병행해 고정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다. 자사 아티스트의 독점 영상을 방영하는 이 채널은 월 이용료가 2,500엔임에도 가입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신필순 키이스트 대표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려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트랙레코드(track record)가 중요한데 이미 기업화를 이룬 업체 외에는 자료가 없어 정부나 투자회사의 '보증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가령 영화산업의 경우 모든 조건이 완벽해도 흥행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듯 이성적ㆍ논리적 판단보다는 확률의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장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콘텐츠 산업 분야의 리스크를 보장해 안정성과 기회를 마련해줘야 지속 가능한 산업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며 "잠재 가능성과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투자가 가능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류 로드가 열린다] <1부> ④ 'K컬처 산업'의 미래전략
정부 '亞뮤직벨트' 구축… K팝 전용공연장 조성
금융·마케팅 지원이어 해외 유통채널도 강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뮤지컬·드라마 제작
日·뉴욕에 한식당 등 부가사업으로 눈 돌려
#2017년 1월12일. 글로벌 프로젝트로 탄생한 다국적 아이돌그룹 '퓨처레알(Futur Real)'이 경기도에 위치한 'K팝 전용공연장'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퓨처레알은 한국인과 중국인 등 아시아 출신 외에 프랑스계 흑인과 남미 출신의 멤버로 구성됐으며 한국과 미국의 음반기획사가 공동 레이블을 만들어 5년간의 기획기간을 거쳐 선보인 팀이다. 이날 수만여 관중 앞에서 펼친 화려한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됐다. 데뷔 3개월 전부터 사전홍보가 시작된 퓨처레알은 이미 2017년 한 해 해외 공연일정이 꽉 차 있다. 2016년 10월에 열린 '아시아 뮤직마켓'에서 공개된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본 세계 각국 바이어들의 요청으로 순회공연이 성사됐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아시아 뮤직벨트'를 따라 15개국 공연이 예정돼 있다. 또한 뮤직마켓에서 함께 선보인 ○○전자의 '퓨처레알 뮤직플레이어'도 2만개 사전판매가 이뤄졌고 이날 공연과 함께 일반판매가 시작됐다.
#2015년 한국 대학생의 아이디어로 태어난 강아지 캐릭터 '핑핑'과 고양이 캐릭터 '밍밍'은 '뽀통령'의 뒤를 이어 전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을 뿐 제작자본이 없던 이들 캐릭터는 문화부가 지원하는 '산학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1억원을 지원받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의 빛을 봤다. 첫 상영 후 북미와 중국 등지에서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 애니메이션은 외국자본이 투입돼 장편 시리즈물로 재탄생했으며 정부가 후원하는 우수 만화 글로벌 프로모션에 힘입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최신판 TV시리즈에서는 이들 캐릭터가 한옥마을에서 벌이는 에피소드를 선보여 한국문화를 전세계에 널리 알렸다. ○○전자가 새로 선보이는 게임기에는 핑핑과 밍밍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 시험판으로 담겨 출시될 예정이어서 국산기기와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 몇 년 후 한류의 활약상을 상상해본 가상 시나리오다. 가상이지만 머지않은 미래다. 한류를 기반으로 한 K컬처 콘텐츠가 전세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R&D)과 자본투자를 지속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들이다.
◇한국을 아시아의 '콘텐츠 허브'로=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 지원 ▦기반(인프라) 조성 강화 ▦전략적 지원체계 구축 ▦공생발전의 생태계 구축 등의 정책 추진방향을 세웠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0일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지원사업 설명회에서 밝힌 주요 내용으로 콘텐츠 분야를 본격적인 산업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를 바탕으로 한다.
우선 문화부는 K팝을 필두로 한 한국을 아시아의 음악 허브 국가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와 함께 아시아 각국의 음악 네트워크를 연계한 뮤직벨트를 구축하고 지역ㆍ국가별로 차별화된 지원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응한 국제 공동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KOTRA와 연계해 정보ㆍ컨설팅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과 마케팅 지원, 진출 준비단계부터 해외저작권 보호까지 연계해 지원하기로 했다.
K팝 전용공연장이나 방송채널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해외 유통채널을 구축하고 제조업과 달리 콘텐츠 분야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R&D 부문을 강화하는 문화기술 연구 전담기관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갑수 문화부 콘텐츠정책관은 "미디어 플랫폼의 발전으로 다양화된 콘텐츠 신규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인 동시에 만화ㆍ캐릭터같이 소외됐던 콘텐츠 기간산업 지원으로 영화ㆍ애니메이션 등의 파생을 지원하는 계획"이라며 "콘텐츠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개발인데 우리 콘텐츠 업계가 전통문화와의 연계를 발판으로 K컬처의 확산까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K팝으로 시작해 K컬처 확산으로=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K팝, 나아가 K컬처의 헤드쿼터인 한국에서 해외시장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팝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한 게 지난해라면 올해는 K팝이 확산되는 시기인 동시에 한국 대중음악뿐 아니라 패션ㆍ음식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다양한 문화가 K컬처로 전세계적 관심을 받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음악 이외에 부가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SMㆍJYP 등은 소속 연예인을 활용해 드라마나 뮤지컬ㆍ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의식주ㆍ촬영장소 등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이들 콘텐츠가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나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여 K컬처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M은 강남 압구정동에 처음 연 퓨전 한식당 '이테이블(e-table)'을 청담동으로 확장 이전하고 일본 도쿄의 한식당 '포도나무'를 리모델링하는 등 한식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한류스타가 사용하는 원음 MR 반주와 고화질(HD) 동영상 녹화시스템이 제공되는 노래방기기 '에브리싱(everysing)'을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이 노래방기기의 경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오디션에도 즉석 응모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원더걸스와 2PM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도 뉴욕을 거점으로 한식 전문식당인 '크리스탈벨리'를 선보였다. JYP는 키이스트와의 합작회사 홀림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지난해 드라마 '드림하이'를 선보인 데 이어 현재 '드림하이2'를 제작 중이다.
한류스타로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는 배용준의 키이스트가 가장 공격적이다. 한식 브랜드 고시레(高失禮)를 운영 중인 배용준은 한식도시락ㆍ김치ㆍ홍시ㆍ유자차ㆍ홍삼 등을 선보였다. 키이스트는 또 배용준의 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기반으로 한 여행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신필순 키이스트 대표는 "중국은 외국 드라마에 대한 '쿼터제'와 '짝퉁' 상품, 불법 다운로드가 많다는 문제가 있고 동남아의 일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에서는 인지도에 비해 실수익이 낮은 편"이라며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로 접근해야 산업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다른 분야의 소비까지 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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