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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부 동 산

잇따른 부동산 규제 실패…내성 커지고 신뢰 추락(아시아경제 2020.06.15 12:05)

12·16대책 9주만에 '약발' 다해
규제 쌓일수록 집값 불안정 커져
풍선효과로 중저가 단지도 급등

 

백약이 무효다.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3년간 21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두더지 잡기'식으로 집값이 오르는 지역을 쫓아다니며 뒤늦게 '핀셋규제'를 남발하다보니 오른 지역의 집값은 못잡고 '풍선효과'만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중저가 주택도 사기 힘들어진 서민들 몫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을 때까지 끊임없이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규제가 쌓일수록 집값의 불안정성은 더 확대됐다. 시장에는 내성마저 생기고 정책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추가규제?…더 달아오르는 시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춤했던 주택가격이 다시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자 추가 규제방안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이르면 이번주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자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이 힘들 수 있다'는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시장의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이미 규제를 받고 있거나 규제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신고가에 근접한 거래도 이뤄진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 대표는 "지난달 급매가 모두 소진되고 남은 물건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가격대가 대부분이지만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격상승이 컸던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 인근 B부동산 대표는 "지난 주말 거래 문의가 많았다"며 "물건을 제대로 보지 않고 바로 가계약을 맺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잇따른 경고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내용이 포함된 지난해 12ㆍ16 대책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쳤음에도 올해 서울 집값 하락은 단 9주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률은 총 0.39%로, 지난해 12월 한달 상승분(0.68%)의 절반에 불과하다.

◆단기 대책이 정책 실패 자초=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관성 없는 단기적 규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인 정책과 비전 없이 특정 지역에서 집값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핀셋규제를 내놓다보니, 그동안 안정적이었던 지역의 부동산 시장도 요동치는 형국이다.

실제 정부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지방의 저가아파트를 찾아다니며 매입하는 '갭투자 원정대'가 늘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 유치가 확정된 충북 청주나 비규제지역인 경기도 평택, 충남 천안 등이 대표적이다. 투기성 자금 유입으로 아파트값이 뛰면서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본다. 일선 공인중개사무소들 사이에선 '투기꾼들의 행동력이 규제보다 빠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규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국은 정부 기준에 따라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비규제지역 등으로 구분되고, 이에 따라 대출, 세금,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조건 등이 차등적용된다. 20여차례가 넘는 대책을 내놓는 동안 각각의 규제가 세분화된 탓에 해당 지역의 주민들도 어떤 제한이 있는지 쉽게 알기 힘들다.

◆유동성 힘 무시…내성만 키웠다=

복잡한 규제가 첩첩이 쌓일수록 시장의 내성도 커지고 있다. 2018년 9ㆍ13대책으로 인한 서울 집값 하락은 32주 연속 지속됐지만 12ㆍ16대책의 효과는 9주밖에 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반등하고, 중저가 단지도 급등하면서 규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아지는 분위기다.

대부분 단기적 규제인만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정부가 언제든 규제를 180도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부담이 커지고 경기도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강남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경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크다"며 "보유세부과 기준일을 앞두고 알짜 부동산을 부담부증여로 계속 보유하는 것도 이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처음부터 너무 투기와의 전쟁으로 몰고가 역효과가 많이 났고, 유동성의 힘을 너무 무시한 경향도 있다"며 "현재 정부 대책들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중장기적으로는 반대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재건축을 억제하는 등 반시장적 정책보다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등의 장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 규제 내성만 키웠다(헤럴드경제 2020-06-15 11:30)

9·13 대책 이후 하락세 ‘32주’
12·16대책 후 ‘9주’로 짧아져
추가 부동산대책 효과 ‘갸우뚱’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서울 아파트값이 9주 간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최근 상승 전환하면서 정부의 수요 억제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커진 만큼 대출규제 강화 등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부동산대책 후 하락세 32주→9주=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발표된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세 달여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춘 뒤 9주 연속(3월 넷째 주~5월 넷째 주) 떨어졌다. 정부 대책 발표 후 ‘버티기’를 하던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덜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19면

하지만 최근 하락세를 마감하고 다시 상승 전환하면서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도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잠실 마이스·용산 정비창·목동 재건축 등 각종 개발호재 발표로 서울 아파트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12·16대책에 따른 9주간 하락세는 과거 정책에 비해 그 약발이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2018년 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사상 최장 기간인 32주 연속(2018년 11월 둘째 주~2019년 6월 셋째 주)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7년 8·2 대책 땐 5주 연속(2017년 8월 첫째 주~9월 첫째 주) 하락했지만, 12·16대책이 다주택자에 대한 ‘초강력’ 규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12·16 대책에 따른 약발이 더 오래갔다고 보기 힘들다.

정부의 ‘두더지 잡기’식 규제로 인한 시장의 내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핀셋 방식으로 특정 지역을 규제하면서 다른 쪽은 각종 개발 계획을 내놓는 ‘엇박자 행보’가 시장의 내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민들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이 오르는 경험을 하면서 차츰 학습효과가 생기게 됐다”면서 “9·13 대책 당시에는 다들 규제 내용을 파악하려는 눈치보기에 나서 하락세가 32주까지 길어졌는데, 막상 겪어보니 별게 없다고 생각하게 돼 12·16대책 땐 그 관망세가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상승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더 커졌기 때문에 또 대책이 나와도 집값이 언젠가 오른다는 학습효과를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과 정부의 줄다리기 속…어떤 추가대책 나올까=

시장에선 벌써부터 이번에 나올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전망이 무성하다.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과 주택 가격대를 고려하면 ▷인천·군포·안산 등 규제지역 지정 ▷ 9억원 이하 중저가주택을 포함한 대출규제 강화 ▷ 갭투자 방지를 위한 보유·거주기간에 따른 세제 및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의 대책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높은 전세가율이 갭투자를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전셋값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빠른 추진도 재차 강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시장도 규제에 내성이 생긴 탓에 대책의 효과가 어느정도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과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규제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그간 대출규제나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일정 기간 시장 수요를 억눌러왔지만, 이에 따라 풍선효과는 물론 규제 우회로가 다양하게 생기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비규제지역이나 중저가 단지의 가격 상승, 법인거래·증여 활성화 등이 그 사례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투기세력’을 겨냥해왔지만, 이번에 대출규제 기준이 9억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서민·중산층 실수요층까지 옥죌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9억원 이하까지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실거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고, 오히려 현금이나 갭투자 등을 바탕으로 집을 사들이는 사람은 거의 해당사항이 없을 것”이라며 “전체적인 규제의 틀과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봤다.